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롤, 손에 맞게 즐기자! ② - 단축키와 키보드를 알아보자

기획기사 | 백승철 기자 | 댓글: 20개 |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를 즐기다 보면 손이 엉킬 때가 있다. 3레벨부터 시작하는 칼바람 나락에서 'ctrl + qwe'를 누르다 e 버튼이 씹혀 다른 스킬을 찍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타자를 치다 실수로 d나 f를 눌러 소환사 스펠이 빠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프로도 실수하는 장면을 보며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싶었다.

일반 유저 입장에서 지나고 나면 별것도 아니고 기억도 안나는, 해프닝의 축에도 못 끼는 실수지만 그 상황에서만큼은 어디 가서 숨고 싶어질만큼 나 자신에게 화도 나고 팀원들에게 미안해진다. 가장 잘못한 것은 내 손가락이지만 본래 롤은 남 탓으로 내 탓을 중화시키는게 국룰인 게임이니 내 손에 맞지 않는 단축키를 탓해야할까? 아니면 키보드?

둘 다 맞는 말이다. 한 절반 즈음? 내 손에 맞는 단축키와 키보드는 체감하기 전까지는 깨닫기 어려운, 소위 역체감이 심한 분야다. 막상 시간 내서 겪어보면 떠나기 힘들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내가 게임을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첫 관문부터가 쉽지 않다는 얘기.

단축키 설정은 처음 적응하는 2~3일이 힘들다. '카오스'라는 게임을 즐겼던 유저다 보니 '스마트 키'에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키 입력 시 스킬 사정거리 표시'의 손 떼야 스킬 나가는 것조차 딜레이로 느껴져 답답하다. 이런 설정이 익숙한 게이머도 많겠지만 어쨌건 편의성 단축키를 이것저것 경험해보며 내가 편리한 기능들을 적극 활용해야 게임이 더 쉬워진다.



▲ 이런 밋밋한 텐키리스 제품이 비싸다. 감성이 이해되는가? - 출처 : Linus Tech Tips 유튜브

키보드는 다른 PC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게임 성능에 보태주는 부분이 덜하다. 그나마 제품에 따라 손목 통증을 줄여준다거나 동시 입력이 가능하다는 정도? 주사율과 색채, 그래픽과 직결되는 모니터, 게임 성능을 좌우하는 CPU와 그래픽카드 등을 생각하면 키보드라는 게이밍 기어가 주는 만족감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일 수 있다. 키보드마다 반응속도가 다르고 이게 인게임 내에서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 있는 유저라면 꼭 프로게이머를 하셔야 할 정도로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몇 시간씩 반복 사냥하는 RPG 게임 같은 경우, 키압이 낮은 키보드가 사냥 피로도와 직결될 수 있겠지만 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렇다면 키보드를 알아봐야 하는 이유는 뭘까? 편의성과 감성 차원이다. 실제로 내게 잘 맞는 키보드를 사용하면 게임하기 편하다. 높이까지 적합한 손목 받침대까지 마련되면 금상첨화. 특히 롤처럼 '무언갈 쏘는 게임'일 경우 밋밋할 수 있는 게임 내에서 타건, 아니 타격감을 느낄 수도 있는 감성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이번 특집에서 다루는 내용에 대해 이 단축키 설정과 키보드가 최고야! 라기보다는 단축키와 키보드가 게임에 영향을 어느 정도 주는구나,라는 것이 전달되었으면 한다.




■ 롤 단축키 설정. 어디까지 쓰고 있니?



▲ 롤의 스마트 키는 AOS 장르 내에서 혁명이었다

롤에서 제공하는 단축키는 툴팁이 불친절할 뿐 생각보다 많은 편의 기능들이 있다. 많은 유저들이 알고 있는 스마트 키는 '스킬 단축키를 누른다→대상 혹은 범위를 마우스로 조준한다→클릭한다'의 RTS의 기본 조작을 '마우스로 조준한다→스킬을 누른다'의 파격적인 방식으로 줄인 기능이다.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익숙해지면 스마트 키 없이 롤을 즐기기 어려울 정도로 편리한 기능이다.

스마트 키처럼 유명한 단축키도 많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단축키도 있다. 아예 기본 설정에서 빠져있는 '와드 표시 기능'이 대표적인데, 롤을 즐기는 유저들은 전부 공감하겠지만 롤 신호는 한 가지의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와드 표시 신호를 통해 티모 버섯이 있다, 오리아나의 공이 저기 있다 등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억지로 들릴 수 있겠지만 실제 인게임에서 급한 상황에는 모두 알아듣는다.

커뮤니티 혹은 유튜브에는 '단축키 꿀팁 모음' 등에 대한 정보가 많지만 다소 중구난방이고 이게 왜 편한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 같아 사용하면 정말 편리한 기능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기자와 동일하게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중에 생각하면 편할 것 같은 단축키에 두고 써보기 바란다.



단축키 설정 전, 확인해보자

롤이 처음 국내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을 때, AOS 장르를 즐겨본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좋지 않은 소리가 많았다. "너무 단순한데?" 혹은 "챔피언 너무 많은데 저거 언제 다해봄? ㅋㅋ" 등으로 말이다. 근데 그 단순함과 각 챔피언의 스토리와 특색 등이 장점인 게임이 되었다.

어쨌건 롤의 모티브가 되었던, 인터페이스가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을 보면 조작법이 똑같다. 옛날엔 롤을 처음 접속하는 사람 중에 워크래프트의 카오스는 아니더라도 스타크래프트 등의 RTS 장르를 안 해본 유저는 없었다. 그래서 소위 '어택땅'이라고 부르는 이동 공격 키 A, 위치를 유지하며 때린하고 하여 '홀딩키'로 불렸던 위치 고정 키 H, 행동을 멈추는 키 S는 입문자들에게도 익숙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롤을 통해 처음으로 RTS 기반 게임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컨트롤에 유용한 A, H, S 키를 모르거나, 알아도 익숙하지 않은 유저가 많다. A는 '플레이어 이동 공격' 키로, 단축키를 누른 후 특정 지점을 마우스 우 클릭하면 그 지점까지 가면서 만나는 적을 자동 공격한다. H는 '플레이어 위치 고정' 키이며 멈춘 상태에서 내 챔피언의 사정거리 내에 들어오는 적을 기본 공격한다.

A와 H의 기능은 다소 목적이 분명한데 '모든 행동 정지' 키인 S는 목적이 불분명한 대신에 활용처가 무궁무진하다. 모든 행동을 멈추는 단축키인데, 언제 사용하게 될까? 롤 챔피언들은 기본 공격 혹은 스킬 사용 시에 짤막한 딜레이가 발생된다. 그 모션과 딜레이를 보고 상대 챔피언을 압박하는 것이 라인전의 기본이다. S 단축키를 통해 상대가 공격할 것 같을 때, 심리전을 하고 싶을 때 활용해보자. 모션만 주고 뒤로 잠시 물러나는 형식으로 말이다.



▲ RTS를 즐겨본 유저라면 이 키의 소중함을 알 수밖에

롤 관련 질문 중, 포털사이트에 가장 많이 등록된 내용은 뭘까? 라인전 좋은 챔피언? 특정 챔피언 아이템 트리? 명확한 수치를 따져본 것은 아니지만 롤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시야가 고정되어버렸어요 ㅠㅠ 어떡하죠?"가 아닐까. 일단 Y 키를 누르면 '카메라 잠금 전환'을 할 수 있다.

사실 기자는 '자신을 중심으로 카메라 시야 설정' 기능을 제공하는 스페이스 바 단축키를 활용하기 때문에 Y 키의 필요성에 대해 못 느끼는 편이다. 다만 스크린샷을 찍거나 영상을 찍을 때, 내 습관처럼 카메라를 휙휙 돌리고 맵을 계속해서 바꾸니 영상 결과물이 너무 정신없었다. 동영상을 촬영하는 게이머라면 촬영 시엔 꼭 Y키로 시점을 고정한 후 게임하자.

스페이스 바를 자주 사용하다 보면 시야가 점점 넓어진다. 나는 봇 라인에 있는데 탑 라인에 무슨 일이 생겼다, 그럼 미니맵을 눌러 탑으로 시점을 전환하게 된다. 그 후 정보를 확인했다면 내 시점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 과정을 '미니맵에서 탑을 누른다→정보를 확인한다 →스페이스 바를 눌러 시점 복귀'로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아군 챔피언의 시점으로 이동하는 F2~F5까지 익숙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미니맵에서 탑을 누를 필요 없이, 아군 탑 챔피언을 선택하는 단축키를 누른 후 정보를 확인, 스페이스 바 혹은 '자기 자신 선택' 단축키인 F1을 눌러 시점을 복귀할 수 있다.



▲ "시야가 고정되어버렸어요 ㅠㅠ"는 Y 키로 해결하자



▲ 아군 시점으로 이동하는 단축키는 시야가 어느 정도 넓어진 후 사용하자





정확도가 떨어진다면, 'Shift+@ 키'를 활용하자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롤에서는 '스마트 키'라는 기능을 제공한다.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지만 지금은 거의 다 사용하는 듯하다.

예전에는 기본 옵션대로 '일반 시전'이 qwer, '즉시 시전(스마트 키)'이 Shift+@로 설정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정반대다. 즉시 시전으로 평소에 플레이하다가 특별한 상황에서 거리를 재기 위해 Shift+@를 일반 시전으로 바꿔놓으면 라인전 혹은 한타 페이즈에서 편하게 게임할 수 있다. 일반 시전 설정 시 좋은 점의 예시로는 범위가 작고 중앙으로 타격해야 스턴 효과를 부여하는 하이머딩거의 e 스킬.



▲ 기본값은 스마트키가 해당 단축키로 설정되어 있다



▲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익숙해지면 정말 편하다, 특히 범위형 스킬일 경우




서포터 유저에게 유용한 '자기 자신에게 시전'

보호막 혹은 버프형 서포터를 하다 보면 내가 살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아군에게 이로운 효과를 시전하는 것은 익숙한데,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나에게 버프를 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럴 땐 '즉시 + 자기 자신에게 시전' 기능을 활용하면 좋다.

사실 `키는 아래 설명할 '챔피언만 조준'으로 활용하기도 좋은 키다. 하지만 기자는 이미 몇 년째 이 세팅에 익숙하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다. 스킬 3을 등록해놓은 이유는 아마 전판에 카르마를 해서가 아닐까. 보호막도 좋지만 이동속도 부여를 해주는 챔피언이라면 활용도가 더 높다. 룰루나 케일도 활용하기 무척 좋다.



▲ 예시는 e 스킬에 보호막과 이동속도 증가를 부여하는 카르마 세팅. 룰루는 스킬 2로 두고 쓴다





카이팅이 낯설다면? '챔피언만 조준' 기능 활성화

▲ 챔피언만 조준 기능을 끈 상태

▲ 기능을 켜면 적 챔피언만을 지정 가능

사실 이 기능이 온전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아 잘 활용하진 않았다. 하지만 여러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된 '챔피언만 조준' 기능을 막상 테스트해보니 생각보다 괜찮아서 소개하게 되었다. 개선된 이후로는 숙련자들도 찰나의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이 기능을 활용한다고 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이 기능을 설정한 단축키를 누르면 마우스 커서 안쪽이 빨간색으로 살짝 바뀌며, 적 챔피언에 조준선이 보인다. 사용하지 않는 단축키를 배정해서 사용자 모드로 몇 번만 플레이하면 금방 익숙해질 수 있으니 원거리 챔피언을 자주 활용하는 유저라면 꼭 사용해 보도록 하자. 상황에 따라 근거리 챔피언으로 즐기는 유저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설정을 ON 한 후



▲ 단축키 > '챔피언만 조준' 설정에서 편하게 on/off 할 수 있는 단축키로 지정하자




제6의 신호, '와드 표시 기능'

롤의 신호는 항상 많은 뜻(?)을 표현한다. 위험 핑(빨간색 느낌표)은 본래 위험 지역이라는 것을 알리는 목적이지만 "내 미니언 건들지 마"라는 뜻으로도 활용되며, 미아 핑(노란색 물음표)은 내 라인의 적군의 위치를 알 수 없다는 것을 공유하는 목적이지만 아군이 실수했을 때, "너 뭐 하니?"라는 뜻으로도 활용한다.

롤에는 기본 단축키로 활용할 수 있는 5개의 신호를 제공하지만 단축키 설정에 빠져있는 6번째 신호인 '와드 표시 기능'도 사용하면 편리하다. 아군의 정글러가 갱킹을 왔을 때, 아군의 보조 장비에 스캐너가 있을 때 유용한 신호다. "하여간 저기 뭔가 있다니까!!"의 느낌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되는 신호이니 등록해서 사용해보도록 하자.



▲ 기본 단축키 지정이 안 되어있다. 기자는 G 키로 설정했다



▲ 와드 표시 신호는 이렇게 생겼다





■ 롤에 키보드.. 중요할까?



▲ 반나절 이상 사냥을 반복하는 게이머에겐 고가의 무접점 키보드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앞서 말했지만 롤을 즐기는 데에 있어 키보드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엔터키 없는 키보드가 승리와 직결될 수도 있긴 하겠다. 하지만 어떤 게임을 찾아봐도 키보드가 중요한 게임이란 존재하지 않다. 어느 한 RPG 게임 크리에이터가 "무접점 키보드를 쓰면 사냥 피로도가 적다. 난 이제 이것밖에 못쓴다"하는 얘기를 들어본 것만이 유일하다.

이게 현재 국내의 게이밍 기어 시장의 인식이다. 아직까지 키마헤(키보드, 마우스, 헤드셋)는 단순히 도구일 뿐, 그 성능이 게임과 수치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본체와 모니터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저렴하게, 혹은 번들로 제공되는 제품을 쓰는 게이머도 많다.

결국 사용자 감성이다. 필체가 좋은 누군가는 "나는 이 만년필 아니면 못쓰겠어"라고 하지만 그 사람은 모나미 볼펜으로도 그 필체를 유지할 수 있으며, 오히려 관리 측면에서 잉크를 보충해 줘야 하는 만년필은 손도 많이 간다. 하지만 "너 왜 만년필 써? 모나미가 더 편하고 싼데"라고 묻지 않는다. 결국 키보드는 아직 필기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만큼 따라오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게이밍 기어에 욕심내는 것은 글씨를 쓰는 행위에 임하는 자세와 연관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물론 글을 쓰는 것과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에 대한 인식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지만. 누군가가 게임을 즐기기 위한 도구에 투자를 하는데 그 내용에 대해 가성비, 성능에 대해 왈가왈부할 분야가 아니라는 얘기다. 수치와 가격에 성능이 갈리는 다른 IT 제품들과는 다르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결론은 "타건샵가서 꼭 타건해 보세요"가 대부분.

워낙 키보드에 관심이 많아서 키보드를 좋아하는 유저들의 입장에서 설명했지만 반대도 마찬가지다. 좋은 키보드 쓴다고 번들 제품을 쓰는 게이머를 비난하거나 무시하면 안 된다. 특정 계약을 위해 서명할 때, 만년필이건 모나미 펜이건 이름 석 자의 가치와 효력은 동일하다.

다양한 도구 중, 키보드를 만년필에 빗댄 이유가 있다. 바로 관리적인 차원. 대부분의 기계식 키보드들은 사용과 관리가 필요한데 액체에 치명적이며 사용하는 게이머에 따라 윤활, 청소 등이 불가피한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격도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도 근 5년 전부터 체리 스위치의 특허가 만료되고 나서 가격은 많이 내려온 상태다. 저렴한 제품은 5만 원 이하도 찾아볼 수 있다.




카일 광축 스위치(클릭형) :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접해본다면 강력 추천!
[YES] #기계식입문 #편한관리 #저렴한가격
[NO] #사무용 #물건오래쓰는게이머



▲ 기계식 키보드가 처음이라면 꼭 써보길.. 'ABKO HACKER K660 카일 광축(클릭형)', 5만 원 이하

누군가 나에게 키보드를 묻는다면 어떤 제품을 쓰고 있는지 먼저 되물어볼 것이고,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접해본다면 꼭 써보라고 하고 싶은 제품은 카일 광축으로 구성된 제품일 것이다. 부품끼리 부딪히는 방식이 아닌 광축, 말 그대로 빛을 이용한 적외선 센서 입력 방식의 스위치를 채택하여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계식 키보드에 비해 내구성이 압도적으로 좋다.

요즘 최신식 PC방에 가보면 게임의 몰입감을 더해주기 위해 대부분 타건 소리가 큰 클릭형 스위치의 키보드를 구비해놓는 편이며 보통 일반 유저가 기계식 키보드에 관심이 생기는 이유가 대게 PC방에서 그 경험이 재밌었기 때문.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되는 멤브레인 키보드와 차이가 확실하게 나는 클릭 형식의 카일 광축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접해보는 게이머에게 안성맞춤이다.

관리도 편하다. 판매되고 있는 보급형 카일 광축 키보드들은 물 세척도 가능할 정도의 방수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충 물로 헹군 다음에 자연건조하면 되는 점도 접근하기 좋은 요소.

▲ 세척이 편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뿐, 수중에서 자판을 치면 안 된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게이머의 타자 치는 습관과 성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고 스페이스바의 통울림이 지나치게 크다. 리니어 형식의 저소음 광축 스위치도 있지만 글쎄.. 클릭형과 비교했을 때 조용한 것뿐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음성 채팅을 자주 하는 게이머라면 동료에게 민폐가 될 수 있는 정도의 소음을 내니 참고하도록 하자.

특히 클릭형 카일 광축 스위치를 통해 기계식 키보드에 관심을 갖게 되다 보면 타건샵 같은 곳에 우연찮게 방문하여 고가의 제품들도 타건해 보게 될 텐데, 싼 맛에 편하게 쓰기 좋은 보급형 키보드라는 느낌이 바로 들 것이다. 그럼에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기계식 키보드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과 관리가 너무 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계속 카일 광축만 구매하는 게이머도 있다.

어쨌건 이 스위치로 기계식 키보드에 입문, 그 이후에도 궁금하다면 그때부터 각 스위치 제조사의 특징과 키 캡 간의 차이 등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가격이 저렴해서 편하게 쓰고 고민되는 시점에 서브 컴퓨터에 두던 작별을(?) 하던 부담 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부분도 장점이다.



▲ 아크릴 키 캡 덕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긱스타 GK801-2 카일 광축(클릭형)', 할인가 7만 원





(클릭형) 청축 / 녹축 : 찰찰찰 타격감 있는 타이핑을 원한다면!
[YES] #경쾌한소리 #실감나는타건
[NO] #사무용 #주기적인음성채팅



▲ 미국 기업인 'DECK'에서 국내를 겨냥한 '덱헤슘 거북선 CBL-108XN' 청축, 약 16만 원

과거엔 '청축=게이밍'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은 찰찰 대는 타건음이 좋아 프로그래밍 및 텍스트 작성에도 청축을 쓰는 유저들이 많다. 반대로 게이밍에 있어서 오히려 조용한 타건음을 가진 리니어 형식이 좋다는 게이머들도 많아 과거의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결국 다들 취향 차이.

카일 광축 클릭형을 경험하면서, 경쾌한 소리 자체는 무척 마음에 드는데 좀 더 고급스러운 타건감과 타건음을 원할 수 있다. 과거의 타자기 같은 소리를 내는 키보드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게이머에게는 청축 키보드를 추천한다. 녹축은 청축과 타건음이 비슷하지만 키압이 좀 더 높아 묵직하고 쫀득한 타건감을 원하는 게이머에게 적합하다.

키 캡도 스위치만큼 타건에 영향을 준다. 내구도 측면에서 ABS 키 캡보다 PBT로 된 제품이 더 좋아서 PBT 키 캡에 대한 인식이 좋으며, 10만 원대가 넘어가는 키보드들은 보통 PBT 키 캡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청축은 경쾌한 소리가 상징이라고 생각에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ABS 키 캡과 잘 어울린다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키 캡 소재를 단순히 소리 내는 도구로만 생각하면 안 되기 때문에 참고 정도만 하자.

다만 기술적으로 알아둘 것이 하나 있다. 게이머의 습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롤은 반복적인 키 입력이 발생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상태 이상기에 걸렸을 때, 0.1초라도 빠르게 반응하기 위해 점멸 키를 연타한다거나, 거리가 안 닿는 스킬을 누를 때 거리에 닿을 때까지 스킬 단축키를 누른다거나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키보드 시장에서 가장 입지가 탄탄한 '체리 MX 스위치' 중 클릭형 스위치는 고유의 동작 원리로 인해 입력 지점과 리셋 지점 간의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 연타 시, 리셋 지점까지 키보드에서 손가락을 떼 줘야 재입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체리 청축 제품으로 연타 시, 리셋 지점까지 힘을 빼주지 않는다면 입력이 씹힐 수 있다는 얘기. 대중적인 '카일'이나 '게이트론' 클릭형 스위치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지만, 조상 격인 체리 스위치의 청축에 이런 특징이 있다는 점을 꼭 알고 구입하도록 하자.



▲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입지가 좋은 '하이퍼X Alloy FPS Pro'는 적축 모델도 있다, 약 12만 원



▲ '청축=게이밍'이라는 인식 때문에 104키 모델이 적다. '레오폴드 FC900R PD' 청축, 약 14만 원





(리니어형) 적축 / 황축 : 사무용으로도 적격! 조용한 키보드
[YES] #조용한소리 #진중한타건 #구름타법
[NO] #심심한타건 #오타가잦다



▲ 저소음 모델에 어울리는 마감으로 유명한 '바밀로'의 'VA108M SUMMIT' 저소음 적축, 약 20만 원

체리 스위치로 치면 흑축과 적축, 저소음 적축으로 유명한 제품이다. 묵직하고 조용한, 도각 거리는 흑축을 시작으로 좀 더 가벼운 키압의 적축, 그것보다 조용한 저소음 적축이 이어서 출시됐다. 다른 스위치 중 유명한 제품으로는 '게이트론 황축'이 유명한데, 흑축의 키압은 다소 무겁고 적축은 너무 가볍다는 틈새시장을 이용하여 입지를 다져 많은 팬들을 확보한 케이스다.

본래 사무용으로 출시된 리니어 방식의 스위치는 키를 누르는 과정에서 쑥 눌리는 타건감과 걸리는 걸쇠 등이 없기 때문에 소리가 적은 타건음이 특징이다. '서걱'거리는 소리에 호불호가 갈리며, 클릭형은 불호라고 해봤자 시끄러운 소리가 진입장벽이지만, 리니어 방식이 싫은 사람은 이 스위치의 모든 게 안 들 정도로 호불호가 극명한 타건감을 자랑한다. 다만 만족을 느낀다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점이 특징.

기자가 PC방에서 체험한 기계식 키보드 말고, 처음으로 마음먹고 경험해본 제품이 바로 적축이었다. 무 썰듯 서걱거리는 것에 취향 저격을 제대로 당했다. 모름지기 적축은 PBT 키 캡으로 한 타씩 고민하며 글을 써 내려간다는 느낌이 좋다. 그 '한 타' 말고 롤 내의 '한타'에도 좋을 수 있겠다. 리니어 스위치가 탑재된 키보드는 연타 입력에 강점이 있으며, 걸리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스위치의 내구성 또한 다른 형식의 키보드보다 좋다.



▲ 적축에서 이거 빼면.. 안되겠지? '커세어 게이밍 K70' 적축, 약 19만 원



▲ 세미 비키 스타일이 취향이라면? '씽크웨이 토체프 D&T 콜라보' 저소음 적축, 약 17만 원



▲ 저소음 적축을 10만 원 내로 즐길 수 있는 '웨이코스 씽크웨이 CROAD C604 체리미엄', 약 9만 원





(넌클릭형) 갈축 / 저소음 갈축 : 평균은 언제나 수요가 많다
[YES] #표준형 #팔방미인
[NO] #너무무난한 #재미는약간떨어지는



▲ 팔방 미인인 갈축에 디자인까지 중요하다면 '레오폴드 PD 스웨디시 시리즈'

청축과 적축의 중간은 없을까? 당연히 존재한다. 갈축과 클리어축이 대표적인 넌클릭형 스위치가 바로 그것. 청축만큼 시끄럽지 않으며 키압도 적당한 '체리 갈축'은 무난해서 좋다는 장점과 재미없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적당한 잡음이 섞여있는 사무실에서는 사용하기 좋지만 정말 고요한 곳에서 사용하기엔 기계식 키보드 값을 하는 타건음도 단점. 청축에 비해 조용하다는 것뿐 일단은 기계식 키보드라는 것을 염두 해야 한다. 다만 이 문제점은 '게이트론 저소음 갈축'으로 해결이 된다. 스탠다드한 스위치다 보니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추측, 게이트론에서 저소음 스위치로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평가가 좋은, 만능 스위치다.



▲ 한글은 측각으로 각인된 풀배열의 '제닉스 스톰체이서(갈축)', 약 11만 원



▲ 유명한 스트리머가 언급한 'COX CK87 게이트론'에도 저소음 갈축 모델이 있다, 약 6만 원





■ 마치며



▲ 스위치 10개에 10달러인데 재고가 없다. 텐키리스 기준 스위치만 87달러..

키보드에 대해 찾아보면 생각보다 정보가 없다.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을 둘러봐도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비쌀 뿐,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하지만 키보드는 "무접점 키보드를 아느냐"로 시작하여 '커스텀 키보드'로 끝이 난다. 무접점 키보드의 대명사인 '리얼포스' 제품은 기본 30만 원부터 시작하며, 커스텀 키보드는 가격미정이라는 무서운 분야다. 어쨌건 다른 취미에 비해 손수 제작이라는 분야까지 넘어가지만 않는다면 저렴하게 먹히는 취미생활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키보드라는 분야 자체는 성능보다 감성 위주의 시장이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여러 도구를 거쳐야 장인이 될 수 있다는 관점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키보드를 좋아하는 게이머로서 기회가 된다면 '커스텀 키보드 만들기'라는 주제로 특집기사를 써보고 싶다.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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