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플리즈' 개발자가 8년째 PC 신작을 발표하지 않는 이유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페이퍼 플리즈', '오브라 딘 호의 귀환' 등으로 전설적 인디 개발자가 된 루카스 포프. 그는 여전히 게임 개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별다른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온라인 팟캐스트 'Mike & Rami Are Still Here'에 출연한 그는 그 현실적인 이유를 밝혔다. AI 시대와 너무나 쉽게 일어나는 아이디어 흡수에 대한 우려, 그리고 큰 성공 이후 따라오는 심리적 부담감이 그 이유다. 이는 성공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마주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드도, 그림도, 노래도 혼자
개발이란 삶의 방식


루카스 포프는 자신을 어떤 개발자로 보고 있을까? 그는 스스로 팀을 꾸리거나 스튜디오를 성장시키겠다는 야망은 없다며 게임 개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드러냈다. 너티 독에서 언차티드 시리즈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었던 그는 지금은 15년 이상 혼자 컴퓨터에 앉아 코드를 짜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들며 게임을 개발하는 것에 만족한다고 이야기했다.




팟캐스트의 호스트이자 인디 게임사 블램비어 창업자이기도 한 라미 이스마일은 이야기를 듣고 개발자를 매체와 비즈니스에 걸쳐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게임 개발자가 창작과 비즈니스 사이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한 셈. 루카스 포프의 경우 미디어 자체가 좋아 만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이 바로 게임이라는 것이다.

루카스 포프는 이러한 작업의 즐거움을 꾸준히 언급했다. 게임을 개발하는 작업 자체를 즐기고 있으며, 어느 순간 '이거 괜찮은데?'라고 깨닫는 순간이 오면 출시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판매에 대한 목적보다는 게임 개발이라는 행위에 몰입하고, 결과물이 충분했을 때에만 게임을 선보이는 식이다. 반대로 작업이 막힐 때에는 잠시 내려 두고, 생각해보면서 다른 작업을 진행하면서 멀어지고, 또 꺼내서 작업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페이퍼 플리즈',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이라는 인디 씬 전체에 큰 인상을 남겼지만, 그 이면에는 자유로운 창작과 그 작업의 만족감이 우선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건 스스로 주도적으로 작업 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에 가능했다. 나아가 개발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그가 여전히 팀 없이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기도 하다.


성공한 인디의 조용한 슬럼프
다음 작품이 가장 무섭다


이처럼 루카스 포프의 성공은 인디 씬의 대표적 성공작이 어떻게 인상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스스로도 게임 개발자로서의 우려 역시 동시에 안고 있다. 바로 비평적, 상업적 대성공을 거둔 두 작품 이후 그와 같은 작품을 다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의 대표 두 작품 성공은 당연히 루카스 포프에게도 큰 기쁨이다. 그 대표작들이 그의 마지막 타이틀이 된 만큼, 현재까지 그의 마지막 작품은 성공한 타이틀로 기록되어 있다. 다만, 두 개의 성공작을 선보였다고 다음 작품까지 성공할 보장은 없다고 그는 말했다.

루카스 포프는 자신의 성공에 일정 부분 운이 작용했음을 인정했다. 내러티브나 게임플레이 등 게임의 핵심 요소가 똑같이 갖춰져있었어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셈이다. 그렇기에 행운을 너무 밀어붙이고 싶지 않다며 차기작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큰 성공 이후, 그걸 다음으로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게임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게임들도 쉽게 사라진다. 특히 대규모 마케팅이 어려운 인디 게임의 경우 바이럴, 출시 시기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성패가 갈린다. 개발자는 이후 비슷한 규모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지만,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는 비슷한 규모의 게임에 혹평을 내리기도 한다. 또 개발자 스스로 전작과 비슷한 게임을 개발해 안정적인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스마일 역시 과거 블램비어에서 '리디큘러스 피싱'의 성공 이후 '뉴클리어 쓰론' 개발 전까지, 사람들의 높아진 기대감을 어떻게 충족시킬지에 대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의 재미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슬럼프를 해결했다며 루카스 포프 역시 이런 경험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 Playdate용 게임 외에 여전히 신작 소식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루카스 포프는 실제로 '오브라 딘 호의 귀환' 이후 아날로그 느낌의 휴대용 게임기인 Playdate용 게임 마스 에프터 미드나이트를 제외하면 약 8년간 신작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내 아이디어가 내 것이 아닌 시대
신뢰할 수 있는 창작 생태계의 필요성


게임 개발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루카스 포프는 자신의 작업물을 공유하고, 이를 팬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자신의 블로그 등에 개발 일지를 꾸준히 공개했고, 그 과정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고 개발 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AI와 복제 우려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공개한 아이디어를 AI 시스템이 즉시 대량 수집 과정으로 학습하고, 이렇게 학습된 아이디어를 모방해 자신의 결과물보다 먼저 출시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러한 기술적 환경 변화에 루카스 포프는 자신의 게임 이야기를 외부에 이야기하는 것을 덜 편안하게 느낀다며 현재 상황을 언급했다.

실제로 쇼의 호스트 라미 이스마일의 '리디큘러스 피싱'은 출시 전 게임 복제로 큰 피해를 입은 대표적 게임이다. 블램비어는 자신들의 플래시 기반 게임 '레디컬 피싱'을 모바일로 개발하고자 했고 데모와 관련 내용을 개발 일지로 공개했다. 하지만 게임이 출시되기 전 클론 게임인 '닌자 피싱'이 먼저 출시됐다. '닌자 피싱'은 게임 구조와 핵심 메커니즘이 개발 중인 '리디큘러스 피싱'과 거의 동일했다.

게임 메커니즘은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니었던 만큰, 블램비어는 '리디큘러스 피싱'의 개발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했다. 이후 개발이 재개된 게임은 2013년 출시됐고 애플 디자인 어워드, 올해의 아이폰 게임 등 여러 시상식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단, 일각에서는 복제 게임이 없었더라면 더 큰 흥행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리고 시대는 흘러 AI가 보편화됐다. 공개된 아이디어는 어떤 경로로 수집됐는지도 알 수 없어진 채, AI를 통해 더 쉽게 복제 및 변형되어 세상에 공개될 수 있다. 루카스 포프가 게임 공개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 오랜 기간 꾸준히, 많이 개발 일지를 올렸던 과거의 루카스 포프

루카스 포프는 이런 분위기가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공유하고, 팬들과 함께 개발 과정을 즐겼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인디 씬의 성공한 개발자 역시 자신의 아이디어를 쉽게 꺼내놓지 못한다. 여기에 특별한 아이디어가 복제와 재생산을 거치며 쉽게 대중속에 파고드는 오늘날 팬들의 기대감이라는 압박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게임 개발에 대한 도전까지 생각해야 한다. 이는 오늘날 인디 개발자들이 처한 현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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