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터기 1등 논란, 개념힐러는 누구?

김경범 기자 | 댓글: 123개 |
십자군 25인 하드 갑니다. 디피 6천 이하 입제한 들어갑니다.



오늘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달라란 거리에 앉아있다 보면,
파티창에 위와 같은 내용의 모집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됩니다.


지금에야 모든 캐릭터를 수치에 의해 능력치를 가늠하지만,
오리지널 - 불타는 성전 당시까지만 해도 파티 모집글의 조건은 어느 던전까지 가보았느냐라거나
속된말로 “쩌는 딜/힐/탱”이 가능하냐와 같이 조금은 두리뭉실한 개념이었습니다.

지금처럼 DPS(Damage Per Seconds)가 몇이다 하는 식으로 파티 모집이 이루어진 것은
전투 기록을 분석해서 자동으로 계산을 해주는 데미지 미터기의 역할이 아무래도 크게 작용 했지요.







▲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는 데미지 미터기인 Recount





이러한 데미지 미터기 사용의 일상화는 얼마만큼의 공격과 치유를 하고, 해제를 얼마 했는가,
스킬 구성을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조목조목 따져 공략을 좀 더 정밀하게 만들어 준 장점도 존재하나,
클래스 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피해량에 집착하고 서열 중심이 되었다는 문제도 가져왔습니다.

오히려 데미지 미터기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공략에 필요한 행동에 중점을 두었던 것에 반해,
지금은 데미지 미터기의 상위권을 차지하기 위해 공략과 상관없는 불필요한 행동 ―
속된말로 『허세딜/허세힐』이라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까지 생겨나버렸습니다.







▲ "허세딜 그만하고 쐐기부터 좀 피하세요 T_T"





특히 힐러와 같은 경우, 공대원이 사망하거나 하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미터기에 있는 치유랑의 수치가 낮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공식홈페이지나 와우 인벤 내의 『최근 논란중인 이야기』 등을 살펴보면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이런 추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보이는 편입니다.







사실 힐러의 경우 단순히 힐량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부분 ―
성스러운 희생이나 보호막처럼 피해를 흡수해주는 기술이나 고통 억제처럼 피해를 줄여주는 기술,
각종 시너지 요소 등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수치만으로 알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실은 미터기 힐량 = 힐러의 능력이 되는 실정입니다.






▲ 공식 홈페이지의 미터기 기준의 힐러 평가에 대한 불만 내용




사실 힐러의 역량이 힐량에 어느 정도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단순히 힐량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이 정확한 것일까요?

이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와우에서 힐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 와우에서의 힐러는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오리지널 시기까지는 힐러 = 사제였습니다.
『하급 치유』, 『치유』, 『상급 치유』, 『순간 치유』 등 시전형 힐뿐만 아니라
소생』같은 HOT와 순간적으로 피해를 막아줄 수 있는 『신의 권능: 보호막』 같은 기술도 있었고,
치유의 기원은 파티원 다수가 동시에 피해를 입을 때 최고의 효과를 발휘하던 기술이었습니다.


당시의 성기사는 축복류의 지속시간이 5분에 불과하고 상급 축복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40명이나 되는 공격대 인원의 축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키보드가 닳도록 축복 버튼을 눌러야 했고,

주술사는 연쇄 치유의 소비 마나대비 치유량이 엄청나게 나빠서 『치유의 물결』이나
하급 치유의 물결』을 주력으로 하는 토템 로봇 신세였습니다.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었던 드루이드는 야생의 징표라는 최고의 버프 스킬과 회복이라는 HOT가 있고,
『정신 자극』이라는 최강의 마나 회복 기술이 존재하기도 했다지만 기본 부활 스킬이 없는데다
공격 특성을 타도 그 효과가 좋지 못한데다가 최적화된 장비가 없어서 유저들 사이에선 기피되었습니다.







▲ 성기사와 주술사는 설퍼라스라도 들면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화면은 오리지널 당시 설퍼 든 징벌 기사의 포스를 뽐냈던 World of Paladincraft III





당시엔 마나 회복 수단이 물약류 외에는 전무했기 때문에
힐러들의 최고 과제는 한정된 마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였고,
아직 저레벨 기술에 대한 마나량 페널티가 없어서 레벨별로 힐 스킬을 꺼내 쓰는 게 당연시되었습니다.


이러한 것이 바뀌게 된 것은 와우의 첫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이 등장하고서부터입니다.

불타는 성전에서는 기존에 PvP용 외에는 별로 딜러라는 인식이 없던 암흑 특성 사제의 조정을 통해
많은 힐 사제들이 딜러의 길로 전향을 하기도 했고, 하이브리드 클래스는 각각 가지고 있었던
세 종류의 특성이 좀 더 전문화되어 보조 힐러에서 당당한 메인 힐러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탱딜힐 다 된다는 말에 저절로 덩실덩실





시간이 흐르면서 각 힐러들은 파티나 공격대의 목적에 따라서 그 역할이 세분화되게 되었습니다.

사제는 『신의 권능: 인내』를 통한 최대 생명력 증가와 다양한 힐 기술을 바탕으로 한 만능형으로,

성기사는 축복류와 단일 대상에게 장시간 힐을 해도 마나가 마르지 않았기 때문에 메인탱커 힐러로,

주술사는 토템과 영웅심으로 화력을 높이고 아군을 동시에 회복시켜줄 수 있는 『연쇄 치유』 중심으로,

드루이드는 정신자극과 생명의 나무, 다양한 HOT를 통해서 분산된 아군 다수를 동시에 치유하고
전장을 넓게 보면서 이동힐을 하는 식으로 목적이 구분되었습니다.


그 후, 몇 차례의 밸런스 조정이 이루어져 사제의 『치유의 마법진』과
80특성 해제로 새롭게 등장한 드루이드의 『급속 성장』이 각광을 받게 됩니다.







▲ 한때 사기로까지 불렸던 치유의 마법진과 급속 성장





즉시 시전에 다수의 대상을 치유해줄 뿐만 아니라, 재사용 대기시간이라는 제약이 없었던 이 두 스킬은
광역 공격 기술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가 많았던 공격대 던전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리치왕의 분노 초기에도 이어졌는데,
치유의 마법진과 급속성장에 재사용 대기시간이 추가된 후로 그 효과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광역 피해를 받고 잦은 이동을 요구하는 던전에서는 인기가 많은 편에 속합니다.







▲ 헤이건 댄스 타임에 X물에 맞으면 즉시 시전이 답





그리고 현재는 모든 힐러가 멀티힐링을 위한 수단을 하나 이상씩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평준화가 이루어져 어떤 힐러가 좋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 그러면 왜 이렇게 힐량 차이가 나는 것일까?


크게 미터기에 표시되는 치유량은 크게 유효힐과 오버힐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유효힐이 높고 오버힐이 적을수록 힐을 잘한다고 볼 수 있는 편입니다.
다른 힐러보다 반응을 빠르게 해서 힐을 성공시켰다는 의미니까요.


하지만 생각해볼 문제는 있습니다.

아군의 남은 피가 10%일 때,
다음 공격으로 15%의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10%를 회복시켜서 탱커를 죽지 않게 만드는 경우와
남은 피가 80%일 때 다음 공격은 10초 후에 5%정도 들어올 것 같은데 당장에 15%를 회복시켜서
95%를 만드는 경우 중 공략이나 던전 진행에 있어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일까요?


또, 2초 후에 1만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1만을 딱 맞춰서 치유하는 것과
강타 등을 고려해서 1만 5천정도로 추가로 치유하는 것은 어떠한가요?







▲ 힐러의 기본 역할은 아군을 "죽지만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처럼 유효힐과 오버힐은 단순히 겉보기로 보이는 수치일 뿐,
전투의 양상에 맞춰 얼마 정도의 기여를 했는가는 별개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와우에 있는 데미지 미터기들은 그리 완벽한 편이 아닙니다.

몬스터의 디버프로 인해 발생하는 회복도 전부 치유량에 포함되기도 하고,
흡수되거나 감쇄된 피해는 치유량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 과거 일리단 같은 몬스터는 치유량 1등이 메인탱커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최근에 미터기에서의 치유량이 다른 힐러들보다 유난히 떨어져서
잘 모르는 다른 유저들의 눈총을 받는 클래스가 있으니 수양 특성을 찍은 사제입니다.


수양 사제는 다른 힐러들이 이미 깎인 생명력을 채워주는 형태의 힐링 방식인 것과 다르게,
신의 권능: 보호막을 중심으로 하는 피해량 흡수와 고통 억제와 같은 피해 감쇄 스킬이 주력입니다.


북미에 출시된 다른 게임에서는 이러한 힐링 방식이 그리 생소한 편은 아니지만,
힐러 = 깎인 피를 채워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주를 이루었던 국내에서는 수양 사제의 방식이
어찌 보면 조금 널널하게 놀면서 회복해주는 양도 별로 없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이것은 기존에 레이드보다 투기장에서 애용되던 특성이라는 편견도 조금 작용하지 않았나 추정합니다.







▲ 여전히 수양 특성이 투기장 전용인지 아시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수양 사제의 치유 방식을 찬찬히 뜯어보면 치유량이 많지 않더라도 왜 좋은지를 깨닫게 됩니다.


본래 사제는 4초에 1번씩 보호막을 사용할 수 있는데 반해, 수양은 재사용 대기시간의 제약이 없고,
보호막을 사용할 때마다 일정 시간동안 모든 아군이 받는 피해를 감소시켜줄 뿐만 아니라
디버프에 불과했던 약화된 영혼을 자신의 치유 주문의 극대률을 높이는 버프처럼 쓸 수 있습니다.

덤으로 보호막이 해제되거나 피해를 다 흡수하고나면,
보호막을 받은 대상은 분노, 기력, 마나, 룬 마나를 회복하는 효과가 더해지죠.






▲ 적절히 보호막이 깨져주는 쪽이 유리





또, 강력한 피해를 받는 탱커나 광역존에서 집단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마법사 같은 캐릭터에게
『고통 억제』 스킬을 이용해 급사 확률을 줄이고, 치유가 극대화 효과를 발휘하면
추가적으로 피해를 흡수해주는 보호막을 자동으로 걸어주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 치유가 극대화 되면 보호막이 생긴다!





결국 피해 흡수와 피해 감쇄 때문에 실질적으로 미터기에 표시되는 힐량은 적지만,
아군이 받은 피해를 원상복구 시키거나 아예 받지 않게 만드니 다른 힐러 이상으로 좋은 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유저들이 상당수라서
미터기 힐량만으로 평가를 하고는 “님, 힐량이 왜 그래요?”, “수양타고 힐 하면 잉여”라는
이야기를 해서 수양 특성의 사제들을 억울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이 있는 형편입니다.




▣ 미터기 논쟁의 해결 방법은?


사실 당장에 시각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해결하자면
데미지 미터기의 치유량 부분에 보호막의 흡수량을 더해준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아니면 타격 직전에 힐이 안 들어왔으면 대상이 죽었을 상황일 때,
죽지 않도록 딜러들의 치명타처럼 힐을 넣어준 힐러들에게 “적절한 치유!"하고 메시지를 띄워주는 식의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이 경우는 서버나 시스템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클래스에 따른 차이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와우의 딜러 클래스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역할에 있어서 평준화가 되었다고 해도,
광존이냐 고정 위치에서 하나를 공격하느냐, 이동이 잦으냐 등에 따라서 딜량이 제각각 나오는 것처럼,

힐러도 공략 형태에 따라 힐량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미터기에 표시되는 정보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면 이러한 논란은 자연히 사라질 것입니다.







▲ 아눕아락처럼 힐을 많이 한다고 좋은게 아닌 몬스터도 있습니다.





파티플레이는 단순한 탱, 딜, 힐의 조합이 아니라
다수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하나의 덩어리입니다.

특히, 공격대 규모에서의 힐링은 단순한 수치로만 보지 말고,
구성원이 죽지 않고 어이없는 위기상황만 없다면 힐러들은 제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단순히 미터기에 수치만을 가지고 유능하다 무능하다를 따지면서
공략 실패를 서로의 탓으로 미루어 상처주고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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