여러 게임을 하면서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부럽다. 단순히 해외 게임들의 퀄리티나 게임성이 좋아서? 그것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요 몇 년 사이 출시된 국산 게임들을 보면 그래도 나름의 완성도를 갖추면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흥행한 게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럽다는 마음은 항상 마음 한 켠에 남아 있었다.
무엇이 부러운가 하면 바로 역사에 대한 부분이다. 조금 낡은, 혹은 촌스러운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일본의 센고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인왕 시리즈나 중국의 삼국지, 혹은 실제 역사를 각색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등을 할 때마다 괜스레 부러운 마음이 들곤 했다.
"아,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이 부러움이 폭발한 건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접하면서부터다. 외국인, 그것도 서양인들의 시선으로 일본인보다도 더 일본스러운 느낌을 구현한 게임을 만들었으니 그 부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마,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3월 27일 XBOX 파트너 프리뷰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이기몹의 '무사: 더티 페이트'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아직 거칠고 투박한 면이 보이곤 했지만, 그간 바라왔던 그런 게임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액션 게임.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들이 만드는 '무사: 더티 페이트'는 어떤 게임일까. 이기몹 본사를 찾아가 첫 공개 이후 궁금했던 모든 것들을 속 시원히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김민수 : 솔직히 말하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여전히 도전적인 상황이다. ‘건그레이브 고어’ 출시 이후 신규 팀들이 몇 개 만들어지고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개발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난항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회사 상황도 어려워졌고, 아쉽게도 함께했던 동료들과 이별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인원은 줄었지만, 끝까지 남은 팀원들끼리의 결속력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협업이 훨씬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개발 역시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금은 경력이나 나이, 출신보다는 액션 게임에 대한 이해와 조선 시대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각자의 직간접적인 경험이 의사 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아이디어 교환도 훨씬 활발해졌고, 결과적으로 개발 속도와 완성도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 더 단단해진 팀으로 즐겁게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조선 검술 액션 게임을 개발한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프로토타이핑까지 고려하면 그 이전부터 개발했을 것 같은데, 정확한 개발 기간은 얼마나 되나.
김민수 : 처음 시작은 예전 일본 회사를 다녔을 때인데, 닌자나 사무라이가 문화적 콘텐츠로 전 세계에 퍼지는 걸 보면서 한국도 그런 게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잘 찾아보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한국 하면 뭐가 떠오르냐고 해외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지금은 다양하게 연상되는 것들이 있겠지만, 당시에는 음식 얘기뿐이었다. 한국도 무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걸 게임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한 게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게임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든 건 '건그레이브 고어' 발매 직전이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당시 플랫폼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 카테고리는 굉장히 좋은 게임이 많은데 경쟁이 심할 것"이라는 우려를 들었다.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미 일본 역사나 중국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은 많았으니까. 그래서 그때 한국 역사가 배경이라고 하니까 다들 놀라더라. 그 반응을 보고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게 '무사: 더티 페이트'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건그레이브 고어' 출시 후 패치 작업을 진행해야 했기에 무사 프로젝트에 많은 신경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 후, 회사 규모 대비 많은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불구하고 개발이 난항에 부딪히며 위기가 찾아왔다. 프로젝트만이 아닌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선 건데, 대표님도 폐업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었다. 그때 대표님과 동료들 간에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다시 한번 회사를 일으키고, 진짜 우리가 원하는 게임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어렵지만 함께 해나가보자는 인식이 일치해서 본격적으로 개발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 아이디어를 만든 지는 꽤 오래전이지만, 우리 팀이 본격적으로 개발한 기간은 8~9개월 정도다.

본격적으로 '무사: 더티 페이트'에 대해 얘기해보자. 어떤 게임인가.
김민수 :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한국 역사 배경의 액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그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를 해보고 누군가는 소울라이크 같다고, 또 누군가는 핵앤슬래시 같다고 했는데, 그렇게 구분하기보다는 그런 각각의 재미가 모두 녹아든 그런 액션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장르를 구분하기보다는 정교한 공방을 즐긴다면 그렇게 즐겨도 되고, 속 시원하게 몰려드는 적들을 처치하는 걸 즐긴다면 또 그렇게 즐겨도 되는,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목표다.
부제인 '더티 페이트'는 뭘 의미하는 건가.
김민수 : 주인공 건의 운명을 투영한 부제다. 작중 주인공 건은 계속해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린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또 소중해진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상황이 지속된다. 또한 우리 스스로의 상황 같기도 해서 게임을 볼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된다.
액션 어드벤처라고 하면 이른바 가장 잘 나가는 장르로 경쟁 역시 그만큼 치열하다. 살아남는 게임은 한 줌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개발한 이유가 있나.
김민수 : 아무래도 개발자인 우리부터가 재미있게 느껴야 좋은 게임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 뭔가 했을 때 액션 어드벤처를 가장 많이 즐기고 플레이해서 자연스럽게 액션 어드벤처로 개발하게 됐다.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은 액션 어드벤처인데, 경쟁이 치열하다고 다른 게임을 만든다고 해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기준, 우리 팀의 강점 중 하나도 모든 멤버들이 액션, 액션 어드벤처 플레이 경험이 다양하고 깊다는 것이다.
시대 배경의 경우 여러 후보가 있었을 것 같다. 난세라고 한다면 왜란이나 호란 시기를 배경으로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경신대기근을 배경으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던 건가.
김민수 : 안 그래도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왜란과 호란보다 더 잔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17세기 자체가 소빙하기다 보니까 전 세계적으로, 일본 역사나 중국 역사에서도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기록부터 이상 기후, 예를 들면 템즈강이 얼어붙어서 녹지 않았다던가 하는 기록이 있다고 할 정도였다. 과거 역사에 억지로 디스토피아적인 설정을 입히기보다는 실제 그런 시기가 있었다면 이를 참고해서 세계관을 만들어나가는 게 더욱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 이 시대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무사: 더티 페이트'는 그런 혼란한 시기, 각기 다른 야망과 신념을 품은 무사들이 등장하는 그런 게임이다.

'무사'라는 게 뭔가 키포인트 같은데, 개발진이 정의하는 무사란 무엇인가.
김민수 : 예와 신념을 갖춘 무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전사는 말 그대로 싸움에 좀 더 초점을 맞췄지만 무사는 다르다. 싸워야 할 때는 싸우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싸움을 갈구하는 그런 존재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기만의 신념을 가진 그런 존재들이다. 비유하자면 중세 유럽의 기사도를 갖춘 기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한국 역사에서 무사라는 존재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17세기 시대를 사는 무사가 등장하지만, 잘 된다면 고려 시대의 무사도 등장할 수 있고, 구한말의 무사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모습과 시대는 바뀌지만 무사라는 존재는 모든 시대에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 건의 경우 실제 역사 속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고 들었는데?
김민수 : 조선 중기의 무관 김체건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한국 검술은 물론이고 일본의 왜검까지 익힌, 당시 동아시아 최고의 무사라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서 모티브를 따와 건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래서 건의 지인 중에는 왜관에 있는 사무라이 친구가 있을 정도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액션 게임이 아니라 '조선 검술 액션 게임'이라고 하니 어딘지 모르게 '조선 검술'에 눈길이 가는데, '무사: 더티 페이트'가 추구하는 조선 검술이라는 건 정확히 어떤 건가.
김민수 : 처음에는 무예도보통지에 있는 조선 시대의 검술을 기반으로 했는데, 완전히 같지는 않다. 전통 무예를 연구하는 최형국 박사님과 함께 작업을 했는데, 고증을 100% 살리면서 게임으로 구현하니 소위 게임의 맛이 안 살았다. 실전적인 검술이라기보다는 태권도의 품새나 총검술 동작 같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조선 검술을 기반으로 게임적인 연출과 아이디어를 더해서 '건검'이라고 하는, 주인공 건이 독자적으로 익힌 검술로 구현해냈다. 데모에서 보여준 것처럼 검술과 궁술을 함께 쓰는 그런 검술이다.

트레일러가 공개되긴 했지만 워낙 단편적이다 보니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장르에 대해 추측하는 내용들이 많다. 대체로 소울라이크 혹은 고스트 시리즈(고스트 오브 쓰시마/요테이)와 흡사할 거라고 추측하던데, 이 기회에 속 시원히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김민수 : 장르는 액션 어드벤처이지만, 다른 게임과 비교해서 이 게임과 비슷하다, 저 게임과 비슷하다고 하기에는 그 게임들이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대단한 만큼, 비교하기 힘든 점 이해 바란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액션 어드벤처에서도 우리만의 재미, 맛을 주는 것일 텐데, 거기에 집중해서 게임의 메커니즘을 지금도 갈고닦는 중이다. 과거 대비 기술적인 자산과 개발 환경은 좋아졌기 때문에, 게임의 맛을 살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계속 싸우고 싶은, 전투가 맛있는 그런 게임이 목표다.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내레이션을 배우 김학철 님이 하신 걸로 알고 있다. 성우가 아닌 배우 김학철 님을 캐스팅한 이유가 있는지?
김민수 : 게임업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성우분들과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 봤다. 이번에는 사극 전문 배우분들과 합을 맞출 예정이다. 한국 사극 특유의 '톤과 감정'이라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끓어오르는 듯하고 한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은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쁜 목소리, 멋진 목소리보다는 정통 한국 사극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원했고, 나 역시 오랫동안 한국 사극을 좋아해 온 팬으로서 김학철 배우님의 개인 방송 구독자였던 것이 큰 계기가 되어, 우리의 취지를 이해하고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단 몇 줄의 내레이션을 위해 수개월 동안 캐릭터를 분석하고 여러 가지 감정으로 연기를 하는 김학철 배우님을 보며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몇 개 국가의 음성을 적용했냐보다는 한국 사극의 목소리를 제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싶다.
액션이 회피와 패링 기반인 것 같던데, 조작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가.
권대륜 : 최근 소울라이크가 유행했다 보니 우리 게임도 소울라이크라고 생각하는 시선이 있는데, 그렇게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보다는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조작 난이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회피나 패링 타이밍도 정통 소울라이크와 비교하면 상당히 여유로운 편이다. 대신 한 번에 많은 적이 등장한다든가, 무기에 의한 차별적인 패턴을 만든다든가, 외형과 설정에 따른 차별화된 AI 등을 통해 마냥 쉽지만은 않은 그런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민수 : 아무래도 조작이 답답하다든가 제약이 있으면 그게 허들이 될 수도 있어서 그런 부분은 최대한 배제했다. 대신 레벨 디자인이나 적의 AI를 통해 난이도를 조절할 생각이다.
액션 게임으로서 '무사: 더티 페이트'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김민수 : 먼저 '반타'라는 시스템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게임에서의 패링인데, 우리 게임은 패링 타이밍이 넉넉해서 사실상 누구나 패링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무사에서 반타는 콤보의 시작을 알리는 것에 가깝다. 반타 후 반격기로 '회도'라는 빠른 공격을 집어넣고, 거기서 체인 콤보를 연결하는 식으로 잘하면 무수히 많은 칼날 콤보를 먹이는 식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여유가 있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만능열쇠는 아니다.
'반노'라는 시스템은 적이 쏜 화살을 잡아서 되돌려 쏘는 스킬인데, 플레이해 보신 분들이 정말 맛있어해서 역시 기대되는 시스템이다. 이외에도 정교한 전투, 대량의 적과의 학살에 걸맞은 시스템들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탑재하여 초반부터 '신입이 아닌 고일 대로 고인 무사'의 느낌으로 게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건검, 왜검, 그리고 철완까지 검법을 바꿈에 따라 액션이 달라지던데, 검법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김민수 : 기본적으로 액션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검법을 넣었다. 기본 검법인 '건검'은 빠른 속도로 크게 베는 형태의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량의 적과의 전투에 특화된 검법이다. 검법의 키워드는 '광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검'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 사무라이의 검술에서 모티브를 따온 검법이다. 우리가 고증하고 재해석한 왜검은 한 방 한 방이 치명적인 실전 무술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거기서 따온 만큼, 건검과 비교했을 때 한 방 한 방이 강력한 대신 다소 느린, 리스크가 있는 그런 검술이다. 보스나 강적과의 일대일에 특화됐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검법의 키워드는 '치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철완'은 게임을 하다 보면 어떤 상황에 의해 강철 팔을 착용하게 되는데, 외팔이 검법이라고 할 수 있다. 건검, 왜검과 달리 한 손으로만 검을 휘두르며, 그 대신 철완을 활용한 파워풀한 액션을 선보인다. 검법의 키워드는 '파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검법을 통해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바꿔가면서 다채로운 액션을 즐길 수 있는 걸 의도하고 있다.

자세 칸을 보니 한 칸이 비었는데, 없는 건가 아니면 아직 공개하지 않은 건가.
권대륜 : 아직 공개하지 않은 검법이다. 아직 공개할 수 없는 비장의 검법인 만큼 많은 기대를 부탁한다.
철완의 경우 세키로나 베르세르크가 떠오르는데, 영감을 받은 건가.
김민수 : 베르세르크는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거기서 영감을 받았다기보다는 김진원 애니메이터와 둘이 모션이나 액션을 짜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구현하게 됐다.
회사에 목검이 한 자루밖에 없어서, 둘이 액션을 짤 때 항상 한 명은 팔로 연기해야 했다. 여러 동작을 연구하면서 김진원 애니메이터가 휘두르는 목검을 팔로 막는 자세를 취한 적이 꽤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방패와는 다르면서 팔로 공격을 막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시나리오와도 얼추 맞는 부분이 있어서 구현하게 됐다.
여담이지만 한쪽 어깨를 가린 듯한 망토가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주인공 사카이 진을 떠오르게 한다.
김민수 :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데, 절대 의도하고 그렇게 한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그보다는 주인공의 심정이나 설정을 반영한 디자인이다. 무사로서 의수를 드러내놓고 다니면 주목받기도 쉽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을 듯하여, 만약에 내가, 우리가 건이라면 의수를 가리고 다니고 싶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거기서 출발해서 자연스럽게 의수를 가릴 것이라고 생각해서 지금의 디자인이 나왔다. 앞서 언급한 그런 부분부터 해서 다른 게임과의 유사성은 오히려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무래도 액션 게임에서 활은 보조 무기로 취급되기 마련인데, '무사: 더티 페이트'의 경우 스팀 게임 소개문에도 있듯이 보조 무기 그 이상의 취급인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원거리에서 적을 저격하는 것 외에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 궁금하다.
김민수 : 주관적인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중국 영웅들의 이야기를 보면 창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관운장의 청룡언월도나 여포의 방천화극이 대표적이다. 또한 일본은 칼에 대한 역사와 조예가 깊지 않나.
반면 한국은 활이었다. 동이족, 그리고 지금까지도 양궁을 잘하지 않나. 활을 잘 쓰는 민족이었으니 그걸 잘 살려보자고 생각해서 활과 관련된 액션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장전, 화전, 철전 등 다양한 화살 종류부터 화살의 탄성을 극대화시키는 사법, 연사 등 다양한 사법이 등장한다. 또한 체인 콤보랑 연결해서 칼과 활을 믹스해서 사용하는 식으로 '무사: 더티 페이트'만의 액션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경신대기근과 역병이라는 키워드 때문인지 드라마 '킹덤'이 떠오른다는 반응 역시 적지 않다. 워낙 흥행한 드라마이기도 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비교가 될 수밖에 없을 텐데, 부담되지는 않나.
김민수 : 처음에는 사실 그 얘기를 마냥 좋아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계속 비교되니 속상한 마음도 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냥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됐다.
조선 시대, 그것도 경신대기근을 배경으로 했는데 비슷한 게 당연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었다. 되려 그런 비교를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디자인을 바꾼다든가 하면 그게 더 어색하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됐다. 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킹덤과 달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캐릭터들에게 청바지를 입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생각하니 비슷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다만 어디까지나 비슷한 건 게임의 배경뿐이다. 킹덤과는 스토리부터 게임의 방향성까지 전혀 다르니 그 부분을 봐주길 바란다.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해서 그런지 벌써부터 고증에 대한 말들이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갑옷부터 환도 패용 방법 등이 대표적인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살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민수 : 고증에 대해서 조선 시대 군사 복식 고증 전문가이자 서울대학교 한국 복식 전공 박가영 박사님,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강사로 활동한 이민정 박사님, 중앙대학교 한국사 박사이자 수원 시립공연단 '무예24기' 전수 교육을 담당한 최형국 박사님과 함께 작업했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라 게임이다 보니 다른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무기의 경우 주인공의 의상이나 상황에 따라 패용 방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영상에서의 건은 사실상 야인인 상태로, 검부터 활까지 격식을 갖추기보다는 실전성을 고려해서 장비한 상태다.
말 그대로 칼이든 활이든 꺼내기 편하게 찬 상태여서 기록된 패용 방법과는 다를 수도 있다. 고증을 기반으로 하되 게임 플레이에서 실전성 등을 이유로 재해석된 부분이 있다고 봐주면 된다.
그런 재해석한 부분도 최형국 박사에게 자문을 받은 건가.
김진원 : 그렇다. 한편으로는 그런 고증에 대한 건 완벽하게 다 똑같은 부분이 없더라. 이를테면 무예도보통지를 연구하는 박사분들이 꽤 여러 명 있는데, 그분들 사이에서도 기록된 자세를 실제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 자세를 넘어가는 과정에 대한 해석이 조금씩 다른 게 있을 정도다. 일단 우리는 최형국 박사님의 해석을 기반으로 게임에 맞게 재해석했다고 이해해 주면 좋을 것 같다.

고증이라고 하니 데모와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적들 중에는 일본의 멘구(면갑) 같은 걸 장비한 적도 있던데, 이것 역시 고증을 살린 건가.
김민수 :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식 면갑이 아니라 조선의 탈이다. 적들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탈을 쓰고 있다. 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요괴 편에 선 인간들이고 다른 하나는 서자로 이루어진 조직이다.
조선 시대는 서자에 대한 차별이 매우 심했던 시대였기 때문에, 기존 체제를 뒤엎고자 하는 서자들이 난에 가담했다는 설정이다. 이들은 모두 신분을 드러낼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탈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탈의 표현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가면은 요괴 가면처럼 위압적이거나 멋있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무사: 더티 페이트’의 탈은 실제 조선의 탈과 마찬가지로 풍자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 위압감보다는 다소 우스꽝스럽고 아이러니한 느낌을 줄 것이다.
멋지지 않고 풍자적이라고 하니 좀 의외다.
김민수 :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한국의 전통 탈은 원래부터 화려하거나 멋있기보다는 양반층을 풍자하거나 해학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문화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 억지로 멋있게 재해석하는 것보다는 본래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점을 '반전' 요소로 활용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우스꽝스러운 탈을 쓰고 있지만, 막상 벗으면 굉장히 강렬하고 매력적인 악역이 드러나는 식으로 외형과 본질의 대비를 주는 연출로 제작하고 있다.

주인공 건은 어떤 캐릭터인가.
김민수 : 김체건을 모티브로 한 무사로, 어린 시절부터 박복한 인생을 살아온 캐릭터다. 무사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어린 시절 이무기의 난으로 부모가 죽고, 어쩌다 일본 사무라이 친구를 만나서 왜검을 배우고 그 후에 관직에까지 오르는데, 이무기의 난이 극심해지면서 나라가 뒤집어지고 그런 난세가 이어지자 그 원인인 이무기를 토벌하고자 여정에 떠나는 캐릭터다.
주인공의 무기가 칼(환도)과 활 두 가지밖에 없어 보이는데, 다른 무기는 없는 건가.
김민수 : 칼과 활로 정해져 있다. 대신 다양한 검법에 더해 캐릭터가 성장함에 따라 검과 활 종류가 늘어남으로써 무기의 개수가 적다는 점을 보완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전통 요괴가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트레일러에서는 요괴의 모습이 보이지 않던데, 어떤 요괴가 등장할지, 이런 요괴들의 설정은 어떤 기록을 기반으로 했을지 알려달라.
김민수 : 두억시니부터 해서 아직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귀수산, 강철이 등 한국 고유의 요괴, 영물 등이 다수 등장할 예정이다. 아무래도 요괴라고 하면 일본 요괴가 서양에서도 대표적인데, 쉽지는 않겠지만 한국 고유의 요괴를 넣고 그 매력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무사: 더티 페이트'만의 특징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픽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 게임이라 응원하지만 아직 더 많이 다듬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김민수 : 현재는 개발 진행 중이다. 당연하겠지만 우리 역시 그게 최상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여기서 멈출 생각도 없다. 개발 진척도가 올라갈수록 비주얼 퀄리티도 좋아질 것이다.
김희락 : 비주얼적인 부분은 계속 퀄리티 업을 하고 있으며, 채도부터 해서 다방면에 걸쳐서 한국적인 느낌과 분위기가 살 수 있도록 더 다듬을 생각이다. 또한 캐릭터 모델링이나 애니메이션 역시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디테일을 살림으로써 그런 부분을 보완할 생각이다.

비주얼적으로 '무사: 더티 페이트'만의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단순히 그래픽이 좋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일본을 예로 들자면 사무라이나 닌자, 음양사처럼 딱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가 있지 않나. '킹덤'의 경우도 갓이 화제가 된 것처럼, '무사: 더티 페이트'도 그런 식으로 뇌리에 각인되는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김민수 : 우리 게임의 키 아이템, 상징이라고 한다면 무사를 상징하는 무기인 칼과 활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칼과 활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트레일러에서 주인공이 검을 휘두를 때 궤적이 먹물 같은 느낌이던데 의도한 부분인가.
김희락 : 의도한 부분이다. 여타 게임과 달리 한국적인 부분을 넣기 위해서 그런 효과를 추가했는데, 그렇게 느꼈다니 의도가 잘 먹힌 것 같다.

싱글 패키지 게임인 만큼 액션 못지않게 스토리 역시 중요한데, 별도의 시나리오 라이터나 전담 기획자가 있는지 궁금하다.
김민수 : 예전에는 별도로 스토리 작가가 있었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별하게 됐다. 현재는 그때 그 작가가 만들었던 스토리를 기반으로 좀 더 다듬었다. 대체로 좀 더 어둡고 비장미가 느껴지는 그런 식의 스토리로 다듬어졌다.
현재 개발 완성도는 어느 정도인가.
김민수 : 현재 코어 플레이는 70~80% 정도 구현한 상태다. 다만 콘텐츠나 리소스는 아직 많이 넣어야 한다. 이야기나 컷신, 연출 이런 부분도 다 채워 넣어야 하는데, 일단은 핵심 메커니즘을 구현하고 완성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여기에 집중했다. 다행히 지금은 그 단계는 완성했으니 이제 나머지 살을 붙이는 과정에 집중할 생각이다. 계획대로라면 2027년 중으로 완성하고 발매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한국 게이머들이 바라왔던 그런 게임이라는 기대와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게이머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속 시원한 한마디 부탁한다.
권대륜 : 이제 고스트 오브 조선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우리만의 액션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게임을 추구하고 있다. 유저들이 거기서 재미를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다른 게임의 스킨을 바꿨다는 그런 인식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민수 : 우리가 가장 경계하면서 두려워하는 게 바로 그 고스트 오브 조선이다. 흉내를 낸들, 잘 되든 안 되든 우리가 원하던 방향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당연히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많이 했고 너무 재미있게 즐겼다. 다만 그런 의식이 무사에 투영되지 않도록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역사물이고 액션 게임이라는 느낌에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는데, 앞서 말했듯이 흉내 내는 게임이 아니라 다른 게임이 될 것이다.
김희락 : 비록 적은 인원이지만 인원이 적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우리 스스로 타협하지 않고 있다. 플레이어분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의 눈높이도 계속 높여가면서 맛만 좋은 게 아니라 보기도 좋은 게임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