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홈] 블리즈컨 의상 경연대회, 스타크래프트 부관 제작과정

이태호 기자 | 댓글: 59개 |
[자료제공 :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블리즈컨에서는 현실 속 재봉사들이 바늘과 실타래를, 기계공학자들이 종이판과 스프레이 페인트를 들고 마음에 드는 블리자드의 캐릭터나 생명체를 놀랍도록 현실적인 모습으로 재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블리자드에서는 여러분을 위해 블리즈컨 의상 경연대회가 끝나고 수상자들을 초청하여 의상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녀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스타크래프트 II 부관 의상으로 1위를 차지한 에이버리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2011 블리즈컨에서 스타크래프트 II 연합 부관 의상으로 경연대회에 참가한 에이버리 페이스입니다. 이번 의상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게이머들, 그리고 다른 의상 제작자분들께 들려드릴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 커뮤니티에 계시는 대부분의 분들에 비하면 비교적 신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항상 패션과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고 가게에서 파는 의상이나 할로윈 의상이 아닌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막 최고 레벨에 도달한 여성 트롤 주술사 캐릭터 때문에 한참 열의에 타올라 2009년 블리즈컨까지 참가했었는데, 공식적인 첫 의상 제작으로 저의 캐릭터를 주제로 하기로 결심한 것도 바로 그 때였습니다. 다음 해에는 목표를 조금 높게 잡아 여군주 데스위스퍼의 의상을 제작하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더 어려운 것에 도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스타크래프트II를 연속으로 16시간이나 즐기고 난 후에 부관 의상에 대한 구상이 떠올랐습니다. 스타크래프트 I, II를 불문하고 테란의 캠페인을 즐겨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부관을, 그리고 무표정한 태도로 플레이어에게 임박한 파멸을 알리는 모습이 익숙하실 겁니다. 하지만 부관은 케리건이나 노바와 같은 악명이나 유명세를 얻지 못했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과 추억의 캐릭터라는 점에서 저의 취향에 딱 맞았죠. 이런 식으로 의상을 만들어 오며, 저는 의상 제작을 하며 지켜야 할 3가지 기본 신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시행착오: 의상에 효과를 넣을 때에는 항상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합니다. 저는 의상 제작 기술 대부분을 간단할 거라 생각했던 일을 실패하며 배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대비해 재료와 시간, 여유를 확보하시고 그렇게 함으로써 귀중한 자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어떤 실패를 하더라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원본에 대한 충실함과 창의력 사이에서의 균형: 모든 의상은 선입견을 벗어나 여러분만의 손길을 불어넣을 구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상에 여러분의 재량이 더 많이 반영될수록, 의상의 원래 의도가 잘못 해석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저는 제가 만든 의상이 만화나 환상의 세계에서 실제 세계로 뛰쳐나온 듯이 보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스크린샷 보다 더 생생한 마법의 거울처럼 말이지요. 또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캐릭터가 군중 속에 묻혀버리지 않고 눈에 잘 띄기를 바라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계획과 준비: 조사하고, 도와줄 사람을 구하고, 목표를 달성하세요! 제가 새로 배운 기술이나 알게 된 재료 판매처는 간단한 검색이나 추천을 통해 알게 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여러분이 제작한 의상을 시험 삼아 착용해 보십시오. 만약 그렇게 준비하기 어렵다면 친구에게 기본적인 “응급 조치”를 위해 필요한 재료 및 도구를 가지고 행사 현장에 대기해 달라고 부탁하세요.




부관의 모습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거듭 구상하고, 초안을 그리며 상당한 시간을 들였습니다. 기계 같은 느낌의 상당 부분은 미완성된 몸체로 표현되기 때문에, 저는 모든 부위를 검은 색 바탕에 로봇 같은 부품을 붙이고, 갑옷 같은 틀로 각 부위를 만든 다음 실제 팔다리를 숨기기 위해 노출된 부위에 전선과 전기 회로를 붙였습니다.



상의는 딱 달라붙은 스판 재질의 옷과 후드를 입고, 컴퓨터와 텔레비전에서 뜯어낸 실제 전선과 케이블로 장식한 다음 납작한 플라스틱 튜브와 플라스틱 실로 짠 속이 빈 튜브 등 다양한 재료로 꾸몄습니다. 하의는 커다란 고리로 부풀린 치마 앞에 극장용 배경막으로 만든 납작한 판을 붙였습니다. 치마는 휴대폰 액정과 TV 화면, 전화선처럼 고물 느낌이 나는 소재로 덮고 상당량의 플라스틱 케이블 지지대와 발포 수지 케이블을 사용하였습니다.









부관의 “몸체”에 필요한 갑옷을 만드는 일은 처음 해 보는 일이었습니다. 이 방면에서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의상을 제작하며 실수를 해도 즐겨 가며 저만의 디자인으로 녹여낼 수 있었습니다. 가슴, 어깨, 복부, 엉덩이, 갈비뼈 부위는 모두 발포 플라스틱으로 만든 다음 가열하면 말랑말랑하게 변하는 특별한 플라스틱 판으로 덮고, 젤 페인트를 바른 다음 석고를 바른 후 다시 사포로 갈아 내고, 다시 페인트를 칠하고 나서야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power pack” 이라고 적힌 등의 플러그는 치마를 꾸미기 위해 부품을 뜯어낸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남은 부분을 활용하였습니다. 플러그는 배낭용 끈과 죔쇠로 고정하였습니다. 팔을 숨기기 위해서 저는 끝 부분이 봉합된 소매를 사용했고, 여기에 다른 부위와 비슷한 전선과 튜브로 덮었습니다. 머리 부위는 싸구려 헤드폰 하나를 분해해 다시 칠한 다음 전선과 튜브를 붙였습니다.









부관의 얼굴 부위는 해부학적으로 인간과 달랐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부관은 기본적으로 “회색 피부의 여자”였기 때문에 따로 붙인 것처럼 보이는 얼굴은 꽤 쉬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플라스틱 가면을 자르고 다듬은 다음 갑옷과 일치되도록 색칠하여 마치 철판 같은 얼굴이 덧붙여진 듯한 모습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때 색이 맞는지 먼저 시험을 해본 다음 가면을 얼굴과 머리 부위에 인체용 접착제로 고정하였습니다. 의상에 넣은 모든 조명은 개별적인 전원을 사용하였는데, 비효율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방식이라는 걸 알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제가 원했던 느낌을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빛나는 광섬유 머리핀과, 자석 달린 LED들, 배터리로 작동하는 발광 케이블, 그리고 개조한 비상 경고등을 사용하였습니다.









이 의상은 2010년 7월 27일에 가장 처음으로 떠올랐고, 마무리는 2011년 10월 20일에 끝났습니다. 의상 제작에 들어간 총 200시간 중 175시간을 블리즈컨 바로 전 달에 한꺼번에 투자했어요. 사실 멋진 의상을 만든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늑장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제가 만든 의상 수준은 해마다 더 높아졌지만, 그래도 블리즈컨에 출전해 다른 참가자들의 의상을 볼 때마다 다음 번에는 더 잘해야겠다고 결심하곤 했습니다.



저는 이 의상을 만들면서 구글의 이미지 검색부터 시작해 의상 제작 모임에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고, 홈데포에서는 발포 튜브 일주일치를 한꺼번에 사들이기도 했고, 특수 옷감 도매상에서 물건을 사려고 생전 처음으로 사업용 계좌를 만들기도 했어요. 작업실 탁자나 거실 바닥, 옷걸이에서 각 부위가 조립되어 나만의 가장 친밀한 무언가로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느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정말,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느낌이죠.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멋진 블리자드 게임을 통해 알게 된 멋진 커뮤니티에 감사 드립니다. 저 만큼이나 게임 속 이야기와 캐릭터에 열정적인 게이머들과 경연대회 참가자들 덕분에, 심지어 전혀 저의 본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기괴한 의상을 입고도 자신감이 넘치고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의상 제작 모임의 사려 깊고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의 격려와 지원이 없었다면 이 의상을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여러분을, 그리고 여러분이 꿈꾸는 의상을 내년 블리즈컨에서 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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