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슥 훑어본 가운데, 카인드 코어 게임즈의 '코어링'은 첫인상부터 눈에 띄었다.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트랜지스터'를 좋아한 입장에서, 그와 비슷하게 캐릭터가 이동하고 공격할 지점을 점찍어두고 그대로 움직여서 적을 소탕하는 듯한 모습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카인드 코어 게임즈의 주여훼이 대표는 공격과 이동 지점을 미리 점찍고 실행하는 부분에서 영감을 받되, '턴제'와 '로그라이트'에 좀 더 충실한 방향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랜지스터'는 실시간 전투 중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상대보다 미리 움직이는 계획을 세우는 방식이지만, '코어링'은 모든 행동이 다 턴제로 진행됐다. 즉 적의 공격을 예측해 미리 방어를 짜두지 않으면, 속절없이 적의 공격을 100% 받아내야만 하는 셈이다.


그렇게 적의 공격을 받아낼 걱정을 하기 전에 이미 '코어링'은 자신만의 특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통상 턴제하면 사거리까지 이동해서 적에게 공격을 하고 행동을 종료하는 구도가 떠오르지만, '코어링'은 이동이 곧 공격이다. 현 시연 버전에서는 전사와 암살자 두 클래스가 구현되어있는데, 암살자는 적을 관통해서 지나갈 때에만 피해를 줄 수 있다. 반대로 전사는 적을 통과하지 못하고, 적을 밀쳐낼 수 있을 때에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렇게 '이동'이 중요하다 보니, 각 캐릭터의 이동 거리도 범위가 아니라 스텝 단위다. 일정 스텝을 밟으면 무조건 멈춰서야 하는데, 적을 처치해도 적이 있는 위치에는 설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고려해서 캐릭터를 기동해야만 했다. 마치 무협 소설에서 적과의 거리를 몇 보, 이렇게 계산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뒤에 마무리로 스윽, 그어버리는 느낌까지 익숙한 향기가 느껴진다.
물론 '코어링'은 제목처럼, 무협과는 거리가 멀었다. 흔한 사이버펑크풍 캐릭터 디자인에, 그마저도 퀄리티가 높지 않아서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 그 매력을 알기 힘들었다. 만일 그 공격을 실행하기 전의 모습을 미처 보지 못했다면, 그냥 평범한 턴제 게임 정도로 받아들일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렇게 이동과 공격에 극단적인 제약을 두면서 '코어링'은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냈다. 칸을 세서 적을 타격하는 것은 물론, 적을 한 번에 처치하지 못할 경우 최소한으로 피해를 막기 위해 수를 짜내야 했기 때문이다. 턴을 마무리할 때 각 캐릭터는 무조건 바라봐야 하는 방향을 정해야 하고, 그 방향에서 들어오는 공격은 일부 상쇄된다. 그렇지만 다른 방향에서 오는 공격은 100% 타격을 받기 때문에, 적의 배치에 따라서 마무리 방향까지도 정할 필요가 있었다.
다소 복잡하고 색다른 규칙을 선택했기 때문인지 시연 버전의 튜토리얼은 여타 게임보다 상당히 길었다. 물론 대만 디지털 산업국에서 대만 인디 게임 개발 증진을 위해 선정한 게임이다 보니, 다른 곳은 아랑곳 없이 중국어 번체만 넣어뒀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것도 있다. 그보다는 이동할 때의 감각이 좀 아쉬웠다. 드래그할 때, 조금만 까딱 잘못해도 엉뚱한 방향으로 진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걸 부분 수정할 방법 없이, 아예 취소하고 다시 하는 방법 밖에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번거로웠다,

여기에 자신이 어떤 카드들을 획득했나 돌아보는 기능 등, 편의성도 미진한 것이 아쉬웠다.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여러 카드를 모으며 캐릭터를 강화하는 게임들이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인데, 게임플레이의 코어만 신경 쓴 나머지 그런 편의성은 미처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쉬웠다. 번체자로 써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일단 카드를 받아두고 다시 펼쳐보면서 뭘 썼나 알아볼 수 있는 게 더 좋으니 말이다.
그런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할 정도로 '코어링'은 특색과 매력을 갖춘 게임이었다. 그냥 적에게 다가가거나, 거리 싸움 정도로만 생각했던 턴제의 이동을 적극적으로 적과 부딪히면서 셈을 계산하는 식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면 갈수록 여러 랜덤한 효과를 선택, 각종 전술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상대에게 지속 피해 스택을 누적하는 화염, 한 칸을 이동할 때 좀 더 많은 스텝을 사용하게끔 하는 빙결, 방어를 깎는 감전 등 캐릭터들의 공격에 속성이 붙으면서 전략성은 더더욱 빛을 발했다. 이런 속성이 추가되기 전에는 한 번에 적을 하나는 컷해야 수율이 났는데, 이런 부가 효과들이 더해지면서 선택지가 다양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선택지도 완전하지 않고, 첫 보스전 정도까지만 구현된 터라 이런 덱빌딩의 요소를 완벽하게 음미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 효과를 느끼기도 전에, 동선을 색다르게 파악하고 공략해나가는 특유의 전략성은 확실했다. 2026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코어링'은 한국어 버전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추후 어떻게 발전해서 그 청사진을 완성시켜나갈 것인지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