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포츠에 ‘은총알(Silver Bullet)’은 없다

게임뉴스 | 김병호 기자 | 댓글: 7개 |



  • 주제 : MAU를 8배 성장시킨 리그 오브 레전드의 지표
  • 강연자 : 차민창- 지지틱스(유어지지) / 대표
  • 분야 : 데이터 분석
  • 시간 : 2022.11.17(목) 12:00 ~ 12:50
  • 요약 : YOUR.GG는 인분, 라인전, 캐리력, 팀운 등의 리그 오브 레전드 지표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런 독특한 지표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며 어떤 고민이 있었을까? 혹은 어떤 관점을 갖게 되었을까? 더 나아가 e스포츠에서 데이터는 어떤 역할을 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게임을 잘했는지 궁금하다 - 좋은 피드백은 주관이 없는 정량적 분석




    이전 회사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동호회를 운영할 때였다. 다같이 모여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누가 잘했는지, 혹은 못했는지 피드백을 주고 받게 된다.

    게임의 대한 피드백은 대체로 주관적이다. 그리고 주관적인 피드백은 좋은 피드백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데이터를 가지고 정량적으로 분석을 해주면 더 좋은 피드백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YOUR.GG를 만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만든 지표는 ‘인분’이다. 게임이 끝나면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잘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흔히 “내가 한 5인분은 한 것 같아”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곤 한다. 그래서 ‘인분’이라는 지표를 제일 먼저 만들어봤다.

    ‘인분’ 지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YOUR.GG에서 ‘인분’ 지표를 찾아봤다. ‘인분’이라는 지표를 정렬한 ‘등수’라는 지표에도 좋은 반응이 있었다. 사람들은 ‘등수’ 지표를 활용해서 게임에 대해 누가 더 잘했는지, 못했는지 등을 따졌다.

    또 한 가지, 반응이 좋았던 지표는 ‘팀운’이었다. 어느 날 커뮤니티에서 ‘팀운 때문에 게임을 못하겠다. 팀원들 때문에 골드를 갈 수가 없다.’ 같은 한탄을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만약, ‘팀운’이라는 정량적 지표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매 게임마다 팀운 지표를 제공하고, 30경기 이상의 통계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다양하고 흥미로운 지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함께한 팀원들과의 예상 승률을 제공한다거나 ‘플레이 리포트’를 통해서 유저를 분석하고 티어를 올리기 위해 해야하는 미션을 제공하기도 했다.



    ■ '인분', '팀운', '등수', 지표가 만들어지는 과정 - 지표는 구현만큼 표현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회의를 통해 어떤 지표를 만들지 결정했다. 그렇게 나온 지표는 때때로 유저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팀 내부에서는 재미있는 지표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유저들의 반응은 없었고, 한두 달의 시간이 흐르고 차분해진 마음으로 그 지표를 살펴보면 정말 재미가 없는 지표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은 이후에는 인벤과 같은 리그 오브 레전드 커뮤니티를 살펴보면서 사용자들이 작성하는 글의 단어에서 지표를 만들 단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고점, 저점, 캐리력, 인분 같은 단어들을 추려내고 실제 개발이 가능한지를 연구한다.

    개발이 가능한지 타당성 조사가 끝난 뒤에는 정량적인 가설을 세운다. 잘 만들어진 지표는 일정 이상의 정확도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정한 분포도가 그려지는지 확인하고, 상관 계수를 살펴보는 등 정량적인 부분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는 정량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직관을 바탕으로 지표에 문제가 없는지 살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이제 개발자가 실제 지표로 구현을 하게 된다.




    지표는 구현하는 것만큼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표는 중학생이 봐도 아무런 고민 없이 이해할 수 있게 제공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라인전과 관련한 지표를 0.4778 같은 숫자로 표현하기 보다는, ‘라인전 6:4 우세’와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는게 더 좋다. 숫자는 일정 부분 가공되지만,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지표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지표를 만들어보니 지표간의 상호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인분’을 제일 먼저 개발했더니 팀운, 등수, 고점, 저점 같은 연관된 지표들이 나왔다. 또, 딥 러닝을 통해 학습할 때에도 단순 지표만 가지고 할 때보다 ‘인분’ 같은 지표를 넣을 때 정확도가 더 크게 올랐다. 그렇게 지표들을 계속 개발하고 연결하고 발전시켰더니 경쟁사가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YOUR.GG만의 장점이 됐다.



    ■ 이스포츠에 ‘은총알(Silver Bullet)’은 없다 - '꺾이지 않는 마음'은 데이터로 잡히지 않는다




    영화 ‘머니 볼’은 데이터와 통계를 야구에 접목시킨 빌리 빈이라는 인물에 대한 영화이다. 빌리 빈은 통계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과소평가했던 ‘출루율’과 ‘장타율’이라는 지표에 주목했고, 이를 통해 야구단의 경쟁력을 키워 많은 승리를 거뒀다. 이 영화 덕분에 ‘세이버 메트릭스’라는 단어가 굉장히 유명해졌다.

    이 영화는 특정 데이터라는 마법 같은 도구를 통해 야구단이 많은 승리를 하는 것처럼 연출했다. 덕분에 그걸 본 많은 사람들은 어떤 있는 데이터를 찾으면 영화처럼 하위권 팀이 우승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한다.

    그러나 마법 같은 단 하나의 지표가 갑자기 하위권 팀을 우승팀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은총알(Silver Bullet)’이라는 단어가 있다. 일종의 만병통치약 같이 하나만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이스포츠 업계 사람들과 교류해보면, 어떤 사람들은 이스포츠에서 은총알을 찾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은총알 같은 어떤 방법 하나로 본질적으로 복잡한 일들을 한 번에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승리는 본질적으로 복잡한 요소들이 다양하게 상호작용해서 생기는 일이다. 밴픽 전략에서 무조건 이기는 팀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팀은 경기에서 무조건 승리할까? 그렇지 않다. 밴픽도 잘해야 하지만, 선수들이 인-게임에서도 잘해야 한다. 선수들이 인-게임에서 잘하려면 선발도 잘해야 하고, 선수 계약도 잘해야 하고, 전략도 잘 짜야한다. 이스포츠에서도 승리는 여러 복잡한 요소들의 다양한 상호작용으로 생기는 일이다. 따라서 이스포츠에서 ‘은총알’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납총알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승률 1%를 올릴 수 있는 납총알 열 개를 찾아낸다면 은총알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유망주 탐색에서 데이터를 활용해보자. 현재 각 게임단은 대부분 유망주를 전통적인 방법으로 찾고 있다. 그리고 소위 ‘그마챌’로 불리는 상위 티어 구간은 레드오션으로 대부분 계약이 되어 있다. 그렇다면 조금 더 낮은 티어, 상위 10~20% 구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을 찾는다면 어떨까? 플래티넘, 다이아 구간에서 고속으로 성장하는 사람, 데이터가 두드러진 사람을 찾는 건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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