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워 디펜스와 액션의 찰떡궁합 '리프트브레이커'

리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13개 |

낮은 진입장벽의 생존형 액션 디펜스 게임



초창기의 디펜스 게임은 단순하게 몰려드는 적들을 막는 방식이었습니다. 타워를 설치하면 스스로 적을 때리는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게임 방식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플레이어가 게임에 개입하는 요소가 그만큼 적기 때문에 점차 플레이가 루즈해진다는 단점이 따라다녔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타입의 몬스터를 만들고 맵에 변수를 추가하는 등의 변화를 준 디펜스 게임도 있었지만, 장르적 한계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이를 타파하고자 디펜스 게임을 토대로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게임들이 등장했으니 대표적으로 디펜스에 전략 시뮬레이션을 섞은 '데이 아 빌리언즈'와 덱 빌딩을 섞은 '식물 vs 좀비' 등이 있습니다. 이런 게임들의 특징은 근본을 디펜스에 두되 전반적인 플레이 방식은 타 장르의 것을 가져와 플레이어가 게임에 개입하는 요소를 대폭 늘렸다는 데 있습니다. 즉, 단순히 타워를 설치하고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서 바쁘게 만든 것이죠.

엑소시 스튜디오에서 출시한 '리프트브레이커'도 근본은 디펜스에 두고 있지만, 위에 언급한 게임처럼 다양한 장르를 섞은 것이 특징입니다. 차이점이라면 디펜스 +1이 아니라 다수의 장르를 짬뽕했다는 것이죠. 원래 이것저것 섞으면 의외로 맛있거나 혹은 정체불명의 것이 탄생하기 마련이잖아요? 다행히 '리프트브레이커'는 전자의 경우에 속합니다. 21일 기준 스팀 평가 매우 긍정적(3,634개)에 빛나는 '리프트브레이커'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명 : 리프트브레이커(The Riftbreaker)
장르명 : 액션, 디펜스, 시뮬레이션
출시일 : 2021.10. 14
개발사 : 엑소시 스튜디오
서비스 : 엑소시 스튜디오, 슈어파이어 게임즈
플랫폼 : PC



혼자서 채굴, 탐험, 건설, 전투... 바쁘다 바빠 행성 약탈


먼저, 게임의 간단한 개요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플레이어는 한 명의 SCV가 되어 갈라테아 37이라고 불리는 미지의 행성으로 향하게 됩니다. 게임의 주목표는 지구와 행성 간 이동할 수 있는 차원 포탈을 건설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행성의 자원을 채취하고 기지를 건설해야 하죠.

쉽게 생각하면 영화 '아바타'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아바타에 나오는 인간들의 역할을 플레이어 혼자서 하는 것이죠. 영화를 보면 인간들의 행성 테라포밍을 막기 위해 토착민들이 격렬하게 투쟁을 벌이지 않습니까? 이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이점이라면 지성이 없는 곤충형 괴물이라는 점일까요. 플레이 내내 어떻게든 주인공을 쫓아내려고 달려드는 적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악당이 된 것 같아 씁쓸해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걔들 입장에서 보면 악당 맞습니다)

'리프트브레이커'의 차별화 포인트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타워를 전도 지휘하는 지휘관이 아니라 현장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SCV가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하나의 캐릭터를 조작하면서 다수의 적을 상대로 생존해야 하니 전투를 보조해주는 타워와 방벽을 설치하게 되고 이를 위해 자원을 채집하고 기지를 건설해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 하이테크놀로지 메카슈트로 하는 일 = 벌목

더 넓게 보자면 원활한 시설 발전을 위해선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안전한 기지를 벗어나 위험천만한 적들이 서식하는 지역으로 탐험을 떠나야 합니다. 안전을 위해선 메카슈트를 강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또 다른 방향으로 시설을 확장해야 하죠.

타워 디펜스, 크래프팅, 액션, 탐험 등 다양한 요소를 섞었음에도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생존이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선 모든 것을 행해야 하며, 각 요소를 자연스럽게 맞물리게 하여 하나의 큰 덩어리처럼 인식하게 하였습니다.



쉽고 직관적인 타워 건설


생존을 위해 행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개발사는 '리프트브레이커'의 본질이 디펜스 게임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습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해서 터를 잡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주기적으로 적들이 몰려드는 웨이브가 시작되는데요. 웨이브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강력해지므로 생존을 위해서 타워 설치와 시설 강화를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일반적인 타워 디펜스와 달리 '리프트브레이커'는 캐릭터를 조작하고 직접 싸울 수 있는 액션 게임의 성향도 지니고 있으므로 타워 디펜스의 진입 장벽을 확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기지 건설의 토대는 공장 시뮬레이션 게임인 '팩토리오'와 꽤 흡사한 편인데요. 차이점이라면 부품을 일일이 가공해서 확장해야 하는 '팩토리오'의 복잡한 방식과 달리 발전기를 통해 전기만 주입하면 자동으로 돌아가는 자동화 시스템만 따왔다는 것입니다.

타워는 크게 시설을 업그레이드할 때 사용되는 주요 시설과 전기를 생산하는 전기 시설, 자원을 자동으로 채집해주는 채집 시설, 적의 공격을 저지하거나 공격할 수 있는 공격 시설로 나뉘며, 본진을 제외한 모든 타워는 전기를 주입해야만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전기는 가전제품이 콘센트 꼽듯이 그냥 선으로 연결만 해주면 되니 굉장히 단순합니다.



▲ 가성비가 좋은 풍력 발전소만 믿었다가 배신 당해본 1인...

전기는 풍력 발전소, 태양열 전지, 바이오매스 발전소 등 종류가 다양하며, 효율이 높을수록 특정 재료를 태워서 전기를 생산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대로 자연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은 효율이 낮은 대신 재료를 소모하지 않죠. 다만, 자연 생성 발전소의 경우 게임 내의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풍력 발전소의 경우 바람이 불지 않는 안개 상태가 되면 작동을 멈추기 때문에 이에 의존하던 시설이 있다면 해당 기간 동안 시설이 멈춰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수는 플레이어가 통제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재난이기 때문에 하나의 발전소 시설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설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행성을 탈출하기 전까지 계속 발전소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효율 높은 발전 시설을 건축해야 합니다.



▲ 토네이도님 제발!!

시설이 커질수록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게 되고 더 많은 종류의 발전기를 설치하다 보면 본진은 점차 커지기 시작합니다. 적들이 몰려드는 공격 라인이 정해져 있는 일반적인 디펜스 게임과 달리 동서남북에서 달려드는 이 게임의 특성상 방어해야 하는 면적이 커지는 것은 굉장히 안 좋은 소식이죠.

방어 타워를 설치해서 막아보긴 하지만 방어 타워도 결국 AI라는 코어를 소모하며, 이 코어도 타워를 건설해서 얻는 일종의 자원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방어 타워를 건설할 수도 없습니다. 한정된 타워로 넓은 지역을 막기 위해선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합니다. 바로 플레이어 스스로가 강력해지는 것입니다.



메카슈트는 장식이 아니다, 움직이는 요새 On



▲ 핫하 죽어라! 이 괴물2야 (희망편)

앞서 '리프트브레이커'의 차별화 포인트로 SCV가 된다고 했었죠. 처음에는 빈약한 칼과 기관총만 장착했던 우리의 메카슈트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점차 강력한 병기를 탑재할 수 있으며, 무기만 잘 갖추고 있다면 공격 타워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을 뽐낼 수 있게 됩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단순히 방벽 안에 숨어서 적들의 공격을 피하는 존재가 아니라 직접 무기를 들고 싸울 수 있다는 점은 게임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적들이 본진으로 오기 전에 미리 가서 견제할 수도 있고 방벽 위에서 공격 타워와 함께 적들을 소탕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죠.



▲ 선생님들 우리 제발 말로 합시다! (절망편)

타격감 또한 굉장히 좋은 편인데요. 공격 타워가 적들 소탕하도록 구경하는 것보다 직접 나가서 때려잡는 게 훨씬 재미있을 정도입니다. 장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칼, 주먹, 창, 망치 등의 다양한 근접 무기를 제작할 수 있으며, 폭발 무기를 개발해 지뢰와 다연발 로켓포, 곡사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후반에 테크를 잘 탔다면 핵탄두도 발사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적들이 물량전으로 승부를 보는 타입이기 때문에 쓸어버리는 재미가 충분한 편입니다. 다만, 이는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를 잘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제대로 업그레이드를 하지 못했다면 순식간에 메카슈트가 터지고 방벽이 무너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전투의 박진감을 더하기 위해 근거리, 원거리, 장거리 포격형 등 다양한 타입의 몬스터가 준비되어 있으며, 특수 몬스터와 대형 몬스터도 가끔 등장하는데요. 웨이브마다 여러 타입이 섞여서 등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컨트롤을 해주면서 전투를 진행해야 합니다.




다양한 변수와 빌드, 아쉬운 효과와 확장성

'리프트브레이커' 속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면서 다양한 상황을 부여합니다. 기본적으로 낮과 밤뿐만 아니라 바람을 멈추는 안개와 시야를 좁게 만드는 비 등이 있는데요. 아주 가끔 시설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태풍이 불기도 하고 매립된 자원에 타격을 주는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시설과 메카슈트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빌드도 굉장히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어 게임의 초반에는 어떤 업그레이드를 먼저 선택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갈라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고난도일수록 최대한 빠르게 빌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 많아보여도 후반으로 갈수록 초반 빌드의 강화 개념이라 비슷한 느낌

아쉬운 점은 이런 점들이 초반에만 유효하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변수로 초반 플레이를 괴롭혔던 날씨는 후반에 갈수록 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는 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그냥 풍경이 바뀌는 정도에 그칠 뿐이죠. 게임의 승패를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 그냥 귀찮아집니다.

빌드 역시 처음에는 아주 많아 보이고 다양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게임에 어느 정도 숙달되면 정형화된 빌드가 나타나고 난이도에 맞춰서 반복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후반에 가면 어차피 대부분의 업그레이드를 끝낼 수 있으니 처음에 필요한 것 먼저 갖춰 놓고 나머지를 천천히 배우면 됩니다.

'팩토리오' 방식의 빌드에서 쉽고 간단한 부분을 참고 해서 가져왔지만, 너무 단조롭게 만든 나머지 파고들 만한 요소가 사라진 셈입니다. 반복적인 플레이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투의 비중이 높아 재미있게 느껴질 뿐 빌드 업그레이드가 재미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려워질수록 더 빠르게 최적화 빌드를 탈 뿐인 숙련도 게임이 될 여지가 높은 것이죠.




난이도가 높을수록 환경이 피해를 주는 요소가 다양해지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업그레이드 시설이 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단순히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빌드에 따라 막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귀찮게만 느껴지진 않았을 것입니다.

빌드 역시 상황에 맞춰서 특화 빌드를 만들 수 있도록 해두고 어느 한 쪽 빌드를 선택했다면 다른 쪽 빌드를 선택하지 못하거나 혹은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해야 하는 식으로 밸런스를 맞춘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매번 최적의 코스를 밟는 것이 아니라 마치 로그라이크처럼 그때 상황에 맞춰서 다른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더욱 재미있는 플레이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재미가 뿜뿜

전체적으로 봤을 때 '리프트브레이커'는 3만 원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은 정말 잘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단점으로 지적했던 부분도 플레이 타임이 꽤 지났을 때부터 살짝 아쉽게 느껴졌을 뿐 저것 때문에 게임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거든요.

현재 엑소시 스튜디오는 정식 출시 이후에도 발 빠르게 버그 픽스 등을 진행하면서 게임을 안정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출시 초반에는 다양한 버그가 발견되었지만, 거의 매일 버그 패치를 진행하면서 게임은 안정시키고 있죠.

데모 출시 이후 얼리 엑세스, 정식 출시까지의 과정을 쭉 살펴본다면 엑소시 스튜디오는 믿음이 가는 인디 개발사입니다. 출시 이후 손을 놔버리는 개발사가 많은데 정말 최선을 다해 게임 안정화에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거든요. 전날 버그가 걸려 껐던 판도 다음날 들어가 보니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본 이상 믿음을 가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튼 22일, 스팀 공지를 통해 협동 멀티 플레이어 모드의 개발 소식과 함께 기존의 불편했던 요소를 수정하고 날씨 밸런싱, 캠페인 보드 밸런싱, 신규 몬스터 작업 시작 등을 언급했습니다. 멀티 모드는 6~12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하는데요. 추후 새로운 모드가 등장한다면 다시 한 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평소 디펜스 게임의 답답한 느낌이 싫었던 분이라면 '리프트브레이커'를 통해 디펜스 게임에 입문해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액션의 손맛과 타워 디펜스만의 건축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초보자를 배려한 난이도별 밸런스 조절
  • 타격감 넘치는 격투 및 폭발 액션
  • 이질감 없이 섞인 다양한 장르와 재미
  • 후반으로 갈수록 깊이가 부족해지는 테크
  • 반전없는 반복 플레이로 중후반 피로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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