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했던 2021 스토브 리그, 어떤 특징이 있었나

기획기사 | 김홍제, 유희은 기자 | 댓글: 9개 |
이번 스토브 리그는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역대급'이라는 말을 한다. 실제로도 전대미문의 스토브 리그다. 인벤은 스토브 리그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에이전트, 그 중에서도 수년전부터 활발히 활동해 오고 있는 쉐도우 코퍼레이션 박재석 대표를 만나 이번 스토브 리그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박재석 대표가 말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이적'이다. 그동안 스토브 리그는 FA 선수들을 얼마나 잘 잡느냐의 싸움이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스토브 리그의 가장 큰 묘미 중 하나인 '이적'이 첫 걸음마를 뗀 해이기도 하다. '칸나' 김창동, '고스트' 장용준이 대표적인 예다.

두 선수는 T1과 담원 기아의 주전을 꿰차고 있던 선수들로 기존 계약 기간이 더 남아있던 선수들이지만, 선수와 팀이 협의를 통해 이적을 진행시켰다. '칸나' 김창동은 T1에서 농심으로, '고스트' 장용준도 담원 기아에서 농심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번 이적 행보의 중심인 농심 레드포스는 이적 외에 '피넛' 한왕호와 젠지 e스포츠의 '비디디' 곽보성을 트레이드까지 성사시켰다.





주전급 선수들만 이적이 있던 건 아니다. 최근 1~2년 동안 유망주 발굴에 많은 힘을 쏟던 T1과 젠지 e스포츠는 실제로 좋은 선수들을 많이 육성했고, LCK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 꽤 많이 이적시켰다. 명확한 수입 구조가 없는 게 꾸준한 문제로 지적되던 게임단들에게 이적료는 꽤 큰 수입원이 되기도 했다. 물론, 게임단 전체 예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익이지만, 물꼬를 텄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건 아니다. 템퍼링의 공론화, 이적 과정에서의 잡음, 에이전시의 중요성 등 여러 화젯거리가 등장했다. 아마 내년, 내후년도 올해보다 더한 이적, 트레이드 등 다양한 협상이 오고 갈 것인데, 게임단 뿐만 아니라 LCK, 에이전시 등 각 분야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점차 나아질 방향을 찾아야 한다.

해외도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북미는 한동안 한국 선수를 크게 찾지 않았다. '코어장전' 영입 이후 큰 움직임이 없던 북미인데, 이번에는 '서밋' 박우태, '버서커' 김민철 등 한국 선수를 알아보기 위해 TSM, C9 등 팀들이 한국에 직접 방문했다. 또한, 코로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부트 캠프를 차리는 팀들도 있다. 2021 롤드컵에서 LCK가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으나 4강 중 세 팀이 LCK였고, 한국 선수에 대한 니즈가 북미에 크게 작용했다.





가장 적극적인 팀은 C9이다. C9은 '서밋' 박우태, '버서커' 김민철, 그리고 쉐도우 코퍼레이션 아카데미 선수였던 '윈섬' 김동건까지 영입했다. '윈섬'의 경우 미국 시민권자라 가능했던 영입이지만, 어쨌든 한국인의 피에 대해 우호적인 것은 틀림없다. C9은 한국에서 여러 선수들을 만나며 디스코드를 통해 관계자들이 직접 선수들의 개인 화면까지 체크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중국쪽 흐름도 독특하다. 다른 지역들에 비해 스토브 리그가 굉장히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북미나 한국이 처음부터 큰 틀이 정해지고 소스들이 쏟아지는 반면, 중국은 이제서야 슬슬 본격화 된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FA로 풀리는 거물급 선수들에 달려드는 중국팀이 많지 않았다.

또한, 중국 인기팀들의 간판 스타였던 '더샤이-루키', '도인비' 등이 FA로 풀린 점도 이전과 다른 양상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중국 내부적으로도 게임단 예산 즉, 재정적인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리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한국 선수들이 꽤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팀의 연봉이 중국과 비교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LCK에서 뛰고 싶은 욕망도 있고, 무엇보다 멤버 구성에 있어 한국이라는 무대에서 한팀으로 뛰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많지 않았나 싶다.

쉐도우 코퍼레이션은 에이전시의 법제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어떤 방식이든 LCK와 긍정적인 검토 및 논의를 통해 기본적인 울타리 장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쉐도우 코퍼레이션의 경우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지역들과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선수들의 이적을 돕고 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이번 스토브 리그가 굉장히 흥미로웠다는 점에는 틀림없다. 다만, 제 3자의 입장이 아닌 직접적으로 관련된 게임단, 선수, 관계자는 피 말리고 힘든 싸움이었기도 하다. 부정적인 이슈가 없진 않았으나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 LCK 프랜차이즈 이후 겨우 첫 해가 지났다. 수면 위로 떠오른 여러 문제점을 지금부터 라이엇, 게임단, 선수, 에이전트, 언론 등,하루라도 빨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