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넥슨 "민트로켓은 시작, 창의적인 개발사로 돌아가겠다"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12개 |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는 사람, 기업은 많다. 하지만 정말 바뀐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극소수다. 2021년 넥슨은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김대훤 부사장은 신규개발본부를 설립하고 9종의 게임을 공개하면서 "넥슨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라고, 절치부심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약 1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공개한 게임 가운데 많은 게임들이 게이머들에게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젝트 HP는 '워헤이븐'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 매그넘은 '퍼스트 디센던트'로, DR은 '데이브 더 다이버'라는 이름을 얻어 게이머들에게 선보였다. 결과는 나쁘지 않다. 아직 변화 중이지만,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모습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브 더 다이버'가 있었다. 지난 10월 27일, 얼리엑세스로 출시한 이후 많은 게이머들에 호평받으며,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지스타에서는 스위치 버전을 선보이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데이브 더 다이버'의 다음 목표는 뭘지, 그리고 이를 지원한 넥슨의 비전은 무엇일지 넥슨 김대훤 부사장, 민트로켓 황재호 디렉터에게 묻는 시간을 가졌다.



▲ 넥슨 김대훤 부사장, 민트로켓 황재호 디렉터


■ "데이브 성적 만족스러워, 운영 잘하던 넥슨에서 창의성 넘치는 넥슨으로 돌아가겠다"

Q. '데이브 더 다이버'가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 인기가 실감되나.

황재호 :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서 고무적이다. 다만, 인기를 실감하느냐고 한다면, 사실 그렇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지 몰랐었다. 버그가 많아서 그걸 고치느라 다른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주변에서 엄청나게 반응이 좋다고 알려주더라. 그걸 보고 나서야 다행히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구나 싶었다.


Q. 민트로켓은 소규모 개발팀이지 않나. 아무래도 여러 플랫폼에 대응한다거나 콘텐츠를 추가할 때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김대훤 : 일단 민트로켓을 소규모로 꾸린 이유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디렉터의 날카로운 생각이 조직 전체에 제대로 퍼지기 위해선 간접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없는 20~30명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한 건데 그렇게 하니 단점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플랫폼 대응 같은 부분에는 중앙 조직의 지원을 늘릴 생각이다. 그 외에도 중앙 조직에서 도와줄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더 많이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


Q. 시연 버전으로 스위치 버전을 공개했는데 스위치가 가진 기능을 아직 제대로 다 지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 추후 이런 부분이 개선될까.

황재호 : 큰 팀이 아니라서 꼼꼼하게 대응을 하지 못했다. 스위치 고유 기능인 조이콘을 미니 게임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상 중인데 최종 버전에서는 제대로 지원하지 않은 부분도 전부 제대로 동작하도록 하겠다.





Q. 게임의 흥행으로 외부에서는 넥슨에서 오랜만에 스타 개발자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는데 이런 시선을 내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김대훤 : 개인적으로 어떠한 사업이나 일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전략이고 그다음으로 꼼꼼한 실행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평범하다면 그걸 꾸준히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민트로켓의 성공은 미약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시작에는 엄청난 전략이 있었다거나 꼼꼼한 실행안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저 재미를 찾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엄청나게 고민했고 그걸 우직하게 실행했기에 지금의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결국 엣지가 있는 개발자, 황재호 디렉터를 발굴하는데 힘을 쏟았고 그 외에 기술적인 지원은 물론이고 조직적, 관리적 노하우를 전달하고 여러 테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시스템을 꾸준히 구축하고 관리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좋은 게임이 나오려면 결국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그런 사람을 찾고 과감하게 권한을 부여해서 게임 개발에 있어서 엣지를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도 그런 노력은 계속할 계획이며, 이번 성공에 대해서는 온전히 디렉터님과 개발팀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Q. 스위치 버전과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UI, UX 측면에서 최적화가 좀 아쉬웠다. 혹시 현장에서 받은 피드백이 있다면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 그리고 큰 화면으로 즐겼으면 좋겠는데 타 콘솔로 낼 계획은 없는지 알려달라.

황재호 : 개발팀에서도 스위치에서 폰트라던가 이런 게 너무 작다는 얘기가 나와서 그건 개선해야 할 것 같다. 그 외에도 화면이 작아서 UX 전달이 쉽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물론, 간과한 부분도 있었다. 개발팀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한 부분이었는데 시연하는 걸 보니 우리 생각과 달랐던 부분이 있었어서 그 부분은 체크하고 추후 수정할 생각이다.

한편, 타 콘솔은 마음 같아선 당장 모든 콘솔로 내고 싶지만, 알다시피 개발팀이 작다 보니 재미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차례대로 준비 중이다.





Q. 스위치의 경우 QA가 까다롭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황재호 : 여러 허들이 있었는데 넥슨도 민트로켓 내부에서도 콘솔에 대한 경험이 많이 부족했다. 민트로켓에는 스위치로 출시 경험이 있는 분이 한 분 있었지만, 그럼에도 좌충우돌했다. 그래도 조금씩 경험을 쌓고 있는 만큼, 예상한 시점에는 안정적으로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대훤 : 스위치는 처음이어서 많이 헤맸는데 다른 플랫폼의 노하우는 조금씩 쌓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플랫폼 대응은 중앙 조직에서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세팅 중이다. 그리고 소규모 조직이 항상 고민하는 게 엔진단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거나 엔진의 기능을 활용해서 퀄리티를 올린다든가 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건데, 그런 기술적 대응을 중앙에서 하고 민트로켓과 같은 그룹은 창의성을 구현하는 데에만 집중하도록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Q. 얼리엑세스인데도 플레이 타임이 제법 길었다. 정식 버전의 볼륨은 어느 정도로 예상 중인가.

황재호 : 얼리엑세스의 경우 8시간 정도로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더 꼼꼼하게 즐기신 것 같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얼리엑세스 버전은 전체의 50~60% 분량이다.


Q. 민트로켓의 첫 작품이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는데 민트로켓의 앞으로의 계획과 서브 브랜드를 더 도입할 건지가 궁금하다.

김대훤 : 앞으로의 목표는 확고하다. 뭔가 새로운 걸 만들고 싶은데 내부에서 좌절했던 그런 프로젝트가 빛을 보도록 하는 게 회사 차원에서의 전략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다고 할 수도 있는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특정 장르만 20~30년 한 분이 있다고 해보자. 그분이 거기에 다른 걸 결합해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그분 말고는 그게 어떤 게임인지 회사는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보통 그런 시도를 안 하지만, 사실 회사가 그걸 도와주고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을 발굴해서 기회를 드리고 도와드리고 지켜 드리는 게 우리의 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민트로켓이 어떤 게임을 만들겠다, 앞으로 서브 브랜드는 이런 장르에 집중하겠다 이런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말하자면 새로운 도전을 추구하길 바라고 있어서 반대로 "우리가 크게 돈 들여서 하는 그런 게임말고 하고 싶은 게임을 가져와 주세요"라고 하고 있다.





Q. 엔딩을 본 유저들 사이에서 멀티 플레이에 대한 니즈가 상당하던데 혹시 준비 중인가. 그리고 무기를 만들 때 모에(M.O.E.)와 관련된 게 들어가 있던데 모에를 넣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황재호 : 멀티 플레이는 확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단 현재 개발 중이지는 않지만, 게임이 성공하고 어느 정도 알려지고 유저들이 원한다면 고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모에는 게임 내에 덕후 캐릭터가 있는데 이 친구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세계관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으로 넥슨에 모에라는 좋은 IP가 있는데 이걸 빌릴 수 없을까 싶어서 요청하니 흔쾌히 승낙해서 들어가게 됐다.




김대훤 : 디렉터님이 처음에는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봐도 안 넣어도 되는데 넣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내가 넥슨이 온고잉 게임을 많이 내는데 거기에 영향을 받아서 멀티 플레이를 넣은 것 아니냐고 물어보니 곧바로 빼시더라(웃음). 디렉터님이 추구한 건 싱글 플레이였던 만큼, 여기에 집중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고 멀티 플레이는 추후 유저들의 니즈가 크다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Q. 황재호 디렉터의 약력도 그렇고 앞으로도 인디 감성의 게임을 내놓을 것 같은데 어떤가.

황재호 : 지금은 차기작에 대한 생각보다는 버그를 해결할 생각밖에 없다. 다만, 부사장님이 말한 것처럼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을 내기보다는 잘해서 성공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구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블팩토리를 통해 쌓은 구력이 5년 정도 지나니까 이제는 인정받는 것 같다.

김대훤 : 민트로켓이 인디 같아 보일 수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순수한 의미에서 인디는 아니다. 그리고 인디씬을 정말 존경하고 인정하기에 외람될 수도 있지만, 혁신이란 게 꼭 배고픔 속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쩔때는 안전과 풍요 속에서야말로 더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민트로켓은 넥슨이라는 크고 단단한 울타리에서 과감한 도전을 해주길 바란다.

실제로 인디씬에 계신 분들을 보면 시간의 압박을 느끼시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새로운 뭔가를 만든다는 건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는 게 아닌 만큼, 완벽하게 마무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건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의미여서 인디씬은 여러모로 어려움에 직면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그런 부분에 있어선 여유롭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인디씬은 모든 걸 소수가 다 해야 하지만, 우리는 창의성과 무관한 건 중앙 조직에서 해줌으로써 창의적인 활동에만 집중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낭중지추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나는 우리 회사에도 분명 그런 송곳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송곳이라는 건 주머니에 들어가야 얼마나 뾰족한지 알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지금도 그런 송곳처럼 튀어나온 분들을 찾기 위해 힘쓰고 있고 찾는다면 그분의 생각대로 원하는 게임이 나올 수 있도록 앞으로도 넥슨이 제대로 도와줄 생각이다.


Q. 후반부 콘텐츠는 어떤 식으로 전개되나. 역시 심해로 내려가나. 보통 심해를 배경으로 할 경우 호러풍인 경우가 많던데 어떤지 설명 부탁한다.

황재호 :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데 빙하벽도 나오고 어두운 구역도 나온다. 물론 게임에 판타지적인 부분이 들어가 있는 만큼, 좀 더 색다른 환경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현실과는 다르면서도 그럴싸한 심해 환경을 구상 중이다.





Q. 연출이나 콘텐츠와 관련해서 PC와 스위치 버전의 차이가 있나.

황재호 :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딱 하나 다른 게 있는데 시간을 스킵할 때 스팀 버전은 데이브가 스팀덱을 들고 있고 스위치 버전을 스위치를 들고 있다는 것만 다르ㅏ.


Q. 부스에서는 어떤 피드백이 있었나.

황재호 : 느낌이 좋다, 진동이 좋다, 반응속도가 느리다. 대체로 이런 반응들이었다. 전자는 긍정적으로, 후자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Q. 최근 많은 게임사가 인디 행사에 나온 인디 개발사나 학생을 대상으로 인디 인큐베이팅 사업을 하고 있다. 넥슨은 어떤 식으로 인력 수급을 할 생각인가.

김대훤 : 일단 내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하는 분을 돕는 걸 일 순위로 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찾아오는 분이 있다면 마다치 않을 생각이다. 그래서 업계에서 참신한 도전을 즐기시는 분, 그런 걸 마다치 않는 분들과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 순위는 우리 내부에서 찾는 것이다. 원래 넥슨은 그런 개발사였다. 재기 발랄한 분들이 특이한 걸 만들고 싶은 그런 DNA가 있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런 분위기로 원복하고 싶다. 인큐베이팅보다는 회사 차원에서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다면 그걸 도와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다.


Q. 창의적인 게임을 만드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 그래도 손해를 보고 팔 수는 없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는 개발비 이상을 벌었는지, 그리고 기대치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김대훤 : 좋은 IP는 좋은 캐릭터와 좋은 내러티브가 핵심인데 일단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데이브 더 다이버'는 그걸 갖췄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한국에서 주간 판매량이 여전히 1등일 정도로 잘 팔리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본전은 당연히 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지금은 매출에 대한 것보다 이게 IP화 된다면 이걸 어떻게 더 키워서 넥슨의 또 다른 IP로 자리 잡게 할 것인지가 더 고민이다. 분명 우리의 소중한 IP 중 하나가 되리라고 생각해서 많은 지원을 생각 중이다.


Q. 개발자 입장에서 완성도를 더 끌어올리고 싶지만, 출시를 고려해서 타협해야 하는 그런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황재호 : 지금도 많은 콘텐츠가 들어가 있는데 사실 하고 싶은 건 많다. 대표적으로는 난파된 보물선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바다를 키워드로 한 여러 요소들이 있는데 인력적으로 이것저것 다 넣었다간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어서 현재 들어간 콘텐츠에 집중하는 선택을 취했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한다.

황재호 : 경영진이 허들을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가져왔다. 동시에 다양한 사람들에게 테스트를 하고 그 피드백으로 날것 그대로 받은 게 많은 도움이 됐다. 마치 스파링을 하는 것처럼 테스트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그 부분을 개선하자 낮았던 점수가 높아지는 걸 보면서 게임을 다듬을 수 있었다. 그 결과가 바로 '데이브 더 다이버'다. 다행스럽게도 힘든 스파링을 거치고 나오니 유저들도 긍정적으로 봐주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유저들에게 더 많은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김대훤 : 넥슨이 좋은 IP를 가지고 있고 운영을 잘한다는 건 업계에서 많은 분들이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넥슨의 본질은 개발사다. 몇 년 전부터 감히 개발사로 돌아가겠다고 몇 차례 밝혔는데 그 발언이 지금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개발사가 될 수 있도록 열정적인 개발진들과 함께 노력하겠다.



"한국을 대표하는 개발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