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법 e스포츠 도박과 연루된 중국 게임단

칼럼 | 김병호, 남기백 기자 | 댓글: 13개 |



LGD 게이밍은 중국의 유명 프로게임단입니다. 도타 올스타즈 시절부터 운영되어 역사도 길고 발로란트,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오버워치 등 다양한 종목의 게임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LGD 게이밍은 한국에서도 많이 유명한 편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스 선수인 ‘임프’ 구승빈과 ‘피넛’ 한왕호가 LGD 게이밍 소속으로 뛰었고, 현재는 ‘크레이머’ 하종훈이 이 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LGD 게이밍이 불법 e스포츠 도박과 연루되었다는 소식이 중국에서 들렸습니다. LGD 게이밍이 자매 회사로 알려진 VPGame이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는 이유로 상하이 경찰의 조사를 받았기 때문인데요. 취재 결과, VPGame은 직원 20명이 체포되고 회사의 계좌가 동결되어 2개월째 직원들의 급여가 지급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LGD 게이밍은 VPGame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회사의 법적 자문을 하는 법무법인도 같고, 홈페이지에는 VPGame이 LGD 게이밍의 자매회사라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LGD 게이밍과 VPGame의 대표가 동일 인물입니다. 그 때문에 VPGame이 상하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LGD 게이밍의 대표도 함께 조사를 받았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습니다.

사실 VPGame은 중국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문제없이 서비스가 되어온 e스포츠 사이트입니다. 특히, 도타 종목과 카운터 스트라이크 종목에서는 동, 서양을 가리지 않고 세계적으로 애용되는 사이트입니다. 그런 VPGame은 어떻게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는 혐의를 받게 됐을까요?




먼저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첫 번째로, 도타2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의 개발사인 밸브는 독특하게도 스킨과 같은 게임 내 아이템을 유저들끼리 사고팔 수 있게 해왔습니다. 덕분에 유저들은 사용하지 않게 된 게임 아이템을 다른 유저에게 팔고, 그 돈으로 다른 아이템을 살 수 있습니다.

도타2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에서 개인 간 아이템 거래는 굉장히 활발한 편입니다. 덕분에 아이템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다양한 사이트들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VPGame도 본래는 이 개인 간의 아이템 거래를 지원해주는 사이트였습니다.

두 번째로 밸브는, 자사 e스포츠와 관련해서 독특한 시스템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밸브가 주관하는 대회의 e스포츠토토를 직접 운영해온 것인데요.

방법은 일반 토토와 같습니다. 다만 돈이 아니라 아이템을 가지고 베팅을 합니다. 경기가 있는 날, 토토에 참여하고 싶은 유저는 자신이 보유한 게임 아이템을 A 혹은 B 프로게임단의 승리에 겁니다. 그럼 승부 예측 결과와 배당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게임 아이템을 돌려받거나 아이템을 잃게 되는 방식입니다.

관련기사: [정보] 아이템 거래와 베팅도 가능! 도타 2 라운지 제대로 이용하기

밸브 게임사가 운영한 e스포츠토토에는 도박꾼들이 몰려들지 않았습니다. 게임 아이템만 가지고 베팅이 진행되고 배당도 아이템으로 받아서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밸브의 e스포츠토토는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만 애용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내에서 불법 토토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면서 많은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이 문을 닫게 됐습니다. 덕분에 많은 도박꾼들은 새롭게 도박을 진행할 사이트를 찾고 있었죠.

이런 상황에서 VPGame은 한 가지 특이한 시스템을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합니다. VPGame 사이트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가상의 화폐(포인트)를 만든 것인데요. 이 포인트를 이용하면 이용자는 유저 간의 직접 거래를 하지 않고도 기존 사이트에 등록되어 있는 도타2 혹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게임 아이템을 살 수 있습니다. 또한, 밸브사가 운영하는 e스포츠토토도 이 포인트로 베팅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저들끼리 직접 이 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원한 것입니다. 유저 간의 가상 화폐 거래는 현금으로 이뤄졌고, 자연스레 사이트 내의 포인트를 돈으로 바꾸는 방법이 생겨났습니다. 원래는 게임 아이템으로만 할 수 있었던 밸브 게임사 종목의 e스포츠토토도 간접적으로 진짜 돈을 걸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잇단 불법 e스포츠토토 사이트의 폐쇄로 갈 곳을 잃었던 도박꾼들은 이 소식을 듣고 VPGame으로 몰려들게 됩니다.

몇몇 중국 관계자들은 VPGame이 도박꾼들을 불러들일 목적으로 이런 가상 화폐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의심합니다. 많은 불법 e스포츠토토 사이트가 사라진 시점에 맞춰 업데이트가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개인 간의 가상 화폐 거래를 가능하도록 만든 것도 수상한 부분입니다. 후야나 텐센트 등 중국의 대형 사이트들도 비슷한 포인트 배팅 제도를 운영했지만, 개인 간의 거래를 지원하지는 않았습니다. 상하이 경찰도 이를 주목해서 VPGame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 내에서 이 일에 대한 파장은 크지 않습니다. LGD 게이밍이라는 오랜 전통의 게임단과 중국 내에서도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는 사이트가 연계된 사건임에도 관련 글이나 뉴스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중국 내에서 이 사건의 취재를 도와준 관계자는 e스포츠 업계 사람들도 심지어는 상하이 경찰도 해당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LGD 게이밍은 이 건에 대해 "VPGame과는 접촉하는 일이 없고, 어떻게 운영되는 지도 잘 모른다. LGD가 이 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거나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최근 중국 e스포츠 업계는 연달아 터진 승부조작 파문으로 골머리를 앓는 중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FPX의 신인 정글러 '보'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LGD 게이밍의 '콘디', 로그 워리어스의 '웨이얀'도 승부조작 혐의로 은퇴했습니다. 2부 리그인 LDL에서는 최근 2년간 승부 조작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가 8명이나 됩니다.

도타2 종목에서 세계 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중국 프로게임단 뉴비도 승부 조작 혐의로 선수 5명이 모두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으로 치자면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 선수 다섯 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셈이지요. 승부조작을 하게 된 배경엔 언제나 불법 토토가 있었습니다. 종목의 근간을 흔드는 이런 중대한 범죄행위에 명문 게임단과 10여 년 가까이 서비스 되어온 e스포츠 사이트가 연루됐다는 건, 중국 e스포츠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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