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돈은 안벌리는데 템 값은 오른다. 디아3의 물가,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김경범 기자 | 댓글: 528개 |
최근, 경매장에 올라온 아이템의 가격을 보면 그야말로 0의 향연이다.

누구나 “좋다”라고 할 만한 아이템은 “억”소리 나는 가격이고, 어지간한 성능의 아이템도 1000만 골드를 훌쩍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임 머니(골드)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이야 온라인 게임이라면 당연할 정도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최근의 디아블로3는 1개월 만에 아이템 값이 100배 이상 뛰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 실제로 몇몇 아이템은 100배 이상 가격이 뛰기도 했고 ― 짐바브웨급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상황.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달걀 3알에 1000억... 무시무시한 인플레이션의 짐바브웨







게임 자원 무한의 법칙 - 골드는 필연적으로 쌓인다.



본론에 앞서 짚고 넘어가자면, 기본적으로 게임의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플레이어가 시간을 투자해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몬스터가 드랍한 아이템을 주워다 팔고, NPC가 주는 퀘스트를 수행하고 보상을 획득하는 것이 게임 내에서 재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인데, 이렇게 얻은 재화는 장비를 갖추거나 소모품을 구입하는데 소모하게 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쉬운 지역에서 반복 사냥을 하는 식으로 재화를 축적하는 것이 가능한데, 현실과 달리 “한정된 자원”이라는 제약이 없는 게임 속 세계는 플레이어가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잉여 재화”가 돌아오는 구조이다.

온라인 게임이라면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해지는데, 한 사람의 플레이어가 시간을 투자해서 얻는 재화가 접속한 사람의 수만큼 배가 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기본 거래 수단이 되는 재화 ― 게임 내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게 되고 확률적으로 얻을 수 있는 희귀한 아이템(일반적으로 장비 아이템)의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 최근 모바일 게임은 오히려 게임머니를 쪼들리게 해서 결제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론 이런 구조



물론 게임사도 화폐 가치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패치로 밸런스를 수정하거나 적은 화폐를 들여서 얻을 수 있는 신규 아이템의 추가, 잉여 골드를 소모할 수 있는 콘텐츠 도입 등을 하지만, 서비스가 장기화 되면 될수록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완벽하게 막는 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디아블로3의 물가 상승, 왜 이리 빠를까?



게임 내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디아블로의 물가 상승 수준은 일반적인 양상보다 빠른 것이 사실이다.

1.0.3패치로 수리비의 부담이 상승함에 따라 불지옥 난이도에서의 파밍은 오히려 예전만 못한데, 일반적으로 잉여 화폐가 늘어나는 것에 맞추어 물가가 오르는 것과 비교하면 지금의 물가 상승은 확실히 “비정상적”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데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사항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 게임사의 현금 거래 인정, "골드 파머"를 부추기다

디아블로3가 전작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완전한 온라인 구조라는 것이다.

디아블로2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모드에서 싱글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고, 온라인에서는 최대 8명까지 하나의 게임 룸에서 파티 플레이를 하거나 PvP를 즐기는 형태였다.

단순히 게임의 스토리와 기본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오프라인으로도 충분했고, 몬스터가 떨어트리는 잡템을 주워 파는 것만으로도 골드는 쓰고 남을 정도로 얻을 수 있었다. 아니, 정 귀찮으면 자멜라, 유다이투 등으로 대표되는 에디터 프로그램으로 강력한 캐릭터와 장비를 세팅해 몬스터를 썰고 다니는 게 가능했다.






▲ 디아고 바알이고 다 썰어버리는 먼치킨도 만들 수 있다!



반면 디아블로3는 모든 것이 배틀넷이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진다.

싱글 플레이를 하는 것도 결국 온라인에서 진행이 되고, 골드를 얻는 것은 전작들에 비해 어려워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매장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 내 “경제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문제는 게임 자체에서 현금 경매장이라는 시스템을 지원할 정도로 "현금 거래"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북미에서 서비스 중인 현금 경매장



게임 내 현금 거래를 인정한 케이스는 디아블로 이전에도 있었지만 동접자가 수십만에 달하는 블록버스터급 게임에서 현금 거래가 인정된 것은 디아블로가 처음이었고, 국내에는 심의 문제로 현금 경매장이 도입되지 않았지만 중개 사이트를 통한 거래는 활발하게 이뤄지게 되었다.

이는 중개 사이트를 통한 "골드와 현금 간의 시세"가 "골드와 게임 내 아이템 간의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거의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골드 획득량 증가"(통칭 골찬) 장비를 이용한 노동 집약적인 골드 파밍으로 인해 게임 내 전체 잉여 골드량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잉여 골드를 판매하기 위해 판매자 간의 경쟁이 일어나면서 현금 대비 골드의 가치는 하락한 반면, 확률이라는 요소과 한정된 수량이라는 제한이 있는 아이템의 가치가 유지되면서 경매장에서의 아이템 가격은 빠른 속도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 아이템 가치가 유지 되는 상태에서 골드 가치가 떨어지면 물가가 오른다.





■ 주식 시장의 축소판? 외부 요인이 많이 작용하는 시세 구조

게임 속 경제가 현금 거래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은 외부 요인의 작용이 쉽다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6월 10일 전후로 있었던 복사 파동은 디아블로3의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게임에 치명적인 소문이 퍼지면서 게임의 흥행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현금 거래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했고, 이는 골드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하락한 골드 가치만큼 아이템 가격은 올라가게 되었는데, 한번 올라간 물가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 것처럼 디아블로3의 아이템 시세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 한 번 올라간 물가는 심리상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 외에도 더 많은 골드 판매 수익을 얻기 위해 허위 패치 정보나 루머, 버그 등을 퍼트려 아이템 시세를 조작하거나, 팔리지 않는 아이템을 비싸게 팔아치우는 것이 성행했던 것도 현재 비정상적인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 결국은 잉여 골드를 처분할 방법이 없다. 골드 소비 콘텐츠의 부재

무엇보다 문제는 잉여 골드를 소비할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다.

디아블로2에서는 넘치는 골드를 “갬블”을 이용해 소모할 수 있으며, PvP 중에 죽어서 사라지는 골드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편이었다.

반면, 디아블로3에서는 갬블의 개념으로 “제작”을 도입했는데, 골드만 쏟아 부으면 대박을 노릴 수 있는 갬블과 달리 제작은 일정한 재료를 모아야 한다는 과정의 복잡함과 일정 레벨/등급 이하의 제작 아이템은 제작할 의미가 없다는 점 등의 문제 때문에 초기에 장갑을 찍어 팔던 몇몇 유저 외에는 그다지 메리트가 없었다.





▲ 저가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은 일단 대부분이 쓰레기니...



이는 보석도 마찬가지인데, 한 번 박아서 사용하면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호라드릭 큐브”를 이용한 조합 등 다양한 측면으로 이용할 수 있던 디아블로2와 달리 디아블로3는 언제라도 보석을 끼웠다 빼냈다 할 수 있어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또, 장비의 스킬레벨이나 특화 옵션 때문에 여러 종류의 아이템이 거래되던 디아블로2와 달리 생존과 순간 화력에만 치중되는 디아블로3의 전투 스타일 상, 주 스탯과 극대화, 공격 속도에 치중되는 장비 세팅은 아이템 가치를 상당 부분 고착화 시켰고, 골드 가치 하락에 반비례해 가격이 비싸지게 된 것이다.






▲ 디아블로2와 비교해서 선택되는 옵션의 폭이 좁은 편이다.




결국 다양한 외부 요인으로 인한 현금 거래 가치 폭락과 소모되지 않고 축적되는 잉여 골드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물가 상승에 부채질 했고, 유저들 사이에서 “디아블로2의 조단링처럼 대체 화폐라도 쓰자”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초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된 것이다.






조단링은 해결법이 되지 못한다. 디아2와 다른 점은...



사실 디아블로2에서도 골드의 인플레가 지나쳤기 때문에 조단링(디아블로3에선 요르단의 반지)이나 독참 같이 압축성 높고 유용한 아이템이 대체 화폐로 많이 사용되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최상급 보석이나 최상급 제작 재료인 불타는 유황 등을 대체 화폐로 사용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이러한 아이템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최상급 보석 대체 화폐설이 돌면서 매점매석 되는 도안들이 비싸졌다.



이러한 아이템이 대체 화폐로써 충분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의적”이다.

디아블로2에서의 조단링, 독참의 경우는 그 자체가 전투에서 충분히 유용한 아이템이고 일정한 노력을 ― 조단링의 경우 다른 유니크 반지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반지 갬블을 반복해야 했다 ― 거쳐야 획득할 수 있었다. 특히, 조단링은 장비 아이템에 소켓을 뚫거나 애니힐러스 참을 얻을 수 있는 “우버 디아블로” 소환 재료로 쓰이는 등 소모품으로써의 가치도 상당했다.

하지만 디아블로3의 보석이나 분해 재료는 골드를 이용해 제작하거나 아이템 드랍률에 의해 그 가치가 가변적이라는 한계가 있어서 조단링이나 독참같은 대체 화폐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다.






▲ 복사 조단링을 회수하기 위해서였겠지만... 나름 반응이 좋았던 우버 디아



무엇보다도 디아블로3는 현금 거래가 인정되기 때문에 어중간하게 가치가 변동될 수 있는 대체 화폐보다는 현금 경매장이나 현금 거래를 이용하는 쪽이 더 간단하고, 안전할 수 있다.

결국 골드 가치가 떨어져도 현금 거래로 해결 가능하다는 부분은 골드라는 게임 내 화폐의 존재 가치를 떨어트리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는 것이다.






게임 내 물가 버블, 블리자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현재의 물가 상승은 단순히 유저들만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랐다. 현금 거래라는 이권이 얽혀있기 때문에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도 이러한 시세 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계속되는 골드 가치 하락은 디아블로의 재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파밍” 욕구를 떨어트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디아블로2에서 그랬던 것처럼 갬블이나 호라드릭 큐브와 같은 지속적인 잉여 골드 소비 콘텐츠를 보강하고, 골드 증가량에 비해 아이템 가치가 폭등하지 않도록 새로운 성능의 아이템을 추가해나간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다소 나아질 것이다.

단순히 주 능력치가 높고 극대화 잘 터지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디아블로2의 아마존이 창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퓨마존과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활마존으로 나뉘었던 것처럼 캐릭터의 특화를 통해 다양한 세팅을 갖출 수 있는 선택사항이 늘어난다면 특정 옵션의 가격이 폭등하는 것도 억제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문제는 블리자드가 골드의 쓰임새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게임내 경제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실제 경제학자를 고용했다는 소식이 들려올만큼 온라인 게임에서 경제의 중요도는 비할수 없이 높은 편인데, 성역의 경제 안정을 위해 블리자드가 향후 패치에서 어떤 정책을 내어 놓을지가 디아블로3의 수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듯 하다.






▲ 앞으로 추가될 투기장은 과연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