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미래? 카라잔 정규공대 디자인

Lust 기자 | 댓글: 49개 |




"10인 레이드던전 '카라잔' 정규 공격대 디자인"


글쓴이: 세나리우스 호드, 파이어



확장팩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레이드 인스턴스 던전인 카라잔.

네임드가 두 자릿수이기 때문에 아직은 하루 클리어가 조금 어렵습니다. 게다가 적절한 난이도까지 있어, 오리지날 막바지의 줄구룹이나 폐허처럼 막공으로 슬슬 가도 다 잡고 나오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카라잔 정규 공격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죠.
이 글에서는 카라잔의 성격을 재조명하고, 그에 맞춘 카라잔 레이드팀을 디자인해 보고자 합니다.





▲ 10인 공격대던전 카라잔의 입장 화면




카라잔은 어떤 곳인가?


첫째, 카라잔은 거쳐가는 인던입니다.




카라잔은 많은 네임드 숫자에 비해서,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은 대단치 않습니다.

물론 무기류는 확실히 괜찮습니다만, 방어구쪽을 본다면 전사와 성기사를 제외하고는 카라잔템 파밍은 없어도 됩니다. 전문기술 제작템이나 5인 인스 영웅모드 드랍템과 비교해 봤을 때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합니다.


여기에서 충분한 장비를 맞춰도 좋지만, 과감히 필수 퀘스트만 해결하고
상위 인던으로 가기 위해 거쳐가는 관문으로만 여겨도 무관합니다.




둘째, 카라잔은 학교입니다.




두어 번 공략에 실패하면 구간별로 일반몹들이 죄다 리스폰됩니다.

특히 수호자의 도서관 - 아란의 망령까지 가는 길 - 코스는 많은 공격대들의 한숨으로 채워진 공간입니다. 일반몹 리스폰은 공략 속도를 제어하고자 하는 눈보라사의 의도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각도로 보자면 이렇습니다.


"이 정도는 원킬, 혹 실수가 있어도 최소한 두세 번만에는
잡을 실력이 되야 다음 코스로 갈 자격이 있다."


네임드별로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1) 모로스는 5분짜리 목조르기 디버프로 힐러들의 실력과 장비를 검증해내고,

2) 아란은 순서가 없는 랜덤한 스킬 사용으로 실시간 대처를 볼 뿐 아니라 화염고리를 써서 바닥에 깔린 불을 보면 습관적으로 피하는 게이머들의 관성법칙을 깨줍니다.

3) 일후프에서는 힐러들의 유효힐량 조절로 어그로 인계라는 개념을 배울 수 있고,

4) 황천의 원령에서는 오리지날 4인 기사단을 접해보지 못한 게이머들에게 공허의 지대 회피(블라미우스)와 조별 로테이션을 가르쳐 줍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카라잔은 확장팩 레이드를 준비할 실력과 (약간의) 장비를 준비하는 학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카라잔의 조별 로테이션을 테스트하는 보스몬스터 황천의 원령



셋째, 카라잔은 10인 인던입니다.




확장팩의 주요 공격대 인스는 25인인데 반해서, 카라잔만 유독 10인입니다.

카라잔 정규 공격대를 출범하고자 하는 예비 공격대장들의 고민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도 이것입니다.




카라잔 레이드팀의 디자인


1. 새로운 레이드 팀이 생겨나는 시기,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누군가 카라잔 정규 공격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어느 레이드팀이든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공격대의 성격과 비전입니다.

이 공격대가 뭐하는 팀이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Misson Statement"(사명서:使命書)가 선행되어야 함은 모든 조직의 공통점입니다. 즉...

- 카라잔만 공략할 팀인가?
- 앞으로 25인으로 진출할 팀인가?


이 부분이 제일 먼저 만나는 고민이 됩니다.


지금이 딱 카라잔 정규 공격대들이 막 생겨나는 시기입니다.

파티찾기를 보아도 5인 인스 노멀모드에 위주였던 구인광고가 점점 영웅모드쪽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캐쥬얼 유저들이 이제 기본 평판작업과 노멀모드 파밍을 끝내고 다른 곳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죠. 5인 인던 파밍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카라잔 입장퀘스트도 완료가 되고요.



2.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카라잔 정규 공격대의 명확한 한계




신생 팀이 처음부터 25인을 기획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카라잔 10명을 최적 인원구성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예비대원을 포함해서 공격대 인원이 15명은 되어야 원활할 것이고, 이 인원수에 그대로 2.5를 곱해보면... 25인 공격대를 자력으로 운영하려면 총 인원이 37~8명은 되어야 한다는 소리죠.


당장 공략도 언제 될 지 모르는 판에, 정예 10명을 추려가기도 바쁜데 총인원 30명이 넘는 레이드팀으로 만들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게다가 신생 팀에서 2개 3개 팀을 돌리면서 대기자들을 줄줄이 세워두면 그 대기자들이 계속 기다려 준다는 보장도 없죠.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한 팀으로 카라잔이나 열심히 공략하자 하고 미래에 닥쳐올 일을 외면해 버리기도 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닥쳐올 일이란? 바로 공탈자의 발생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듯이, 공격대 조직에서 공탈자는 필연입니다. 100% 신뢰할 사람들로만 구성된 공격대라 해도 카라잔의 파밍이 끝난 졸업자는 반드시 생깁니다. 이 사람들이 공격대에 대한 의리로 천년만년 카라잔에 와준다고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생각일 것입니다.


졸업자가 하나 둘 생깁니다. 이들은 자기 갈 길 찾아서 떠나고? 공격대는 신입으로 그 자리를 메꿉니다. 새로 브리핑하고, 새 네임드 잡는 기분으로 헤딩 전멸도 좀 하고... 나간 사람 원망도 좀 하고. 돌고 돌고 공대장이 졸업하면 2대 공대장 할 사람 손손! 해봐야 아무도 안 들고... 결국 심각한 척 게시판에 며칠 운 띄우다가


"우리 카라잔 공격대는 어쩌고 저쩌고... (중략) 날개를 접고 이 시점에서 해산합니다."


조금 시니컬하죠? 이게 곧 닥쳐올 카라잔 정규 공격대의 운명입니다. 왜일까요?
위에서 살펴본 카라잔의 특징들 때문에 카라잔 공격대는 '단독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5년 이상 가는 기업은 현실에서도 드물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영속성을 가정하고 비전을 세우고, 사람을 뽑고, 영업을 합니다. 그래야 조직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습니다. 공격대도 마찬가지죠. 25인 공격대라면 처음 그룰의 둥지에 가서 아무리 헤딩해도 그 다음 인던이 또 있습니다.


공략 진도가 선두그룹보다 한참 느리다 해도 다음 인던을 공략할 것이다, 라는
미래가 있지만 카라잔 공격대엔 카라잔 이후의 미래가 없습니다.





▲ 카라잔 공격대만으로는 25인 공격대 던전의 그룰을 만날 여지가 없다.




3.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 : 전략적 제휴




카라잔 공격대를 만들고자 합니다. 어떻게? 객관식입니다.

1) 카라잔만 공략한다.
2) 향후 25인으로 발전한다.


1)번은 망하는 길입니다. 하지만 2)번 역시 순탄한 길이 아닙니다.

단독으로 25인에 맞춘 규모로 운영하자니 위에서 짚어본 것처럼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걸리적거리고,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공대연합입니다. 카라잔 풀코스를 파밍코스화 시킨 2개 혹은 3개의 공격대가 연합해서 25인 레이드팀을 창설하는 거죠.


3개 팀의 이해관계를 모두 조정해 내기란 쉽지 않으므로 보통 2개 팀 연합으로 가게 되는데, 이 공격대도 결국 신입은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3)번째의 대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카라잔만 공략한다.
2) 향후 25인으로 발전한다.
3) 기존 25인 공격대와 전략적 제휴를 한다.


'전략적 제휴'라는 것은 상하위 개념이 없습니다. 서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거래'입니다.
그리고 이 거래의 대상은 그것 하나만으로 조직의 모든 것을 다 걸어서는 안 됩니다.
조금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습니다.


앞서 필자가 주장한 바, "카라잔 공격대는 단독으로는 존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25인으로 가자니 확장팩 레이드의 하드코어한 컨텐츠를 카라잔팀에서 모두 소화해 낸다는 보장도 없고, 전혀 성격이 다른 팀과의 연합이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라이트 유저들이 25인으로 모두 가려 하지 않는다면 2개 팀이 아니라 4개 팀을 모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생각한대로 그냥 카라잔팀으로 남자!

길드레이드나 친목을 위주로 한 지인들끼리의 카라잔 공략이라면 재미없을 때까지 졸업자도 좀 헬퍼 뛰어주고... 이러다가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파밍이 만족스러울 때 해산! 해도 그만이겠지만, 대부분의 정규 공격대는 그런 운명을 피하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라잔 공격대가 자체로 성립하고자 한다면 기존의 25인 공격대와 거래를 하는 겁니다.





▲ 국내 최초 카라잔 올클리어 노르간논 서버, 팀에볼루션





3-1. 카라잔 공격대가 줄 수 있는 것은.




우선 카라잔 공격대가 줄 수 있는 것은?

불뱀제단 입장 퀘스트 중 파멸의 어둠 퀘스트 아이템을 습득하고,
어느 정도 장비 파밍이 되어 있는 졸업자 제공입니다.


대학교가 졸업생을 기업에 보내는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기업에서 고졸보다 대졸을 선호하는 것은 비교적 재교육 비용이 덜 들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25인 공격대에서 자체 일정에 카라잔을 포함해서 공략하는 날짜가 많아질수록 메인레이드의 진도를 늦춰지게 됩니다. 최소한 카라잔에서 파멸의 어둠을 잡아둔 졸업자를 신입으로 받는다면 그룰만 가서 잡아주면 불뱀제단으로 입성시킬 수 있습니다.


대학교 입장에서도 자기 졸업생들이 취직이 잘 된다는 소문이 돌면 신입을 받기에도 좋습니다. 어차피 졸업자는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졸업자가 학교 도서관에서 방황하는 것보다는 좋은 자리에 취직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 제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카라잔 공격대에서 미리 설문조사를 한 번 해야 합니다.
졸업 후 25인 공격대에서 활동한 시간과 의사가 있는 대원이 적어도 한두 명은 있어야 이야기가 되죠.



3-2. 25인 공격대는 무엇을 줄 수 있나.




'거래'이기 때문에 25인 공격대에서도 줄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상세한 공략본의 제공과 레이드 중 막히는 부분에 대한 상담입니다.
카라잔을 클리어한 공격대라면 자신만의 공략본이 있을 것입니다.


팬사이트에 돌아다니는 리뷰 수준이 아니라, 각 직업의 상세한 행동요령과 팁까지 수록된 상세한 버전이 제공되면 카라잔 공략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카라잔을 헤딩부터 뚫어낸 전력이 있기 때문에 적정힐러 수, 탱커는 한 명인지 두 명인지, 암사제는 필요한지 아닌지, 전시관리인에서 10번째 구체는 누가 처리해줘야 하는지, 파멸의 어둠 공중 페이즈에서 사제는 디스펠 위주인지 힐 위주인지... 이런 궁금증들을 팬사이트에 질문을 올리고 답변받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또, 25인 공격대 모집을 하다보면 카라잔부터 다녀야 할 만한 인재의 문의도 옵니다.
이 분들은 카라잔 공격대로 소개시켜 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양 공격대는 상호간의 인력풀이 될 수도 있죠. 오늘 꼭 뭘 해야 되는데 1명이 부족하다든지 할 때, 공략본 제시로 인해 양팀 대원들은 비슷한 카라잔 공략을 숙지하고 있고, 25인 팀에 와서 카라잔 갈 일이 생겨도 재교육이 필요없습니다. 인턴쉽을 미리 하는 효과도 있는 거죠.





▲ 국내 최초 그룰의 둥지 완전공략, 세나리우스 서버, 프로젝트세나





3-3. 카라잔 레이드팀과 25인 레이드팀의 동등한 거래




이런 것들이 무엇이 대단하냐는 반론이 있습니다.

25인 공격대는 카라잔팀과 제휴해서 신입받지 않아도 얼마든지 다른 경로로 사람을 뽑을 수 있고, 카라잔 공격대도 25인에서 제공하는 공략본 없어도, 25인쪽으로 문의 갔다가 소개받은 신입이 없어도 얼마든지 돌아갑니다.


양쪽에서 줄 수 있는 것이 그에 목멜 정도로 거래의 내용이 대단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거래'의 핵심입니다.


한쪽에서 주는 것에 목메달 정도가 되면 이미 동등한 입장에서의 전략적 제휴가 아니라 상하 주종관계가 되어 버립니다. 왜곡되어 있는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관계처럼...


25인 공격대 입장에서는 재교육이 별로 필요없는 양질의 신입을 받는 여러 가지 경로를 더 다양화하고, 카라잔 공격대 입장에서는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도움이 되는 공략본과 레이드 자문을 지원받습니다.


서로 생각해보고, 필요없으면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하지만 결렬 후 돌아서면 다시 현실이 기다리죠. 카라잔 공격대의 자립은 가능한가, 그렇지 않은가...








전략적 제휴의 도입. 그리고 그 이후..

필자가 몸담고 있는 <프로젝트 세나> 공격대에서는 이미 카라잔 신생 공격대와의 전략적 제휴를 실시하고 있으며 그 대상도 하나 둘 늘려가는 중입니다. 이 제휴가 선순환이 될지, 계륵이 될지는 수 개월 후에는 알 수 있게 되겠죠. 관심이 있는 공대장 분의 상담은 물론 환영합니다.


분명한 것은 카라잔 공격대가 독자적이든 연합이든 25인 공격대로 변신한다면, 그 팀도 똑같은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입을 불뱀제단에 데려가자니 파멸의 어둠을 잡아야 하는데, 카라잔 팀을 직접 운영하자니 공략속도가 늦어지고 외부에서 파멸의 어둠을 잡아놓은 신입을 찾자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모든 레이드 팀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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