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기꾼 전성시대? 게임 내 사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김경범 기자 | 댓글: 185개 |
하루에 한 두시간씩 근근히 디아블로3를 즐기는 회사원 A씨.

1.0.3 패치 이후 올라간 수리비에 숨이 턱턱 막히던 그였지만, 보물 고블린이 떨군 수천만 골드를 호가하는 반지에 저절로 환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매장에 팔아볼까 하니 15%나 되는, 그야말로 수백만 골드의 수수료가 아까운 것은 당연한 일. 결국 수수료를 뺀 가격보다 비싸게 사겠다는 유저와 거래를 하게 된다.

조심조심 가격을 확인하고 거래 수락을 누른 찰나! 아뿔싸, 수락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 상대가 올린 골드의 0자리 수 몇 개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말로만 듣던 0빼기 사기에 당하자 “왜 경매장에 올리지 않았을까”하고 뒤늦게 후회해보지만 이미 지나간 버스요, 죽은 자식 XX 만지는 격이었다.





디아블로3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벌써 한 달 하고도 보름여가 지났다.

서비스 초기에 말썽이던 서버 문제는 최근에 들어서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해킹(계정 도용)과 관련된 이슈는 현재 진행 중이며, 거래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게임 내 사기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이 신고 될 정도로 ― 실제 피해를 생각하면 추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 많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 디아블로3 인벤의 사건/사고/사기꾼 게시판.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신고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이콘이나 이름이 비슷한 아이템을 이용해 사기를 치거나, 거래 금액을 속이는 등의 사기는 온라인 게임 초기부터 있었던, 사골왕도 질릴 정도로 진부한 방식이지만 디아블로3에서는 유독 이런 “구식 사기”가 잘 먹히는 이유는 왜 일까?





■ 아이템, 금액 변경 시 인식하기 어려운 거래 시스템

아이템 바꿔치기와 이른바 0빼기 사기라고 불리는 거래 완료 전 금액 바꾸기가 “먹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거래 전 아이템 등록, 금액 변경 시 변동된 정보를 식별하기 어렵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아이템 이름이 바뀌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식별할 수 있고, 금액 부분도 자릿수를 잘 보면 된다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일부 전설급 아이템 ― 폭풍막이처럼 옵션에 따라 가격차가 천지차이인 아이템 ― 의 바꿔치기 같은 경우는 일일이 마우스를 대고 옵션을 확인하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 비슷한 아이콘으로 바꿔치기를 해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무엇보다 현재 아이템이 등록된 슬롯에 곧바로 아이템을 바꿔 넣을 수 있기 때문에 거래 완료를 하기 직전에 같은 이름의 아이템으로 바꿔 넣는 경우 무심코 실수할 위험이 큰데, 아이템이나 금액을 변경할 때 화면에 "XX님이 거래 물품/금액을 수정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잠시 동안 거래 수락을 할 수 없게 지연 시간을 넣는다면 물품이나 금액 확인을 실수하는 문제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 먼저 수락 하면 손해? 허술한 거래 완료 방식

디아블로3의 거래는 각자 상대에게 주려는 아이템/골드를 등록한 후, 양쪽에서 수락을 누르면 각각 아이템/골드가 건네지는 매우 간단한 형태의 거래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상대가 수락을 누르기 직전에 아이템이나 골드를 재빨리 바꾼 후, 다시 재수락을 하면 상대에겐 바뀐 내용물이 건네지고 자신은 상대방의 물품을 고스란히 받는 사기가 가능하다.

이러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교환하려는 아이템을 등록한 후, 이 목록을 바꿀 수 없게 고정시킨 상태에서만 거래 수락이 가능하게 하거나, 이미 등록된 아이템/골드가 변경될 경우 거래 수락 버튼이 몇 초 가량 비활성되는 형태로 안전장치를 두게 된다.






▲ 많은 게임에서 물품 고정 후 거래 방식을 취하고 있다.(스샷은 블레이드 앤 소울)



하지만 현재 디아블로3에서는 이러한 거래 완료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외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상대가 거래 수락을 누르는 타이밍에 맞춰 물품/금액을 바꿔치기하는 등 전문적인 사기 수법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이템이나 금액이 변경되었을 때, 거래 완료 버튼을 비활성화 하거나, 타 게임처럼 양쪽의 아이템을 고정시킨 상태에서만 거래 완료가 가능한 형태로 수정이 이뤄진다면 어떨까?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갖춰지는 것 만으로도 현재 발생하는 0빼기, 아이템 바꿔치기 사기의 대부분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 아이템/금액이 바뀔 때 메시지가 나오고 수락 버튼이 5초 가량 비활성 된다면 지금과 같은 사기는 어렵다.






■ 사기를 당했다. 하지만 호소할 방법이 없다.

마지막으로, 사기 발생 이후 사후처리에서의 부실함도 지적되는 사항이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커뮤니티 등에 사기를 친 유저의 영웅 이름이나 배틀태그를 알리면서 제 2의 피해자를 막으려 하지만, 모든 유저가 이러한 커뮤니티를 방문하는 것도 아니며 찾아오는 사람들도 거래를 할 때마다 일일이 해당 유저의 배틀태그를 검색해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같은 유저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 단순히 유저들이 조심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일까?



이와 관련해 신고 기능을 보다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현재 게임 내 신고는 광고, 욕설, 현실 위협, 부적절한 배틀태그나 영웅 이름을 신고하는 것에 그치고 그나마도 처리가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기”나 “해킹” 신고 항목을 추가하고 다수의 유저에게 신고된 배틀 태그의 경우 해당 유저가 방에 참여할 때 경고 메시지를 알리거나 거래에서의 페널티를 적용할 경우 다소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몇몇 게임에선 차단목록에 다수 등록된 유저가 경매장에 물품 등록 시 경고 메시지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을 디아블로3에서도 적용을 한다면?



현재 디아블로3에서는 거래 사기와 관련해 "디아블로 III에서의 아이템 및 골드 거래는 보호된 거래 창을 통해 진행됩니다. 거래가 완료되기 전에 양측 플레이어 모두 승인을 클릭해야 합니다. 양측 플레이어 모두 승인을 해야 거래가 완료되기 때문에, 승인 버튼을 클릭하기 전에 거래에 이상이 없는지 미리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사기와 관련한 책임을 유저에게 넘기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다수의 게임에선 사기를 한 가해자의 계정에 블럭 등의 조치를 하거나 제한적이나마 사기를 당해 잃은 게임 내 재화를 회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디아블로3에서도 가해자들에 대한 확실한 제재 및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복구가 이뤄진다면 유저들은 보다 안심하고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NC의 경우 고객센터에서 사기 신고를 받아 가해자에게 적게는 15일, 많게는 영구블럭 조치를 하기도 한다.





▲ 한게임에서 서비스 중인 테라의 "사기 피해 복구 서비스" 관련 내용






■ 불완전한 “경매장”으론 부족! 유저들은 안전하게 거래하고 싶다.

거래 시스템과 관련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 근원적인 원인을 따지고 보면 “경매장”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이러한 사기를 야기했다고 할 수 있다.

15%라는 높은 수수료는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개인 간 거래로 유저들을 내몰았고, 안전을 위해서 경매장을 이용하려던 유저들도 잦은 경매장 서버 불안정과 아이템/골드 소실 현상, 거래 시 지연 현상 때문에 선뜻 경매장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 3으로 시작하는 에러 메시지 시리즈는 이제 지긋지긋할 지경




발매 전부터 "아이템의 현금 거래 허용"을 내세운 만큼 게임 내 재화와 관련된 사기 사건이 충분히 예상되었음에도 경매장 기능에 대해 지나치게 과신한 블리자드. 현재까지의 대응은 너무 미온적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기의 피해자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유저들이 보다 안전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그리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개발사이자 서비스 제공자로서 블리자드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