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T1 시즌 도중 감독-코치 경질, 정말 최선이었나

칼럼 | 신연재 기자 | 댓글: 85개 |



T1이 양대인 감독, 이재민 코치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이슈는 좀 되어도 논란의 여지가 될만한 문장은 아니다. 이런 발표가 난 시점이 연말 스토브 리그 기간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머 스플릿이 한창 진행 중이다. 정규 시즌은 5부 능선을 넘었고, T1은 서머 성적과 롤드컵 진출 여부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손에 쥐고 있다. 그런데, 뜬금없이 감독과 코치를 해임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행보다.

T1은 15일, 그러니까 자신들의 LCK 경기(kt 롤스터전) 당일 오전에 이같이 발표를 했다. 신중하게 고심한 끝에 양대인 감독, 이재민 코치와의 계약을 종료했다고. 좋게 표현해 계약 종료지, 세게 말하면 감독과 코치를 자른 거다. 시즌 도중에 말이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는 건 누가 나서서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양대인 감독은 불과 6일 전인 지난 9일, 젠지 e스포츠를 2:0으로 꺾고 매체 인터뷰에 응했다. 당시 인터뷰에는 양대인 감독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연패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과 피드백 방향, 향후 목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일주일도 안 돼 팀을 나오게 됐다.



▲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

최성훈 T1 단장에 따르면, 실제로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는 지난 13일에 해임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다. 선수단 역시 같은 날 코치진 교체 사실을 알게 됐다.

위화감이 드는 건 비단 기자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을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다년 계약으로 T1에 합류한 김정수 감독은 롤드컵 선발전 탈락 직후 계약을 종료했다. 과정에서의 잡음도 있었다. 오피셜이 나오기도 전에 한 매체에서 이를 보도했고, 김정수 감독은 팀과 상의된 부분이 없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이로부터 이틀 뒤, 공식 발표가 났다.

이로써 T1은 2년 연속 감독과 조기 계약 종료한 팀이라는 꼬리표가 생겼다. 그저 팀과 감독의 방향성이 맞지 않아서 취한 액션이라고 하기엔 텀이 너무 짧다. T1의 감독 자리는 워낙 책임감이 막중하고 관심도 많이 쏠려있다보니 언제부턴가 독이 든 성배라는 타이틀이 붙었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지키기마저 힘든 독이 든 독배가 됐다.

과연 시즌 도중 경질만이 답이었을까. 최성훈 단장의 기자 회견 발언을 종합해보면, 해임의 이유는 결국 프런트가 느낀 코치진과 선수 간의 불협화음이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삼기에 2021 T1 선수단은 아직 1년도 채 호흡을 맞춰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게임단을 뒤흔들만한 큰 마찰이 발생한 것도 아니다. 해임의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결정을 납득 할만한 자세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기자 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최성훈 단장은 두루뭉술한 답변을 반복했다. 그저 선수들과 대화와 팀을 관찰한 결과를 종합해서 내린 결정이라고만 이야기했다.



▲ T1 최성훈 단장(사진 제공 : T1)

또한, 이러한 결정으로 나오는 결과에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질문에는 "판단이 옳아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다같이 나누는 게 아닐까? 판단이 틀렸다면, 그건 한마디로 말하긴 어려울 듯하다"고 회피하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다. 한 게임단을 책임지는 단장, 그것도 이번 감독 해임의 중심에 있었던 최성훈 단장에게서 듣기엔 아쉬운 답변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LCK에서 시즌 도중 감독-코치를 경질하는 일은 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와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T1과 최성훈 단장은 그저 복잡하고 거창해 보이는 말로 이슈를 덮으려 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이런 행보는 결국 T1 스스로가 자신의 발목을 잡아채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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