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PO] 여름이 왔고 KT는 화답했다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13개 |
서머의 KT

참 많이 들었던 별명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초창기부터 kt 롤스터는 여름만 되면 강해졌다. 그들의 우승 기록은 항상 여름에 쓰였다. KT 애로우즈의 2014년 여름 우승, 현 젠지 감독인 '스코어' 고동빈의 우승 한풀이였던 2018년 우승도 여름이었다.

2018년 우승 이후, 연달아 하위권을 맴돌며 힘든 시기도 거쳤다. 2019년엔 강등 위기도 찾아왔다. 하지만 kt 롤스터는 끈질지게 버텼고 마침내 2022년,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고 오랜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이번에도 그들의 반등은 여름이 찾아왔음을 알렸다.


0. 서머 초반 '아리아'의 분전




지금 kt 롤스터의 주전 미드 라이너는 신예 '빅라' 이대광이다. 하지만 그전엔 '아리아' 이가을이 있었다. 사실 LJL의 최강으로 군림했던 DFM의 주전 미드 라이너였던 '아리아'는 kt 롤스터 이적 후 LCK 데뷔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플레이와 소극적인 모습 등 국내 팬들이 '아리아'에게 기대했던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미드가 힘을 쓰지 못했던 kt 롤스터의 성적도 당연히 좋지 않았다. 걸출한 이름값을 보유한 로스터로도 kt 롤스터는 세 번의 스플릿 연속 7위라는 불명예스런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리아'의 반등이 시작됐다. 이번 서머 스플릿 초반에 kt 롤스터의 힘은 '아리아'가 버텼던 미드 라인 쪽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1라운드에 있었던 통신사 라이벌전에서 '아리아'는 아지르와 아리로 빼어난 활약을 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끌 뻔 했다. 아쉽게 패배하긴 했지만, '아리아'라는 이름에 팬들이 기대했던 모습을 충분히 보여줬다.

이러한 '아리아'의 성장세는 POG 포인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아리아'는 POG 300 포인트를 빠르게 달성하면서 팀의 중심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지금은 '빅라'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지만, '아리아'가 kt 롤스터의 2022년 여름 반등의 서막을 알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빅라'가 흔들릴 때 '아리아'가 없었다면, 혹은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지금의 kt 롤스터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1. 파괴적인 '에이밍'




바텀이 매우 중요한 메타가 되면서, 승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바텀 라이너의 존재가 중요해졌다. 지금 kt 롤스터엔 '에이밍'이라는 바텀 라이너가 있고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시작부터 좋았던 건 아니었다. '에이밍'은 서머 스플릿 초반에 부진을 겪었다. 특유의 공격성은 그때도 있었는데 정교함이나 냉철함이 없었다. 자신이 때릴 수 있는 각을 발견하면 전후 사정을 따지지 않은 채 치고 나갔다. 당연히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

공격적이기만 했던 '에이밍'이 각성하기 시작했던 시점은 1라운드 농심 레드포스전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에이밍'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아펠리오스와 이즈리얼로 하드캐리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2세트엔 초반 데스를 내주고도 상대 정글러까지 합류한 2:3 교전에서 대박을 내며 불리했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해냈다. 후반 바론 한타에서는 회심의 트리플 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때부터 '에이밍'이 한층 날카롭고 정교해졌다. 팀의 패배에도 눈에 띄는 파괴력을 보여주기도 했고, 승리한 경기에서는 POG에 자주 선정될 만큼 눈부신 장면을 여럿 만들었다.

각성한 '에이밍'의 강점은 라인전부터 상대를 압박해 성장 격차를 벌리는 능력이다. 이를 토대로 괴물같이 성장해 후반 캐리롤을 확실히 맡는다. 서머 스플릿 초중반까지 발목을 잡았던 지나치게 공격적인 성향을 장점으로 유지하고 어느 정도의 안정성까지 겸비해 완성형 바텀 라이너로 성장했다.

'에이밍'의 현재 폼을 제대로 알 수 있었던 경기는 최근 있었던 DRX전이었다. '에이밍'은 '라이프' 김정민과 함께 DRX의 '데프트-베릴' 듀오를 시종일관 압도했다. '라이프'의 특급 보좌가 '에이밍'에게 안정감을 심어줬고 이를 바탕으로 '에이밍'의 최대 강점인 과감한 공격성이 탄력을 받았다.

물론, 아직 불안요소는 있다. 팀원들의 특급 호위가 없거나 그렇게 해주기 힘든 상황에서 여전히 '에이밍'의 지나친 공격성이 한타 패배를 유발하는 장면은 여전히 나온다. 마지막 젠지전에서 이런 부분이 몇 차례 드러났다. 다가올 플레이오프에서는 이 점을 유념해 좀 더 정교하고 냉철한 면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겠다.


2. 최고의 신예? '빅라'의 성장




서머 스플릿 초반에 '아리아'가 분전했다면, 그 바톤을 이어받은 '빅라' 이대광이 선전 중이다. 이는 kt 롤스터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예로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강력한 미드 없인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빅라'가 보여주는 가파른 성장세가 이 말을 대변해준다.

'빅라'는 서머 스플릿 2주 차에 개인 사정으로 숙소에서 나와 자택으로 향하기도 했다. 이유가 공개되지 않아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이래저래 흔들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곧장 팀에 합류해 로스터에 이름을 다시 올렸고, 이내 주전 미드 라이너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아리아'가 분전했던 만큼, '빅라'의 주전 복귀에 팬들의 의견은 반으로 갈렸다. 복귀 직후에만 해도 '빅라'의 경기력이 아쉬워 팬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아리아'를 다시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kt 롤스터는 '빅라'에게 꾸준한 믿음을 줬다.

그 믿음에 화답하듯 '빅라'의 폼이 점점 좋아졌다. '빅라'가 잘 다루는 사일러스가 메타 챔피언이 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사일러스를 잘 다루는 선수들을 대라고 하면 '빅라'가 빠지는 일이 없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다른 챔피언들로도 플레이메이킹을 잘해주며 팀의 승리를 책임지는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일러스 뿐만 아니라 라이즈나 아리와 같은 챔피언들과 함께 할 때, '빅라'의 능력이 극대화되곤 했다.

'빅라'는 현재 kt 롤스터의 승리 공식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이번 신인왕 후보에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만약, '빅라'가 플레이오프에서도 지금과 같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큰 무대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검증하는 셈이다. 이는 '빅라'의 미래를, 더 나아가 kt 롤스터의 미래를 더욱 밝게 만들어줄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젠지와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쵸비' 정지훈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해내는 모습을 보면 '빅라'의 미래는 꽤 화창할 것으로 보인다.


3. 강력한 라인전에 멋진 한타 집중력




리브 샌드박스가 강팀으로 군림하게 된 원인으로 모두가 손꼽는 건 중반 이후 멋들어진 한타 집중력과 과감한 공격성이다. 마치 과거 LCK를 공포에 떨게 했던 G2를 보는 느낌이다. 지금보다 더 야생미 넘쳤던 과거의 LPL을 언급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보단 좀 더 정교하고 합이 잘 맞는 느낌이다. 약한 라인전은 아직 리브 샌드박스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갑자기 리브 샌드박스 이야기를 왜 꺼냈을까. 현재 kt 롤스터와 느낌이 상당히 비슷한 팀이기 때문이다. kt 롤스터와 리브 샌드박스는 플레이 스타일에서 많이 닮았다. 차이점이라면 kt 롤스터가 공격성에서 조금 덜하고 라인전은 더 강한 느낌이다.

kt 롤스터는 초반 라인전이 강한 팀 중 하나다. 비슷한 성적의 리브 샌드박스와 DRX가 15분까지의 골드 격차에서 마이너스 지표를 보이는데 비해, kt 롤스터는 평균 225골드 우위를 보인다. 이는 현 LCK 중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결코 라인전이 약하다고 보기 힘들다.

서머 스플릿 1라운드까지는 이런 초반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중반 이후 삐걱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하지만 2라운드 들어선 이 부분을 잘 보완했다. 자신들의 승기를 잡고 있을 때 과감하게 밀어붙여 우위를 점하는 장면을 자주 보였다.

최근 DRX와의 대결에서 이 강점이 제대로 드러났다. 두 세트 모두 초반부터 조금씩 격차를 벌리며 상대를 압박했고 이를 과감한 결단으로 이어가 승기를 빠르게 굳혔다. '에이밍-라이프' 바텀 듀오의 파괴력과 '빅라'의 플레이메이킹, '라스칼' 김광희와 '커즈' 문우찬의 호응이 매끄럽게 연결된 결과였다. 젠지와의 2세트에서 승리할 때도 한 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는 결단력을 보였다.

물론, 초반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흔들리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기에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없는 건 아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강한 팀들을 계속 만나야 하는 입장인 만큼 kt 롤스터에게는 두 가지 고민거리가 있다. 하나는 초반 라인전 주도권을 강팀들 상대로도 틀어쥐어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주도권을 잡았을 때 자신들의 강점인 과감한 결단력과 빼어난 한타 집중력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단점 보완에 kt 롤스터의 최종 성적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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