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캐쥬얼보다 재미있는 색다른 가위바위보? 엔피날, 치킨헤드!

인터뷰 | 장인성 기자 | 댓글: 7개 |
Wi-fi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시절이 얼마 전인데, 불과 몇년만에 지하철에서 피처폰을 들고 있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스마트폰이 일상화되고 있다. 일시적인 유행으로 스쳐 지나갈 것인지 도도한 시대의 흐름으로 남게될 것인지는 시간이 판별해 줄테지만, 어쨌거나 최근 IT 업계의 이슈 중 하나가 스마트폰과 어플리케이션 시장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부 개척시대를 이끌었던 '골드 러쉬'처럼 현재 한국의 게임 업계는 그야말로 '앱스 러쉬', SNS와 함께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 확실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시장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역시나 게임이다. 몇년전부터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더니 이제는 업계에서 알만한 회사들까지 너나할것없이 '앱스' 열풍이 불고 있다.


하기사 어플리케이션 최고 매출 순위의 대다수를 게임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 성공 사례까지 거듭되다보니, 돈이 몰리는 곳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를테면 10년전의 한국을 지배했던 '온라인게임 대세론'이 '스마트폰 게임 대세론'으로 부활한 것이다.







[ 최근의 아이패드 최고 매출 순위, 12개중 8개가 게임이다. ]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도전을 이끌어낼만큼 매혹적인 블루 오션이라 해도 성공의 달콤함을 맛보는 곳은 많지 않다. 과거 온라인 게임 열풍이 불던 시절에도 그랬지만, 끝까지 경쟁에서 살아남아 게이머들에게 이름을 알린 개발사는 열손가락에도 못 미치는 수준. 모두가 잘사는 해피 엔딩은 동화속에서만 가능한 것이고, 누구나 꿈을 가질 수는 있지만 정말로 꿈을 현실까지 이루어내는 사람은 적다.


결국 치열한 경쟁속의 실패는 사라지고 화려한 성공 사례만 알려지는 법, 그래서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이른바 '스타트업' 회사들을 만날때면 얼마나 현실적인 준비 자세와 목표를 갖추고 있는지를 살펴보게된다. 화려한 꿈을 쫓아가는 것보다 냉혹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극복하려는 스타트업일수록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니까.







우연히 전화를 받았다. '엔피날' 1~2년 전부터 스마트폰과 관련된 게임 개발사들을 꽤 많이 찾아봤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 게다가 소개받은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게임과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 회사. 그런데 계속 이야기를 들어보니 게임쪽에 처음 진입한 회사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준비 과정이 탄탄하다.


"게임 개발은 성공했을 때의 대가가 크지만, 그만큼 위험합니다. 잘 되었을 때와 안 되었을 때 차이가 엄청나고 개발 기간도 장담할 수 없을만큼 길죠. 꿈이야 클수록 좋다지만 위험 부담이 크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보니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충분한 실력은 물론 스스로 자립할만한 기반이 없다면 프로젝트를 시장에 선보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생기니까요."

"게임업계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직접 일선에서 기획과 일정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엔피날은 크게 두 부서로 나뉘어 있는데요, 엔페이지(www.npage.co.kr)라는 이름 아래에 모바일 및 웹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고, 오늘 소개해드릴 게임들을 개발하는 부서는 따로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지붕 두가족인거죠."



과거 한빛소프트에 재직하면서 기획 및 사업을 담당했었고 게임 개발이 생각만큼 쉽거나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엔피날의 이수호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외주를 통해 일반 어플리케이션을 먼저 개발하기 시작했다. 회사에 부서가 나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인데, 수년간 준비한 꿈을 이루기 위해 치밀한 계획 하에 이루어진 일이었다고.

그리고 회사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며 쌓인 실력과 노하우는 그대로 게임으로 이어졌다. 며칠간의 기획을 거쳐 프로토타입 형태의 게임을 개발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하루 남짓. 그러나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순조롭지는 않았다. 프로토타입이 나온 이후 감수와 수정을 거치면서 디자인만 5번 넘게 갈아치우다보니 게임 다듬기에만 무려 3개월을 소모한 것이다.






[ 엔피날의 이수호 대표(우)와 기획을 담당하는 전수영 대리 ]




"초창기에는 주변에 도움도 많이 청했습니다. 헤헤케케나 소름같은 앱스로 유명한 블리엔의 정진규 대표님이나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이라는 책을 저술하신 김영환 대표님, 토이샷을 개발한 앱노리의 지인 등 창업 및 서비스 단계에서 계속 자문을 구했는데, 정말 감사하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세계의 스마트폰 게임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성공했던 회사가 있겠지만, 지금은 무료 게임들조차 계속 퀄리티가 올라가고 있어요. 앞뒤 살피지 않는 무모한 도전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 '치킨 헤드'의 초기 콘셉을 유지하면서 다듬는 과정만 3개월이 걸렸는데, 만약 처음부터 게임 개발에만 '몰빵'했다면 유지비나 운영, 인맥 등 모든 부분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 개발사라면 으레 한두번쯤 겪는다는 난관, 개발 인원 확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설마 돈주면서 사람 못쓰겠냐는 생각도 있었다는데, 현실은 달랐다. 애플과 삼성의 경쟁으로 소프트웨어가 부각되면서 고급 인력들이 대기업에 흡수되었고, 1인 창업도 가능한 것이 어플리케이션 개발이다보니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일수록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스타트업이 현실과 만나 겪게되는 힘든 과정을 단순한 말이나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각설하고, 그렇게 3개월여의 산고를 거친 엔피날의 첫 게임이 드디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게임 제목은 치킨 헤드(Chicken Head).


한글로 번역하자니 바로 떠오르는 단어, '닭대X리', 흔히 쓰는 속어인데 영어이다보니 의외로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진다. 제목은 일단 쉽다. 그렇다면 엔피날이 야심차게 선보인 첫 게임의 콘셉은?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누구라도 대여섯살 이상만 되면 알 수 있다. 바로 '가위 바위 보'








"스타크래프트같은 경쟁 구도의 게임을 좋아해서 상성을 담고 싶었고, 캐쥬얼한 스마트폰 게임들은 단순해야 하고 뭔가 추가적인 정보의 습득이 필요할 정도로 어려우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롤플레잉이 재미도 있고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장르지만, 저희가 노려야하는 유저층은 온라인쪽의 게이머들과 다르거든요. 휴대성과 게임의 상성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떠올리다보니 결국 가위바위보가 되더군요."


상성으로만 따지면 말그대로 완벽한 세박자의 게임, 가위바위보. 그런데 가위바위보는 스마트폰이 없더라도 가능하다. 인간이라면 대부분 태어나자마자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인터페이스, 양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니까.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굳이 스마트폰이 필요할까?

게다가 가위바위보는 완벽한 상성과 비견되는 단점도 갖고 있다. 규칙이 단순하고 운에 의존하는 결과가 전부이다보니 따로 내기가 걸려 있지 않은 이상 게임이라 칭할만한 긴장감이나 재미를 주지 못한다. 지금까지 헤아릴수 없을 정도의 게임 어플리케이션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위바위보로 유명한 게임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이유가 있다.

조금 미심쩍었다. '가위바위보 게임 만드는데 무슨 3개월이나 걸리지?' 그래서 이런건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


"사전에 시장 조사를 거쳤습니다. iOS와 안드로이드 등 앱스 마켓에서 가위바위보와 연관된 게임들을 60여개 이상 비교 검토해봤는데, 손으로 하는 가위바위보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상성과 운만을 고려한 게임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게임이라면 유저의 의도대로 혹은 실력에 의해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게임의 재미 부분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오히려 치킨 헤드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수호 대표가 가능성을 찾은 것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이었다. '왜 가위바위보는 항상 이겨야 하는 걸까?'









백문이 불여일견, 테스트중인 게임을 요청해 직접 해봤다. 처음에는 그냥 위에서 내려오는 가위 바위 보만 이기면 되니 쉽다고 생각했는데 가위바위보가 내려오는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어찌저찌 승리할 수 있었다. 가위바위보는 말그대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게임이니까.

닭들과의 가위바위보를 이기면서 조금씩 단계를 넘어가다보니 패턴이 추가된다. 흰색은 이기면 되지만, 붉은 색이면 져야 하고, 파란 색이면 비겨야 한다. 말로는 쉬운데 손가락이 따라주지 않는다. 분명히 규칙을 알고 있고 굉장히 단순한 게임이지만 어? 하는 사이에 닭들에게 비웃음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회사 내부나 주변의 지인들 위주로 테스트를 해본 결과도 비슷했다고 한다. 가위바위보라는 이야기에 초반에는 시큰둥하지만 10레벨이 넘어가면 조금씩 실수가 늘어나면서 빠져드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고. 물론 승부에 지면 닭대가리라는 조롱을 받으니 인간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재도전은 필수.

튜토리얼이 필요없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캐쥬얼 게임의 재미 요소를 그렇게 집어넣었다.


"가위바위보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단순하면서도 빠른 판단력과 유연성이 필요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가위바위보가 쉽다고 생각하는데, 패턴과 속도가 끼어들면 생각보다 어렵거든요. 게다가 대부분 절대로 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쉬운 게임이니까 한번 지면 남녀노소 가리지않고 오기로 달려들게 됩니다.(웃음)"

"의외로 교육적인 효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규칙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빠른 판단력과 임기응변을 요구하니까요. 한국 가위바위보 협회에도 자문을 구해서 협회장님과 사무장님을 뵌 적이 있었는데, 가위바위보를 활용한 독특한 게임성에 기대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패턴의 추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현재 개발이 마무리 중이라는 보스전을 구경했는데 왠만한 리듬게임 못지않은 속도감과 긴장감이 넘쳐흐른다. 게임의 규칙 자체는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가위바위보가 맞는데 이렇게 생소한 긴장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게다가 빠른 판단력과 반응, 충분한 실력(?)이 필요하니 첫인상과 달리 진짜 만만한 게임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시나리오 외에 게임 내의 랭킹이나 스코어 모드 등 다양한 모드와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홈페이지 링크 등을 걸어 주변에 알리는 등 경쟁과 커뮤니티의 효과를 갖춘 모드도 준비중. 가위바위보를 베이스로 하면서 캐쥬얼 게임의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갖춰 놓았다.







[ 마치 리듬게임을 연상시키는 치킨 헤드의 보스전 ]




설명을 듣다가 이번에는 가능할 것 같아 한번 더 도전. 물론 결과는 건방진 닭들의 조롱만 추가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아, 이게 마음먹은 대로 안되네.' 라는 탄식과 '내가, 내가 닭대가리라니....'라는 자괴감에 헤메일 무렵, 이수호 대표와 함께 자리했던 전수영 대리가 귀여운 인형을 하나 가져온다.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처음부터 파생상품을 고려했습니다. 동글동글한 알의 외형에 닭의 특징적인 외형을 넣어서 인형 자체로도 충분히 상품 가치가 있을 수 있도록 만들었거든요. 이름부터 외형까지 애정이 많아서, 게임 외적인 분야로도 알리고 싶습니다. 게임이 먼저 뜨고나서 캐릭터를 만들수도 있지만, 반대로 캐릭터가 먼저 유명해져서 게임의 흥행을 도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정말 게임이 잘된다면 꼬X면같은 상품과도 연계해서...(웃음)"


아직 게임도 출시되기 전인데, 벌써 캐릭터 인형으로 샘플이 만들어진 치킨 헤드의 게임 캐릭터 '윙'이라고. 치킨 헤드는 각각 승 무 패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네 종류의 닭 캐릭터 윙, 디로, 루즈, 미즈가 등장한다. 현재 전문 업체를 통해 캐릭터 라이센스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중이고, 차후 마케팅 측면으로도 다양한 접근 방식을 연구하고 있어 조만간 게임이 아닌 캐릭터 상품으로도 볼 수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잠깐 해본 결과 흥행성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수호 대표의 말마따나 최근의 어플리케이션 시장은 품질과 가격의 경쟁력을 함께 갖춘 게임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다. 혹시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처음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데, 첫 게임의 출시를 앞둔 이수호 대표의 생각이 궁금했다.


"새로 시작되는 시장은 대부분 처음 1~2년은 호황이었다가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레드 오션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레드 오션이라는 말이 나올 시기에도 여전히 성장하는 기업은 등장하고 있거든요.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장의 옥석 고르기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2000년 당시 모바일이 치고 올라오던 시기, 옥석 고르기에서 성공했던 컴투스나 게임빌은 이제 확고한 위치가 되었습니다. 경쟁은 치열해지겠지만 꾸준히 성장을 할 것이고 앞으로도 5년 이상은 매력적인 시장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는 춘추전국시대랄까요? 경쟁력과 노하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인터뷰의 마지막, 이수호 대표는 치킨 헤드의 출시가 엔피날의 시작이 될 것이라 말했다.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남아 있고, 심지어 7년이 넘은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해온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 지금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고. 꿈과 실력, 그리고 경험까지 갖춘 스타트업 개발사와의 만남. 문득 회사 이름의 뜻이 궁금해졌다. '엔피날'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선듯 연상되는 단어는 없다. 뭘까?


"원 뜻은 노피날입니다. 제가 가진 꿈만큼 '높이 날'자는 거죠. 여기에 엔터테인먼트를 넣어 엔 + 피날이 되었습니다. 게임 분야에서 멋지게 날아 보자는 뜻이 되겠죠. 처음부터 게이머분들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도 무엇인가 독특한 게임, 주목할만한 게임을 만들어내는 회사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치킨 헤드가 그 시작이 될테니 앞으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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