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두가 할만하다던 LCK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38개 |




LCK 서머 스플릿이 시작되기 전 여러 관계자를 만나 들었던 말의 공통점은 "진짜 모르겠다. 한, 두 팀을 빼고는 정말 모두가 해볼 만 한 상대다. 역대급 가장 치열한 시즌이 될 것 같다"였다. 간략히 요약하면 팀마다 스프링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장점은 극대화시키되 단점은 최대한 보완했기 때문에 치열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서머 스플릿도 절반을 달려온 지금, 분명 치열한 건 맞다. 순위마다 격차가 매우 촘촘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게 상향평준화인지, 하향평준화인지 헷갈린다. 재미와 별개로 경기력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팀들에 비해 절대적 경기력을 뽐내던 담원 기아, 그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뒤를 바짝 추격하던 젠지 e스포츠,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던 T1의 돌림판 엔트리, '쵸오오오비'를 외치게 하던 한화생명,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여준 다크호스 DRX와 프레딧 브리온, 리그 후반부에 경기력이 살아나기 시작한 아프리카, 리브 샌드박스, kt 롤스터 등 완성되진 않았어도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어떤 부분을 보완했을 때 이 팀은 이렇게 강해지겠네'라는 게 대부분 팀에 느껴져 서머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냉정히 스프링에 보여줬던 장점은 살리고, 지적받던 단점을 보완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팀은 몇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라운드를 막 시작한 지금, 확실히 남다른 변화를 보여준 건 농심 레드포스, 그리고 아프리카 프릭스 정도다. 그 외에 자신들의 템포로 조금씩 성장하는 팀들도 있지만, 한 해 농사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즈음의 과거 시즌들과 비교했을 때, 속도나 체급 면에서 더 낫다고 보기가 힘들다.

주관적인 소견이지만 현재 젠지 e스포츠가 1황이 된 건, 젠지 e스포츠의 체급 상승과 별개로, 그 상승 폭보다 다른팀들에게서 느끼는 물음표의 영향이 더 크다. LoL은 상대적인 게임(상대평가)이지만, 승패를 결정 짓는 실력의 절대치는 무한하지 않다. 결국, 수준 높은 경기력에서 주는 카타르시스(절대평가)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LCK의 전통적인 강점 중 하나는 최적화와 극한의 효율로 끌어올리는 치밀함이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피지컬을 바탕으로 최대한 근거에 의한 안정적인 선택을 오랫동안 추구해왔다. 물론, LPL에게 왕좌를 내주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발전도 했고, 평균적으로 많이 바뀌었지만, LCK 근본은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는 안정감이다.

7월 13일 기준 LCK는 평균 경기 시간 33분 16초-평균 23킬, LEC는 31분 56초-26킬, LPL은 31분 25초-27킬, LCS는 32분 43초-25킬로, 경기 시간은 가장 길고, 킬은 가장 적은 소위 '운영의 LCK'시절과 흡사하다.(물론 전투를 지향하는 팀도 있다) 과거에 비해 전투를 유도하는 다양한 요소들 덕분에 싸움이 많아졌지만, 뼈대는 예전과 비슷하다.

단순히 다른 지역에 비해 킬이 조금 덜 나고, 경기 시간이 긴 게 문제는 아니다. 킬이 많이 나지 않아도 그 상황 속에서 오고가는 서로의 심리전, 짜릿함, 긴장감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다만, 그런 높은 수준의 경기력과 재미 있는 경기들도 있으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경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현 LCK 분위기에 대해 조금 더 냉철한 분석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그리고 대부분이 비슷한 의견을 전해줬다.

LCK 전문가 A는 "굳이 상향평준화와 하향평준화 중 고르라면 후자를 선택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요즘 LPL을 보면 발전 속도가 정말 빠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최상위권 팀들의 실력은 큰 차이가 나지 않을지 몰라도 중상위권부터는 LPL이 LCK보다 훨씬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LCK 상위권팀들의 절대적인 기량 자체도 다른 때보다 압도적이라고 보긴 힘들다.

LCK가 정말 많이 바뀌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게임 내적으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당연시 되는 개념이나 상식을 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준 LCK 전문가 B 역시 "솔직하게 말하면 2~3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상향평준화라는 말이 많았다. 롤드컵 무대를 보면 세계적인 팀들의 수준이 높아지는 추세였다. 올해 LCK는 프랜차이즈화가 되면서 신인도 많아지고, 팀적인 변화가 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약해진 것 같다. 프랜차이즈로 인해 강등의 부담이 없어서인지, 떨어지지 않으려는 독기 같은 것도 이전에 비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선수들은 거의 없겠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런 것들이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확실한 건 지금 이대로 롤드컵이 열린다면 LCK가 최고라고 외치기 어려울 것 같다. 올해가 좀 특이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잘했던 팀들이 오락가락 하는 이유에는 메타적인 부분과 팀 내부 상황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생각해본다면 롤드컵에선 또 다른 메타가 오기 마련이다. 그때 메타와 찰떡 같이 맞는 팀들이 나올 수도 있다. LCK는 기본적으로 재능 있는 선수들과 좋은 감독, 코치진이 있기 때문에 달라질 가능성도 높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지금 패턴대로 쭉 흐른다면 롤드컵에서 꽤 고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반적인 의견에 동의하나 조금 다른 의견을 전한 LCK 전문가 C도 있었다. 그는 "많은 부분에서 동감한다. 다만, 현재 전체적인 LCK의 방향성이나 경기력에 대한 의문이 비단 LCK만의 문제는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다. 이 말은 메타의 영향이 크다고 말할 수 있고,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기우일 수 있다. 나아지는 속도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팀들의 경기력도 점점 나아지고 있긴 하다. 그래도 희망적인 점은 2라운드를 기점으로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팀들이 나오고 있고, 스프링에 비해 폼이 썩 좋지 못했던 팀들도 자신들만의 승리 패턴으로 기억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는 LCK가 처음으로 롤드컵에 네 팀이나 진출하는 해다. 롤드컵에 진출하는 네 팀의 모두 정해졌을 때, 4위로 출전하는 팀이 "4장이라서 갔다"라는 말보다 "충분히 갈만해서 갔다"라는 말이 지배적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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