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결승] V8 함께한 '꼬마' 감독과 '페이커', V10 앞에 적으로 만났다

기획기사 | 신연재 기자 | 댓글: 13개 |
여덟 번의 LCK 우승을 함께 했다. 하지만, 영원할 수는 없는 법. 2018 시즌을 끝으로 이별한 둘은 각자의 자리에서 한 번 더 우승 커리어를 쌓았고, 2021 LCK 서머에서 나란히 결승전에 오르며 'V10'에 도전하게 됐다. 이제 김정균 감독과 '페이커' 중 한 명은 LCK 10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타이틀을 갖게 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금까지 그들이 따로 또 같이 걸어온 아홉 번의 우승 과정, 그 발자취를 돌아본다.

T1을 세운 김정균 감독과 '페이커'
V8을 달성하기까지

역사의 시작은 2013년이었다. 김정균 감독(당시 코치)을 필두로 재야의 고수들이 뭉치면서 만들어진 SKT T1 K는 데뷔년도에 무려 LCK 우승과 롤드컵 우승을 거머쥐며 슈퍼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그 중에서도 '페이커'는 솔로 랭크 1위 출신답게 압도적인 피지컬을 뽐내며 당시 최상위권 미드라이너였던 '앰비션' 강찬용을 솔로 킬 내고, '류' 류상욱과의 제드 미러전에서 엄청난 컨트롤을 보여주는 등 희대의 명장면을 여렷 연출했다.

화려했던 데뷔 시즌에 비해 2014년은 다소 부진했다. 13-14 LCK 윈터까지 우승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지만, 갑작스런 멤버 교체와 부진이 겹치며 스프링과 서머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롤드컵 무대도 밟지 못했다. SKT T1 K의 천적이라 불린 삼성 갤럭시 화이트가 2014년을 지배했다.



▲ SKT T1 시절 김정균 감독과 '페이커' 이상혁

단일 팀으로 통합된 2015년부터는 다시 폼을 끌어올렸다. 이 시기는 SKT T1의 황금기이기도 했다. LCK 스프링과 서머에 이어 롤드컵까지 모조리 재패한 것. 게다가 서머에서는 정규 시즌 세트 승률 85%, 롤드컵에서는 단 한 세트 패배라는 말도 안 되는 대기록을 썼다. 아직까지도 역사상 최고의 팀이 누구냐는 질문에 늘 1순위 후보로 등장하는 게 2015 SKT T1이다.

이후, SKT T1의 왕조는 이어졌다.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는 김정균 감독의 말처럼 때론 주춤하기도 했지만, 끝내 웃는 팀이 바로 SKT T1이었다. 2016 LCK 스프링, 2017 LCK 스프링, 2019 LCK 스프링, 2019 LCK 서머에서 우승을 추가하며 김정균 감독과 '페이커'는 무려 8번의 LCK 우승을 달성했다. 2016 롤드컵 우승은 덤.

SKT T1는 최고의 길을 걸어가며 그들은 전 세계 팬들을 매료했고, 전후무후한 팀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DK 김정균 감독, 그리고 T1 '페이커'
각자의 자리에서 한 번의 우승을

2020 시즌을 앞두고 SKT T1은 대격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코치부터 감독까지, 7년 간 팀을 지키던 김정균 감독이 팀을 떠났고, 컴캐스트와의 합병으로 팀명은 T1으로 변경됐다.

김정균 감독을 떠나보낸 T1은 불안하다고 평가받는 로스터로 LCK 스프링 우승을 거머쥐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 우승이 '페이커'의 9번째 LCK 우승이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서머 스플릿 5위를 기록했고, 롤드컵 선발전에서도 탈락하며 그대로 시즌을 마쳤다. 양대인 체제로 전환한 2021 LCK 스프링은 끊임없는 엔트리 변경의 이점을 마지막까지 살리지 못하고 4위로 마감했다.




김정균 감독의 2020년 역시 순탄치 못했다. 비시게이밍으로 합류하며 LPL에 새 출사표를 내밀었는데, 스프링 9위와 서머 11위에 머물렀다. 시즌 종료 후에는 아내의 임신 등 복합적인 이유로 비시게이밍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록 플레이오프에 들지는 못했지만, 이전 시즌 비시게이밍이 이전 시즌에 꼴찌팀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큰 발전이었다. 또, 당시 함께했던 신인들이 2021년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건 긍정적인 결과이기도 했다.

김정균 감독의 다음 행선지는 디펜딩 챔피언 담원 기아였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자리였지만, 김정균 감독은 자신이 어떻게 T1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렸고, 왜 명장이라는 칭호를 받았는지 다시 한 번 증명했다. 2019 시즌 T1에서 함께 했던 '칸' 김동하와 다시금 호흡을 맞추면서 피지컬로 똘똘 뭉친 담원 기아에 운영을 장착했고, 2021 LCK 스프링 우승을 달성하며 '페이커'와 우승 횟수를 동률로 맞췄다.


2021 LCK 서머 결승에서 마주보다
'V10'의 영광은 누구에게

그렇게 1년 반을 돌아 김정균 감독과 '페이커'는 2021 LCK 서머 결승 무대에서 마주섰다. 모두에게 참 우여곡절이 많은 여름이었다.




'페이커'와 T1은 정규 시즌 도중 감독-코치 경질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다행히 T1은 그 위기를 기회로 잡았다. 내부적인 문제가 오히려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해준 계기가 됐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 '페이커'를 중심으로 심란한 마음을 다잡은 T1은 이후 승리를 쭉쭉 쌓으면서 상위권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전제의 T1이 왜 무서운지를 경기력으로 보여주며 플레이오프 1라운드와 2라운드를 통과했다.

김정균 감독과 담원 기아는 1라운드부터 삐걱거렸다. 봇 듀오의 부진과 '캐니언'의 메타 적응 실패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고스트' 장용준은 좀처럼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했고, 이에 김정균 감독은 신의 한 수를 둔다. 바로 포지션 스왑. '쇼메이커' 허수가 원딜로, '캐니언' 김건부가 미드로 위치를 바꿨다. 임기응변으로 고비를 넘긴 담원 기아는 정규 시즌이 막바지로 흐를수록 이전의 폼을 되찾았고, 가볍게 플레이오프 2라운드를 뚫고 결승에 안착했다.

이제는 우승자를 가릴 마지막 단 한 경기만이 남았다. 무려 9년 간의 험난한 여정을 거쳐 여기 10번 째 우승 코앞까지 온 김정균 감독과 '페이커'다.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천당과 지옥을 함께 겪은 옛 동료지만 절대 양보할 수는 없다.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V10'의 자격. 과연 둘 중 10번 째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릴 사람은 누구일까.



▲ SKT T1 시절 김정균 감독과 '페이커' 이상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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