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결승] 떡잎부터 달랐던 T1, 그리고 '오너'

기획기사 | 장민영 기자 | 댓글: 23개 |



T1은 데뷔 첫 해부터 주목받은 선수가 많은 팀이다. 그렇기에 2013년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페이커' 이상혁이 2013 롤드컵 우승이라는 로열로더 행보를 시작으로 많은 T1 선수들이 신예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흐름은 작년 스프링까지도 이어졌다. T1 아카데미에서 성장한 '칸나' 김창동이 2020 LCK 스프링 우승으로 로열로더가 됐다. PO 준결승전 승리를 자신의 캐리로 완성했기에 충분히 로열로더로서 행보를 인정받았다.

T1으로 이적해 활동하는 선수들도 역시 신인 때부터 뚜렷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과거 킹존 드래곤X(현 DRX)에서 시작해 2017 LCK 서머 우승으로 로열로더가 된 '커즈' 문우찬, 진에어 그린윙스 시절에 '인간 넥서스'로 불리며 팀의 중심을 잡았던 '테디' 박진성, 마지막으로 작년 DRX에서 스프링 '영 플레이어'로 선정되고 LCK 서머 준우승을 기록한 '케리아' 류민석까지. 프로게이머 데뷔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선수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는 팀이 T1이다.


'로열로더' 출신 많은 현 T1 로스터

'페이커' 이상혁 - 2013 롤드컵 우승 (SKT T1)
'커즈' 문우찬 - 2017 LCK 섬머 우승 (킹존 드래곤X)
'칸나' 김창동 - 2020 LCK 스프링 우승 (T1)





그리고 올해 T1에서 눈길을 끄는 신인이 또 나왔다. 바로 '오너' 문현준이다. 스프링 스플릿 때만 하더라도 무리한 시도로 아직 성장 시간이 더 필요한 신인이라는 인상이 드는 선수였다. 하지만 서머 후반부에 등장한 '오너'는 달라 보였다. 팀원과 '오너'의 판단이 맞아들어가면서 무리함이 과감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어느덧 데뷔 첫 해에 LCK 결승 무대에 오를 만한 신예로 성장해 있었다.

신예들 중에는 유명한 팀원들 사이에서 묻어가면서 커리어를 높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너'는 달랐다. 오히려 신예임에도 적극적으로 판을 만들어갈 줄 알았다. 먼저 들어가 교전을 여는 거는 것은 물론, 교전이 끝난 듯한 상황에서 한 번 더 들어가서 스노우 볼 속도를 굴려 나간다. 서머 스플릿 첫 경기인 KT전부터 2연속 POG로 심상치 않게 출발하더니 플레이오프까지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서머 첫 출전부터 2세트 연속 POG라니?



한동안 T1의 운영을 '줄건 줘'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만큼 운영과 한타에서 수동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너'가 들어오고 난 이후부터 그런 말은 잘 나오지 않고 있다. 많은 조건을 갖추고 교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진 것처럼 과감하게 교전을 연다. 초반 설계 역시 마찬가지다. '오너'는 2021 LCK 서머 정규 스플릿의 정글러 중 퍼스트 블러드 확률 57.1%(2위, 1위 '말랑')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초반부터 화끈한 다이브 설계로 탑에서 탱커-딜러를 가리지 않고 킬을 내는 모습을 최근 경기에서도 볼 수 있었다. PO 경기에서는 상대 정글러와 15분 경험치-골드-CS 격차를 크게 벌리면서 T1이 초반 스노우 볼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T1이 원했던 스타일 변화를 가장 잘 소화하는 선수라고 말할 수 있겠다.

게다가, '오너'는 본인이 맡은 역할 충실히 해줬다. 2021 시즌 전만 하더라도 리 신 장인 느낌이 강한 정글러였다면, 이제는 다른 챔피언으로도 멋진 슈퍼플레이를 선보였다. 리브 샌드박스전 한타에서 킬을 이어가는 비에고의 활약, 젠지가 꺼내든 야스오-다이애나 조합의 핵심인 다이애나의 성장을 방해하는 올라프 플레이까지. 신인왕 '크로코' 김동범과 노련한 '클리드' 김태민을 만나도 흔들림 없는 활약을 선보였다.


젠지전 4연속 비에고 밴이 나온 이유 - LSB전 '오너' 플레이



그리고 이번 결승 상대는 세계 최강 정글러의 기운을 되찾고 있는 '캐니언' 김건부다. 2020 시즌 후반부터 스프링까지 각종 MVP를 휩쓸며 최고의 자리를 지킨 상대다. 서머 후반부에 다시 작년의 기세를 되찾아 서머 정규 스플릿 MVP인 '피넛' 한왕호를 상대로도 승리했다. '캐니언'은 올해가 처음인 신인에게 힘든 상대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너'는 상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제 역할을 해온 선수였다. 그런 '오너'의 대담함이 처음 경험하는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 그리고 '캐니언'이라는 최고의 상대 앞에서도 나올 수 있을지가 승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오너'는 뛰어난 족적을 남긴 T1 선배 프로게이머들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이미 LCK 준우승 이상의 성적과 롤드컵 진출이라는 신예가 달성하기 힘든 결과를 확보한 상태다.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로열로더는 아니지만, 데뷔 첫 해에 우승을 달성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요즘 LCK에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신인들도 리그 정상권에 들어서기까지 시간이 걸리기에 그렇다.

나아가, '오너'의 행보는 T1의 미래이기도 하다. T1 아카데미에서 우승권을 노릴 만한 신예를 여럿 키워낸다는 것은 T1에겐 긍정적인 징조다. 작년 '칸나'에 이어 '오너'까지 우승 행보를 이어간다면, 최고의 신예를 발굴해나가는 T1의 능력 역시 높게 평가받을 것이다. 길게는 다음 세대 T1 로스터에 관한 희망이 될 수도 있겠다.





■ 2021 LCK 서머 스플릿 플레이오프 결승 일정

담원 기아 vs T1 - 28일 오후 5시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