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워크래프트 15주년 기념, 블리즈캐스트 12회

게임뉴스 | 이민규 기자 | 댓글: 16개 |
"블리즈캐스트 12회 - 워크래프트 기념 특별방송"





블리즈캐스트(BlizzCast)' 열두 번째 방송이 소개되었다. 이번 회에는 워크래프트 15주년을 축하하며,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제작자들과 WoW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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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즈 캐스트 워크래프트 기념 특별방송 1부 | 특별방송 2부


블리즈캐스트 #12: 워크래프트 기념 특별방송 1부

케빈 유 “카룬” (커뮤니티 매니저)

크리스 멧젠 (크리에이티브 개발 부분 선임 부사장), 롭 팔도 (게임 디자인 부분 경영 부사장), 샘와이즈 디디어 (선임 아트 디렉터)



카룬 : 블리즈캐스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커뮤니티 매니저 케빈 유입니다. 게시판에서는 카룬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요. 오늘 블리즈캐스트는 워크래프트 기념 특별 방송입니다. 올해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5주년, 그리고 더 오랜 팬 여러분께는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Warcraft: Orcs & Humans) 15주년입니다.


이를 기념해,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만든 분들과 함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펴보고, 앞날을 생각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늘 저와 함께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시작과 발전을 이야기할 분들을 소개합니다. 크리에이티브 개발 부분 선임 부사장, 크리스 멧젠 씨입니다.




크리스 멧젠 : 안녕하세요!


카룬 : 게임 디자인 부분 경영 부사장, 롭 팔도 씨입니다.


롭 팔도 : 안녕하십니까!


카룬 : … 그리고 선임 아트 디렉터, 샘와이즈 디디어 씨입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호드를 위하여!


크리스 멧젠 : 인상적이군요.


카룬 : [웃음] 반갑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크리스 멧젠 : 안녕하세요!


샘와이즈 디디어 : 영광입니다.


카룬 : 워크래프트 세계는 15년 전, 1994년 11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게이머 여러분께 소개되었습니다. 첫 번째 작품,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Warcraft: Orcs & Humans)을 통해서요. 줄거리와 미술 측면에서 워크래프트 시리즈가 애초에 어떻게 구상되었는지 조금 더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크리스 멧젠 : 샘, 먼저 이야기하실래요?


샘와이즈 디디어 : 아, 당신이 먼저 얘기할 줄 알았는데요.


크리스 멧젠 : 그냥 제가 먼저 할게요.


샘와이즈 디디어 : [웃음]


크리스 멧젠 : 이걸 먼저 언급해야 할 듯합니다. 사실 전 워크래프트 I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엘런 애드햄, 론 밀러 등이 이끌던 디자인 팀에서는 여러 아이디어를 만들어냈지요. 싱글플레이어 요소를 관통하고 이끌어나갈, 지도 시나리오 같은 것들 말입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오크가 아제로스라는 작은 왕국을 침범한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모든 이야기가 이 작은 왕국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로서 경, 레인 왕, 반오크 가로나, 검은바위부족의 대족장인 블랙핸드 등 인상 깊은 캐릭터들도 있었죠. 빌 로퍼라는 친구가 첫 번째 싱글플레이어 캠페인의 대본 작업을 거의 다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아이디어 대부분은 지도의 흐름, 게임플레이의 흐름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즉 게임 디자인이 먼저였고, 이를 통해 소설 같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그럼으로써 톨킨에 바탕을 둔 멋지고 자그마한 세계가 탄생했지만, 다른 왕국이나 이야기 전개가 나올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품고 있었습니다. 또한 몇몇 초기 캐릭터들은 참으로 특색 있는 인물들이었고요.


카룬 : 디자인 측면, 미술 측면에선 어땠나요? 이런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고, 배경에 맞추는 과정 말입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네, 미술 측면이요... 워크래프트 I은 저희가 만든 최초의 판타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크래프트 직전에는 자동차 게임을 만들었죠. 로스트 바이킹(Lost Viking)은 퍼즐 게임이었고요. 워크래프트는 저희 스타일의 첫 판타지였습니다. 아시겠지만 처음부터 엘프와 드워프가 등장하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게 인간 혹은 오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지요.


트롤도, 오우거도 없었습니다. 악마나 물의 정령 등이 등장하는,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은 세계로 시작했지만, 어쨌든 저희의 첫 판타지 게임이었습니다. 그런 형식을 정의한 적은 아직 없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컬러 팔레트를 사용했던 초기 아트를 보시면 그게 어떤 건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모든 게 이후의 워크래프트 게임에서보다 조금 더 부드럽지요. 어쨌든 저희는 그때 개발하고자 하던 형식에 마구 빠져들었습니다. 임무를 끝내고 나면 캐릭터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런 것들에서 워크래프트 다움이 좀 더 잘 구현되었죠. 그렇게 그렸으니까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저희는 여전히 저희의 미술 형식이 오크와 인간(Orcs & Humans)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알아내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카룬 : 블리자드의 미술 형식, 특히 워크래프트의 미술 형식은 대단히 도전적입니다. 워크래프트를 만들 당시의 그 제한된 픽셀 수로 아이디어를 구현하기가 어렵지 않았나요?


샘와이즈 디디어 : 네, 그땐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 시절 블리자드는 콘솔에 뿌리를 둔 회사라고 할 수 있었지요. 그래서 PC 게임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모습이 일반적이었던 반면 저희는 콘솔 게임식의 미술에 익숙했고, 시네마틱 같은 데서 조금은 그런 형식을 밀어붙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작품들은 지금처럼 엄청나게 영웅적이고 판타지답지는 않았지요. 과거를 돌아보며 그때 미술 형식이 어땠는지 떠올리고, 몇 달 만에 워크래프트 II에서 어떻게 진화했는지 생각해보면 꽤 재미있답니다.



카룬 : 그렇군요. 워크래프트 I은 또한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 측면에서 봤을 때도 대단히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매우 새로웠지요. 롭 씨,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발전 측면에서 봤을 때, 오크와 인간(Orcs & Humans)에서 블리자드가 노린 것은 무엇이었나요?



롭 팔도 : 제가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그 시절에 블리자드에 있었던 건 아닙니다. 재미있게도, 당시엔 인터플레이 사(Interplay Productions)에 있었지요. 그리고 인터플레이는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시리즈 해외 출시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다른 게임 제작자와도 일하고 여러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지요.


그래서 질문하신 관점에서 블리자드의 작업을 바라볼 기회가 있었는데, 워크래프트 I은 현대적인 관점에서 최초의 PC용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웨스트우드 사(Westwood)의 듄 II에 상당히 많은 부분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영화에서 파생된 게임의 속편인 듄 II는 첫 번째 듄과는 아주 달랐지요. 자원 수집, 기본 건물 짓기 등의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한 게임이었고요... 워크래프트 I은 갑자기 튀어나온 게임이었고, 마케팅이 잘 되었다고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언론에서 엄청나게 화려하게 다루어지지도 않았지만, 수많은 게이머가 이 게임을 플레이했지요.


블리자드가 몇 년 동안 이룬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블리자드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이 새로운 장르에 주목하고, 장르 발전의 포문을 여는 게임을 만들어냈지요.



카룬 : 그럼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 보죠. 오크와 인간(Orcs & Humans)은 크게 인기를 끌었고 1995년 12월에 워크래프트 II: 어둠의 물결(Tides of Darkness)이 출시됐죠. 그 후 게임플레이, 그래픽, 미술 형식, 세계관 등이 어떻게 진화했나요? 다음 단계는 무엇이었죠? 블리자드에서는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전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나갔나요?



크리스 멧젠 : 그게, 예전엔 워크래프트 I의 모든 요소들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렇죠? 그래픽도 두 배는 멋져야 된다고 생각했고요. 병력도 두 배는 확장되어야 하고, 이야기도 두 배는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게임 세계의 크기도 하나의 왕국에서 벗어나 여러 왕국이 있도록 만들고 싶어했죠. 그런 것들을 아주 빨리 해치워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워크래프트 II는 10달, 11달 정도 걸려서 완성됐죠.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샘와이즈 디디어 : 옛날 이야기죠. [웃음]


크리스 멧젠 : 특히나... 요즘 게임 하나를 출시하는 데 10년씩 걸리고 하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죠.


카룬 : 정말 최선을 다했군요. 맞죠?


크리스 멧젠 : 또 생각나는 것이 후속편을 파고들어가기 시작했을 때 특별한 에너지 같은 게 있었는데, 아이디어가 마구 넘쳐났죠. 예를 들면, “오우거, 트롤, 드워프, 엘프를 넣어서 게임 세계를 확장하는 게 어떨까?” 이런 식으로요.


제 생각엔 우리가 그런 식으로 마구 생각해냈던 아이디어 중 상당 부분이 실제로 샘이 앞서 이야기했던 미술 형식에 흘러들어 간 것 같습니다. 과장된 캐릭터 비율이나 풍부한 색감 등이 그런 예이죠. 게임 개발자의 입장에서 보면 워크래프트 II에서 게임의 정체성을 찾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무언가가 작동하여 게임에 들어가기 시작했죠. 그것이 활력소가 되어 아주 빠르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정도가 당시에 대한 기억입니다. 창의력이 넘쳐났던 것 같아요. 모두가 여기저기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죠. 개발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에너지가 흘러나왔죠.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게임 디자인, 시나리오 디자인, 음악, 캐릭터들이 화가 날 때 말하는 바보 같은 대사들 등 다양한 개성과 양념이 게임 구석구석에 뿌려졌죠. 게다가 매우 구체적으로 파고들어갔기 때문에 블리자드 게임의 형태가 시작된 때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후 출시된 게임에서 찾을 수 있는 세심한 손길은 워크래프트 II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창의력이 정말 엄청나게 집중되었던 때라고 기억합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네. 그때까지도 정말 소규모 팀이었죠. 그래서 모두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미술 담당자가 유닛 대사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프로그래머가 미술 형식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죠. 모두가 정말 긴밀하게 일을 해나갔죠.


모두 다른 동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았고, 그렇게 작업을 시작했죠. 지금은 긴장의 정도가 조금 덜하지만요. 첫 번째 게임을 마무리했고 출시가 됐죠. 조금은 더 전통적인 판타지 게임이있고요. 그리고 더 현대적인 판타지와 결합시키는 중이었죠. 중세 유럽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엘프, 드워프, 용, 오크 흑마법사가 있는 세계였고요. 만들어가고자 하는 세계의 무대를 세우는 과정이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워크래프트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죠. 그때 당시에는 이런 식이었습니다. “좋아. 이제 엘프가 있으니 어떻게 하면 평범한 엘프와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오크를 이제껏 봐 온 오크와 다르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우리의 미술 양식을 시험하고 밀고 나가기 시작한 때가 그때부터입니다.



크리스 멧젠 : 말하자면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거죠.


샘와이즈 디디어 : 그렇습니다.


크리스 멧젠 : 개발팀 전체로 보면 미술, 디자인, 프로그래밍 부분의 협력은 중요합니다. 마치 업장을 받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죠?


샘와이즈 디디어 : 던전 앤 드래곤(Dungeons & Dragons)에서 많은 요소들을 게임으로 가져왔죠...


크리스 멧젠 : [웃음] 네, 꽤 많죠.


샘와이즈 디디어 : …“내 캐릭터에 이런 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웃음] 예, 그런 것들요...


롭 팔도 : [뒤에서] 파괴자 켈토! [웃음]


카룬 : 참고로 워크래프트 II 개발 당시 회사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요?


롭 팔도 : 아, 그건 기억이 안 나네요.


카룬 : 굉장히 많이 변한 것 같은데요, 그렇죠?


샘와이즈 디디어 : : 그렇죠. 미술팀만 놓고 보면 아마도, 회사 전체에서 12명이나 13명, 14명 정도였던 것 같네요.


크리스 멧젠 : 워크래프트 II 때는 좀 적었는데 35~ 40명 정도 인원이었을 겁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 맞아요.


크리스 멧젠 : …회사 전체 말이죠. 게임 출시 당시 전체 규모입니다.


카룬 : 정말 대단하군요.


크리스 멧젠 : 기억이 분명치 않네요.


카룬 : [웃음]


크리스 멧젠 : …어쨌든 정말 크다고는 할 수 없었죠.


카룬 : 그리고 나서 1995년 12월, 확장팩인 워크래프트 II: 어둠의 문 저편(Beyond the Dark Portal)이 출시됩니다. 블리자드 첫 확장팩이었는데요, 정식 후속작 작업과는 어떻게 달랐나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샘와이즈 디디어 : 일단 드레노어의 오크 타일 모음에 버섯나무가 생겼어요.


크리스 멧젠 : 예, 맞아요.


샘와이즈 디디어 : 그것 말고는 딱히 기억나는 게 없는데... [웃음]


크리스 멧젠 : 어둠의 저편을 준비할 당시에는 연간 작품 출시 계획 수립이라든가 전반적인 제작 프로세스 구성 등을 고민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확장팩은 외부의 도움을 받기로 했죠. 어디였더라... 사파이어(Saffire)[편집자의 변: 해당 회사의 이름은 사이버로어(Cyberlore)였습니다.]였나요?


캠페인 구성 및 타일 모음 부문에서 도움을 받으며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무튼, 그러다가 우리의 병적인 꼼꼼함과 깐깐함 때문에 결국 제작의 많은 부분을 다시 가져왔고, 타일 모음도 공동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매번 그렇게 되더라고요. [웃음]


크리스 멧젠 : 새로운 유닛 개발이나 줄거리 구성 작업 등도 같이 진행하기로 했죠. 결과적으로 좋은 작품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어둠의 문 저편(Beyond the Dark Portal)은 수작이었습니다. 전 특히 주제가 마음에 들었는데요, 드레노어라는 오크 세계를 직접 볼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전 영웅들이 좋았습니다.


크리스 멧젠 : 영웅들도 정말 멋졌죠. 그롬 헬스크림, 데스윙, 카드가, 알레리아, 투랄리온 및 새로운 오크 대족장들이 등장했습니다. 사실 몇 년 전에 그때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 계획도 갖고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이야기가 너무 복잡하지 않았나 합니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유물을 찾아 지도를 구석구석 누비는데요, 정말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게 다 들어가 있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화염 공격 +2도 있었죠?


크리스 멧젠 : 맞아요! [웃음] 이래저래 특이한 확장팩이었지만, 결과는 무척 좋았습니다. 워크래프트 세계를 확장시켰다고 할까요? 그렇게 정규 게임 두 개와 확장팩 하나를 내놓고 나니, “야, 워크래프트 프랜차이즈가 이제 점점 형성되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참 기분이 좋은 게, 앞으로 이야기 전개를 구상해 볼 수 있더라고요. 워크래프트 III 작업에 실제 착수한 건 그 뒤로 몇 년이 지나고 난 뒤였지만, 다룰 수 있는 이야기 측면에서 정말 무궁무진한 영역을 개척했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날 가져다 쓰세요." 하고 기다리는 거죠.



롭 팔도 : 이 확장팩 작업을 하면서 얻는 교훈 중 하나가 바로 멀티플레이의 중요성입니다. “어둠의 문 저편”은 멀티플레이 측면에서는 새로 추가된 내용이 없었습니다. 워크래프트 I에서 워크래프트 II로 넘어갈 때, 멀티플레이가 없었다면 그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덕분에 세계관이 확장된 만큼이나 인기도 늘어날 수 있었던 거죠. 칼리(Kali)와 워크래프트 II에서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요소가 도입되면서 RTS 장르와 워크래프트 프랜차이즈의 인기도 더불어 상승했던 것 같습니다.



카룬 : 예, 정말 그랬습니다. 어둠의 문 확장팩은 워크래프트 세계관 확장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세계관이나 줄거리를 만들 때 얼마나 앞을 내다보고 만들었나요? 가령 “이 영웅들은 결국 죽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이 사건은 저렇게 진행시키고...” 등등의 계획을 미리 세워두셨나요?



크리스 멧젠 : 맞습니다. 어둠의 문 저편은 상황이 좀 특이했습니다. 워크래프트 I과 워크래프트 II 사이에서... 사실은 제가 당시 맡았던 일은 아니었지만 워크래프트 세계에 대해 참 많이 생각했습니다. [웃음] 왕국과 종족, 그리고 그 미래 등을요. 어둠의 문 저편 땐 제가 뭘 했는지 생각이 안 나네요. 여러 가지 이상한 것들을 했던 건 기억나는데... 블러드라인(Bloodlines)도 했었고...



샘와이즈 디디어 : 그 당시에 저스티스 리그 태스크 포스(Justice League Task Force) 작업하고 계시지 않았어요?

크리스 멧젠 : 그건 그전에 했던 작업이에요.


샘와이즈 디디어 : 아, 그렇군요. [웃음]


크리스 멧젠 : 그 당시에 전 닉과 함께 블러드라인에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그것 말고도 결과적으로는 빛을 보지 못한 다른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파이어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을 때, “음, 사파이어에 한번 확장팩을 맡겨 볼까?” 하고 솔깃했죠. 한편으로 외부 제작사에 우리 확장팩을 맡기는 게 영 마음이 불편해 “아아아! 내 애기!”라고 외치고도 싶은 심정이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원래 좋은 건 남 주기 싫더라고요. [웃음]


크리스 멧젠 : 예! 그렇죠, 남한테 좋은 거 절대 주기 싫죠.


롭 팔도 : 그래도 옛날보다는 좀 나아졌어요.


샘와이즈 디디어 : 예, 뭐 조금...


[전체 웃음]


크리스 멧젠 : 확장팩 개발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발팀으로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우리 아기를 맡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사파이어는 훌륭한 팀이었습니다. 확장팩에 여러 가지 흥미로운 요소들을 더했죠.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아, 이건 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 작품은 다른 사람의 손이 아닌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일부 개발 작업을 도로 가져와 진행하게 된 것이죠. 이 과정에서 교훈을 배웠는데요, 말하자면 이런 것이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우리 애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리 애는 우리가 키운다. [웃음] 애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고, 항상 미리 계획을 세우고, 워크래프트 프랜차이즈의 미래에 대해서도 치밀하게 생각한다.” 이게 이 이야기의 교훈이네요. 물론 사파이어의 작업이 나빴다는 말은 아닙니다. 정말 훌륭하게 해주었어요.


하지만 당시 우리의 문화가 당시 한창 꽃을 피우려던 참이기도 했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 편히 일을 잘 맡기지 못하는 우리 성향을 고려했을 때 아무래도 우리 작업은 우리가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던 겁니다.



롭 팔도 :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Brood War)을 하면서 그 교훈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죠.


크리스 멧젠 : 예, 이야기의 연속성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우리랑 같이 일하는 게 얼마나 까다로운지 우리도 압니다...


크리스 멧젠 : 우리가 그렇죠.


샘와이즈 디디어 : 우리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전체 웃음]


롭 팔도 : 그래서 우리 서로한테만 까다롭게 굴기로 했습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예!


크리스 멧젠 : 맞아요, 그렇게 하기로 했죠.


[전체 웃음]


카룬 : 그 방식이 좋은 결과를 불러왔던 것 같군요. 결국, 워크래프트 III: 혼돈의 시대(Reign of Chaos) 개발을 이끌어내지 않았습니까? 워크래프트 III로 줄거리와 게임 플레이를 통해 RTS 장르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었죠. 특히 플레이어가 각기 다른 네 종족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점과 멀티 플레이어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당시 큰 혁신이었습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영웅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죠!


카룬 : … 맞습니다. RPG 형식의 영웅도 워크래프트 III에 아주 잘 녹아들었죠. 이 시기부터 많은 부분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개발자들의 생각이 많이 달랐을 텐데, 어떻게 발전이 이루어졌는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샘와이즈 디디어 : 그래픽적인 면에서 볼 때, 당시 우리는 3D 그래픽 작업을 막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폴리곤 숫자와 텍스쳐 크기를 계산할 필요는 있었지만, 우리의 이전 게임들처럼 캐릭터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만들 필요는 없었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캐릭터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움직이게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단기간 내에 더 정교한 움직임과 구현하고 수정도 가할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에 문제가 있었다면 기존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모든 그래픽을 수정했어야 했지만 이제 수정할 부분만 고치면 되었죠.



카룬 : 2D에서 3D로 넘어가며 특유의 그래픽을 살리는 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나요?


샘와이즈 디디어 : 아니요, 매우 간단했습니다. 사실 매우 빠르게 작업할 수 있었기에 더 쉬웠다고도 할 수 있겠군요. 만약 뭔가 크게 만들고 싶으면, 크기를 키우면 되는 식이었습니다. 만약 작게 만들고 싶다면, 물론, 그런 적이 없었지만요. [웃음] 그것도 가능했죠.


순식간에 20개의 가시를 추가하거나 제거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전 게임들처럼 고도의 노동력을 요구하는 그래픽 수정작업도 필요 없었죠. 폴리곤 숫자를 최대한 줄여야 할 때도 있었는데, 그 작업만 16번에서 17번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작업이 머리를 아프게 했을 뿐이고, 그 부분을 제외한 그래픽적인 면에서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워크래프트III는 우리의 감각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게임이며, 기대 이상의 발전과 캐릭터들의 역동적인 자세를 구현할 수 있게 해준 게임입니다. 워크래프트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잘 정의할 수 있게 도와준 게임이었다고 할까요?



카룬 : 임무와 임무 사이에 보여준 동영상도 많은 줄거리를 제공했죠, 그렇지 않나요?


크리스 멧젠 : 저는 스타크래프트와 브루드워(Brood War)을 기점으로 줄거리가 조금씩 표면으로 드러나는 새로운 방식의 줄거리 전달 방법을 시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첫 시도였던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줄거리는 한창 진행 중인데 캐릭터들이 작은 창을 통해 조잘거리는 모습만 볼 수 있는 매우 불편한 방식의 인터페이스였죠. 우리는 임무에 나오는 캐릭터의 대사와 목소리 연기의 품질 하나에만 의존했음에도, 사람들이 스타크래프트의 특정 캐릭터들을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스타크래프트와 브루드워(Brood War)의 싱글플레이어 줄거리 구성 요소들이 일반적인 우리 게임의 줄거리 전개 방식보다 한 단계 나아갔다고 느꼈고, 우리 모두 워크래프트 III에서 이 한계를 한 번 넘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워크래프트 III는 영화 같은 게임이 되었고, 더 심도 높은 세계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네 종족과 어마어마한 분량을 가진 네 개의 캠페인, 또한 다뤄야 할 배경과 세계관 및 구체적인 대사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았기에 우리 캐릭터들에게 조금 더 깊게 파고들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이런 캐릭터들과 역사를 심도 있게 구성하는 데서 매우 큰 즐거움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우리가 했던 방식의 가능성을 보고 싶었고 감성적으로나 만족도로나 최고의 줄거리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타크래프트에 비해 줄거리가 훨씬 더 나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게임플레이의 부분에서는 훨씬 더 심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그때 타우렌과 나이트 엘프가 탄생했죠.


크리스 멧젠 : 네, 네, 맞습니다. 그 밖에 별의별 것들이 다 탄생했죠.


롭 팔도 : 어떤 부분은 스타크래프트에서 시작되었지만, 브루드워(Brood War)에 이르러서는 본격적으로 게임의 구조와 임무 디자인 모두를 통해 플레이어가 전체적인 줄거리를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비록 우리가 원한만큼 많은 부분을 편집기로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종족 전쟁에서는 몇몇 부분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고, 크리스가 작업하는 줄거리와 일방 상통하면서도 정말 멋지다고 할만한 임무 속 장치들의 아이디어들을 실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워크래프트 III에 이르러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 대부분을 구현할 수 있을 법한 편집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편집기를 통해, 좀 더 짜임새 있고, 플레이어들이 플레이하면서 스토리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임무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저, 크리스, 샘은 각자 다른 줄거리의 구성 요소를 이야기할 때마다 캐릭터를 통해 줄거리를 듣기보다 플레이어가 줄거리 그 자체를 플레이하며 캐릭터에 대해 알아가는 구조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하곤 했죠.



크리스 멧젠 : 말만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 데이터는 처음 보는데, 뭘 만드는 거야?”하고 서로를 간섭하며 모든 것을 직접 구현해보았고, 플레이하기도 했습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우리는 플레이하지 않는 캐릭터까지 고려하여 세계관을 구성했습니다. 또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몬스터들을 창조해내려고 애썼습니다. 왜냐하면,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가 이들을 쓰러뜨리며 경험치를 쌓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지도의 특정 구역마다 다른 몬스터들을 배치했습니다. 같은 몬스터를 재탕하고 싶지 않았죠. “오, 이 구역에는 파란 노움과 빨간 노움이 어울리겠군”하는 식이랄까요. 저는 항상 우리가 창조한 다양한 몬스터들을 모아 제5의 종족을 만들고 싶다는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롭 팔도 : 그런 점에서는 3D였다는 점이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유롭게 크기를 조절하고 색을 칠해야 했으니까요.


샘와이즈와 크리스: 음, 맞습니다. 맞아요.


샘와이즈 디디어 : 우리가 직접 새로운 그래픽 작업에 참여했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몬스터가 필요한 상황에 디자이너 대부분이 하는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먼저 기존 몬스터의 크기를 키웁니다.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죠. 그리고 노란색으로 칠합니다. [웃음] 무려 노란색으로 말입니다! 노란색은 거의 최악의 색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우리가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저희가 직접 새로운 몬스터를 만들어보죠.”



크리스 멧젠 : 뭔가 신선한 느낌의 몬스터가 필요했습니다.


롭 팔도 : 드워프 나무꾼은 좀 아니었어요!


샘와이즈 디디어 : 네, 좀 아니었죠. 딘! 방금 발언은 농담입니다. [웃음]


크리스 멧젠 : 전체적인 개발 단계에서 우리는 이 작은 인간류 종족들만 열심히 만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샘이 말한 것처럼 단지 지도 상의 몬스터를 만들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절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구체적인 부족의 이름과 구체적인 지도자를 포함한 구체적인 서식지까지 만들었죠.


이게 재미있는 게, 우리가 잠시 뒤에 이야기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작업의 시작단계에서 워크래프트 III를 작업하며 문서로 만들고 썩혀뒀던 이런 아이디어들이 활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운이 좋았죠. 우리는 어떻게 이 자료들을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게임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의 DNA 대부분은 분석이 이미 끝나있었고, 문서로 만들어질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고 할까요?



샘와이즈 디디어 : 네, 또한, 제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는WoW 팀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아, 이걸 만들어야 된다고요? 네, 그렇죠!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요. 워크래프트 III를 미치도록 해봐서 아는데 이건 이렇게 생겼고, 크기가 좀 커져야 해요. 왜냐하면…”라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개발에 참여하곤 했죠.



크리스 멧젠 : 맞습니다. 일종의 시각적 언어라고 할 수 있었죠. 우리가 워크래프트 III를 준비하며 많은 작업을 해뒀기 때문에 완성작에서는 세계관을 구성할 때 꽤 탄탄하고 풍부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창조하며 사용할 다양한 설정들이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죠.



카룬 : 분명히 어떤 청취자들은 이런 생각도 하실 겁니다. “ 그러니까 멀록이 변형되어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식이겠군요.” 멀록은 어떻게 생겨났습니까? [웃음]



샘와이즈 디디어 : 멀록은 그러니까 구울 모델이었습니다. 로만이 잘해주었죠!


크리스 멧젠 : 맞아요.


샘와이즈 디디어 : 기본적으로, 로만은 우리에게 이미 있었던 구울 모델을 가져다 텍스처를 새로 입힌 다음 괴상하게 보이는 칼을 들리고 얼굴을 개구리처럼 보이게 바꾸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버전에서는 좀 더 물고기에 가깝게 마무리 지어졌지만요. 처음 모습은 두꺼비 변종에 더 가까웠죠.


크리스 멧젠 : 그랬죠.


샘와이즈 디디어 : 두꺼운 변종 아닙니다! 두꺼비 변종이에요.


크리스 멧젠 : 두꺼비, 두꺼비죠...


롭 팔도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음향 효과가 덧입혀지기 전에는 멀록은 멀록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모두: 그렇죠, 맞아요.


롭 팔도 : 워크래프트 III에서는 멀록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또 하나의 변형체일 뿐이었죠.


샘와이즈 디디어 :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발전하여 독특한 외모를 갖추었지요.


크리스 멧젠 : 그랬었죠.


롭 팔도 : 사실 개발 단계에서 음향 효과는 거의 사장되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음향 효과에 불만을 표출했기 때문이었죠. 실제로 이런 적도 있었습니다. 음향 부서에 다른 소리를 제안해 달라고 한 다음 일시적으로 게임에 넣었죠. 그랬더니 모두가 이전 소리를 원하더군요.


크리스 멧젠 : 이전 소리를 원하더군요. 정말 그랬죠. [웃음]


롭 팔도 : 맞아요, 그래서 이전 소리를 다시 넣었고, 멀록의 전설이 시작된 겁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그러니까 롭 팔도 씨에게 블레이드 마스터의 환영이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한 결정을 고수하신다는 거죠? 아직도요?


크리스 멧젠 : 이런...


롭 팔도 : 아, 또 시작하나요. 이 논쟁을 여기 녹음실까지 와서 하나요.


[웃음]


샘와이즈 디디어 : 제 말은 블레이드 마스터의 환영이 피해를 주도록 했다면 게임이 훨씬 더 인기를 끌었을 거란 얘기입니다.


롭 팔도 : 이봐요 샘, 아직도 기억하는데. 당신이 결국에는 내 방으로 와서...


샘와이즈 디디어 : 저는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만...


[웃음]


롭 팔도 : 와서 괜찮다고 말했죠.


크리스 멧젠 : 묵비권을 행사하세요.


[웃음]


롭 팔도 : 결국은 받아들였잖습니까. 녹화했어야 했는데. 이럴 줄 알았다니까...


카룬 : 그러니까 세계수 전투 이후에, 그 일은 혼돈의 시대(Reign of Chaos)에서 엄청난 사건임이 분명했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다른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저 자신도 “블리자드에서 얼어붙은 왕좌(Frozen Throne)를 내보낸다고 발표할 때 이 사건을 어떻게 뛰어넘으려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얼어붙은 왕좌(Frozen Throne)가 출시됐을 때 아서스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 역시 확장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아주 대단한 이야기가 되었지요. 이 시점에서 이 이야기를 하니 흥미롭군요. 왜냐하면, 다가오는 3.3.0 패치는 바로 그 이야기에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얼어붙은 왕좌(Frozen Throne)에 쓰인 이야기를 생각해 낼 때 어땠으며 그 이야기를 정말 어디에서 마무리할지 이미 아셨습니까?




롭 팔도 : 음, 크리스가 엄청난 이야기를 풀어 놓기 전에 제가 말려야겠는데요.


크리스 멧젠 : [웃음]


롭 팔도 : 이거 좀 재미있군요. 알아차린 사람이 거의 없이 대부분 모르시는 내용인데, 사실 나이트 엘프 제7장 뒤에 다음 장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다들 아시다시피 그 7장에서는 45분 동안 버티면서 제이나, 스랄, 마지막으로 나이트 엘프 기지를 방어하도록 해 놓았으니 말입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누설쟁이!


[웃음]


롭 팔도 :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플레이해보지 못한 분들이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 장을 끝내면 사실 끝 부분에 다른 장이 있는데 거의 2시간 걸리는 임무입니다. 그 임무를 더 많이 해볼수록 신에 대해 더 많이 깨달을 겁니다.


손가락 마디가 전부 하얗게 질리고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그 임무를 끝낸 다음 말이지요. 이런 대규모의 치열한 임무에 뛰어들고 싶어하지 않기에, 게임에서 마지막 임무를 접어 버리고 나이트 엘프 제7장을 마지막 임무로 정했지요.


크리스 멧젠 : 그런 얘기를 온 세상에 밝히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세상에나.


롭 팔도 : [웃음]


샘와이즈 디디어 : 그 얘기에 블레이드 마스터 얘기까지 전부 하다니요. [웃음]


크리스 멧젠 : 음 근데, 할 얘기는 잔뜩 있는데...


롭 팔도 : 이제 말려야겠네요. 얼어붙은 왕좌(Frozen Throne) 줄거리 말인데요.


샘와이즈 디디어 : 아서스가 얼마나 멋있는지 얘기하던 중이었죠.


크리스 멧젠 : 네, 하지만 질문에 대답하자면 정확히 언제 그 내용들을 모두 집어넣기로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 아마 다들 그럴 거예요. 확장팩 시리즈 작업은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개발자로서 정말 많은 교훈을 얻었거든요.


도구 작동 방식이라든가, 설계 방식과 원리라든가, 가장 재미있는 게임 요소, 적절한 대사량 등등에 관한 모든 것을요. 오리지널 게임을 통해 저희가 만들고 싶은 게임에 대한 많은 걸 배웠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요소들을 언제든지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얼어붙은 왕좌(Frozen Throne)에는 엄청난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쏟아 부었고, 오리지널 게임의 마지막을 봤을 때 아서스의 이야기와 리치 왕은 상당히 유기적으로 연결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이트 엘프와 불타는 성전의 이야기는 만족스럽게 마무리됐고요. 굵직하게 이어지는 줄거리는 바로 리치 왕과 아서스의 저주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유기적으로 얽힌 요소들을 연결하고, 이야기를 엮어나갈 관련 인물들을 모두 등장시키게 됐습니다. 리치 왕의 승천을 막아야 하는 일리단같이요.


전개 방향이 문제일 뿐, 되살려서 연결할 요소들은 정말 많았어요. 이때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개발이 한창이었지만, 아직 갈 길도 한참 남았을 때였지요. 물론 리치 왕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시기를 놓고 보면 아주 옛날이었지만 말이에요. 그래서 말씀드리는데, 어느 날인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팀 쪽에 있다가 모형화 작업 중이던, 실제 얼어붙은 왕좌(Frozen Throne)에 앉아 있는 리치 왕을 보게 됐습니다.


저는 한동안 넋이 나갔어요. 당시 몇 주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관한 걸 본 적이 없다가 갑자기 “와, 끝내준다...” 말투가 이래서 죄송합니다. 어쨌든 7년이 흘렀고 그렇게 굉장한 걸 보게 되자, 사실 시간을 말씀드릴 순 없지만 결론은 순간적으로 전 뭔가에 홀린 듯 “와!”하고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플레이어들을 이끌고 있죠. 쌍을 이루는 이 게임들이 어떤 식으로든 발전해 나가면서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이야기의 일부가 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패치는 리치 왕의 몰락이라는 갈등의 해소와 결말부를 통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여러 가지 흥미로운 요소가 녹아든 걸 보게 되어 뿌듯합니다.


정말 고무적인 일이고, 특히 저희 중 아무도 이와 같은 아이디어가 아직도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느낌이 들면서도 감동적이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더 흥분됩니다. 정말 멋져요.



샘와이즈 디디어 : 모든 걸 계획하신 게 아니었군요?


크리스 멧젠 : 네, 그렇다니까요. [웃음]


롭 팔도 : 제 생각엔 예전에 크리스가 했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네요. 스타크래프트에서는 그러지 못했지만, 워크래프트III에는 더 많은 RPG 요소를 집어넣으려고 다양한 영웅을 만들어냈고, 각각의 인물과 줄거리를 구성하느라 보기보다 많은 노력이 들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중심 줄거리 외에도 바리마트라스와 실바나스, 마이에브와 일리단같은 많은 캐릭터와 관련된 파생된 이야기들, 아직 풀어놓지 못한 사연들이 많습니다. 티란데와 퓨리온의 이야기도 아직 충분히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부분들이 꽤 있어서...




샘와이즈 디디어 : 렉사르도 있고요.


크리스 멧젠 : 맞아요.


롭 팔도 : 맞아요, 렉사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아직 구현되지 않은 소재들이 워크래프트III에 들어가 있죠.


샘와이즈 디디어 : 판다렌도요!


크리스 멧젠 : 그래요, 아직 나오지 않은 소재가 많죠. 그래서 개발작업이 정말 재미있는 겁니다. 워크래프트III: 얼어붙은 왕좌(Frozen Throne)의 개발 중간 단계 내지는 막바지 즈음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개발이 동시에 진행됐어요. 캠페인과 관련하여 많은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저를 비롯한 개발팀에게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될 요소가 어떤 것들인지에 대한 일종의 직감이 있었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장기간의 프로젝트고 확장팩이 여러 개 출시된데다, 결과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약간 바뀌기도 했지만 맞아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재미있게 구현될 수 있지만 아직 끌어내지 않은 요소가 오리지널 게임에는 많이 있습니다. 동시에 개발하고, 그 중 일부가 결말에 다다르는 걸 지켜보는 것 자체가 멋진 일입니다.




카룬 : : 요즘은 싱글플레이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워크래프트 III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말이지요. RTS 장르였던 게임을 MMORPG 형식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이 보통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실제로 온라인에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의 숫자와 워크래프트의 인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 건가요? 그런 결정을 내린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샘와이즈 디디어 : 저는 블리자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아하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죠. 모두가 에버퀘스트(EverQuest)를 플레이하고 있었는데, “워크래프트의 세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거죠. 듄 II(Dune II)를 플레이할 당시 “오크와 기사가 등장하는 판타지라면 더 멋지겠는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죠. 마음에 드는 게임이 있으면 항상 우리 식으로 만들어보고 싶어하죠. 그렇게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롭 팔도 : 네. 그런 과정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어느 작품에 맞는가 하는 겁니다. 사실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로 무언가를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논의조차 해본 기억이 없군요.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장르로는 워크래프트가 제격이라는 게 너무도 분명했으니까요.


샘와이즈 디디어 : 히드라리스크 마법사는 별로였던 거죠.


롭 팔도 : 네. 마찬가지로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하지만 기회는 있었고 많은 분들이 에버퀘스트(Everquest)와 그 전에는 울티마 온라인(Ultima Online)을 플레이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함께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과 돈독한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생각했지요.


함께 게임 콘텐츠를 즐기고 매일 밤 협력을 통해 도전 과제를 풀어가는 건 가능했으나, 문제는 더 많은 플레이어 집단에 다가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죠. 이미 게이머이자 게임 디자이너로서 습득한 지식을 더하여 워크래프트를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낸다면, MMO 게임을 경험해보지 않은 블리자드 게이머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크리스 멧젠 : 앞서 이야기한 대로 워크래프트 III의 세계는 아주 자세한 부분까지 만들어져 있습니다. 오크 종족이 고향을 건설하고 타우렌이나 트롤 같은 집단을 만나죠. 이런 공간들을 모두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대규모 MMO 게임을 만든다는 사실을 매우 기쁘게 생각했고, 쉽게 생각해도 워크래프트는 가장 재료가 풍부한 소재였습니다.


또한 그 세계가 어떤 세계이고 세력 간 어떤 갈등이 있는지에 대한 부분들이 가장 명확하게 보였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가상공간에 옮겨 담는 작업은 손쉬운 일이었죠.



샘와이즈 디디어 : 그렇습니다. 심지어 중립 몬스터들도 아직 만들어나가는 중이라 할 수 있죠. 최근 작업한 내용은 잊힌 자 등 리치 왕의 분노에 등장한 몬스터들입니다. 새 모델링과 텍스처 작업을 거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들어가지 않은 내용들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아마 안 들어가고 남은 부분은 없을 겁니다.



크리스 멧젠 : 아직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할 캐릭터들은 많아요. 계획했던 모든 이야기들을 의도한 대로 끌고 나가지 못했죠.


샘와이즈 디디어 : 맞아요. 머리가 두 개 달린 오우거 닌자 말이죠.


크리스 멧젠 : 네. 조용하지만 폭력적이죠. [웃음] 맞습니다. 아직 창고에 남겨둔 조미료들이 많아요.


카룬 : 연관이 있는 이야기인데요, 미술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 보죠. 15년이 넘게 2D 환경에서 워크래프트 작업을 해오셨는데 워크래프트 III로 넘어가는 과정은 어땠나요? 워크래프트 III에서는 세계 전체를 작업해야 하는데다가 기존의 미술적 색채도 이어가야 했을 텐데요. 또 많은 부분에서 대중문화적 요소와 블리자드식 유머를 게임 내에 추가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네, 워크래프트에 관한 한 가장 좋았던 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점이죠. 총이 좋은가요? 게임에 있죠. 외계 행성에서 온 외계인에게 관심이 있나요? 게임에 있습니다. 공간을 여행하는 요새는요? 물론 있습니다. [웃음]


크리스 멧젠 : [웃음] 맞는 말이죠!


샘와이즈 디디어 : 늑대인간요? 지금 만들고 있습니다. 멋지죠.


롭 팔도 : 팬더도요.


샘와이즈 디디어 : 팬더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있나요? 패치 201732 중반 정도는 되어야 할 텐데요.


롭 팔도 : 워크래프트라고 말했으니까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아니라...


샘와이즈 디디어 : 원론적으로 말하면 워크래프트 게임류의 미술 작업은 정말 좋아요. 누군가가 이런 것을 만들어보고 싶군, 조합해보면 어떨까라고 말하면 그래, 해봐! 이런 식이죠.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오거나 디자이너들이 게임에 넣거나 멧젠이 어떤 식으로든 세계관에 추가하거나 할 확률이 높죠.



크리스 멧젠 : 어떤 식으로든요.


샘와이즈 디디어 : 전 멧젠만 믿거든요. [웃음]


카룬 : 이제 마지막 질문으로 가보겠습니다. 책과 영화 출시가 임박한 지금, 세상에 차고 넘치는 수많은 이야기 중에 워크래프트 시리즈에서 다음 단계에 다룰 내용은 무엇입니까?


크리스 멧젠 : 파괴와 고통, 영웅, 서사시입니다.


샘와이즈 디디어 : [웃음] 왕과 권력 같은 건 안 나오나요?


크리스 멧젠 : 왕과 권력!


카룬 : 예전에 나온 영웅과 이야기 중에 본격적으로 다루진 못한 게 있을 텐데, 뭐 괜찮은 거 없습니까?


샘와이즈 디디어 : 그동안 만들고 싶었던 영웅 직업을 알려 드릴 때가 됐나요? [웃음]


크리스 멧젠 : 네. [이어지는 웃음] 타우렌 바람술사 말씀이시군요.


샘와이즈 디디어 : 맞아요.


크리스 멧젠 : 바다 나가랑 고블린 선장도 있어요. 실제 직업이라고 볼 순 없지만요.


샘와이즈 디디어 : 타우렌 음유시인


크리스 멧젠 : 타우렌 음유시인, 맞아요.


샘와이즈 디디어 : 음메~~~!


크리스 멧젠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서비스된 지난 몇 년간, 확장팩 출시 횟수는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워크래프트III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동안 나온 수많은 좋은 아이디어뿐 아니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출시 이후에 쏟아져나온 시리즈 고유의 소재까지 모두 담아내려고, 전에 없던 온갖 독특한 요소를 고안해냈습니다. 안퀴라즈와 광기의 고대 신도 사실 얼어붙은 왕좌 편의 노스렌드에 있었죠.



샘와이즈 디디어 : 맞아요. [웃음]


크리스 멧젠 : 이러한 모든 것들이 아웃랜드의 본질을 이뤘고, 아웃랜드의 나루와 수정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과 기타 등등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초기 확장팩 계획에서 거의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나왔죠.


4년 전에는 대격변이 부차적인 안에 불과했지만, 모든 게 바뀌고 움직이면서 노스렌드도 나오고, 이게 의외로 괜찮았던 겁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조금씩 나오면서 다른 건 나중에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만큼은 ‘바로 지금이다.’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정불변의 계획은 없고, 변화의 여지만이 있을 뿐이에요.


앞으로 파고들어야 할 이야기와 주제가 점점 더 서사적이 되는 느낌은 있습니다. 바로 그게 시리즈가 재미있고, 역동적인 이유죠. 샘의 말마따나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 뿐이고, 원하는 건 정도의 문제일 뿐 뭐든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의 측면에서는 금방이라도 끄집어낼 수 있는 게 많고, 아직 갈 길도 멉니다.



롭 팔도 : 나즈나타나 에메랄드의 꿈처럼 워크래프트 역사에는 있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는 구현되지 않은 소재가 꽤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군요. 확장팩이나 또 그다음 확장팩에 반드시 나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깊게 파고들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크리스 멧젠 : 나중엔 티탄을 실제로 만나거나 고대 신의 기원과 진실을 밝혀내게 되는 걸까요? 이야기의 풍부한 바탕이 된 소주제가 정말 여러 가지라서, 언젠간 그렇게 될 겁니다. 시기와 방법만 잘 정하면 돼요.


샘와이즈 디디어 : 재밌는 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팀이 점점 커지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과연 언제 끝이 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새로운 팀원들이 좋은 아이디어와 구현할 만한 소재를 갖고 오는 거죠.


크리스 멧젠 : 한편으로는 콘텐츠를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기존 개발자들은 비슷한 소재를 오랫동안 다뤄왔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어느 정도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맡은 팀2에 완전히 새로운 피가 수혈됐으니 어떻겠어요?



샘와이즈 디디어 : 팀2!


크리스 멧젠 : 제가 원래 이런 걸 좋아해요. 완전히 방향을 바꿔서 “와, 전엔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괜찮은걸.”이런 식으로 말이죠. 성실하고, 신선하게, 일정 기간마다 한 번쯤은 시리즈를 다시 한 번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오래 굳어진 생각을 벗어버리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겁니다. 아직도 이게 생생한 느낌이 들까? 나온 지 5년 된 게임이 계속해서 이야기와 모험을 노래하는데, 어쩌면 점점 진부해지는 건 아닐까? 아무래도 가끔은 주변의 모든 걸 뒤흔들어야 할 때가 있잖아요. 꼭 대격변을 가리키는 건 아닙니다.


[웃음]


롭 팔도 : 대격변에서는 구대륙이 사라지고 정적인 세계의 구조가 완전히 뒤바뀌기 때문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정말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 같아요. 새로운 장이 열릴, 새로운 대륙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크리스 멧젠 : 그렇죠.


롭 팔도 : 대격변을 통해 워크래프트 세계를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거예요. 그 결과가 플레이어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소재가 있다면, 워크래프트의 이야기가 나아갈 길을 완전히 새롭게 개척하게 될 테니까요.


크리스 멧젠 : 네, 전체 수레바퀴가 움직이는 거죠.


카룬 : 그 내용은 다음 블리즈캐스트를 위해 아껴두고, 오늘은 이만 마무리해야 할 것 같네요. 블리즈캐스트에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워크래프트의 개발 이야기 잘 들어봤고요.


샘와이즈 디디어 : 네, 다음에 또 만나요!


롭 팔도 : 감사합니다.


크리스 멧젠 : 즐겜하세요!


카룬 : 다음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향후 5년에 대해 네세라 씨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팀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블리즈캐스트 #12: 워크래프트 기념 특별방송 2부

타니엘 밴더립 "네세라" (커뮤니티 메니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제이 엘런 브랙 (프로덕션 디렉터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톰 칠튼 (게임 디렉터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제프리 캐플런 (전 수석 게임 디자이너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네세라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특별 방송, 제2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커뮤티니팀의 네세라입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5주년 특집으로 진행하는 오늘 이 자리에 제이 엘런 브랙 씨, 게임 감독 톰 칠튼 씨, 얼마 전까지 게임 감독을 맡으셨던 제프 캐플런 씨가 와 계십니다. 아시다시피 캐플런 씨는 올해 초에 새 블리자드 프로젝트 개발을 돕기 위해 팀을 옮기셨죠. 어서 오세요.



모두 : 감사합니다!


제프리 캐플런 :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세라 : 앞서서는 크리스 멧젠, 샘와이즈 디디어, 롭 팔도 씨와 함께 워크래프트 프랜차이즈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워크래프트는 3편의 정규 게임과 2편의 확장팩을 내놓은 실시간 전략 게임의 거인이 되었는데요. 그 상황에서 MMO 시장으로 진출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톰 칠튼 : 말씀하신 대로 거인이 되었으니까 어디든 도전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MMO 시장도 마찬가지고요.


제이 엘런 브랙: 방대한 설정과 스토리, 세계관 덕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월드 오브 스타크래프트 얘기도 농담으로 하시던데, 스타크래프트도 그 방대한 스토리와 세계관을 기반으로 MMO도 가능한 그런 세계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지금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요.



네세라 : 워크래프트의 실시간 전략성을 좋아하는 팬 층을 고려해서 그런 느낌을 MMO로 옮기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과연 그걸 제대로 MMO 에 구현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 말이죠. 특히 어려운 점 있었나요?


톰 칠튼 :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스토리가 좋고, 캐릭터도 풍부하고, 세계관이 재미있으면 원래 장르가 어땠든지 간에 인기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네세라 : 음, 그렇군요.


제이 엘런 브랙: 워크래프트 III에서 플레이어가 특수 주문과 능력을 사용하면서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영웅의 개념을 처음 도입했습니다. 그러니까 벌써 어느 정도 특정 캐릭터를 조종하는 MMO의 특징이 나타난 거라 볼 수 있죠.


네세라 : 음... 오크와 인간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RTS 구도에서 전반적으로 진화한 셈이군요. 제프 씨, 초기 MMO를 다양하게 경험해 보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경험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개발 철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그리고 워크래프트 프랜차이즈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제프리 캐플런 : 특정 게임을 정말 열심히 하다 보니까 열혈 게이머 입장에서 게임이 보이더라고요. 플레이어들이 좋아하는 게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되었고요.


친구들을 초대해서 게임을 하다 보면 가끔 “야, 넌 참 이상하다. 난 그런 게임 죽어도 못 할 거야.”라는 말을 듣곤 했는데요, 그러면서 골수 플레이어들 좋아하는 것과 일반 플레이어들이 좋아하는 것이 다르단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워크래프트의 어떤 점이 좋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세계가 너무 아름다웠어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출시 전에 인터넷에서 브란에 대한 글이 올라온 적이 있는데요, 거기에서 가시덤불 골짜기의 원화를 봤습니다. 그 원화만 보고도 게임 속 세상이 머리에 쫙 펼쳐지더군요. 또 워크래프트 III가 나왔는데, 차원으로 구현된 세계가 정말 아름다운 겁니다. 카메라 시점을 최대한 가까이 당길 수도 있었지요. 물론 그 상태에서 플레이하는 게 어렵긴 하지만요.



네세라 : 그렇군요.


제프리 캐플런 : 그런데 저 같이 MMO를 좋아하는 사람은, 카메라 시점을 가장 가깝게 당겨서 하기도 합니다.


네세라 : 최대한 말이죠?


제프리 캐플런 : 가까이서 보니까 적이 내 기지를 파괴하는 모습도 멋지더라고요. 나도 그렇게 플레이할 수 있으며 어떨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네세라 : 아하.


제프리 캐플런 : 이렇게 해서 지금의 WoW가 태어난 거죠.


네세라 : 톰 씨, 질문이 있는데요. 블리자드에 입사하시기 전에 다른 게임을 개발하셨잖아요. 개발 초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셨나요?


톰 칠튼 : 저도 비슷합니다. 블리자드 게임 속의 세계는 게이머들에게 손짓했고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습니다. 또 블리자드는 훌륭한 게임플레이로 유명했습니다. 그러한 게임에 참여해서 뭔가 기여할 수 있으면 정말 멋질 것 같다고 생각했죠.



네세라 : 앨런 브랙 씨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제작에 어떻게 참여하시게 됐나요? 그리고 제작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간 개발 과정이 어떻게 변했나요?


제이 엘런 브랙: 저도 다른 게임 회사에서 일하다가 블리자드에 합류했습니다. 제가 게임 업계에 들어온 지도 올해로 15년이 되었네요. 워크래프트 I이 나올 때부터 블리자드의 팬이었습니다. 모뎀으로 워크래프트 통신 대전을 아주 많이 했었어요. 워크래프트 II도 정말 많이 했죠. 블리자드의 팬이었던 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작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건 저에게는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습니다.



톰 칠튼 : 저도 모뎀으로 워크래프트 I을 플레이했어요. 좋은 시절이었죠. [웃음]


네세라 : 옛날에 친구들을 제 좁은 집으로 불러 컴퓨터 연결해서 같이 랜파티를 했던 게 기억나네요.


모두: 예, 그랬었죠.


네세라 : 자, 이제 가장 처음에 이야기했던 워크래프트의 유머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봅시다. 유머는 우리 세계관에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워크래프트는 상당히 진지한 내용이지만 그 속에 퍼져 있는 소소한 유머의 향기를 맡을 수 있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어떤 부분에서 대중문화의 소재가 탄생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분명히 전달되어야 할 이야기는 진지하지만, 그 속에 잠재된 작은 유머의 손길은 유저들이 진정 보고 즐기는 부분이거든요. 이런 유머 요소들은 어디서 탄생하고 어떻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기타 작업으로 발전할 수 있나요?




톰 칠튼 : 샘와이즈 씨가 말한 것처럼, 블리자드에는 오락반장 같은 인재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유머의 탄생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이 엘런 브랙: 괴짜의 정신세계는 수줍음을 잘 타고 사회적으로 특이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성격이나 항상 나서고 누군가를 웃기고 싶어하는 성격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랄까요.


네세라 : 네, 개발 초기 때를 돌아봤을 때 게임플레이와 세계관의 방향성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또, 그 결정된 방향으로 잘 나아갔나요? 아니면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변화된 기반 철학이 있었나요? 아, 물론 개발 극 초반에서부터의 변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제프리 캐플런 : 개발 초반부에는 게임이 나름대로 그 핵심 가치에 머물러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혼자서도 충분히 최대 레벨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습니다. 굳이 남들과 파티를 맺지 않아도요. 우리 생각에 파티 맺기는 권장되기는 굳이 강요될 필요는 없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그 부분은 우리가 잘 이행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퀘스트를 통해 강제성 짙은 지닌 게임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길 원했습니다. 그 방식이 게임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되었고, 잘 이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는 탄탄한 플레이어간 전투 요소와 오늘날과 같은 던전과 공격대와 함께 플레이어 대 몬스터 요소가 있기를 바랬습니다. 제 생각에는 세세한 시스템을 통한 접근성과 공격대와 플레이어간 전투 부분에도 큰 발전이 있었고, 이런 부분이 더 많은 플레이어들을 끌어모으는 데 이바지했다고 생각합니다.



톰 칠튼 : 네, 그 부분에 동의합니다. 또한, 우리가 어떻게 최종적인 게임 콘텐츠를 구성해야 할지에 대한 우리 철학도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즉 게임의 핵심 철학과 우리가 게임에 접근하는 방법 또한 발전했죠. 배우긴 쉽지만 숙달되기는 어려운 게임을 만들자 외 기타 핵심 철학을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한 기술이 발달했다고 할까요.



네세라 : 혼자 레벨을 올리는 일이 시대가 저물었다는 말도 있었죠, 멀티플레이가 활성화되면서 파티 구성이 빈번해졌으니까요.


제프리 캐플런 : 파티를 맺는다는 생각은 저희에게 언제까지나 최선을 다해 ‘권장’하고 ‘지원’해야 하는 부분이지 게임을 즐기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상호 작용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온라인 세상에 접속하고 나서 자신과 맞지 않는 상호 작용 수준에 불편해합니다.


그래서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고 필요에 따라 파티를 구할 수 있게 일반 채널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할 수도 있는 가하면 게임의 짧은 부분을 진행하고자 일시적으로 파티를 맺을 수도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파티로 진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또 그에 합당한 보상도 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데 편안함을 느끼게 됐죠.



네세라 : 흠. 우리는 많은 인구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유입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중 사용자 온라인 게임을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았음에도 계속해서 게임을 계속해서 즐기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이유가 접근성 때문이라 생각되십니까?


톰 칠튼 : 아니요, 정신 나간 소리죠. [웃음] 농담입니다, 물론이죠. WoW가 이렇게 많은 다중 사용자 온라인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점은 바로 접근성과 혼자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 많이 죽을 필요가 없는 게임플레이 정도를 예로 들 수 있겠군요.


제프리 캐플런 : 우리는 사람들이 왜 우리 게임을 즐기지 않는지, 심지어 알파나 베타 테스트 때인데도 왜 플레이하지 않는지 알아내려고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심지어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은 날 위한 게임이 아니야’라고 말하게 하는 일종의 장벽을 발견했고 개발팀은 이 장벽을 무너뜨리려고 노력했죠.


톰이 말했던 ‘최종 완성작의 진화’를 인용해 제 생각을 말해보자면, 최종작을 발전시키기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일단 최종 완성작이라 할만한 내용도 없었고, 최종 완성작을 즐기는 플레이어도 없던 데다, 오직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여 우리 게임이 이런 모습일 거라는 가정만 있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WoW 커뮤니티가 그만의 독특한 형태를 구성하고 그에 맞는 특별한 방법으로 지난 몇 년간 소통할 수 있었기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변모할 수 있었습니다.



네세라 : 게임의 성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또 무엇 때문에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프리 캐플런 : 모두에게 애완동물 펭귄을 주었기 때문이죠.


네세라 : 무료 애완동물이요.


제이 엘런 브랙: 동의합니다.


네세라 : 조랑말 탈것도 한몫했지요.


톰 칠튼 : 네, [웃음] 광대를 연상시키는 밝은 색깔의 복장도요.


제이 엘런 브랙: 애드햄의 이야기를 하면 될까요, 아니면 E3 이후의 애드햄 이야기를 하면 될까요? 꽤 좋은 이야깃거리인 것 같은데요.


제프리 캐플런 : 네! WoW 초기 개발 단계에서 첫 E3를 준비하는 그 시점은 개발팀에게는 가장 두려운 시간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꽤 흥분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좋은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결국, E3에서 초기 개발 버전을 공개했고, 좋은 반응을 받았으나 우리 말고도 언론에서 큰 관심을 보였던 게임은 많았습니다.


특히 스타워즈 갤럭시(Star Wars Galaxy)는 그중에서도 최고의 영상 부문에서 수상했을 만큼 환상적인 게임 영상을 보여줬죠. 이후 “E3에서 무엇을 보았나?”는 주제 회의에서 몇몇 개발자들은 꽤 침울한 분위기를 보여줬습니다.


“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네요. 우리가 어떻게 스타워즈를 당해낼 수 있을까요? 우리 모두 스타워즈를 보며 자라왔잖아요. 더구나 에버퀘스트 II(EverQuest II)와 다른 기대작들도 출시될 예정인걸요.”라고 말하곤 했죠. 그러자 블리자드의 창립자 중 한 명이자 프로젝트의 선임 디자이너였던 앨런 애드햄 씨가 일어서서 말했습니다.


“우리가 만들 이 게임은 1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할 겁니다.” 그 말에 우린 모두 폭탄을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당시에 몇천만 명의 가입자만 모을 수 있다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 정도가 당시 성공적인 다중 사용자 접속 게임이 생각할 수 있는 한계였습니다.



네세라 : 맞습니다. 그때만 해도 10만 명의 가입자라는 숫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숫자였죠.


제프리 캐플런 : 네, 맞습니다. 당시 우리 회사의 임원들과 선임 디자이너들이 팀 앞에서 확신에 가득 찬 얼굴로 “이 정도 게임이라면 10만 명 정도의 가입자는 모집할 수 있겠는데요. 그만큼 이 게임은 훌륭합니다.”라고 말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지만 동시에 좋은 격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앨런 씨가 방 밖으로 나가자마자 사람들은 “저분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언제 10만 명을 모아?”하는 반응을 보였죠.


네세라 : 기를 죽일만한 목표였겠네요! [웃음]


제프리 캐플런 : 네, 5년 후에도 그랬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앨런 씨의 말은 옳았다는 점에서 그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 볼 수 있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거죠.


네세라 : 게임 출시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제프리 캐플런 :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건 서버를 최대한 빨리 올리고,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과부하가 걸릴 만큼 폭발적인 반응은 예상치 못했거든요. 일 년 치의 예비 서버를 출시 첫날에 다 투입했을 정도였습니다.


네세라 : 그렇군요. 아무도 이 게임이 그렇게까지 엄청난 반응을 불러올 줄 몰랐지요.


제프리 캐플런 : 네. 그런데도 저희는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게임이 정말 성공하면, 저렇게 하자. 연말 즈음에는 정말 바빠지겠지.” 그리고는 게임을 출시한 지 20분도 되기 전에 깨닫고 말았어요. “하느님 맙소사. 우리 이거 어떻게 제대로 돌아가게 하지?” [웃음]



네세라 : 그렇군요.


톰 칠튼 : 엘런 씨가 이야기한 백만 명의 유저 말인데요, 그 수치도 사실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최고로 성장했을 때의 최대치를 예상한 거였습니다.


네세라 : 네, 장밋빛 미래 정도였단 말이죠.


톰 칠튼 : 네, 바로 그겁니다. “출시 몇 주 안에 벌어질 일”이 아니었어요.


네세라 : 이제 게임 안의 악당들과 관련해 다른 이야기를 좀 해 보지요. 지난 15년간 워크래프트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악당들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두 개의 확장팩 안에서 이미 플레이어들과 전투를 벌였거나 패배했습니다. 세 번째 확장팩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대격변과 그 이후로는 누굴 악당으로 세울 생각이신가요?


톰 칠튼 : 아직도 처치해야 하는 악당이 더 많습니다. 일단, 워크래프트 시리즈에서 주요 캐릭터였던 데스윙이 있습니다. 등장 순서를 기다리는 아즈샤라 같은 캐릭터도 있지요. 워크래프트에 등장했던 캐릭터도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저희가 새로 만든 캐릭터도 있습니다.


주요 캐릭터와 관련해 저희는 워크래프트의 틀 안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수많은 주요 캐릭터를 게임에 소개하고, 키워 왔습니다. 티리온 폴드링 같은 캐릭터를 생각해 보세요. 물론 악당은 아니지만, 저희가 순수하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안에서 키워낸 주요 캐릭터의 좋은 예입니다.



제프리 캐플런 : 오닉시아, 네파리안, 쑨도 있지요.



네세라 : 그렇죠. 이제 얼음왕관 성채가 나오니까 말인데, 워크래프트 lll를 플레이했고 아서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플레이어들의 감정을 어떻게 달랠 생각이신가요? 이들은 아서스를 깊이 사랑하고, 그와 함께 모든 이야기를 겪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아서스와 마주할 차례인데요, 아서스가 죽은 후에도 이야기가 계속되는 건 이런 플레이어에게는 조금은 기운 빠지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텐데요.




톰 칠튼 : 그렇습니다. 그런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이건 소설의 결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한 권짜리가 아니라 연재되는 거라면, 이는 특정 부분의 결말일 뿐 앞으로 얼마나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기다릴지 알 수 없지요. 아서스 이야기는 정말 멋있었지만, 다른 모든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에도 결말이 있습니다.


결말이 없다면 항상 어딘가 비어 있다는 느낌이 들 거예요. 대중적인 소설이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시면 가끔 뒷부분을 너무 질질 끌어 인위적인 인상을 주고 사람들의 흥미를 잃는 경우가 있죠. 자연스럽고 산뜻하면서도 웅장한 결말을 내는 것이 옳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네세라 : 네, 이제 시간이 다 된 것 같네요. 많은 이가 사랑하는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만든 여러분을 축하하고 싶습니다. 오늘 저희와 함께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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