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외줄타기를 그만둘 수 없는 '슈퍼스타'

기획기사 | 장민영 기자 | 댓글: 95개 |


▲ 이미지 출처 : LCK 공식 플리커

'페이커' 이상혁은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전설은 과거에서 끝나야 하는데, '페이커'의 커리어와 이야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언제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지, 지금의 자리에서 내려올지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렇게 '페이커'를 지켜보고 있다. 그만큼 아쉬운 플레이를 했을 때, '페이커'가 감당해야 하는 몫은 다른 선수들보다 커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페이커'는 아직 그런 부담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나 보다. 오히려 이를 극복하고 올라설 일만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롤드컵 선발전 최종전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선수 역시 '페이커'였다. 담원 기아와 결승전에서 크게 미끄러져 아픔이 가시지 않은 상태일 텐데, 다시 일어서서 선발전에 나왔다. 한 두번 겪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번 결승전 패배는 본인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한 만큼 아픔이 컸을 듯하다.

그런데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온 '페이커'는 자신이 해내야 할 플레이 이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외줄타기와 같은 위험한 플레이를 시도했고, 작두를 타는 것처럼 신들린 역할을 맡기도 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아프다는 머릿속 잡음이 끼어들면, 이후 슈퍼플레이 대신 큰 실책이 나올 수 있다. 그래도 '페이커'는 다시 줄 위로 올라섰다. 부담감을 이겨냈기에 LCK 3번 시드로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로 향할 수 있었다.

롤드컵을 확정지은 상태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페이커'는 "커리어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말처럼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했다. '페이커'의 말은 그대로 롤드컵 선발전 최종전에서 나왔다. 그리고 결승전 패배로 경험한 아쉬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정면 돌파뿐이었다.






▲ 어디서 본 적이... 결승 4세트 라이즈-선발전 1세트 카사딘

결승전에서 '페이커'에게 가장 아픈 기억이라면 역시 마지막 4세트 라이즈 플레이를 들 수 있다. 운영 단계와 한타 때 홀로 무리한 시도를 하다가 연이어 끊기면서 담원 기아에게 역전을 허용했으니까. 특히, '페이커'의 라이즈가 드래곤 쪽에서 홀로 상대를 끌고 다니려다가 처음으로 끊긴 장면부터 T1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선발전 1세트부터 '페이커'는 해당 플레이를 재현하고 있었다. 픽은 다르지만, 같은 위치에서 동일한 역할을 자처했다. 실패시 결승전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었지만, 홀로 상대를 끌고 다니는 플레이에 성공하면서 1세트 승리에 기여했다.

해당 플레이로 '페이커'는 한화생명전의 핵심 픽이었던 '쵸비' 정지훈의 아지르 픽을 빼앗아올 수 있었다. '쵸비'는 농심 레드포스를 상대로 막강한 아지르를 선보이면서 미드 밴픽 구도를 주도했다. 그런 '쵸비'의 아지르를 카사딘으로 억제함과 동시에 '페이커' 본인이 아지르를 가져올 수 있었다. (초반부터 성과를 내야 하는 '쵸비' 입장에서 카사딘을 선택을 하긴 쉽지 않다.)

아지르를 가져온 '페이커'는 더 과감하게 임했다. 출발은 분명 좋지 않았다. 2세트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쵸비'의 오리아나에게 두 번이나 솔로 킬을 내주면서 시작했다. 프로 단계에서 연이은 솔로 킬은 치명적인데, '페이커'는 해당 장면에 굴하지 않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이어갔다. 불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해 결국 '쵸비-데프트'를 황제의 진영(R)으로 끊어낼 수 있었다.



▲ 유지력 중시한 2-4세트, 5세트에서 더 과감해진 룬 선택





오리아나-아지르가 다시 만난 5세트에서 '페이커'는 한발 더 나아갔다. 4세트까지 '페이커'는 라인전이 강한 '쵸비'를 상대로 안정적인 플레이 방향성을 택했다고 한다. 2-4세트에서 아지르로 보조룬에 체력 회복이 가능한 지배룬(굶주린 사냥꾼-피의 맛)을 들면서 유지력을 챙기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승부처인 5세트에서 '페이커'는 다른 선택을 했다. 보조룬을 영감(우주적 통찰-완벽한 타이밍)을 들면서 '슈퍼토스'를 한 번이라도 더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초시계 아이템을 뽑는 타이밍을 당겨 교전을 이끌겠다는 의도가 더 컸던 것이다. '페이커'의 이런 의지는 결국 2:5 상황을 극복하는 아래 영상과 같은 장면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결국 '슈퍼토스'를 성공시키면서 팀의 승리를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만약 '페이커'가 앞선 2세트에서 솔로 킬을 내준 자신의 실책에 매몰됐더라면 해당 플레이를 펼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커'는 지난 담원 기아전 패배와 라인전 솔로 킬을 오히려 교훈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것도 결승전과 선발전, 2세트와 5세트 사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말이다.

결승전의 패배와 선발전의 다전제 경험에 관해 '페이커'는 여전히 "롤드컵에서 경기를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과거의 화려한 전설로 남아도 충분한 선수인데, 아직 패배를 통해서라도 성장하겠다는 신예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이 여섯 번째 롤드컵 무대에 나타날 '페이커'의 모습에 벌써 많은 LoL 팬들이 기대가 쏠리는 이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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