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이후 이렇게 설계가 훌륭한 게임은 없었다,' Nairrti의 길드워2 리뷰

리뷰 | 김종득 기자 | 댓글: 102개 |



인벤에서는 Nairrti님이 작성한 'WoW 이후 이렇게 설계가 훌륭한 게임은 없었다' 칼럼을 소개해 드립니다. Nairrti님은 현재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며, 다양한 리뷰와 칼럼 등을 기고하고 계십니다.

Nairrti님은 1994년 아마추어 게임을 개발, 1996년 업계에 입문, 1998년 잡지 컬럼을 시작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1996년부터 MUD, MMO, 온라인, 아케이드, 모바일(휴대폰), 임배디드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현재는 사업 기획, 게임 기획, 설계, 컬럼, 강좌, 강의 등 다방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져버린 옛날에 쓰던 블로그에서 'WOW'를 리뷰할 때 내가 "지금까지 나왔던 MMORPG의 집대성"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었다. 'WOW' 이전에 존재했던 게임들의 기능들을 모아서 깔끔하게 정리한 게임이라는 의미로, 실제로 'WOW'는 이후 MMORPG에서 표준처럼 자리를 잡았고 - 특히나 퀘스트, 아이템 구조, UI 등에서는 실제로 표준이 되어 - 많은 게임들이 '와우스럽게(WOW-like)' 출시 되었으며, 지금도 나오고 있다. 이 굴레는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길드워2'는 시야를 좀 더 넓혔다. WOW와 다른 모든 게임들의 요소들을 모아서, 그리고 실패한 디자인들을 취합해서 그것들의 효과를 훨씬 끌어올렸다.

'길드워2'의 사업 모델은 이전과 별로 차이가 없다, '패키지를 구입하면 게임은 공짜가 된다.' 플레이어는 영구적으로 (게임이 망할 때까지) 별도의 월 요금 같은 것이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레나넷(ArenaNet)의 모회사는 엔씨소프트잖은가. 한국의 표준 비즈니스모델(BM)이 되어버린 부분유료 모델을 여기에 붙이지 않을 수가 없던 거다.

그래서 잘 살펴보면, '길드워2'의 BM은 이전 엔씨소프트의 게임들과 매우 닮아있다. 첫째로 엔씨 오스틴에서 옛날에 만들었던 디아블로류 썰자 게임인 '던전러너(Dungeon Runner)'에서는 몹이 간혹가다가 '유료 이용자만 사용할 수 있음'이라고 쓰여있는 상자가 떨어진다. 게임 도중에 이걸 한두 번 만나면 그러려니 하는데 이게 꽤 자주 떨어지고, 기능도 좋은게 꽤 많았더랬다. 어휴, 게다가 이게 '보물 상자'라면 이걸 돈 주고 열쇠 사서 안열고는 못배기게 되는 것이지. '길드워2'에도 같은 상자가 떨어지는데, 유료로 개별 구매해야하는 - 사기엔 뭔가 좀 아쉽고 있으면 좋을듯한 것들인데 - 것들이 상자 하나에 몇 개씩 들어있다. 안 열 수가 없다. 열쇠 하나 150보석, 약 $2. (800보석에 해당하는 $10 단위로만 살 수 있다.)

캐릭터는 각자 취향대로 색을 칠할 수 있는데, 기본 제공되는 물감이 별로 예쁘지는 않다. 덜 빨강에 완전 파랑에 완전 보라에... 취향 참 특이한데, 조금 예쁘게 칠하려면 필드에서 물감을 우연히 줍던가, 아니면 사야된다. 하지만 물감은 랜덤으로 8개씩 들어있고 2개 언커먼과 1개 레어가 포함되어 있단다. 나처럼 캐릭터 칠하고 꾸미고 좋아하는 플레이어는 지를 수 밖에 없고, 8개 들이 물감 한 셋트는 200보석.

게임의 월드가 전작처럼 상당히 넓다. 플레이어는 '언제 여길 다 돌아다니나'싶은데 맵을 하나 열 때마다 짭짤한 경험치를 준다. 이게 'WOW'처럼 레벨이 올라가면 '뭐 이 경험치 주는거냐 마는거냐' 싶은 수준이 아니라 정말 짭짤하게 준다. 맵만 열고 다녀도 레벨업에 꽤 도움이 되는데, 맵을 다 열면 업적이 생긴다거나 하는 것들이 거의 WOW 뺨치게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전 MMORPG들이 가장 고심하던 문제 중의 하나 - 레벨이 올라가면 이전 레벨의 지역들은 다 죽어버린다 - 를 옛날 영웅들의 도시(City of Heroes)에 있던 사이드킥(sidekick)이라는 기능을 빌려와 되살렸다. 원래 이 기능은 고렙 플레이어가 저렙 플레이어랑 같이 놀라고 레벨을 일부러 떨궈서 플레이하는 것이었는데, '길드워2'에서는 플레이어가 20레벨이라도 5레벨 지역을 가면 5레벨이 되고, 5레벨로써 퀘스트를 할 수 있게 되는데, 5레벨이 얻는 경험치를 받지만 20레벨과 같은 %가 올라가서 21레벨이 된다. 플레이어는 자기보다 레벨이 낮은 어디를 가도 그 지역의 퀘스트를 할 수 있고 (해당 지역 레벨의 최대에 맞춰지기 때문에) 꽤 '우버(uber)'하게 게임을 쉽게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 덕분에 죽는 지역이 없다. 오오, 명쾌.

일반적인 MMORPG처럼 제작(crafting)도 있는데 채집은 누구나 아무 기술 투자 없이 도구만 있으면 할 수 있다. 가장 핵심인 부분이라면 이 채집이 개인화되어 있다는 것. 재료 채집에 눈에 불을 켜고 경쟁하는게 아니라 그냥 각자의 쿨타임으로 재료가 필드에 생성되고, 여러 명이 같은 곳에서 각자 채집을 해간다.

사실 이런 식으로 게임 전체에 개인화와 비경쟁이 깔려 있는데, 이건 이후 이야기할 '서버 전체가 동료'라는 개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채집을 하고, 두 개의 제작 기술을 배워서 생산을 하면 경험치가 올라가는데 필드에서 몹을 잡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경험치를 준다. 생산을 해서 획득하는 경험치 X는 제작 기술 레벨에 +X가 되고 캐릭터 레벨에도 +X가 된다.

뉴스의 '제작으로 최초 만렙 달았다'는 꽁수가 이래서 가능했던 것. 재료만 충분하다면야 제작만 가지고도 만렙이 될 수 있다. 아직 경매장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돈만 넉넉하다면 (뒤에 이야기 하겠지만, 이 돈도 살 수 있다) 재료를 왕창 사모아서 필드 안뛰고 레벨을 올리는 것도 별 문제 없다.





돈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레나넷은 (내가 항상 '개발사가 현금거래를 직접 중개해야 한다'했던 것처럼) 직접 골드를 판매한다. 일반적인 경우처럼 현금으로 보석(gem)을 사고, 보석으로 골드를 사는 방식이다. 현재 아레나넷의 공식 환율은 100보석에 27실버이고 변동환율로 되어 있는데다가 실버로 보석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부분은 여러가지 할 말이 있지만 일단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자.) 따라서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돈을 왕창왕창 퍼 쓴다고 하면 달러를 막 쏟아 부어야 하는데... 정말 그렇게 쓰게 된다.

그 돈을 어디서 쓰는가 하면, 전쟁에서 쓴다. 공성을 하는데는 몸으로 숫자로 밀어 붙이는 것도 물론 가능하지만, 한 사람이 칼질 마법질 한 방으로 성문에 가하는 데미지는 100이 안되는데, 충차(battering ram)로 한 번 때리면 8000씩 닳는다. 안쓸 수가 있나. 한두 시간은 때려야 부숴지는 문이 5분이면 부숴지는데. 성벽에 방어 병력이라도 있으면 투석기(trebuchet)라던가 대포(cannon)가 필요해지는데, 이것들이 필수품인 충차야 6실버니 별로 안비싸지만, 투석기 쯤 되면 이제 1골드가 넘어간다. 성문이 아니라 '성벽(놀랍게도, 진짜 성벽이 부숴진다, 그런데 워해머 온라인에서도 성벽이 부숴졌던가? 기억이 잘 안나네.)'이라도 부수고 들어가려면 몇 대씩 필요하게 되고, 수성 쪽에서 기습을 나와 발석차를 부수기라도 하면 1골드가 으헝헝. 아마도 길드 단위로 자금을 빼 쓰겠지만 결국 돈은 돈이다.

이 전쟁은 실제로 카멜롯의 암흑기(Dark Ages of Camelot)나 워해머 온라인(Warhammer Online)의 확장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DAoC의 적통이 워해머보다는 길드워2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충실하게 되어 있다.





이 WvW(World VS. World)의 가장 재미있는 점은, 왕국(Realm)이 아니라 세계(World)라는 거다. 즉 하나의 서버가 셋으로 갈려 아웅다웅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 개의 서버가 아웅다웅하는 시스템으로, 2주마다 상대 진영이 다른 서버로 바뀌게 되어있다. (아마 나중에는 상위 서버들로 리그전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그래서 서버 이름이 사람 이름이나 알 수 없는 뭐시깽이들이 아니라 지역 이름이고, 상대 진영 서버 플레이어는 '스톰블러프 (서버의) 침략자' '잔시르 섬 (서버의) 수비대' 같은 식으로 표현된다는 것도 재미있다.

게다가 전장의 밸런스는, 내가 늘 말하듯 3진영으로 되어 있다. 워해머 온라인처럼 두 진영으로 만드는 삽질은 하지 않았다. 진영간의 현재 점령 상황이 그래프로 나오고, 각 진영의 국경 지역 + 공통 국경지역, 해서 4개의 존으로 되어 있고 각각 인구를 따로 먹는다. 세 지역이 꽉참(full)이라도 한 지역은 살아있을 수 있고, 전체가 꽉참이면 대기열을 받아 필드에서 할 일 하다가 들어갈 수 있다. 또한 전장 지역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라던가 하는 것도... 있겠...지?

물론 길드워의 원래 컨셉이던 투기장(arena)도 있다. 다만 투기장에 참가 하려면 티켓을 써야 하는듯 한데 이게 보석으로만 판다는게 함정, 이건 투기장에서만 놀지 말고 전쟁을 하라는 뜻인가보다. 하긴 소수의 투게보다는 같이 노는 전게 쪽을 유도하고, 진심 명예욕이 있다면 돈 질러가면서 투게를 하란 소리겠다. 게다가 WOW가 만든 아라시 같은 소규모 깃발 뺏기 전장도 있어서 소위 말하는 '엔드 컨텐츠'는 '다 있다'고 보면 된다.

또 재미있는 것이라면, 게임에 힐러가 없다는 거다. 플레이어가 어디서든 죽으면 약 20초 정도의 시간 동안 기절 HP가 천천히 감소하는데, 이게 콜오브듀티(Call of Duty)에 있는 마지막 발악(last stand) 같은 것이라 공격 등의 행동들이 가능하다. 그 동안 몹을 죽이면 즉시 부활이 가능하고, 아니면 다른 플레이어가 옆에서 힐을 해주면 기절 HP가 빠르게 회복되어 부활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게 다 되어서 정말 죽었더라도 아무나 와서 같은 방식으로 부활이 가능한데, 이 부활시켜주는 경험치가 몹 잡는 경험치보다 많다. 전장에서 죽은 사람만 살리고 다녀도 레벨업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고, 덕분에 전장에서 한 동료가 쓰러지면 서너 명이 달려와서 서로 부활시켜주려고 (손만 얹어도 같이 경험치를 먹는다) 기를 쓴다. 또 다른 전략적인 상황이 탄생하는 거다.

그런데 이게 파티플레이에서는 어떻게될지 아직 쪼렙(25)이라서 모르겠다. 필드레이드 (맵 곳곳에 거대 보스가 출현한다) 상황에서는 워낙 강해서 죽고 살리고 죽고 살리고 하는 방식이지만 인던에서 난이도는 또 다른 부분이라 좀 더 플레이해보고 파악해야할듯 하다.

여기까지 일단 '길드워2'의 맛보기라고 정리를 하자. 컨텐츠의 양이나 질에서 지금까지 나온 MMORPG들이 건드렸던 것들은 거의 다 있고 - 하우징(housing)은 없는듯한데 - 그것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는데다가 개별적으로도 완성도가 매우 높을 뿐 아니라 종합적으로도 완성도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WOW가 기존 컨텐츠들을 단순히 집대성해서 다듬었(polishing)다면, 길드워2는 단계를 끌어 올렸다고 볼 수 있겠다.

MMORPG를 개발하고 있다면 필수, MMORPG를 좋아한다면 더 필수, 템포를 잃지 않고 레이드 컨텐츠만 꾸준히 공급한다면 WOW 만큼은 아니겠지만 - 앞으로 나올 어떤 게임도 WOW처럼 장수할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 장수할 게임이라고 보인다. WOW 이후로 이렇게 설계가 훌륭한 게임은 없었다.

2부로 쓰던가 아니면 요소를 분리해서 추가로 더 써봐야겠다. 엔씨가 큰 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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