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마를날 없었던 과거의 필드쟁을 회상해 본다

홍준기 기자 | 댓글: 177개 |
아제로스의 종족들이 단결하여 불타는 군단의 강대한 힘에 맞서 싸운 지 4년,
비록 아제로스는 지켜냈지만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실낱같았던 신뢰의 끈은 결국 끊어져버렸다. 지평선 너머로 또다시 전장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위의 글을 기억하는가? 그렇다.
위 글은 와우 유저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리지널 오프닝 동영상에
삽입 되었던 나레이션이다.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실낱같았던 신뢰의 끈은 결국 끊어져버리고, 지평선 너머로 또다시
전장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물론 두 번의 확장팩을 거치면서 아제로스에서 아웃렌드로 아웃렌드에서 또다시 노스렌드로....
와우 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전장의 북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이쯤 되면 기자가 어떤 얘기를 쓰고자 하는 것인지 눈치 빠른 유저들은 이미 눈치 채고도 남을 것이다.
오리지널부터 와우를 즐겨온 유저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또 알고 있는, 그 이유와 원인 또한 명확한,
와우에서 대규모 전쟁 혹은 RVR라고 불리는 대규모 필드쟁의 쇠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뜬금없이 식상한 떡밥을 가지고 글을 쓰려는 이유는 RVR의 대표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워해머 온라인의 한국 1차 CBT가 오는 15일부터 열린다는 소식과 함께 간간히 들려오는 와우의
차기 확장팩인 대격변 소식이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정도로 해두자...








■ 과거 오리지널 시절의 와우는....


과거 오리지널 시절의 와우는 오프닝 동영상의 나레이션처럼 전장의 북소리가 단 하루도 끊일 날이 없었다.
60레벨(오리지널의 만렙) 컨텐츠(레이드, 전장 등)가 많지 않았던 그 시절, 초반 저렙 지역을 벗어난
이후부터는 쉴 새 없이 조우하는 적 진영 유저와 함께 피 튀기는 전쟁을 하며 레벨업을 해야만 했고,


와우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 상대진영간의 전투에 대한 불평,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라도 올라오는
날에는 글쓴이는 ‘일반섭으로 가라’라는 말과 함께 온갖 야유와 혹독한 까임(?)을 당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 얼라이언스였던 기자는 그늘 숲에서 처음, 호드 유저를 만났을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


물론 이 당시는 퀘스트와 레벨업 이외에는 마땅히 즐길만한 컨텐츠가 없었던 것이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유저들은 얼라이언스와 호드라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을 받아들이기라도 한 듯이 아제로스
곳곳에서는 대규모 필드쟁이 쉴 새 없이 벌어졌다.





▲ 호드의 타렌 밀농장과 얼라이언스의 사우스쇼어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힐스브래드 구릉지는 피자국이 마를날이 없었다.




이후 40인 레이드 인던과 전쟁노래협곡, 아라시 등의 전장이 등장, 유저들의 관심이 새로운 컨텐츠에
몰리면서 ‘필드쟁이 좀 줄어들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하는 유저들도 많았지만 그 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지금이야 쉬워진 레이드 난이도 덕에 골드 막공이 생겨나면서 오로지 인던 플레이만으로도 많은 량의
골드를 벌어들일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주 수입원은 필드몹들이 드랍하는 아이템을
획득하여 파는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에 풍족한 와우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필드로 나가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레이드 컨텐츠를 즐기던 유저들 또한 레이드에서 사용되는 각종 물약과 수리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일명 앵벌이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고 레이드에서 도움이 되는 각종 필드 음식을
획득하기 위해 공대 단위의 움직임도 매우 많았다.





▲ 한명이 먼저 클릭하는 날에는 공대창에서 욕설이 오고 가기도....



때문에 주요 앵벌지와 버프 음식들이 있는 악령의 숲에는 항상 많은 유저들로 붐볐고 이 와중에
상대진영간의 전투가 벌어지면서 대규모 필드쟁으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이 것만이 아니다.
오닉시아 둥지의 오닉시아와, 화산 심장부 라그나로스, 검은 날개 둥지의 밸라스트라즈 등은
화염속성 공격을 사용하는 몬스터로서 원활한 레이드 진행을 위해서 혹은 공략을 위해서는
반드시 화염저항 물약을 필요로 했다.





▲ 공대파괴자 밸라스트라즈, 이#$% 때문에 먹은 화보물약만 천개는 될 듯....



때문에 화염보호 물약의 주 재료였던 불의 원소를 획득해야만 했고 불의 정령이 서식하는 곳이면
항상 상대 진영 간의 전쟁이 벌어졌다. 이는 해당 지역을 점령하기 위한 대규모 전쟁으로 번지면서
필드쟁을 야기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속성 보호 물약 제작은 다음 인던인 안퀴라즈 사원에서도 계속 되었다.
안퀴라즈 사원의 후후란은 탱커와 밀리들에게 일정 이상의 자연저항을 요구했고, 이러한 자연저항템 중
몇 가지는 필드 네임드 몬스터였던 에메리스와 레손, 타에라, 이손드레 4종의 용이 공통으로 드랍하였는데
이 네임드를 먼저 잡기 위해 상위 공대에서는 불침번을 두면서까지 젠을 기다리기도 하였다.





▲ 공주 후후란, 대체 왜?! 공주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인스턴트 던전에 있는 몬스터가 아닌 필드에 노출되어 있는 몬스터이기 때문에 상대진영이 먼저 도착하여
필드용과의 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라면 거리낌 없이 난입, 공대간의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면서
당일 레이드 일정은 자연스레 취소되고 밤새도록 공대간의 필드쟁을 치루기도 하였다.





▲ 4용이를 잡기 위한 공대간의 다툼으로 전체 서버 다운이 일어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이외에도 실리더스 지역의 황혼문서 앵벌지라던지 최악의 레벨업 지역인 가시덤불 골짜기 등은
주요 필드쟁 지역중 하나였다.



이처럼 오리지널 시절의 필드 활동은 유저들의 필요에 의해 필수불가결한 활동이 되어 있었고
필드에서 자연스레 조우하게 되는 상대 진영과의 전쟁은 단순히 적진영이라는 점 이외에도 진영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더욱 재미있는 컨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 당시의 필드쟁이 좋은 것인가? 라는 질문에 기자는 '그렇다' 라고 쉽게 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기자 또한 MMORPG에서 이루어지는 전투와 전쟁을 굉장히 즐기고 좋아하는 유저중 한명이고 필드쟁이 있는 곳이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전투를 즐기곤 하였지만



이 당시 와우의 서버는 굉장히 불안정한 편이었고 공대급 단위의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날이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렉이 발생,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주의를 지향하는 유저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던 것이
사실이며 필드에서 자연스레 발생된 대규모 전쟁이 아닌 아이템 파밍을 위한 몇몇 상위공대들의 이해관계에
얽힌 공대간의 전투는 급기야 서버 다운 현상까지 발생시키며 타 유저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였다.






▲ 당시의 모내기 렉을 풍자한 한 와우 유저의 작품




이 당시에는 저레벨 지역에 거주하면서 저레벨 학살을 와우에서의 유일한 낙으로 삼고 있는
유저들도 다 수 있었으며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오랜시간 이를 즐기는 유저들도 많았다.
어떤 컨텐츠를 어떻게 즐기는 가는 모두 유저들의 자유이고 이는 강제적으로 제재할 수도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항할 힘이 없는 유저들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면서 울분을 삼켜야 했다.



실제로 기자 주변에도 와우를 처음 시작하였다가 가덤에서의 힘든 레벨업 과정을 이겨내지 못해
게임을 그만두는 유저들도 다 수 있었으며 이러한 악행을 막기위해 최근에는 적진영에 대한
악질적인 스토킹과 학살은 와우 플레이에 제재를 당하는 사유가 되기도 한다.






▲ 가덤을 배경으로 한 썅또끼의 카툰




물론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컨텐츠를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서버 상태로 서비스를
지속시킨 블리자드 측에 가장큰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만 이유야 어찌되었건 아무런 이유없이 피해를
입는 유저들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은 한번쯤은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





■ 현재의 와우는.....


● 첫 번째 확장팩 불타는 성전의 등장


와우의 첫 번째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 패치와 동시에 등장한 나는 탈 것,
많은 유저들은 새롭게 추가되는 나는 탈 것에 환영했고 많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와우의 세계를 지금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기자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처음 까마귀 변신을 했을 때는 정말 미친 듯이 즐거워하기도 하였다.



나는 탈 것의 등장은 많은 유저들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편리함을 선사해 주기는 하였지만 와우의
주요 컨텐츠 중 하나로 자리 잡았던 대규모 필드쟁을 쇠퇴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 이 영상을 본 기자는 본인의 눈을 의심하기도 하였다.



블리자드에서는 이러한 점을 우려하였는지 필드 곳곳에 진영 간의 전투를 발생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기는 하였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메리트 없는 보상으로 이러한 장치들을
해야 하는 동기부여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그 이유다.


대부분의 던전은 나는 탈 것을 이용하여 바로 입장이 가능한 위치에 있었으며 그나마 장가르 습지대에
있는 5인 던전과 레이드 던전인 불벰제단 입구가 탈 것을 이용할 수 없는 물속에 있다 보니 진영 간의
간헐적인 전투가 이루어지는 것이 고작이었다.





▲ 나는 탈 것의 등장이 와우 필드쟁을 쇠퇴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한 Vurtne



불타는 성전 패치 이후 골드 막공이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유저들이 필드를 나가게 되는
횟수와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으며 그와 함께 필드쟁의 횟수 또한 줄어들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불성 마지막에 등장한 지역인 쿠엘다나스 섬은 평판과 관련된 일일퀘스트와
섬이라는 지역 특징상 나는 탈 것을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필드쟁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었고
각 전장의 명예점수 획득량을 대폭 향상, 명예점수 만으로 투기장템을 구입할 수 있게 함으로서
전쟁에 목말라 있던 유저들을 전장으로 밀어 넣으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 듯 하였으나 이 것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 두 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의 등장


워크래프트 3부터 이어져 오던 대서사시를 마무리 짓게 될 두 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에서는
'과연 얼라이언스와 호드가 적대적인 진영이기는 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진영간의
대립에 의한 긴장감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미 불타는 성전에서 샤트라스라는 성소가 생기면서 얼라이언스와 호드가 한 마을에서 노닐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진영간 긴장감은 유지가 되었던 반면 리치왕의 분노에 이르러서는
스토리상으로 리치 왕을 쓰러뜨린다는 목적 하에 잿빛선고단이라는 동맹까지 결성 되면서
진영 간의 대립과 긴장감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특히, 얼라이언스와 호드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인 성소, 달라란은 경매장을 제외한 모든 시설이
집합되어 있는 장소이기도 하거니와 대부분의 엔피씨들을 공용으로 사용, 그 규모조차 매우 협소하여
진영 간의 긴장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달라란에 함께 거주하는 우리는 모두 친쿸!



또한 블리자드에서는 앞으로 레이드 유저들이 저항템을 이용하게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저항템이나 속성 보호물약 제작을 위한 유저들의 필드 활동은 앞으로 없을 사실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반복 퀘스트를 통한 평판 작업마저 유저들의 편의를 위해 퀘스트를 대체할만한 수단을
내놓으면서 이제는 더이상 과거와 같은 필드쟁을 경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겨울 손아귀 전장의 등장은 그 나름의 성공을 거두기는 하였지만 단점 또한 많았다.
전장이 2시간에 한번씩 열린다는 점, 전투시간이 짧다는 점, 참가 인원 수의 제한이 없었을때에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렉이 발생한다는 점 등이 거론되면서 겨울 손아귀 전장은 과거의 필드쟁이 주던
즐거움을 기대한 유저에게는 실망을 가져다 주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 나름 대로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겨울손아귀 전장






● 두차례의 확장팩을 통한 탄력템과 레이드템의 양극화


불타는 성전 패치와 함께 등장한 투기장, 그리고 탄력이라는 옵션이 붙은 투기장 아이템,
두차례의 확장팩을 거치면서 PVP템과 레이드템은 탄력이라는 옵션으로 인해 그 역할이 거의 완벽하게
분리되었으며 PVP에 있어서는 탄력템을 보유하고 있는 유저와 그렇지 못한 유저간의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과거 오리지널 시절에는 레이드템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해 질 수 있었고 그렇다고해서 전장템을 보유한
유저가 약한 것도 아니었기에 적당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유저들의 혼합이 이루어질 수 있었지만 높아져만
가는 아이템 레벨과 그로 인한 딜러들의 대미지 상승, 단 두번의 스킬 공격으로서 적을 죽일 수 있는 상황까지
이른 지금은 탄력이라는 옵션이 없으면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싸늘한 시체가 되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레이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유저들의 경우 필드에 나서기를 꺼려했으며 탄력템을 보유한자와
그러지 못한자의 격차를 직접 경험하였을때는 좌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와 같은 변화는 와우라는 게임에 있어 필드쟁이라는 컨텐츠를 쇠퇴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였으며
리치왕의 분노가 끝나기 전까지는 과거와 같은 대규모 필드쟁을 경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되어 버렸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하는 유저들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유저들도 있을 것이다.

와우는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서비스 되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이미 대부분의 유저들이 와우라는
게임의 전문가가 되어 있고 그런 유저들을 상대로 기자는 이글을 통하여 필드쟁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필드쟁 쇠퇴에 대한 원인을 규명 하고자 쓴 글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필드쟁이라는 컨텐츠가 매우 활성화 되어 있었고,
비록 필드쟁을 통해 유발되는 잦은 서버렉과 서버 다운현상이 발생하더라도 필드쟁을 즐겼던 유저들이
많았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때의 필드쟁을 그리워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유저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RVR의 대표적인 게임 워해머 온라인의 한국 1차 CBT 소식과 와우의 다음 확장팩 대격변에서는
현재의 샤트라스, 달라란과 같은 성소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소식, 모든 스텟을 오리지널과 유사하게
변경하는 등 과거로의 회귀를 꽤하고 있다는 소식 , 멀지않아 블리자드에서 차세대 장비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식은 기자로 하여금 과거에 큰 재미를 안겨주었던 대규모 필드쟁을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 기자는 이때가 정말 즐거웠다.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영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즐기는 기자는 희망한다.
다음 확장팩 대격변에서는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피 튀기는 필드전쟁이 화려하게 부활하기를.........






Inven Artz
(Artz@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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