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에서 흥미로운 소식이 하나 들렸다. 조세프 딘이라는 프로게이머가 북미 포트나이트 e스포츠 팀인 팀 33과 정식 프로게이머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었다. ‘33 고수’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조세프 딘은 이 계약으로 약 38,000달러, 한화로 약 4,200만 원 상당의 돈을 벌었다. 그의 나이 8살에 이뤄진 계약이다.
“꿈이 이뤄진 것 같아요. 많은 팀들이 제 나이 때문에 저를 데려가지 않았는데, 팀 33은 저를 스카우트하고 훈련할 수 있게 도와줬어요. 제 인생에서 정식 프로게이머가 된 오늘보다 행복했던 적은 없었어요.”
조세프 딘의 정식 프로게이머 데뷔에 대해 북미 매체들은 e스포츠 업계의 하나의 트렌드가 될 거라고 말했다. e스포츠 선수는 수명과 전성기가 짧기 때문에 보다 어린 선수들을 찾으려는 게임단들이 점차 많아질 거라는 예상이었다.
조세프 딘이 게임단과 정식 계약을 맺은 가장 어린 프로게이머인 건 맞다. 하지만 과거에는 게임단과 정식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대회에 출전한 경력을 가진 어린 프로게이머들이 많이 있었다. 2006년 한국에서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카트 황제’ 문호준의 당시 나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미국 나이로 치면 8살에 데뷔한 것이기에 조세프 딘과 같은 나이에 데뷔한 셈이다.
역대 가장 어린 나이에 데뷔한 프로게이머는 누구일까? 헤일로라는 게임에서 만 4세에 공식 경기를 치른 ‘릴 포이즌’이라는 선수다. 만 2세에 게임을 시작했고, 말보다 게임을 먼저 배웠다고 한다. ‘릴 포이즌’은 리그에 등록된 공식 프로 선수였으며 최연소 프로게이머로 3년 동안 기네스북에 올랐었다.
이 밖에도 어린 나이에 데뷔한 e스포츠 선수들이 많이 있다. 역사가 깊은 종목인 스타크래프트에는 14세 데뷔한 ‘플래쉬’ 이영호, 12세에 데뷔한 ‘TY’ 전태양이 있었고,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도 ‘마루’ 조성주가 만 12세에 프로로 데뷔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도 17세 나이 제한이 생기기 전 15살의 나이로 프로 데뷔를 한 ‘쯔타이’ 류즈하오가 있다.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서 프로게이머의 나이와 전성기에 대해 통계를 낸 글이 한 커뮤니티에 올라왔었다. 통계에 따르면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서는 대부분의 선수가 평균 21살을 기점으로 전성기를 맞이하고, 평균 24살을 기점으로 에이징 커브를 겪는다.
선수의 재능과 의지에 따라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도 있겠지만, 만 17세에 데뷔가 가능한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선수 평균 수명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e스포츠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들과 비교해도 굉장히 짧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라이엇 게임즈 본사는 선수가 데뷔할 수 있는 나이를 만 17세로 정한 것에 대해 “탄탄한 인재 풀을 만들겠다는 목적과 더불어, 프로로서의 커리어와 선수 개인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끝마칠 수 있게 장려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로서는 나이 제한을 낮출 계획이 없다고도 전했다.
탄탄한 인재 풀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라이엇 게임즈의 답변은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을 남기기도 한다. 앞서 살펴봤듯이 다른 종목에는 만 17세 이전에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프로로서 활약한 많은 선수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각 종목마다 전설로서 업적을 남긴 선수들도 많은 편이다.
또한, 자신의 발전을 위해 학업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삶에 필요한 다른 것을 배울 것인지는 개인이 선택할 일일 것이다. 프로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은 선수에게 학업을 이유로 짧은 선수 생명을 강요하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마이클 조던이라는 별명을 가진 ‘페이커’ 이상혁은 만 16세에 데뷔했다. 그와 같은 전설적인 선수가 지금까지 선수로서 활약하고 있다는 것은 라이엇 게임즈에게 매우 고마운 일일 것이다. 나이 제한은 선수 생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만 17세가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은 라이엇 게임즈가 앞으로도 계속 생각해봐야 할 이슈일 것이다.
Haao@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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