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 [칼럼] 업적이 없으면 얼음왕관 출입금지?

김경범 기자 | 댓글: 464개 |
오늘도 파티모집 채널에서는 수많은 모집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5인 파티 매칭 시스템이 3.3 패치로 추가된 이후,
파티모집 채널에 올라오는 글들은 공격대 모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보통은 얼음왕관 성채로의 모집글이고 드물게 십자군이나 토라본 직행 파티 정도인데,
이러한 모집 광고를 살펴보면 유독 눈에 띄는 몇몇 구절들을 볼 수 있다.



라나텔 업적 주세요


기어스코어 5500 미만 사절


퓨어 디피 7000 / 시너지 6000이상 가능자만







▲ 파티모집글의 업적 요구는 어느새 일상적이 되었다



이러한 업적이나 스펙에 따른 제한은 이미 오리지널 시절부터 있어왔고,
하드모드가 존재하는 울두아르나 십자군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그 정도가 심해진 편이지만,
리치왕의 등장으로 완전하게 구현된 얼음왕관 성채의 업데이트 후로는
업적이 없으면 아예 던전을 갈 수 없을 정도로 요구 수준이 높아진 상태이다.


이러한 업적과 스펙 요구는 이미 녹파템 논란에서도 언급된 헤비 유저와 라이트 유저간의
분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태인데,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 원인과 업적/스펙 요구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은 각기 어떠한 주장을 하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경험자와 스펙 논란, 오리지널부터 오랜 시간 이어진 문제


공격대 던전을 구성하는데 있어 제한 스펙과 관련한 논란이 시작된 것은 오리지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리지널 당시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정식 레이드가 힘든 유저들을 위해 만들어진
20인 규모의 레이드 던전 ― 줄구룹과 안퀴라즈 폐허의 등장하면서 부터였다.


초기에는 난이도 설계 문제로 인해 상위 던전에서 파밍을 한 유저들도 공략하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지속적인 난이도 하향과 단순화를 통해 공격대 구성원들이 정확하게 공략을 숙지하고 역할을 수행하면,
5인 던전에서 드랍되는 파템 장비로도 클리어가 가능한 수준의 레이드였다.

(10인/25인으로 레이드가 구성되는 지금 보기엔 20인이라는 규모는 그리 라이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 초기에는 상당한 난이도로 어려움이 많던 줄구룹



하지만 이러한 공격대 던전의 경우, 공략 시간의 단축이나 공략 성공률을 위해

이미 해당 던전의 클리어를 해본 유저(경험자)나 공략을 설명하지 않아도 진행이 가능한 유저(노브리핑),
해당 던전에서 드랍되는 수준이나 오히려 그 이상 되는 장비를 갖춘 유저(에픽둘둘)만을 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편이었다.


특히, 공격대의 생존 여부와 밀접한 연관이 있던 탱커 캐릭의 경우,

해당 던전 이상의 장비 스펙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탱커=리더라는 당시의 파티 추세상 경험자이기까지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는데,

오리지널 후반으로 갈수록 이러한 스펙 요구는 딜러와 힐러들에게까지 퍼져 “라이트 유저용 던전인데
라이트 유저는 가지도 못한다”
라는 하소연을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 관련기사 : 줄구룹, 안퀴폐허. 라이트 유저는 오지마라?




불타는 성전, 골팟, 그리고 줄아만


불타는 성전 등장 직후, 장비의 체계가 한번 뒤바뀌면서 이러한 스펙 논란은 잠시 수그러드는 듯 했다.


플레이어들은 일반 던전과 영웅 던전을 돌며 파템 장비와 에픽 장비를 조금씩 구비하다가
카라잔 및 상위 공격대 던전에 도전하는 계단식 성장을 했고,

반복적인 던전 플레이가 반쯤 강요되었기 때문에 유저간 스펙 차이도 그리 나지 않는 편이었다.






▲ 메카나르, 미궁, 증기... 일반으로도 지겹게 돌았던 던전들



그러나 영웅 던전 입장 조건 완화와 투기장 템의 명예 점수 판매(통칭 알투사) 등으로
에픽 아이템의 습득 기회가 늘어나고, 선행 주자들의 스펙이 카라잔이나 그룰의 둥지 정도는
풀 인원에 못 미치는 숫자로도 클리어가 가능할 정도로 수준이 상승하면서 골팟이 성행하게 되는데,


이와 관련한 쇼퍼/알투사 논란이 한때 들끓다가 “골팟은 골드가 정의”라는 잠정적인 결론이 지어져
현재 막공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골팟의 기본적인 형태가 되었다.


다만, 마그테리돈의 둥지 같은 경우 큐브 클릭이라는 독특한 공략법때문에
공략 확고자를 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는 했다.






▲ 경험자가 아니면 실수가 잦았던 마그테리돈 큐브클릭




스펙과 관련한 논란이 다시 불붙기 시작한건 불타는 성전 말기, 줄아만이 등장하면서부터였다.






▲ 언제나 소규모 레이드 던전은 만만한게 트롤...



당시 줄아만은 타임어택 형식의 도전모드를 제공했는데,
제한시간 이내에 각 지구의 보스들을 처치하면 추가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었고,
당시 정규 공격대 수준의 아이템과 거의 동급 성능을 보였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의 욕구를 자극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이러한 타임어택을 성공시키는 것은 보스 난이도부터가 높아서 쉽지 않았고,
이러한 타임어택이 끝나더라도 관문 보스인 말라크라스와 최종보스 줄진은 상당한 난이도가 있어
던전의 클리어를 위해 스펙의 제한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 운 요소가 있는 보스는 언제나 어려운 편



업적시스템의 추가와 하드모드의 등장


두번째 확장팩인 리치왕의 분노가 업데이트 되고, 업적 시스템이 추가된다.

특이한 호칭이나 펫, 탈것 보상을 주는 업적도 존재했기 때문에 은근히 집착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업적은 어떤 것을 수행했었고, 어디를 갔었다라는 기록의 의미 이상을 갖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울두아르와 십자군 사령관의 시험장이 등장하면서부터
이 업적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스펙을 구분 짓는 잣대로 활용되기 시작한다.


울두아르는 일반적인 공략과는 그 난이도가 다른 하드 모드를 따로 제공했고,
십자군은 일반과 하드모드를 아예 다른 던전으로 구분해놓고 도전 횟수를 제한함으로써
될 때 까지 해본다는 개념이 아니라 해보고 안 되면 아예 도전 기회가 날아가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난이도적인 문제와, 실패하면 좋은 보상을 얻지 못한다는 제약사항 때문에
공격대를 모으는 사람들은 공략 성공률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 경험이 있고 장비 수준을 갖춘 이른바
"쩌는 스펙"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스펙 선별의 한 방법으로 업적 시스템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 업적을 통한 선별이 이루어진 십자군의 아눕아락



초기에는 업적 요구가 단순히 일정 이상 클리어를 한 사람이면 된다는 정도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도전을 해왔던 사람들은 상위 단계의 도전에 지원하는데 그리 부담이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도전기회 50회를 남기고 아눕아락을 잡기 위해 45회 업적을 요구한다거나,
아예 50회를 남기고 잡는데 성공한 사람들만 뽑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거기에 기존엔 살펴보기로 했던 아이템 레벨의 확인을 전투정보실을 이용해 하게 되었고,
보다 간단하게 장비 수준 평가를 하기 위해 아이템을 점수로 환산하는 애드온을 쓰기 시작했는데,
바로 기어스코어였다.






▲ 장비 수준과 세팅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애드온, 기어스코어



본래 기어스코어는 장비 수준이나 적합한 세팅을 하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기 위한 목적이 강했으나,
언제부터인가 공격대를 모집하는데 있어서 해당 캐릭터의 스펙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얼음왕관 성채 업데이트 이후에는 공공연히 기어스코어 점수를 요구하는 모집 글이 보일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업적 요구와 장비 스펙 검사는 시간이 흐르면서 보다 상위 수준을 요구하게 되었고,
“라나텔을 잡는 파티를 가기 위해선 리치왕을 잡은 업적이라도 내놓아야 할 상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격한 제한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업적과 스펙 요구에 관한 서로 다른 입장


이처럼 업적과 일정 스펙을 요구하는 공격대 모집이 일상화된 지금,
업적이 없는 유저들은 막공을 가기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며, 공격대장 역시 이러한 요구는
어쩔 수 없다며 업적이 없는 사람들은 직접 파티를 구성하라는 이야기로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양측의 입장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업적 요구를 하는 입장

  •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쉬웠던 십자군과 달리, 얼음왕관 성채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보다 공략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일정 수준의 공략 이해도와 장비수준을 갖춰야 하는데 간편하게 확인할 방법이 업적과 기어스코어이기에 이러한 것들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 일단 업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공략을 한번 이상 해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략 시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고, 공략 성공률도 높은 편이다. 가급적이면 효율적인 파티 구성을 하는 것이 좋은 상황에서 업적 요구는 당연한 선택이 된다.

  • 만약 업적을 요구하는 것이 싫다면 자신이 직접 업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 파티(헤딩팟)을 꾸려서 도전하라. 어째서 직접 파티는 모으지도 않으면서 업적 요구에 불만을 갖는 것인가? 그건 결국 스스로도 업적이 있는 “인증된” 사람들과 파티를 하고 싶다는 이기주의다.

  • 업적 요구를 하면 항상 반대측이 꺼내는 이야기가 라이트 유저이다. 하지만 오리지널이나 불타는 성전에 비해 최상위급 공격대 던전에 얼마나 가기 쉬워졌는가? 비록 최종 보스를 클리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공략을 하는데 문제는 없다. 이 이상 얼마나 라이트 유저를 배려하라는 건가? 아이템을 아예 처음부터 지급하라는 것도 아니고 라이트 운운 하는 것은 그만했으면 한다.

  • 애초에 하드 모드는 라이트한 유저들을 위한 콘텐츠도 아니었다.




  • ◆ 업적 요구에 불만을 표하는 입장

  • 대부분의 업적 요구하는 파티는 해당 업적이 열린지 1~2주부터 보이고 있다. 신드라고사 나온지 2주 됐는데 신드라고사 킬 업적을 내놓으라는 건 이미 막공이 아니라 정공 유저들을 오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이래서는 첫 주에 공략 실패한 사람들은 그 다음 주부터는 아예 파티에 낄 수 없다.

  • 제작템을 구입하거나 하는 식으로 장비 스펙을 맞추더라도 업적이 없으면 공략을 익힌 사람도 공격대에 낄 수가 없다. PvP 콘텐츠가 갈수록 부실해지는 상황에서 PvE 콘텐츠까지 진입 장벽을 세우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

  • 헤딩팟을 만들려고 하더라도 사람들을 모으기가 쉽지도 않고, 대부분 출발하기도 전에 와해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업적을 요구하는 공격대장들 중에는 자신이 그 업적이 없으면서도 모으는 경우가 많은데 어째서인가?

  • 일부 극 화력 요구 보스때문에 제한을 거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사실이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학사 학위를 내놓으라는 정도로 현재의 업적과 장비 요구는 심각한 상태이다.

  • 또, 모르는 사람에겐 지나칠 정도로 업적과 스펙을 강요하면서 자기 길드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너그러운 이중 잣대를 사용하는 공격대장들이야말로 진정한 이기주의자들이다.




  • 결국 유저들 스스로가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


    업적을 요구하는 쪽과 이러한 입장에 반발하는 쪽 모두 타당한 근거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비난하거나 잘못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막공이 대폭 활성 되어 있고,
    전체적인 공략 수준도 높은 한국의 WOW 상황을 놓고 볼 때,
    지금과 같은 스펙 요구는 지나치게 과열된 감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파티모집글에서 업적과 스펙을 요구하는 것이 보이는 가운데,
    이러한 업적/스펙 요구가 필요하다는 측과 지나치다는 측의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논쟁은 골팟이나 녹파템과 관련한 논란과 마찬가지로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 과연 대격변에선 이런 논란이 사그라들지...



    WOW Inven - Its
    (its@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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