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ding Echo REVIEW
8.2
Fading Echo · 에메테리아 스튜디오 / 컴투스홀딩스

'페이딩 에코', 근본력 넘치는 인디 액션 어드벤처

'에메테리아(Emeteria)'가 개발한 '페이딩 에코'는 굉장히 조용히 출시되었다. 웬만큼 게임을 파고드는 게이머들도 아마 못 들어봤을 가능성이 큰데, 그냥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애초에 볼륨이 큰 게임도 아닌 인디 게임인 만큼, 사실 모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페이딩 에코'의 가치가 낮다는 뜻은 아니다. 어디서 본 듯 하면서도 독특한, 가벼우면서도 복잡하고 발칙한 이 게임은 구매자들 사이에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서서히 입소문을 늘리고 있다. 81개의 리뷰 중 긍정적이 무려 92%. 이유 없는 칭찬은 없는 법이다.

한 번은 찍먹해 보기 전혀 거리낌이 없다는 뜻이다.




'페이딩 에코'는 기존 게임들이 지닌 여러 전형적 세계관과는 다른, 독특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패러독스'라는 정체 불명의 침식이 퍼져 쇠락해가는 사막 세계 '코렐'에서, 주인공 '원'은 액체 마법을 다루는 '켈레브라 가문'의 후예다. 이 망해가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머니 '레인'과 훈련하던 원은 우연히 발을 디딘 폐허에서 '에테르 소스'와 접촉하게 되고, 몸 전체를 액체로 바꾸는 능력을 얻게 된다. 이후, 이 에테르 소스를 관리하던 인공 지능인 '벨'과 함께 사태를 해결해가는 것이 '페이딩 에코'의 주된 서사 줄기다.



대충 망한 사막 세계 '코렐' ©INVEN

이 과정에서 돋보이는 건 주인공 '원'이 액체 그 자체로 몸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각 액체들이 제각기 다른 효과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페이딩 에코'에는 총 4가지 원소가 존재한다. 순수한 형태의 그냥 물, 용암, 유독 폐기물, 그리고 '패러독스 오염'이다. 그리고, 이 원소들은 각각의 상관 관계를 갖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페이딩 에코'의 적 개체들은 다 제각각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물 속성의 적들은 물 위에서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는다. 다만 용암에 닿으면 지속 피해를 입고, 유독 폐기물에 닿으면 약화되어 공격에 취약해진다. 반대로 용암이나 유독 폐기물 속성의 적들은 물에 닿으면 단단히 얼어붙어 단 세 번의 공격에 파괴된다.



물에 닿으면 석화되는 용암 속성 적 ©INVEN

여기에, 하나의 게임적 시스템이 더해진다. 주인공 '원'은 통상 공격 외에도 강력한 발차기를 날릴 수 있는데, 이 발차기는 피해량이 없는 대신 적을 멀리 밀어 버린다. '페이딩 에코'의 전투는 이 원소의 상관 관계와 발차기가 합쳐지며 만들어진다.

액체로 변한 '원'은 이동할 때마다 바닥에 흔적을 남긴다. 바닥에 깔린 물은 물 속성이 아닌 적들의 경로를 막고, 그들을 얼릴 수 있으며 이렇게 얼어버린 적들은 통상 공격에 매우 쉽게 파괴된다. 적이 내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도 '발차기'가 있다. 용암 웅덩이에 적들을 밀어 넣어 처치하거나, 물 구덩이에 밀어차 얼리는 건 아주 기본적인 응용이며, 아예 맵 밖으로 밀어 버려 낙사를 유발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발차기 낙사는 유효하다 ©INVEN

또한, '원'의 상변화는 단순히 전투에만 활용되지 않는다. 상태 변화 상태의 '원'에게는 몇 가지 법칙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액체 상태의 '원'은 철창 같은 구조물을 쉽게 통과할 수 있으며, 액체 안에 물건을 담아둔 채 이동할 수도 있다. 기본 액체 상태인 '물'상태에서 유독 폐기물에 닿으면 높이 솟구치는 '로켓 점프'를 쓸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유독 폐기물의 폭포를 거슬러 오를 수도 있다. 또한, 용암과 닿으면 변하는 '증기'형태에서는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먼 거리를 활공하듯 날아갈 수도 있다.



용암에 닿으면 증기가 되고, 증기는 중력 영향을 덜 받고... ©INVEN

이 상변화에서 적용되는 법칙은 곧 게임 내에 등장하는 여러 퍼즐들의 해결책이 된다. 인간 형태로는 극복할 수 없는 지형을 상변화로 뚫어내고, 상변화 상태에서 다른 원소와 접촉해 다시 한 번 변형하면서 새로운 경로를 개척해내는게 '페이딩 에코'의 퍼즐 및 탐험을 이루는 요소다.

이처럼, '페이딩 에코'의 법칙은 간단하다. 게이머가 해야 할 일은 이 간단한 법칙을 활용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전투를 진행할 것인지, 그리고 앞길을 가로막는 지형을 극복해 나갈 것이냐는 고민이다.

게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야기에서 잠시 초점을 돌려 다른 부분을 살펴보면, '페이딩 에코'는 상당히 유려한 아트 스타일을 보여준다. 무척 뛰어난 미형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총천연색을 아낌없이 쓰면서도 간결한 그림체로 게임 전반을 구성하고 있으며, 만화적 연출을 더해 플레이에 생동감을 더한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원'과 '벨룸'의 티키타카, 그리고 유머러스한 장면들도 게임의 흥미로운 점이다. '페이딩 에코'는 게임의 전체적인 볼륨 대비 성우진이 굉장히 화려한데, 주인공 '원'의 경우 '발더스 게이트3'의 칼라크 역을 맡은 '사만다 비어트'가, '벨룸'은 '라스트 오브 어스', '마블 스파이더맨'등에 출연했던 유명 성우 '로라 베일리'가 맡았다. 벨룸의 경우 세계를 오갈 때마다 성격이 바뀌면서 연기 톤이 변하는데, 이걸 관찰하는 것도 게임의 재미 중 하나다.



보더랜드인줄... ©INVEN

정리하면, '페이딩 에코'는 AAA급을 지향하는 게임도 아니며, 실제 볼륨도 그보다는 훨씬 못 미치는, 8시간 남짓한 플레이 시간을 지닌 게임이지만, 간단한 법칙을 기반으로 게이머의 창의력을 요구하는 게임 플레이를 지향하는, 전형적인 인디식 문법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물론, 이 '인디 문법'은 최근에 들어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복합적인 이미지를 띄고 있지만, '페이딩 에코'가 지향하는 바는 긍정적인 형태의 인디 문법이다. 간단한 법칙, 창의적 활용,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까지 말이다.



벨룸과의 티키타카도 꽤 흥미롭다 ©INVEN

한 때, 인디 게임의 이미지가 그랬다. 정형화된 기성 게임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참신한 시도와 독특한 로직을 지닌 게임. 가벼우면서도 이전에는 없는 재미를 주는 게임. 인디 게임 시장도 시간이 지나며 마찬가지로 정형화의 과정을 겪었고, 인디보다는 '저예산'이 어울리는 카피캣들이 더 많아진 지금이지만, 여전히 발칙한 상상력과 독특한 컨셉을 내세우는 인디 정신을 지닌 게임들이 있다.

'페이딩 에코'가 그렇다.
  • 독특한 세계관과 다채로운 아트 스타일
  • 상변화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게임 내 변수
  • 부담없는 가격대
  • 조금 더 다양했으면 하는 적 구성
  • 아쉬움이 남는 짧은 플레이 볼륨

리뷰 플랫폼: PC (출시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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