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짝퉁게임 퇴치한 구태언 변호사, "표절 게임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게임뉴스 | 박태학 기자 | 댓글: 10개 |


[ ▲ 구태언 변호사 ]
최근 모바일 게임 플랫폼을 중심으로 표절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추세다. 게임의 외형 뿐 아니라 전반적인 시스템까지 유사한 작품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이에 해당 게임 개발진은 '참고일 뿐, 표절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그 결과 플레이 방식과 UI가 지나치게 닮아 유저로 하여금 익숙함보다는 의심을 주는 작품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은 짧은 개발기간과 저비용이라는 특수가 시너지를 일으키며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는 모습.

하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다. 표절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과 같이 그 게임들이 과연 법적 표절로 인정되는지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쉽게 알 수 없는게 현실. 결국 게임 개발자의 양심 문제로 남게 된다.

금일(17일) 한국게임산업협회에는 IT 분야 지적재산권 관련법 전문가인 구태언 변호사가 방문해 관련지식 공유에 나섰다.

그는 2006년부터 지난 해까지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에는 제 11회 정보보호대상 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아이러브커피'의 카피 게임인 '커피러버'를 중국 앱스토어에서 몰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전에는 대한민국 9대 정보침해 사건을 담당한 경력의 소유자다.





■ 표절 판결받는 게임이 잘 등장하지 않는 이유?

구 변호사는 예시로 음악을 꼽았다. 음악은 최소 한 소절 이상 구현되어야 음악성을 판가름할 수 있으며, 표절 관련 여부를 논하기 위해서는 두 소절이 필요하다. 두 소절은 마디로 치면 여덟마디다. 그림 역시 마찬가지. 유명 화가의 작품이 아닌 이상 밑그림 수준이라면 표절 성립이 어렵다. 가장 정확하게 따져보기 위해서는 일단 음악이든 작품이든 완성된 작품을 놓고 비교해야 한다.

저작권법 제 1조에는 ▲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문화적 창작물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상 및 감정을 표현한 문화적 창작물의 범주를 정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 때문에 1. 합체의 원칙, 2. 필수장면의 원칙, 3. 사실상의 표준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야만 법원의 저작권 보호대상에 해당된다고 구 변호사는 전했다.

우선 '합체의 원칙'은 표현이 아이디어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을 때 적용된다. 구 변호사는 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아이폰의 드래그 잠금해제 방식을 꼽았다. 해당 기술의 원천은 드래그 인터페이스를 기반하는 아이디어에 있다. 아이디어는 별도의 보호제도가 있고 이는 저작권법과는 별개다. 그 때문에 표현 자체가 아이디어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을 시에는 창작성을 갖췄다 하더라도 저작권은 보호받을 수 없다.

'필수장면의 원칙'은 말 그대로 해당 장면이 특정 아이디어를 나타내는 데 표준이 될 경우를 의미한다. 상자를 열었는데 상자 내부가 보여지는 것 자체에 저작권을 걸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상자 내부 디자인과 같은 표현 요소에는 저작권 관련법이 성립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사실상의 표준'은 특정 표현 대상이 사실상 표준이 됐을 때를 대비한 기준이다. 특정 대상이 대중화된 표현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어 법적으로 보호하게 된다면, 제 3자가 해당 표현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데 제한을 둘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

"현재 시장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게임은 위에서 언급한 세 기준을 제외하고 보면 실질적으로 문화적 창작물이라 부를 법한 게 거의 남지 않습니다. 최초가 아니기 때문이죠. 최근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에서 '테트리스'를 모방한 클론 게임 '미노'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는데, 이는 블록이 떨어지는 판의 크기나 다음에 떨어질 블록의 표시 등도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는 독창적 표현 공식이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즉, 이전에 테트리스 같은 게임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테트리스와 유사한 게임조차도 없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골자다. 현재 등장하는 작품들은 훨씬 복합적인 구조를 띄기에 이러한 판결을 받기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구 변호사는 전했다.

'비주얼드' 역시 비슷한 경우다. 이 게임의 핵심 룰인 '같은 오브젝트 3개를 연달아 이으면 파괴된다'는 것에는 저작권이 없다. 현재 '비주얼드'의 대표적인 저작권은 해당 오브젝트 보석의 디자인. 바로 이 때문에 유사한 룰을 적용한 게임들이 디자인만 변경한 뒤 시장에 출시될 수 있었다.

구 변호사는 저작권과 관련한 현재 법이 '이런 것이 표현이니 보호하겠다'와 같은 화이트리스트가 아니라 '이런 경우를 제외하겠다'는 블랙리스트 방식임을 강조했다.



▲ 비주얼드의 대표적인 저작권은 보석 디자인이지 게임 방식이 아니다






■ 프로그램상 표절 기준

2000년대 초반 판례를 보면, 게임은 저작물 관련법에 해당되지 않았다. 문화적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게임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해당 법을 진행하는 관계자들 역시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 때문에 소설이나 음악과 같은 지위를 게임에 부여해야 되는지에 상당히 회의적이었다는 게 구 변호사의 말이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 자체도 높아졌을 뿐더러, 게임을 실제 즐기는 법 관련 전문가들도 다수다. 아울러 '리니지'와 같이 높은 누적수익을 내는 작품도 속속 등장했기에 더이상 게임관련 저작권 비적용을 미룰 수 없었던 것. 그렇다면 현재 게임의 프로그램상 표절 기준은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구 변호사는 프로그램의 유사성 판단은 소스코드의 유사성이 주된 쟁점이라고 답했다. 즉, 문제되는 프로그램 간의 소스코드를 비교 분석해 판단한다는 것. 프로그램의 적용분야나 수행결과가 같더라도 구조의 차이가 보인다면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현 법원의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부분의 표절 여부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비교 분석하는 수준의 방식을 통해 구조가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현재 법원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 상반기 이슈로 떠오른 모바일 게임 표절 논란

해외 게임,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게임과 유사한 작품이 모바일 마켓에 등장하고 있는 것은 구태언 변호사도 알고 있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만큼 표절 기준이 단순한 게 아니다. 게임의 표현 방식은 다각도에서 해석 가능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고스톱과 포커 같은 게임은 저작권이 없다. 이미 대중화되어 있기에 '사실상 표준' 기준에 따라 사유화가 불가능하다. 구 변호사는 표절 이야기에 거론되는 작품들을 향해 원제작자가 소송을 걸지 않는 이유도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원고가 소송을 걸었을 경우 피고가 대응하지 않는다면 현 기준법 상 저작권이 인정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게임들은 분해해서 보면 '원조'라고 언급할 만한 것이 극소수다.

그는 유사한 경우의 자동차 게임을 예로 들었다. 외형은 닮았지만, 알고리즘을 하나씩 분해하면, 결국 이전에 한 번쯤은 구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차가 앞 차를 앞지르는 것, 앞 차를 파괴하는 아이디어가 최초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는 게 핵심이다. 결국, 재판으로 넘어가면 이러한 룰보다는 게임의 시청각적 요소를 두고 따지게 된다.

하지만 유사작품일지라도 코드소스가 다르기에 이펙트나 아이템 외형까지 닮은 경우는 드물다. 바로 이 때문에 맞대응할 수 있는 것이라고 구 변호사는 언급했다. 뽀로로 제작자가 펭귄의 캐릭터 디자인 권한을 모두 쥘 수 없는 것과 같은 의미다.

"1심부터 오래 걸리는게 보통입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그리고 민사소송이 아무리 빨리 끝난다 하더라도 대법원까지 간다면 2~3년에서 5년은 잡아야 됩니다"

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소송 기간에 비해 근래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들의 수명은 매우 짧다. 즉, 수익을 내는 시간이 매우 촉박하기에 소송을 던져 승소한다고 해도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 손익을 따졌을 때, 소송 비용을 차기작 개발비로 돌리는 게 더 이득인 경우가 많다는 것.

물론, 임시방편으로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처분에서 표절 판정을 받은 작품은 즉시 서비스를 중지해야 한다. 하지만, 가처분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최종 판결에서 패소하게 되면 돌려받은 이익 이상의 손해가 날 가능성이 매우 큰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원고와 피고 입장이 뒤바뀌어 역으로 청구를 가능하다는 점이 법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는 자신이 문제 해결에 참여한 '아이러브커피'와 '중국 카피게임 '커피러버'를 예로 들었다. 커피러버는 '아이러브커피'에서 사용한 대부분의 리소스를 복사해 제작했기에 세세한 디자인까지 유사했다. 물론, 소스코드가 유출되지는 않았다. 새롭게 제작한 것이지만 프로그래밍이 같았기에 표절로 인정된 것이라고. 저작권은 표현을 보호하지만, 기술은 특허 관련 분야이기에 더 구체적인 권리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중국은 판권이에요. 판권이 저작권인거죠. 우리나라의 저작권 위원회와 비슷한 일을 처리하는 곳으로 중국에 '판권보호중심'이라는 부서가 있습니다"

카피의 본고장이라고 불리우는 중국이지만 최근 이러한 양상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고 구 변호사는 이야기했다. 자국 뿐 아니라 외국인의 저작권도 보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하지만 아직은 무작정 접근하기보다는 잘 요약된 권리와 주장을 제출하는 게 올바른 선택임을 강조했다. '아이러브커피'의 저작권을 논할 때도 이와 같이 세세하게 정리된 서면을 만든 뒤 중국 로펌에 전달했다고. 중국 로펌은 해당 안건을 접수해 번역한 뒤 판권보호중심에 제출하는 것으로 절차는 마무리된다.



▲ '아이러브커피'의 핵심 리소스를 도용해 제작한 중국의 '커피러버'





■ 저작권자가 재판에서 승소했을 경우

표절의 범위는 부분적 표절부터 시작해 전체 표절까지 광범위하다. 때문에 법원은 세 가지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제시하고 있다.

첫번째는 표절 작품이 얻은 이익을 손해 배상으로 그대로 제출하는 것이다. 가령 표절 게임의 개발자가 10억 원의 수익을 냈을 경우, 해당 금액은 모두 손해 배상액에 포함된다.

또, 저작권자가 해당 라이센스를 이용해 통상적으로 얻는 이익도 청구 가능하다. 이는 카피작을 개발한 사람이 실질적으로 번 돈이 없더라도 손해 배상의 권리가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저작권자는 해당 게임 라이센스를 이용해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마지막 세번째는 실제 손해량 배상이다. 카피작으로 인해 약 3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을 증명할 경우, 카피작 개발자에게는 저작권자에게 300억 원을 배상할 의무가 주어진다.




■ 저작권이 침해됐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구 변호사는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리니지'처럼 10년에 걸쳐 몇 조를 버는 게임이 다시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봐요. 요즘 게임들은 호흡이 짧기에 일단 시기를 잘 봐야 합니다. 승소하는 게 다음 작품 런칭 준비하는 것보다 이익이라고 느껴진다면, 최대한 빠르고 꼼꼼하게 준비해야 하죠"

앞서 전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매우 많은 금액을 투자해 개발했지만, 법으로 따져봤을 때, 권리로 인정받는 것은 소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승소 가능성을 한시라도 빨리 판단하고 소송 준비를 하는 게 저작권자로서 행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강조했다.

"요즘 세대 게임들은 기존의 아이디어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게 대부분입니다. 어떤 게 창작으로 인정받을만 한 요소인지, 그걸 정말 잘 주장해야죠. 그냥 막 주장했다가 상대가 '그럼 당신 게임은 예전에 나온 저 작품의 시스템과 비슷한데요'라고 반격하면 이기기 힘들어요. 허무맹랑한 자기 주장으로 끝나버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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