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많은 외국 도타2 선수를 알리고 싶어", 슈퍼 매치의 그녀 임소정

인터뷰 | 박상진 기자 | 댓글: 34개 |
도타2 외국팀과 한국팀이 대결을 펼치는 도타2 인비테이셔널 슈퍼 매치. 10월 28일 부터 11월 21일까지 총 4주간 벌어지는 슈퍼 매치에는 매주 두 외국팀이 한국을 찾아 경기를 펼칩니다.

다른 종목보다 외국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도타2 이기에 외국 선수들에 관한 국내 도타2 팬들의 관심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만큼 도타2 팬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하기에 슈퍼 매치 방송 막바지에는 외국팀 선수들을 불러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외국 선수들이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에 이들의 이야기를 한글로 바꿔 팬들에게 전해줄 역할이 필요합니다. 바로 '통역'이죠. 단순히 외국어를 통역하는 것이 아닌 '게임'이라는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기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e스포츠 리그 통역이라면 리그와 선수들에 대한 지식까지 겸비해야 하니 게임에 대한 보통 이상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죠.

이에 인벤에서는 슈퍼 매치 인터뷰에서 능숙한 영어 실력과 함께 선수와 게임에 대한 지식으로 외국 선수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임소정 씨를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기에 행복하다는 그녀, 과연 어떻게 e스포츠 리그 통역을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Q. 인터뷰에 앞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타2 인비테이셔널 슈퍼 매치 인터뷰와 통역을 맡고 있는 임소정이라고 합니다.







Q. 이번 도타2 인비테이셔널 슈퍼 매치에서 인터뷰와 통역을 받고 계시는데, 이전에 방송 경험이 있으셨나요?

초등학교 시절, 작은 방송국에서 어린이 영어 리포터를 했었던 경험 외에는 이번 방송이 처음이에요.


Q. 방송이 처음이신데, 카메라 앞에서 굉장히 침착하고 자연스러웠습니다. 따로 방송을 대비해서 연습한 게 있나요?

지금 도타2 인비테이셔널 슈퍼 매치 해설을 맡고 있는 오성균 해설이 방송 전에 제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많은 피드백을 주었고, 그래서 방송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Q. 그렇다면 방송 이전 게임에 관련된 다른 일을 했던 적이 있나요?

네. CJ 엔투스 사무국에서 온라인 미디어 담당을 하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영어로 관리했어요.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과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에게 영어 강의도 진행했고요. 그리고 영어에 관련된 대외 업무에도 참여했었습니다.


Q. 방송 이전에도 게임 관련 업무를 담당하셨군요. 그렇다면 도타2 인비테이셔널 슈퍼 매치 방송 제의는 어떻게 받게 되셨나요?

밝히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제의를 받은 게 아니라 이런 방송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게 딱 맞는 자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찌어찌 수소문해서 담당 PD님에게 연락해서 제 의사를 밝혔더니 한 번 와서 면접을 보라고 하신 거에요. 그래서 전공 수업도 빼먹고 한달음에 면접을 보러 갔죠.

'방송 쪽으로 일해본 적 있느냐, 도타2를 해본 적 있느냐?'와 같은 평범한 질문을 하시다가 담당 PD님이 '잘할 수 있겠냐'라는 질문을 듣고는 얼떨결에 '네!'라고 큰 소리로 대답했죠. 그게 마음 드셨나 봐요. 그리고는 곧 연락을 주시겠다고 하시길래 떨어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음날 연락이 와서 같이 일하자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말 기뻤죠.


Q. 처음 카메라 앞에 섰을때 어떤 기분이 들던가요?

머릿속이 하얘졌어요(웃음). 손도 덜덜 떨려서 큐 카드에 손을 대고 있어서야 하는 정도였죠.

경기가 끝나자 담당 스탭분이 갑자기 절 부르시고는 인터뷰 자리에 앉으라고 했을때부터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어요. 어느정도 준비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카메라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인터뷰가 시작된 거에요. 그래서 첫 방송때는 긴장한 나머지 말이 조금 빨리 나오기도 했고, 발음도 이상했어요. 심지어 똑같은 말도 두 번이나 하는 실수를 한 나머지 커뮤니티에서 지적도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방송이 끝난 후 집에 가서 다시 방송을 보는데 정말 못했더라구요(웃음). 자다가 이불을 걷어찬다는 말이 어떤 심정인지 알게 되었어요.


Q. 두 번째 방송 때는 많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는데, 첫 방송이 끝난 후 어떻게 따로 연습을 하셨나요?

1회차 방송을 보면서 너무 말을 빠르게 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지 생각하다가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면서 연습하고, 그 모습을 핸드폰으로 녹음하거나 녹화해서 보고 다시 봐요. 그러면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 알게 되니까 조금씩 나아지더라고요.

여유를 찾게 되니까 주변 상황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프나틱 팀의 주장인 'Fly' 선수 아버지가 무술 창시자인데, 이걸 경기 중간에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꼭 물어보고 싶었고, 경기 후 쉬는 시간에 'Fly' 선수에게 다가가 '직접 시범하는 것을 한 번 보고 싶다' 라는 이야기를 하니 자기가 2승을 하면 꼭 보여준다고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프나틱이 2승을 거둔 거죠.

원래대로라면, 'Fly' 선수의 기술을 'H4nni' 선수에게 사용하려고 했는데 그 선수가 아직 부스에서 장비를 챙기고 있어서 불러오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했죠. 잘못하면 그 광경을 못 볼거 같아서 아쉬움이 드는 순간 눈앞에 오성균 해설이 보였어요. 그래서 오성균 해설에게 해보라고 해서 그런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었어요.

근데 통역을 하는 과정에서 'Go easy'를 '쉽게'라고 직역해버린 거에요. 원래 '살살'이라는 의미인데 다른 의미로 전달했고, 저 스스로도 아쉬워하면서 집에서 커뮤니티를 확인해보니 지적해주신 분이 있더라고요. 그 글을 보니 부끄러웠고 앞으로 더 철저히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Q. 그렇다면 도타2 실력은 어느 정도 되나요?

도타2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어요. 잘하기보다는 꾸준히 하는 편이고, 게임에 대해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요즘 자주 하는 영웅은 '리치'에요. 우리 편 크립을 디나이하며 마나를 채우는 기술이 있어서 마나 관리하기 편하더라고요.

한번은 박태민 해설과 같은 레인에 섰는데 시도때도없이 우리편 크립을 디나이하다 보니까 박태민 해설이 답답해하는 거 같았죠. 별 말은 안하고 그냥 채팅창에 '...' 이라는 말만 남기더라고요. 처음에는 왜 그런가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같은 레인에 서도 답답한 상황이었을 거에요.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도타2는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Q. 본인이 느끼기에 도타2의 재미는 어떤 부분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도타2를 하기 전에 스타크래프트2와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해 봤는데, 도타2는 다른 게임에 비해 변수가 많다고 느껴져요. 그래서 제가 쉽게 당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상대를 쉽게 제압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불리한 상황이라도 끝까지 하다 보면 경기를 역전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재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짐꾼 시스템도 독특해요. 아직 손에 익지는 않았는데 잘 사용하면 재미있었거든요. 가끔 짐꾼을 부르고는 본진으로 보내지 않아서 죽이고는 하지만 효율적으로 게임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웃음).

그리고 영웅들의 대사가 참 독특하고 재치 넘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나운서들이 하는 말도 귀에 착착 감겨요. 특히 우리 편이 잘해서 천하무적이라는 대서가 나오면 그리 기분이 좋은데, 반대로 상대편에서 나온다면 정말 암울하더라고요. 게임 내부에서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더빙하기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도타2는 이런 부분에서 제 기대 이상의 게임이에요.


Q. 일반 통역도 해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게임 방송 통역과 일반 통역은 어떤 부분에서 다를까요?

일반 통역은 다방면에 대한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게임 방송 통역은 '게임'이라는 특정한 부분에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단어라도 일반적인 상황과 게임 내에서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도타2를 많이 해보고, 외국 리그도 챙겨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킬이 나오는 부분을 게임에서 '의문사'라고 하는데, 게임 내에서는 'Road Kill'이라고 하죠. 게임에 관심이 없다면 '의문사'나 'Road Kill'가 연관된 줄도 모르고 전혀 엉뚱한 내용으로 상대에게 전달하게 될테니 외국 방송을 보며 이런 부분에서 실수가 없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임소정님과 같이 e스포츠 리그에서 통역 담당을 꿈꾸고 있는 독자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한 번은 F1 현장 통역을 진한 적이 있는데, 그쪽에서 일하는 분들이 너무 멋있게 보였어요. 그래서 지나가던 엔지니어를 붙잡고 '이런 분야에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어봤죠. 그 분이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그 꿈이 이루어져 있을 거다'라고 하더군요.

게임 방송 통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지금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게임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다 보면 기회가 한 번은 오는 거 같아요. 그리고 그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도전할 수도 있어야 하고요. 지금에서야 느끼는 건데 담당 PD님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었을 때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해가 안 돼요(웃음).


Q. 이번 도타2 인비테이셔널 슈퍼 매치를 마친 후 다음 목표가 있나요?

처음에는 통역만 전문으로 했는데, 다음에도 도타2 관련 대회가 있다면 인터뷰 코너 자체를 맡은 리포터 역할도 같이 해보고 싶어요. 아직 방송에 덜 적응되어 부족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는 있지만, 외국 대회처럼 직접 선수들을 소개하고, 그 관중들과 선수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선수들의 특징을 잘 이해해서 재미있는 인터뷰를 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그리고 도타2는 외국에서도 리그가 활발하기에 한국 도타2 팬들에게 외국 선수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어주신 독자분들, 그리고 도타2 인비테이셔널 슈퍼 매치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직 방송 초보라 어색하고 실수도 많이 하는데 앞으로는 조금씩이라도 고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도타2는 아직 시작단계이니 슈퍼 매치를 계기로 많은 e스포츠 시청자 분들과 게임을 즐기는 분들에게 도타2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고요.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면 커뮤니티나 제 트위터(@esports_sojung)를 통해 많은 지적과 의견 남겨주시면 고쳐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도타2와 슈퍼 매치를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지스타 현장에서 벌어질 슈퍼 매치 현장에도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