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 화우 정호선 변호사는 선택적 셧다운제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근본적인 입법 목적인 청소년 수면권 보장 효과가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청소년의 일일 평균 수면 시간 증가량은 1.5분에서 4.5분에 그쳤다. 심야 시간대 게임 이용 감소 폭 역시 0.3%에 불과했다. 특히 2024년 기준 게임시간 선택제의 실제 이용률은 0.1%대에 머무르며 정책적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나현수 국장 역시 제도의 실효성 부족을 꼬집었다. 나 국장은 "부모의 아이디를 도용해 게임을 즐기는 우회 방식이 이미 널리 퍼져 있어 오히려 청소년의 올바른 게임 이용 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며 "이미 휴대폰과 PC 운영체제(OS)에서 강력한 부모 제어 수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별도의 법적 강제는 불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문제는 효과가 전무한데도 사업자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막대하다는 점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내수 시장만을 위한 별도의 복잡한 본인인증 모듈과 시간 제한 엔진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는 중소형 게임 개발사에 거대한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또한, 제도를 이행하기 위해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강제하는 과정에서 이용자 이탈이 꾸준히 발생했다. 그 결과 지난 15년 동안 국내 PC 온라인게임 시장은 심각하게 위축됐고,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성장한 웹게임 장르의 주도권은 규제를 받지 않는 중국에 완전히 빼앗겼다는 게 나현수 국장 분석이다.

국내 산업만 옥죄는 역차별 문제도 심각하다. 국내 법 집행 관할 밖에 있는 스팀(Steam) 등 해외 플랫폼 게임은 규제를 받지 않아 불평등한 경쟁 구조가 굳어졌다. 나아가 특수한 셧다운제 시스템 구축을 기피한 글로벌 게임사가 16세 미만 한국 이용자의 가입을 일괄 차단해 '마인크래프트'가 성인용 게임으로 둔갑하는 '코리아 패싱' 사태까지 벌어졌다.
타 매체와의 불균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청소년 이용 빈도가 급증한 유튜브, 틱톡 등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무한 스크롤' 등 고도의 알고리즘으로 높은 과몰입을 유발하는데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게임에만 가혹한 이중 잣대가 적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획일적인 법적 강제를 폐지하고, 게임 특성에 맞춘 자율 규제와 미디어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현수 국장은 해외 플랫폼의 선진적인 자율 규제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 기기는 부모가 '자녀 계정'을 관리하는 방식을 채택했고, 에픽게임즈는 부모 동의 전까지 핵심 기능을 차단하는 '미성년자 제한 계정'을 운영 중이다. '로블록스'는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미성년자의 채팅을 제한한다.
나 국장은 "짧은 호흡의 경쟁 게임은 시간 대신 매치 횟수(판수)를 제한하게 하는 등, 각 게임사가 자사 게임에 맞춰 가장 효과적인 청소년 보호 수단을 마련하고 경쟁하게 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정호선 변호사 역시 최근 조승래 의원이 발의한 선택적 셧다운제 폐지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일방적인 차단 위주에서 벗어나 스스로 통제하는 힘을 기르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정규 교육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정한근 화우 고문은 해당 제도가 규제 이행의 복잡성으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지적하고, 국내외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 조건과 개인정보 부담 문제, 디바이스 기반의 대안 가능성 등을 논의 과제로 제시했다.
토론자들은 한국 특유의 갈라파고스 규제가 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일 화우 게임센터장은 "해외 본사에서 한국어로 직접 서비스하는 외국 회사들은 한국의 게임산업법 12조의3에 따른 과몰입 예방 조치와 셧다운 시스템을 모두 준수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라며 "결국 해외 사업자들은 규제를 지키지 않은 채 서비스하고, 이는 지난 15년간 한국 PC 온라인게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규제 준수의 장벽은 치명적인 산업적 손실로 이어졌다. 김 센터장은 "과거 개발력이 뛰어났던 중국이 웹게임 시장을 선취하고 그 자본으로 모바일 게임의 아성을 구축하는 동안, 한국은 규제 준수 항목에 발목이 잡혀 해당 시장을 완전히 놓쳐버렸다"고 덧붙였다.

제도의 본래 목적인 청소년 보호 효과마저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나현수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국장은 "PC 온라인게임은 시스템 구축 비용 등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대부분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출시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모바일 게임이나 스팀, 해외 게임으로 이탈해 선택적 셧다운제의 실효성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에 따른 리스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부모와 자녀의 개인정보를 모두 보관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킹 사고 발생 시 청소년의 기대여명을 고려할 때 성인보다 유출 피해 위험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낡은 법적 강제를 대체할 현실적이고 기술적인 대안들을 제시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출신 이수경 변호사는 개인정보 최소화를 위한 혁신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이 변호사는 "연령 확인이나 아동 여부만 확인한 뒤 증빙 자료를 남겨두지 않고 즉시 삭제하는 방법을 권장한다"라며 "결과값만 남기고 관련 자료를 지우면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과도한 규제 이슈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현수 국장과 김종일 센터장은 이미 상용화된 기기(OS) 및 통신사 기반의 통제 시스템 활용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청소년이 스마트폰이나 통신망에 가입할 때 이미 부모를 동반해 철저한 신원 확인을 거친다"라며 "디바이스의 자녀 보호 설정 기능을 통해 시간대 필터링이 가능한 만큼, 이를 게임 산업의 청소년 보호 체계로 혁신적으로 옮겨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만약 디바이스에서 자녀 보호 설정이 가능하다면 게임법상 과몰입 예방 조치 의무를 면제하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자는 구체적인 입법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플랫폼과 게임의 장르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자율 규제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나 국장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처럼 한 판 단위로 진행되는 게임에서 획일적으로 2시간 뒤 게임을 강제 종료하면 부모와의 마찰과 우회 접속 시도만 유발한다"라며 "해당 게임사가 하루 3~4판으로 횟수를 제한할 수 있도록 게임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운영을 맡기는 것이 과몰입 방지에 훨씬 효과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틱톡 등 타 매체와의 형평성을 언급하며, 회원가입과 본인인증 전이라도 가볍게 게임을 먼저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결제나 심화 이용 시에만 부모 동의를 받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조승래 의원이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선택적 셧다운제 폐지 및 '전체이용가' 게임의 본인인증 의무 면제를 발의한 가운데, 패널들은 규제 완화를 위한 지속적인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수경 변호사는 "과거 정보통신망법 담당 시절, 아동·청소년 정책을 소관하는 여성가족부를 설득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어느 부처보다 어려웠다"라며 "여기 모인 산업계와 학계의 중지가 작은 물방울처럼 모여 정책 실행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입지를 다져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