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4: 증오의 군주, "게임 됐다"

증오의 시대는 끝, 게이머 행복의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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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4'의 여정도 이제 3년이 가까워짐에 따라 횡보에 가까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출시 이전부터 뜨겁던 관심, 2023년 첫 출시 이후 쏟아진 혹평, 그리고 수차례에 걸친 업데이트와 확장팩 '증오의 그릇'까지, 디아블로4의 지난 3년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진 저택을 수리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그리고, 12시즌에 이른 지금, 디아블로4는 그래도 어느 정도 좋은 게임이 되었다. 몇 번의 실험과 검증을 통해 엔드 콘텐츠가 정립되었고, 시즌 과제를 통한 보상 체계와 마일스톤 로직이 바뀌면서 내면에 생기가 불어넣어졌다. 여전히 서비스 초기를 생각하는 부정적 여론이 남아있는 것도 맞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의 디아블로4는 확실히 뭔가 변했다.

그래서, '디아블로4: 증오의 군주(이하 증오의 군주)'는 걱정 반, 기대 반일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엔딩으로 향하는 서사는 당연히 새롭고, 엔드 게임 콘텐츠는 다시 한 번 정돈되었으며, 무엇보다 '디아블로4'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육성'의 전반적인 방향성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2023년의 혼란기를 겪었던 입장에서,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이번 리뷰에서 조명할 부분도 그 '바뀌는 부분'들이다. '증오의 군주'에서 주목할 변경점, 추가 요소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아카라트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메피스토를 중심으로 하는 서사
2. 완전히 다 뜯어 고친 스킬 트리 및 육성의 방향성
3. 콘텐츠 짜임새와 부가 기능


이렇게 셋을 중심으로, '증오의 군주'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 블리자드의 리뷰 가이드에 따라 본 리뷰에서는 '증오의 군주'의 자세한 서사를 직접 묘사하지 않습니다. 다만, 서사에 대한 감상과 견해는 남기기에 간접적인 스포일러(심하지 않습니다)가 될 수 있다는 점 주의 부탁 드립니다.



디아블로4: 증오의 군주(Diablo IV: Lord of Hatred)🏢 개발사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퍼블리셔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PC(배틀넷, Steam), PS, XBOX🎮 플레이PC(배틀넷)📅 출시일2026년 4월 28일🔧 키워드#오픈월드 #핵앤슬래시 #ARPG

찝찝했던 '증오의 그릇', 그리고 쾌변의 '증오의 군주'


지난 확장팩인 '증오의 그릇'을 리뷰하면서, 내가 가장 크게 당혹감을 느꼈던 부분이 바로 '서사'다. 사실 디아블로와 같이 무한의 사이클이 돌아가는 게임에서 한 번 경험하고 말 서사가 그리 중요한가 싶긴 하겠지만, 모든 게임에서 서사는 무조건 중요하다. 서사는 게임 플레이를 이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 수단이며, 몰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증오의 그릇'은 얄궂게도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서사에서 '기'와 '승'까지만을 다루었다. 영혼석을 지니고 나한투로 향한 네이렐을 뒤쫓으면서, 게이머는 메피스토를 추적하고 타락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메피스토는 결국 아카라트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채, 게이머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고 가 버렸다.



▲ 새 몸 얻고 그냥 가버린 메피스토...

대악마가 주적인 게임에서, 확장팩 서사 내내 대악마와 숨바꼭질만 하고 뭐 하나 처치하지 못했다. 게이머들의 답답함은 훗날 시즌 업데이트로 추가된 벨리알을 두들겨 패며 풀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증오의 그릇은 전체 이야기의 '기'와 '승'을 다룰 뿐이니까. 때문에 본편인 증오의 군주에서 이야기는 그대로 이어져 '전'과 '결'로 들어간다. 서사 구조적으로 전편인 '증오의 그릇'과 본편 '증오의 군주'를 합쳐야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된다. 본작에서 아카라트의 육신을 입은 메피스토는 스코보스 제도의 주민들과 아마존들을 홀리며 세계의 파국을 향해 나아가고, 게이머는 이 메피스토를 끝장낼 방법을 찾아 헤맨다.



▲ 기껏 얻은 몸도 막 쓴다

그리고, 여정을 따르며 플레이어의 초점은 천사와 악마의 대립, 드높은 천상과 지옥 사이에 낀 성역이라는 대전제에서 조금 더 들어가, 더 미시적인 관점에 맞춰진다. 릴리트와 이나리우스는 각각 성역과 네팔렘에 어떤 의미를 두었는지. 메피스토는 성역을 어떻게 생각하고, 왜 릴리트와 적대하는지. 호라드림의 초대 일원들은 각각 어떤 사상과 관점을 지니고 있었는지까지 말이다.

이 모든 것을 담은 증오의 군주에 대한 서사에 대한 감상을 간단하게 말하면 '깔끔하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증오의 군주를 통해 메피스토, 그리고 릴리트와의 모든 서사는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몇 번의 반전도 있고, 올드 팬들의 가슴을 울리는 뜨거운 순간도 있으며, 간혹 '이게 맞나?'싶은 미심쩍은 구간도 있지만, 어쨌거나 이야기는 일단락된다.



▲ 지옥 간 줄 알았더니 돌아온 엄마

물론, 서사가 완벽하다고 말하긴 다소 아쉬움이 있으며, 플레이어의 배경 지식이 충분하지 못하거나, 각 인물의 내면 심리를 다 이해하지 못했다면 '왜 저러는 거지?'하고 의문을 품거나 핍진성이 부족해 보일 만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끝맺음이었다. 리뷰 가이드에 의해 하나하나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 답답하지만 말이다.

'연출'의 관점에서 보면, 증오의 군주는 역대 최고의 '보스전 연출'을 보여준다. 특히, 메피스토와의 마지막 전투는 주인공과 적 단 둘이 고립된 영역에서 싸우는 일반적인 보스전의 패턴을 넘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가득 찬 공간에서 시작하는데, 메피스토의 공격 패턴에 휩쓸려 산산조각나는 성역 주민들의 모습이 가감없이 표현된다. 이어지는 단독전에서의 패턴까지 더하면 역대 최고의 악마적인 연출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굉장한 연출을 보여준다.



▲ 문서들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갑자기 이해가 되는 부분들도 있으니 빼놓지 말자

별개로, 이번엔 음악이 정말 죽여준다. 확실히 고딕 풍의 다크 판타지는 보컬 코러스가 들어가는 음악이 있어야 분위기가 산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빌드 난이도는 ↓ 스킬 활용도는 ↑


'캐릭터 육성'의 측면을 들여다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큰 변화가 이뤄졌다. 표면적으로 변한 부분은 '스킬 트리'의 변경인데, 이미 수차례 예고한 대로 모든 직업의 스킬 트리에 굉장히 많이 존재했던 패시브 노드가 완전히 사라졌고 빌드의 정점을 찍는 키스톤 패시브도 삭제되었다. 스킬 트리가 이제 말 그대로 '사용하는 스킬에 한해서'만 영향을 주게 된 셈이다. 그리고, 이 수많은 패시브에 존재하던 곱연산 팩터들은 전설 위상이나 정복자 보드, 새로 생긴 인장과 부적 시스템으로 옮겨졌다.



▲ 스킬 트리가 '쓰는 스킬'에서만 파생된다. 복잡한 패시브들은 전부 퇴장

'증오의 그릇'까지의 디아블로4를 보면, 기존의 스킬들은 저점과 고점이 어느 정도 명확했다. 전설 위상을 얼마나 써먹을 수 있는지, 그리고 키스톤 패시브의 영향을 얼마나 강하게 받는지가 관건이었고, 이 조건이 어느 정도 부합한다면, 그럭저럭 써먹을 만한 빌드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시즌 업데이트에 따라 못 써먹을 스킬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이제 '못 써먹을 스킬'은 없다. 위상만 갖추고, 정복자 보드만 잘 찍으면 대부분의 스킬들이 기본적인 성능은 보여주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스킬에 따라 관여하는 위상의 수가 적거나, 스킬 자체가 지닌 편의성의 문제 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는 경우는 있지만,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시공의 망령이 여기까지

물론, 기존에도 남들이 잘 쓰지 않는 스킬을 어떻게든 발굴해 활용해내는 대단한 빌더들이 있었으며, 확장팩 적용 이후에도 정형화된 '교복'이 존재할 것은 당연할 건데 도대체 무엇이 바뀐거냐고 물을 수도 있다. 기존과 확장팩 이후의 차이를 단적으로 말하자면, '저점과 고점의 갭'이 확실히 줄었다.

확팩 이후로도 당연히 최고 성능의 빌드는 있을 거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빌드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전에는 '못 써먹겠다' 싶었던 스킬들도 이제 기본은 하게 된 만큼 남들이 찍어 둔 빌드만 따라가던 시대를 떠나, 나만의 빌드를 깎기 좋은 호시절이 왔다.

실제로, 나는 리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키운 악마술사로 온갖 빌드를 다 실험해 보았고, 대부분이 다 그럭저럭 쓸만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직업 고유 아이템을 모두 모으지는 못했기에 써먹지 못한 빌드들이 많을 테지만, 직업 고유 없이도 정복자 보드만 잘 맞춰 주면 난이도를 계속 올리며 쓸 수 있었다. 전문 빌더가 아닌 내가 얼기설기 짠 빌드임에도 이게 작동한다는 건, 확실히 대부분 빌드의 '저점'이 많이 올라왔다는 방증이다.



▲ 실험 끝에 만들어낸 심연-재사용-광란 빌드

이 과정에서, 각 직업의 스킬 트리도 굉장히 많이 변화했다. 기본적으로는 각 클래스가 지닌 '클래스 판타지'에 집중하면서도, 각 스킬의 활용도를 높인 모습을 보이는데, 예를 들어 '드루이드'의 경우 모든 스킬에 '스킬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는 노드'가 존재한다. 산사태나 암석 폭발과 같은 대지 자연 마법 기술은 이제 '곰인간' 기술 키워드를 달 수 있으며, 번개 폭풍과 회오리는 '늑대인간' 키워드를 달 수 있다. 스킬 포인트를 쓰지 않고 말이다.

다른 직업들은 기본 원소 자체가 바뀌는 식으로 구현되었다. 원소술사를 예로 들면 '번개 창'도 이제 무조건 번개 기술은 아니다. '불길 창'으로 변화시켜 화염 속성으로 변경할 수 있으며 '화염 벽'도 감전 기술로 바꾸어 '짜릿한 에너지'를 생성하게 할 수 있으며, 연쇄 번개를 '냉기 사슬'로, 소각을 정신 집중형 번개 기술로 바꿀 수도 있다.

스킬 트리가 바뀌는 과정에서 '위상'또한 약간이나마 개편이 이뤄졌다. 이제 더 이상 특정 던전 클리어로 1단계 위상을 얻을 수 없다. 위상 중 일부가 스킬 트리에 통폐합되면서, 위상 자체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던전 보상에 구멍이 숭숭 뚫리느니 그냥 아예 던전을 통한 위상 획득 자체를 없애버린 셈인데, 대신 일부 위상은 아예 스킬 트리로 편입되어 버려 굳이 위상을 얻지 않아도 스킬만 찍으면 그 위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 몇몇 위상은 아예 스킬트리에 통합되었다

이 변화들이, 수없이 많은 빌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상 번개가 아닌 화염 벽을 필러 기술로 쓰는 짜에 원소술사나 늑대가 아닌 늑대인간을 떼로 몰고 다니는 늑대드루, 죽음의 손길 대신 번개의 손길을 쓰는 혼령사까지 이상하게 보여도 '일단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은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아이템 측면에서 보면, 고유 아이템도 이제 '담금질'이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명품화만 가능했고 담금질은 되지 않아 오히려 옵션 수에서는 전설 등급에 밀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고유 아이템의 활용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 여기에, 호라드림의 함을 활용해 지난 시즌의 '축성'과 같은 '아이템 변성'까지 더해지면 옵션이 더 늘어난다. 이로 인해 캐릭터의 기본 스펙이 크게 강화되는 만큼, 빌드를 막론하고 캐릭터 자체의 저점이 더 올라가는 셈이다.



▲ 부적과 인장도 빌드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


전쟁 계획의 의도, '동기의 부여'


엔드 콘텐츠 구조와 편의성 측면은 변경보다는 개선에 가깝다. 기존의 엔드 게임 단계는 한 시간마다 리셋되는 지옥 물결을 대충 훑고, 남는 시간에 필요에 따라 지하도시나 지옥불 군세, 우두머리, 악몽 던전, 나락 등을 도는 거다. 이렇게 아이템과 재료들을 하나씩 파밍하고, 빌드가 갖춰지면 그때부터는 나락을 파먹던가 아니면 다른 캐릭터로 넘어가는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증오의 군주는 이 콘텐츠의 가짓수는 유지하되, 이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시스템인 '전쟁 계획'이 생겼다. 설정 상, 메피스토를 격퇴하고도 남아 있는 잔당들 + 이제 그냥 성역 주민이 되다시피 한 신토불이 악마들과의 전쟁인데, 이건 설정 상이고 실제로는 그냥 엔드 콘텐츠를 묶어두는 일종의 시스템이다.



▲ 늘 하는 고민. 물결? 보스? 나침반? 뭘 하지?

게이머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전쟁 계획의 존재 의의는 '동기 부여'다. 기존의 경우 엔드콘텐츠가 존재했지만, 산발적으로 나뉘어 있어 항상 '뭘 하지?'를 고민 할 수밖에 없었다. 명품화가 필요해서 옵두사이트를 노려야 한다거나, 나락 문양 업그레이드 과정에서는 명확한 목표가 있겠지만, 그런 것 없이 그냥 '지금보다 더 좋은 장비'를 얻어야 할 때는 효율이 다 비슷하다 보니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전쟁 계획은 보너스 보상을 걸어 플레이어가 직접 플레이 경로를 설계할 수 있게 해 주며, 동시에 엔드 콘텐츠 하나하나를 심화할 수 있게 만들어 '특화'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다수의 적들을 상대로 효과적이지만 보스전에 다소 약한 빌드는 지옥불 군세와 지옥 물결에 집중할 수 있게, 반대로 보스전에 강점을 보이는 빌드는 보스전에 집중해도 필요한 재료나 보너스 보상을 수급할 수 있게 말이다.



▲ 그냥 이 순서대로 하라고 딱 정해준다. 추가 보상 주는데 안 할 이유가?

그렇기에, 내심 이 '엔드 콘텐츠'라는 묶음을 바꿔야 하나 싶기도 하다. 증오의 군주에서 진정한 엔드 콘텐츠는 '메아리치는 증오'와 고단 나락 뿐, 그 외 기존에 엔드 콘텐츠로 존재하는 것들은 이제 엔드라기보단 그냥 파밍 콘텐츠다.

이 전쟁 계획만큼이나 중요한 추가 요소가 바로 '호라드림의 함'이다. 2편을 플레이했던 이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시스템이며, 3편에서는 '카나이의 함'으로 이어졌던 이 요상하기 그지없는 상자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아이템을 뜯고 부수며 가공하는 기능을 한다. 이미 존재하는 비술사의 마법 부여와는 달리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더 큰 범위에서 아이템을 변화시키며, 추측컨대 숨겨져 있는 레시피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 100% 숨겨진 레시피가 있을 듯한 호라드림의 함



▲ 아이템 변성은 이전 시즌의 '축성'과 같다. 다른 강화 다 하고 하자

이 밖에도, '증오의 군주'는 여러 면에서 자잘하게, 때로는 크게 변화했다. 12단계까지 만들어졌지만 난이도 곡선이 다듬어져 단순히 더 강해지기보단 조정된 고행 단계, M키를 눌렀을 때 나오는 반투명한 미니맵, 어지럽게 늘어진 재료에서 벗어나 '소굴 우두머리 열쇠'로 통일된 우두머리 열쇠 등, 디아블로4의 서비스 초기부터 지금까지 방향성이 늘 그러하듯, 쓸데없이 복잡한 부분은 간소하게 덜어내 답답함을 줄이고, 동기 부여를 강화해 게이머가 보다 즐겁고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향이다.



▲ 무려 반투명 맵이 생겼다!


지금은 증오의 시대. 다음은 어디인가?


게임적 측면에서, 증오의 군주는 분명 굉장히 도전적인 변화를 보여준 확장팩이다. 앞서 말했듯, 각 클래스의 육성 구조는 너무나 크게 변해, 전설 위상이나 고유 아이템의 활용도를 제외하면 기존의 빌드들과 호환 가능한 부분이 거의 남지 않았다.

잘 풀리면 빌드 고착화를 깰 수 있는 대변혁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미끄러지면 겨우겨우 쌓아둔 질서마저 망가지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1주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살펴보기엔 시간이 부족했던지라 이 변화가 종합적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확신할 수는 없으나, 전체적인 변화의 방향은 분명 빌드 고착화를 깨고, 모든 빌드가 어떻게든 제 몫은 할 수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 변화의 폭이 너무 크다 보니 불안정이 걱정될 정도

이 말은 곧, 블리자드가 바라보는 디아블로4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모든 핵앤슬래시 게임의 빌드는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다들 잘 하는 축구 선수 중에서도 최고는 존재하듯, 뭐가 되었든 최대 효율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비교적' 덜 효율적이지만 충분한 활용성을 갖추고 있다면 이 빌드의 편중은 체감할 만큼 줄어들 수 있다. 4월 말부터 시작될 변화의 초입에서, 이 잠재력이 살아날 지, 혹은 다른 이유로 문제가 될 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디아블로4가 계속 나아가는 방향은 이 쪽이라는 건 확실히 좋은 일이다.

서사적 측면에서 보면 하나의 큰 장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확장팩이 발표되면서 만들어진 에디션 중 디아블로4의 게임 본편을 포함하는 에디션의 이름은 '증오의 시대'다. 디아블로4의 이야기는 메피스토의 딸이자 '증오의 딸'인 릴리트가 성역으로 귀환하면서 시작되고, 성역을 뒤집어 엎기 시작한 릴리트에 대항하기 위해 그 아버지인 메피스토의 도움을 받는다.



▲ 릴리트의 귀환과 함께 시작된 '증오의 시대'

그리고, 다음 확장팩인 '증오의 그릇'에서 본색을 드러낸 메피스토와의 갈등이 시작되고, 증오의 군주에 이르러 메피스토, 그리고 릴리트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는 3부작으로 깔끔하게 마무리가 된다. 본편과 증오의 그릇, 증오의 군주를 모두 포함하는 에디션의 이름이 '증오의 시대'인 이유는, 말 그대로 이 3부작으로 이어지는 서사가 증오의 군주인 메피스토, 그리고 증오의 딸인 릴리트와 엮여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음이 누구의 시대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탈 라샤가 봉인되어 있던 루트 골레인부터 아리앗 산으로 이어지는 바알의 여정을 돌아보는 '파괴의 시대'가 될 지, 혹은 트리스트럼에서 지옥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시대'가 될 지 말이다.



▲ 이 아저씨도 다시 볼 날이 올까?

하지만, 일단 지금 이 시점에. '증오'라는 하나의 대주제로 거대한 이야기를 끝마쳤고, 그 과정에서 또 과감한 도전을 통해 매너리즘을 깨 버린 이 확장팩에는 분명 박수를 주고 싶다. '증오의 그릇'때도 상당한 변화를 확인하고 즐거워했지만, '증오의 군주'는 그 이상으로 새롭고, 그보다 더욱 더 만족스럽다.

2023년을 다시 생각해보면, 초창기의 디아블로4는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내부적으로는 모순이 가득했다. 게이머라면 아마 당시 디아블로4가 들었던 수많은 조롱과, '게임이 아니다'라고 까지 말하던 분위기를 기억할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디아블로4는 조금씩 더 좋아졌고, 나아졌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증오의 군주'에 이르러 디아블로4는 확실히 '좋은 게임'이 되었다.



  • 깔끔하게 마무리된 증오의 서사
  • 정돈된 엔드 콘텐츠
  • 새로워졌으나 어렵지는 않은 빌드 짜기
  • 그래서 이제 뭐함? 늘 하던거.

리뷰 플랫폼: PC (사전 리뷰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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