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룡 덕후라면 반필수 게임, '쥬라기월드 에볼루션2'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10개 |

전작의 아쉬움을 개선해서 좋은데, 더 피곤해졌다


사람들에게 '공룡의 멸종'으로 알려진 '백악기-팔레오기 멸종(K-Pg)'은 최근 여러 가지 가설들이 있었습니다. 유카탄 반도의 크레이터 발견으로 인한 소행성 충돌설과 데칸 고원의 화산 폭발설이 유력한 지지를 얻고 있기는 합니다. 아무튼 핵심은 '공룡'이 멸종했다는 점입니다.

백악기까지 오랜 세월 지구상을 지배했던 공룡은 신비이자 동경의 존재로 각종 미디어에서 활용되었죠. 상상으로 복원한 공룡의 모습을 가장 임팩트 있게, 대중들에게 알린 건 아무래도 '쥬라기공원' 시리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IP로서, 그리고 대중들의 인식에 대형 파충류의 모습으로 공룡을 인식시킨 IP이기도 하죠.

오늘 리뷰해 볼 게임인 '쥬라기월드 에볼루션2' 역시 쥬라기공원을 테마로 한 게임입니다. 전작은 '쥬라기공원: 오퍼레이션 제네시스'의 정신적 후속작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므로, 이 방면에서 일가견이 있는 프론티어가 얼마나 개선을 해서 제작했는지가 핵심 포인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시점에서 돌아본, '쥬라기월드 에볼루션2'는 꽤나 만족스러우면서도 피곤한 게임이었습니다.



게임명 : 쥬라기월드 에볼루션2
(JURASSIC WORLD EVOLUTION 2)
장르명 : 경영, 시뮬레이션
출시일 : 2021.11.09.
개발사 : 프론티어
서비스 : 프론티어
플랫폼 : PS, Xbox, PC

관련 링크: '쥬라기월드 에볼루션2' 오픈크리틱 페이지


전작의 단점을 보완, 훨씬 생동감있는 '공룡 게임'


'쥬라기월드 에볼루션2'는 전작인 '쥬라기월드 에볼루션'과 비교해서는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이 확실히 눈에 띕니다. 일단 테마파크 시뮬레이터로서의 기능은 대부분 갖추고 있으며, 이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재미는 지루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 기능과 경험적인 면이 어느 정도는 완성되어 있습니다.

공원을 꾸미고, 탐사를 통해 화석을 확인하고 공룡을 창조하며 성질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좀 더 관리하기 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게임 내에서 미션과 혼돈이론, 그리고 챌린지를 통해서 다양하게 습득하고 과제를 수행하도록 짜여 있어서 싱글 플레이의 구성 자체는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테마파크 시뮬레이터류 게임들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봅니다.

캠페인이 '입문자'들을 위해 차근차근 게임을 알아나가는 구조라면, 혼돈이론 미션과 챌린지부터는 본격적인 기능이 개방되고 달성되면서 '경영자'의 길에 익숙해지는 과정입니다. 이때부터 미션에 몰두하고 공원을 운영하다 보면 정말 '경영자'의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죠.



▲ 차근차근 모드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이제 샌드박스!

공룡에 대한 연구와 지식도 계속해서 갖춰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원이 금방 혼돈에 빠집니다. 공룡마다 갖고 있는 성향과 합사 가능 여부, 공격성 등을 파악해서 치밀하게 배분해야 합니다. 그만큼 공룡들 간의 상호작용과 영역 다툼, 합사를 선호하지 않는 공룡들을 몰아내려는 성향이 짙어져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무턱대고 초식 공룡끼리 모아놔도 서로 싸우다가 치명상을 입고 병원 신세를 지는 공룡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성향에 맞는 공룡들끼리 모아주는 것이 필요하고, 이에 대해서 침착하게 알아가는 과정과 경험이 쌓이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잘못하다간 트리케라톱스가 온순하고 방어적인 용각류에게 싸움을 걸었다가 밟혀죽기도 합니다.



▲ 공룡을 연구하고, 복원하면서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신경써야합니다.



▲ 이제 한 번에 여러마리 방사가 가능합니다.

전작보다 기후와 공룡의 AI가 강화되고 다양해진 만큼 공룡들의 스트레스 요인과 안정화 요인들에 대해서도 더 명확한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불만투성이라 방사장을 들이받고 날뛰던 안킬로사우루스도 뭐가 불만인지 알고 대응해 줄 수 있죠.

공룡들끼리 서로 상호 작용도 강해져서, 서로 사회활동을 하며 공존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수틀려서 싸우기도 합니다. 전작에서 초식공룡들끼리 다툼이 없던 평화로운 세계와는 조금 다르죠. 그래서 묘하게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관리하다가 지쳐서 화가 날 때 공룡들이 놀고 있는 걸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고요.

관리해 줄 게 많은 만큼, 편의성도 상당히 늘었습니다. 레인저 팀은 전초기지를 설치해두고 임무를 할당하면 주기적으로 공룡을 스캔하고, 혹은 싸움이 났을 때 주기적으로 진정제를 투약해 부상을 최소화시키기도 합니다. 레인저 팀을 위협하거나 관람객을 위협하면 얌전히 1분을 재워주기도 하는데, 랩터의 경우 극강의 공격성으로 서있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더 많아 보일 정도로 난폭한 모습도 볼 수 있었죠.

이렇게 차근차근, 싱글 모드를 즐기면서 하나씩 해금하는 재미가 훌륭합니다. 하나하나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미션들이 최종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이를 진행하면서 연구를 이어가고 영화 속에 등장했던 내용의 오마주, 인물들도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서 '즐거운' 공룡 게임을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차근차근 하나씩 미션과 캠페인을 깨고 나면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대로 즐길 수 있는' 샌드박스 모드의 모든 요소들이 잠금 해제되고, 여기서 이제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공원을 구성하고 놀 수 있죠.



▲ 필요한 상황에 대한 안내도 전작보다 세심해졌습니다.



▲ 물론 그만큼 관리해줘야 할 것이 많아졌음을 의미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공룡 밸런스, 손이 많이 가는 피곤함




모든 게 다 완벽한, '공룡이 나오는 갓-게임'의 표본이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공룡 간 상호작용이 많아지면서 돌볼 부분들이 많아진 건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손이 많이 갑니다. 편의 기능도 어느 정도 제공되지만 개체 수가 많아지면서 정말 '빡겜'을 하면 급격히 피로해지는 현상이 적지 않습니다. 그것도 '같은 행동'에 의해서 말이죠.

겸손한 블루가 리더가 되었는데 왜 자꾸 싸움질을 해대서 내출혈 뇌진탕에 걸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래서 공룡들이 멸종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끔은 AI가 너무 가혹하게 작용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소형 육식공룡만 난동을 부리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런데 초식 공룡 중에서 '각룡'의 공격성이 대폭 확대되면서 평화로워야 할 초식 공룡 우리도 난리가 납니다. 각룡과 검룡은 무슨 디아블로스와 디노발드 영역 다툼 마냥 둘이 미친 듯이 싸워대서 합사가 불가능한 것 같고요. 또한 전작에 없던 '무리사냥'이 적용되면서, 소형 육식 공룡의 위세가 매우 강해져서 '이게 맞나?'싶은 밸런스도 다소 의아하긴 합니다.



▲ 거기에 직원들의 월급, 불만, 사보타주까지 다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러한 다툼을 어느 정도 방지하기 위해서 '선호하는 공룡'이 보이긴 하는데, 이것도 믿을게 못 됩니다. 왜 선호하는지 이유가 안 나와있죠. 무턱대고 선호하는 공룡끼리 넣어놨다간, 잘못하면 피의 결혼식을 방불케하는 카니발 현장과 난투극을 보게 됩니다.

콤프소그나투스와의 합사를 선호한다고 해서, 해당 공룡이 콤프소그나투스와 공존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먹이'로 선호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초식룡들 역시 '내가 괴롭히기 좋은 호구'라고 보고 좋아하는 성향도 적지 않습니다. 100만 달러나 주고 힘겹게 복원한 이크티오사우루스가, 선호라는 메시지만 보고 합사했다가 그저 모사사우루스의 비싼 한 끼 식사가 될 수도 있다는 거고요.

결국 인게임에서 정보가 완벽하게 주어지지 않다는 점이 '테마파크 시뮬레이터'로서의 아쉬움을 크게 합니다. 가뜩이나 공룡들의 난투를 돌보면서도, 꾸준히 발전하고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플레이 감각이 급격하게 피로해지는 결과를 낳죠. 잘못하다간 몇 일에 걸쳐 벌고 연구한 소중한 결과가단 몇 분만에 사라질 수 있기에 허탈감도 심합니다.

이런 부분들은 공략이 등장하면서 조금 해결될 수는 있습니다. 어느 정도 '합사'를 해도 괜찮은 조합들이 하나둘씩 게임을 하다 보면 머릿속에 새겨니까요. 공룡 연구를 진행하면서 유전자 조작으로 타 종에 대한 합사 선호 허용량을 늘리고 공존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에 대한 환경 고민도 해야 하기도 하고, 먹이와 영역도 생각을 해두어야 합니다. 그만큼 치밀하게 운영 단계에서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은 시뮬레이터의 모습을 보이지만 이를 보조할 편의기능이 아쉽다는 점이 너무 크게 다가옵니다.



▲ 관람객의 요구를 채우려면, 공원을 뜯어 고쳐야할 일도 적지 않습니다.

급식기는 여전히 수동 보충을 해줘야 하고, 전작에서 귀찮다고 지적받았던 요소들이 해소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연재해는 그나마 공룡 혼란을 덜 유발하는 편이지만 피해가 막심한 건 여전해서 공원 등급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 필사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재해 대응만큼은 '경영 시뮬레이션'을 플레이한다는 느낌보다는 전략 시뮬레이션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각종 고난으로부터 플레이어가 시달리는 느낌이 강할 정도로 말이죠.

설상가상으로 운영 단계의 끝자락에서 공원 평가도와 관람객 요구도를 충족시키려면 공원을 다 뜯어고쳐야만 가능한 경우도 빈번합니다. 처음부터 세심하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잡고 진행해야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현실적이죠.

다양해지고 세밀해진 요소, 그리고 경영의 심화로 실감나는 경험이 가능하다는 건 분명한 장점 중 하나지만, 이와 동반되는 피곤함은 뗄레야 뗄 수 없습니다. 거기에 챙겨줘야 할 편의 기능이 부족하며, 버그에 아쉬운 최적화와 크래쉬현상까지 겹치며 게임이 뽐내야할 매력이 빛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만한 공룡 파크게임이 없다



▲ 그래도 공룡들의 모션과 행동이 매우 자연스러워져서, 볼 맛이 납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은 게임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공략해야 하는 과정이기에 이런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실제로도 재미가 없는편이 아닙니다. 게임 자체가 제공하는 생생함이 뛰어나기에, 몰입감도 높은 편이죠.

그렇지만 완벽한 고증이 '좋은 게임'의 조건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게임은 어느정도 게임적인 허용이 필요한 미디어니까요. 현재는 공룡들의 다툼이 매우 잦고, 또한 자연 재해까지 겹치고 직원들의 월급 상승과 연구 실패 등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겹치는 등 운영에 대한 피로도가 지나치게 상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못 해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많이 피곤하다 정도로 압축할 수 있겠죠.

물론 도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감내하면서 렉시가 울부짖는 모습, 영화에서 봤던 모사사우루스가 상어를 먹는 연출을 보며 힘겨운 플레이를 이겨낸 큰 보람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평화롭게 즐기시려고 했던 분들에게는 꽤 피곤한 과정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부터 샌드박스를 가는 선택지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캠페인과 혼돈 이론 및 챌린지를 클리어해야 샌드박스 모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해금되기에 결국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난제죠.



▲ 원작 팬들이 읽어볼만한 읽은거리가 많은 것도 장점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혼돈 이론의 첫 번째 미션은 생각보다 너무 어렵게 책정되어 있는 느낌이 있어서 의아했습니다. 오히려 너무 힘겹게 클리어하고 나니 다른 혼돈 이론들이 쉽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혼돈 이론 미션들은 나름대로 잘, 원작을 다른 방향에서 해석하여 하는 재미가 있긴 했습니다.

이 점에서는 이 게임이, '영화의 홍보용'이라는 느낌이 매우 크게 들었습니다. 팬들을 위한 오마주 요소도 있고 디자인이 바뀐 부분도 있겠지만, 기존의 쥬라기공원 팬들이라면 훨씬 더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기존 공룡을 포획해서 꾸리는 일반 캠페인보다, 영화의 설정대로 화석을 연구하고 조합하는 '혼돈 이론'의 미션이 훨씬 재밌게 느껴지는 편입니다.



▲ 공룡에 대한 섬세한 안내도 있어서, 알쓸신잡을 늘리기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종합적으로 둘러봤을 때 '쥬라기월드 에볼루션2'는 전작에서 아쉬웠던 요소들을 대폭 개선하여, 충분한 콘텐츠와 만족감을 제공하는 게임입니다. 테마파크 시뮬레이터로서는 다소 피곤하고 관람객으로 감상할 포인트가 적게 느껴질 수 있기도 하지만, 핵심은 '공룡'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전작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은 개선하고 공룡의 수가 대폭 늘어난 것 까지는 매우 좋았습니다. 그러나 도가 지나쳐 경영 과정에서 플레이어를 너무 피곤하게 만드는 점과 더불어 다소 아쉬운 최적화, 그리고 버그로 인해 즐거운 경험이 변질될 수 있을 정도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쥬라기공원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선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 속 혼돈 이론 미션은 높은 만족도와 도전 정신을 발휘하게 하며, 이를 클리어하고 오마주 된 요소들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게임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이를 다 해결해 내고 샌드박스 모드에서 나만의 공원을 구축하다 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 자체는 좋은 편입니다. 영화의 개봉이 미뤄져서 아쉽긴 하지만, 그 공백기를 달래줄 게임으로서는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 더욱 다양하고 생동감있어진 공룡들
  • 만족감있는 '혼돈 이론' 미션과 도전과제
  • 세심해진 경영 파트, 공룡 상태 확인
  • 세심한만큼 더 피곤하다
  • 이해할 수 없는 랩터 무쌍, 각룡의 깡패짓
  •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 버그와,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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