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평가전인가?

칼럼 | 김병호 기자 | 댓글: 75개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LoL 종목 평가전이 연기됐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18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 상황과 해외 팀들의 체류 기간, 예비 명단에 포함된 선수와 코치진이 느낄 부담감을 반영하여 평가전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협회가 평가전 계획을 처음 알린 건 지난 14일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국가대표 예비명단 10인과 함께 광주e스포츠 경기장에서 평가전을 22, 23일 양일간 진행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4일 뒤인 18일에 돌연 비공개로 전환했다. 평가전 연기에 대한 이유는 밝혔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우선 코로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발생한 지 900여 일이 되어 가고, 무엇보다 평가전을 한다고 처음 발표한 때에도 코로나는 여전히 있었다. 부담감이라는 명목도 마찬가지다. 평가전을 연기한다고 광주까지 내려가 합숙을 진행하는 선수와 코치진의 부담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해외 팀들의 체류기간 부분도 그렇다. 돌려 생각해보면 e스포츠협회가 해외팀과 일정조차 조율하지 않고 평가전을 발표했다는 말이 된다.

협회가 평가전이 급하게 진행하려다 어그러졌다는 의심도 든다. 지난 3월 광주e스포츠경기장 취재를 했을 때 경기장 관계자가 밝힌 자료에는 국가대표평가전 일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경기장 관계자는 최근 협회 측의 문의를 받고 평가전 준비하는 중이라고 했다. 선수 선발을 위한 예정에 없던 평가전이 급하게 잡혔다는 걸 알 수 있다.

선발전 개최지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물음표를 남겼다. 왜 광주e스포츠경기장을 평가전 장소로 선정한 것일까?

현재 국내에는 총 3곳에 지자체 e스포츠 경기장이 있다. 부산과 대전, 그리고 광주이다. 부산은 서면 중심에 있기 때문에 입지가 좋고, 대전은 서울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광주는 입지를 고려하면 부산보다 아쉽고, 접근성을 고려하면 대전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광주e스포츠경기장은 e스포츠 행사일 경우 협의를 통해 대관료 없이 경기장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좌석 수가 1,050석으로, 300~500석 사이의 다른 지자체 경기장에 비해 가장 많은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다. 관련하여 협회는 광주e스포츠경기장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팬과 함께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평가전 관람 티켓을 판매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협회는 수천만 원이 드는 경기장 대관료를 아끼면서 1,050장의 티켓을 판매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수익은 오롯이 한국e스포츠협회가 가져간다. 거기에 각종 후원이 붙으면 협회의 수익은 더욱 커지게 된다.

협회가 단순히 몇천만 원의 수익을 내기 위해 평가전을 계획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가전은 아시안게임에서 협회의 입지를 키울 기회이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 포함된 40개 종목 중에서 평가전으로 1,000명을 모집할 수 있는 종목은 아무리 넓게 봐도 야구, 농구, 축구 정도이다. LoL 종목 평가전이 1,000명의 유료 관객을 모았다면, 정부나 대한체육회는 e스포츠의 인기를 실감했을 테다.

그러나 현실은 협회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평가전을 진행하면서 협회에 대한 불신, 논란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이를 키운 건 분명 협회 자신이다. 선수 선발 방식이 별다른 설명 없이 바뀌었고, 예정에 없던 합숙 훈련과 평가전이 생겼다. 평가전 상대도 수차례 번복됐고, 그마저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채 연기됐다.

협회가 추진한 평가전이 연기되면서, 10명의 예비 국가대표 선수는 광주에서 뜻밖의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10명 중 일부는 다음 달 중요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빡빡한 일정에 괴로워하고 있다. 또, 일부는 명확하지 않은 선발 기준에 시간만 뺏길까 고민하고 있다. 광주에서 선수를 만나려던 팬들은 실망했다. 대관에 적극 협조했던 광주e스포츠경기장은 뜻하지 않게 오명만 늘었다.

협회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정말 중요한 행사이다. 그러나 중요한 일을 하면서 더 중요한 걸 잃은 건 아이러니다. 협회는 아시안게임을 위해 많은 것을 양보받았다. 선수는 자신의 일정을, 게임단은 자신의 선수들을 내어줬다. 종목사는 자신들의 대회 일정을 쪼갰고, 팬들은 자신의 시간을 내어 아시안게임을 지켜보고 있다.

다른 이유는 없다. 모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선전을 위해서다. 많은 이들에게 양보받은 귀중한 기회다.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


▶ 관련기사: [뉴스] 아시안 게임 선수 선발에 대한 네 가지 의문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