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 고향이 그리운 아제로스의 종족들

김경범 기자 | 댓글: 47개 |
민족의 명절 한가위!

토요일과 일요일, 게다가 개천절까지 연휴 기간 안에 겹쳐 있어서
왠지 모르게 손해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연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가을처럼 풍요롭습니다.


물론 나이 좀 드신 분들이라면 귀성길의 꽉 막히는 길이나 명절 음식 준비,
결혼은 언제 할거냐 하는 친척 어르신들의 잔소리 때문에 반갑지만도 않은 명절이겠지만
실향민들 같은 분들을 생각하면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고향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것일테죠.







▲ 미혼 남녀의 명절 최대 스트레스라죠?





아제로스 안에 살고 있는 여러 종족들 중에도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요,
추석을 맞이해서 이렇게 고향을 잃은 종족들의 이야기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합니다.




▣ 핵으로 오염되어버린 세기말적 고향 - 노움


아이언포지의 동쪽 귀퉁이에 위치한 『땜장이 마을』에 가면
조그마한 키의 노움 종족들이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단순히 노움들이 많이 살고 있다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왕인 『땜장이왕 멕카토크』까지 이 지역에 살고 있지요.

하지만 왕이라고 하기엔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처량할 정도로 빈약합니다.

변변한 집무실이나 옥좌도 없이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 위에서 서 있는,
마치 대통령이 서울역 입구에 돗자리 깔고 일을 보는 것 같은 처량한 모습이지요.







▲ 빈궁한 노움의 국왕 땜장이왕 멕카토크





노움이 이렇게 드워프의 도시인 아이언포지에 빌붙어 사는 신세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인간과 오크가 처음 전쟁을 벌이던 시기까지만 해도
노움은 던 모로 서쪽에 있는 놈리건을 수도로 삼아 번성하고 있었고,

드래곤이나 거대 거북이를 이용하는 구(舊) 호드에 비해 제공권과 해상에서 밀리던 얼라이언스에게
잠수함과 비행 기계를 제공해 전황을 바꾸는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워크래프트 2)







▲ 워 3의 플라잉 머신. 드워프가 사용하는 탄환이나 기계류는 노움의 기술이 다수이다.





하지만 최근 있었던 불타는 군단의 아제로스 침략에 맞서 싸우는 전쟁이 시작되자
노움은 병력의 지원 없이, 단지 일부 기술만을 지원하는 정도의 협력밖에 하지 못합니다.(워크래프트 3)

그 이유는 그들의 도시인 놈리건에 생겨나기 시작한 괴 생명체 ― 트로그 때문이었죠.







▲ WOW에 등장하는 트로그들





땅속 깊은 곳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한 이 고대의 괴물들에게서 자신들의 도시를 지키기 위해
노움들은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결국 수적인 열세에 견디지 못하고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됩니다.


당시 얼라이언스는 스컬지의 창궐과 불타는 군단의 침공,
무라딘의 사망 및 아서스의 변절 등으로 인해 노움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노움의 수장인 땜장이왕 멕카토크는 그의 조언자인 『멕기니어 텔마플러그』의 조언에 따라
트로그를 몰살시키기 위한 치명적인 작전을 지시하게 됩니다.


놈리건에 방사능 폐기물을 방류시킨다는,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작전을 말이죠.







▲ 놈리건에 남아있는 방사능 잔류의 흔적





하지만 이 작전은 트로그를 몰살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이 방사능 돌연변이로 진화하게 되는 실패와 함께
방사능에 노출되어 육체와 정신 모두 이상하게 변해버린 동료들을 만들었을 뿐이었습니다.


멕카토크는 그 모든 일이 노움의 왕이 되려 했던 멕기니어의 음모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트로그와 정신이 이상해진 오염된 노움들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놈리건에서 탈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놈리건의 보스. 멕기니어 텔마플러그





놈리건에서 탈출한 생존자들은 그들의 동맹인 드워프의 도시 아이언포지에 다다르게 되는데,
과거의 전쟁에서 노움들의 활약을 높이 평가한 카즈모단의 국왕 『마그니 브론즈비어드』의 배려로
노움들은 놈리건을 탈환할 때 까지 아이언포지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노움들은 아이언포지-스톰윈드 간 지하철을 건설하는데 기술 지원을 하거나
그들의 공학 기술을 전파하는 한편, 직접적인 무력을 기르기 위해 병사들을 육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록, 아직까지 방사능에 오염되어 지옥이나 다름없는 놈리건을 탈환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지만요.







▲ 놈리건에 있는 정화구역은 이곳을 탈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





와우의 다음 확장팩인 대격변(Cataclysm)에서는 멕카토크가 이끄는 노움의 군대가
다시금 놈리건을 탈환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그때까지 노움들은 실향민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습니다.






▣ 이래저래 까이는 동네북 신세 - 트롤


사실 와우에서 가장 불쌍한 종족을 꼽으라면 트롤이 으뜸이지 않을까 합니다.

지속적으로 상향을 해도 여전히 좋다고 보긴 어려운 종족 특성이라거나,
웬만한 지역에서는 몹으로 등장해서 플레이어들에게 학살당한다거나,
심심하면 더러운 트‘럴’이라고 까이는 거나, 용개의 충실한 종이라거나(?) 등등…….







▲ 트롤은 가슴이 시켜서 하는 겁니다.
이미지 출처 : Blizzcon 2009 코스프레 사진 中





하지만 아제로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나이트 엘프가 영원의 샘 근처에 등장하기 이전부터
트롤들은 대륙 곳곳에 퍼져서 거대한 제국을 건설할 정도로 강력한 세력을 과시했었습니다.


심지어는 나이트엘프의 조상이 영원의 샘 근처에 정착하여 육체적으로 변화를 겪은 트롤이다라는
학설이 나올 정도로 트롤의 과거는 그야말로 영광으로 가득한 시대였죠.







▲ 영원한 떡밥. 트롤 → 나엘 진화설





하지만 지능적인 곤충 종족 『아퀴르』가 트롤을 위협하면서부터 그들의 수난은 시작되게 됩니다.


당시 트롤들의 두 제국인 구루바시 제국과 아마니 제국은
곤충 외엔 모든 것을 말살하려는 곤충 왕국 아퀴르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끝없는 투쟁 끝에 북방의 아졸네룹(네루비안의 서식처)과 남방의 안퀴라즈(퀴라지 서식처)로
그들의 영역을 제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 트롤의 원쑤! 아퀴르의 후예인 퀴라지 일족





간신히 전쟁이 끝났다 싶었더니 이제는 영원의 샘 근처에서 번성을 시작한
칼도레이(현 나이트 엘프)와의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샘의 마력을 이용해 번성한 나이트 엘프는 아퀴르와의 전쟁으로 쇠약해진 트롤에게 큰 위협이 되었고,
그들의 대대적인 공격에 의해 그들의 왕국은 풍비박산이 나게 됩니다.

현재까지 트롤들이 엘프와 적대적인 관계를 갖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시대 때문이다고 할 수 있죠.



어쨌거나 마법을 함부로 사용하다가 불타는 군단까지 불러오는 상황을 만든 나이트 엘프는
내부 분열 끝에 고대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아제로스 전역을 휩쓴 대 사건의 원인이 됩니다.


고대의 전쟁은 영원의 샘이 파괴되어 하나의 대륙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면서 끝이 나고
그에 따라 트롤들의 문화도 지역별로 완전히 찢어지게 되었습니다.







▲ 이게 다 장재호, 아니 나엘 탓이다.





서로 갈라진 트롤들은 일부는 악신 학카르를 따르다가 변질되고,
일부는 동부왕국에 넘어온 하이 엘프와 분쟁을 벌이다가 패배하는 등 쇠락을 겪게 되지만,

둠해머가 이끄는 오크 일족과의 연합을 통해 최초의 호드를 구성한
줄진의 숲 트롤은 다시금 옛 영광을 찾는 듯 했습니다.(워크래프트 1/2)


그러나 최종적인 전쟁의 결과는 얼라이언스의 승리로 돌아갔고,
전쟁 당시 굴단이 이끄는 군대가 트롤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던 것에 앙심을 품은
트롤의 수장 줄진이 칩거하면서 그들의 세력은 다시금 쇠퇴의 길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 이후, 트롤은 레반터스크, 잔달라 부족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종족에게 적대시 당했습니다.







▲ 오리 시절 필수 평작 지역이던 요잠바섬





구 호드의 패배 후, 스랄이 이끄는 새로운 호드가
정글 트롤의 잔존자인 검은창 부족을 만나기 전까지 트롤은 동네북 신세로 지냅니다.

사실 스랄과 만나고 난 후에도
검은창 부족의 수장인 센진이 멀록에 의해서 바다 마녀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등
트롤의 굴욕적인 역사는 계속되었지만 오크가 칼림도어에 오그리마를 건설하게 되자,

트롤은 남쪽 해안에 있는 메아리 섬을 새로운 고향으로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 검은창 부족 트롤의 고향, 메아리 섬





하지만 누군가의 마수가 뻗친 것인지 ― 크리스 멧젠? ― 간신히 정착한 트롤은
제이나의 아버지인 댈린 프라우드무어 제독의 침공으로 고향에서 쫓겨나 피신하게 되고,
간신히 그걸 물리쳤다 싶었더니 어둠의 마법을 사용하는 내부의 배신자 『의술사 잘라제인』때문에
메아리 섬에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 검은창 부족의 배신자 의술사 잘라제인





결국 트롤도 노움처럼 오크의 도시인 오그리마에 빌붙어 살 수밖에 없는 신세…….

검은창 부족의 수장 볼진은 센진 마을을 세우며 자립 노력을 하지만 이 곳은 거의 어촌수준이고,
볼진 자신도 오그리마에서 쓰랄의 옆에 거주하기 때문에 멕카토크나 다름없는 상황인 것이지요.



검은창 부족 이외의 트롤들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타나리스 사막지대에 살고 있는 모래 트롤은 줄파락에서 사정없이 두들겨 맞고 있고,
가시덤불 골짜기의 줄구룹에 살고 있는 정글 트롤은 오리지날 때 에픽템 파밍 장소가 되었으며,
구 호드의 아마니 숲 트롤들은 불타는 성전 당시 트롤이 포함된 공격대에 의해 썰리는 신세가 되었으며,
북방의 얼음 트롤들은 스컬지에 의해 타락하거나 줄드락에서 플레이어들에게 맞아죽는 상태입니다.

이쯤되면 안구에 습기 수준이 아니라 쓰나미가 몰아칠 정도로 처절하게 말살 당하고 있는 거죠.







▲ 당시 트롤은 “줄진의 복수를 위해”를 외치며 줄진을 때려 죽였습니다.





고향을 잃어버렸거나, 몹 신세라 플레이어들에게 학살당하는 불쌍한 신세의 트롤.

하지만 그들의 수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격변에서 오크의 새로운 수장인 가로쉬는 오크와 타우렌 이외엔
도움이 될 정도로 강하지 못해서 오그리마에서 쫓아내버린다고 하니까요.


그렇다면 오그리마에 얹혀 사는 볼진을 비롯한 트롤 일족의 운명은?
넵, 노숙자 신세가 되겠습니다.







▲ 대격변 최고의 피해자는 아마도 트롤이 될 가능성이...





어떻습니까?

이렇게 보고 있으니 왠지 『트롤은 가슴으로 하는 거다』라는 사람들의 말에 공감이 가지 않나요?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수난인 트롤은 명절을 맞이해서 가장 서러운 종족이 아닐까 합니다.




▣ 사실 모두 고향이 그리운 신세


노움과 트롤이 유난히 실향민에 괴로운 역사를 많이 겪기는 했지만,
아제로스 대륙에 살고 있는 많은 종족이 고향을 떠난 기러기 신세입니다.

오크만 해도 드레노어 행성에서 아제로스로 뚝 떨어진 외계 종족인데다가,
나이트 엘프는 불타는 군단의 아키몬드를 무찌르기 위해 고향인 하이잘이 파괴되었고,
드레나이도 정처 없이 우주를 떠돌던 유랑민인 것 등등…….


사실 아제로스를 구한다 어쩐다 하면서 아웃랜드며 노스렌드를 거주지 삼아 생활하는
WOW의 모든 캐릭터들은 원래의 고향을 떠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비록 호드와 얼라이언스로 나뉘어 서로 싸우는 운명인 와우의 세계지만
고향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명절 동안만큼은 전쟁 서버라고 해도 싸움을 잊고
가족과의 정을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와우 인벤 식구 여러분 모두의 즐겁고 알찬 한가위 연휴가 되길 빌겠습니다!









Inven - Its
(its@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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