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으로 격하게 좀비 잡는 RPG, '데드아일랜드2'

체계적이고 격한 좀비잡이, 데드아일랜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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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 2014 이후 8년만인 이번 게임스컴에서 드디어 '데드 아일랜드2'가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냈다.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개발사 변경에 개발 중단 등, 어지간한 게임이었다면 바로 묻혀도 이상하지 않을 사태를 겪었으니까. 그러나 결국 개발사가 딥실버로 결정된 이후 오랜 방황을 끝내고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의 마지막을 신규 트레일러로 장식해 현장의 호응을 얻었다. 이어서 미디어 프레젠테이션 및 시연으로 게임플레이의 코어를 좀 더 둘러볼 기회가 마련됐다.

※ 개발사의 요청으로 현장 촬영은 제한됐습니다.


데드 아일랜드 시리즈는 전작 데드 아일랜드부터 좀비를 때려잡는 손맛을 살린 FPS이자 액션 RPG를 표방한 시리즈다. 기본적으로는 메인 스토리를 쭉 따라서 진행하게 되지만,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좀비를 때려잡고 레벨업과 아이템 파밍을 반복하거나 다른 유저와 협력해서 좀비떼에 맞서는 등 성장 요소 및 협동 플레이 체계가 마련되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플레이 중간중간 얻은 퍽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플레이 양상도 확연히 달라지기도 한다.

데드 아일랜드2에서도 그런 요소를 적극 계승하고 한층 더 발전시키는 것에 주력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속성'에 대한 표시가 확연히 보였다는 점이다. 전작에서도 접두사에 따라 화상 피해나 출혈 피해 등 부가 효과가 약간씩 붙어있고 특정 개체 위주로 속성 효과가 강조됐다면, 이번에는 처음부터 아이콘으로 표기하고 일반적인 좀비와 싸울 때에도 그에 맞는 효과나 속성 반응 체계가 눈에 띄었다.



▲ 시연 버전에서는 해변에서 내려 산타 모니카 항구에 가는 파트까지만 공개됐다

일례로 일반 좀비여도 방화복을 입고 달려드는 개체는 화염 무기에 내성이고, 전기공 복장을 한 개체는 전기 무기 내성이라 더 효과적으로 잡으려면 다른 무기로 교체해야만 하는 식이었다. 대신 적 좀비 체력게이지에 내성인 속성이 아이콘으로 나와있고, 무기 속성 아이콘도 하단에 크게 붙어있어서 맞춰서 대응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데드 아일랜드처럼 탄약 문제 및 효율 때문에 슈팅보다는 근접 전투 위주로 진행하게 되는 만큼, 그 타격감이 얼마나 살아있는지도 관건이었다. 특히 전작의 개발사 테크랜드가 다른 건 몰라도 좀비를 화끈하게 때려잡을 때의 손맛으로 유명하지 않았던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이 프로레슬러 저리가라 할 수준의 드롭킥으로 좀비들을 날려대는, 그런 시그니처 무브까지 있을 정도니까.

일단 그 특유의 좀비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드롭킥은 데드 아일랜드2에서도 살아있었다. 컨트롤러 기준으로는 다소 조작이 매끄럽진 않지만, 그래도 성공시켰을 때 마치 고전적인 스포츠 하이라이트 장면처럼 슬로우 모션이 되면서 퍽, 터져나가는 좀비를 보는 B급 감성 충만한 맛이 있다. 특히 들고 있던 둔기를 던져서 적을 그로기 상태로 만든 뒤, 그렇게 비틀거리는 좀비를 드롭킥으로 날려버리면 프로레슬링에서 피니셔를 먹이는 듯한 쾌감도 느껴졌다.






▲ 전기와 불로 화끈하게 지지는 건 동일하지만, 어떤 개체가 잘 안 통하나 그런 걸 보기가 쉬워졌다



▲ 그런 거 모르겠고 화끈하게 드롭킥으로 날리는 맛도 살아있다

다만 하이라이트 연출이 다소 남용되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보통은 그렇게 소위 '쩌는' 무브에서 하이라이트가 나와줘야 그런 맛이 극대화될 텐데, 단순히 쓰러져서 비틀거리는 좀비의 머리를 골프스윙마냥 휘둘러서 마무리 짓는 장면에서도 종종 슬로우 모션이 적용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적을 베어버리거나 둔기로 내려칠 때 피가 쏟아지고 상처도 100% 완벽하게 반영은 아니지만 확실히 생기는 게 보이는 등 디테일도 다 좋은데, 그런 것을 가끔씩 쭉 슬로우로 보고 있노라면 플레이 템포가 다소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이라이트가 너무 많아도 안 좋다는 반면교사가 된 게 옥의 티라고 할까.

데드 아일랜드는 좀비 무쌍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시리즈지만, 1인칭 액션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에게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수로 접근하는 좀비를 총 없이 다 때려잡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방에서 적이 접근하는 구도라서 시야도 다소 빠르게 휙휙 움직이다보니 1인칭 게임에 익숙하지 않으면 어지러울 수도 있고, 중간중간 스크리머 등 특수 개체들이 나타나면 소위 모르면 당해야 하는 구도도 연출되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을 장비나 퍽 등을 수집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롭게 '분노 모드'를 추가, 어려운 구간을 모면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됐다. 이번 작의 배경은 섬이라는 뜻의 제목과 다르게 LA가 주요 무대가 되는데, 미디어 프레젠테이션에 따르면 이번 작품은 전작에서 바노이 섬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뒤 LA까지 번지게 된 시점을 그려냈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좀비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물량으로 곳곳에서 달려들게 되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퍽을 수집하고 장비를 보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초반부터 화끈하게 치고 받을 수 있는 구도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분노 모드가 도입됐다.






▲ 화끈하게 터뜨리고 날리는 맛, 그걸로 좀비를 처리하는 맛에 퓨리 모드까지?

주인공 캐릭터들은 섬에서 탈출했다가 LA에 표류한 인물 중 하나로, 감염되긴 했지만 좀비로 변이되지는 않고 그 폭발적인 힘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분노 모드를 발동하면 체력이 빠르게 회복되며, 무기는 인벤토리 창에 집어 넣은 뒤 맨주먹으로 적을 빠르게 타격하게 된다. 맨몸인 만큼 사거리는 짧아져서 먼저 치고 빠지는 컨트롤은 어렵다. 대신 적의 공격을 받아도 체력이 회복되기 때문에 적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화끈하게 다 때려잡는 구도가 심심치 않게 연출됐다. 단 유지 시간은 상당히 짧고, 죽을 만큼의 피해를 한꺼번에 입거나 체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발동하다가 회복량 이상의 대미지를 입으면 그대로 사망하는 만큼 최소한의 주의는 필요했다.

미디어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전작의 캐릭터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시연대에서 미리 정해진 임의의 캐릭터 중 하나만 플레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현 단계에서 바로 언급하기는 어려웠다. 시연에서도 역시도 해변가에서 산타 모니카 항구에 도달하는, 약 30분 정도 플레이 가능한 데모만 공개된 만큼, 스토리나 퍽과 장비의 파밍, 성장 요소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자유롭게 LA를 돌아다닐 수 있을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 이젠 섬 단위가 아니라 대도시 단위인데, 과연 그 아비규환과 좀비 지옥을 어떻게 확장했을까?

그러나 그 짧은 순간에도 데드 아일랜드는 데드 아일랜드구나, 라는 인식이 남기에는 충분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시연 전에는 데드 아일랜드 특유의 다소 싼맛이 나면서 화끈함이 살아있는 액션이 누더기마냥 기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특히나 테크랜드가 개발을 중단한 이후 여러 개발사를 거쳐왔으니, 그런 걱정이 어찌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걱정도 좀비와 날려버릴 정도로 화끈한 모습을 그 30분 내로 보여줬다고 할까.

그보다도 개발사가 자주 바뀌었을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버그일 것이다. 특히나 전작 데드 아일랜드가 초기의 버그 이슈가 많았던 타이틀이었던 만큼, 그보다 안정되지 못한 환경에서 계속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후속작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기우는 아닐 것이다. 다만 시연 버전에선 이 부분을 확인하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고, 자꾸 슬로우 모션이 걸리는 것도 하이라이트 모션의 기준을 꽤 낮춰서 잡은 거라 수정할 것이라고 하니 현 단계에서 언급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한 번 패드나 키보드 마우스를 잡고 들어가면 좀비를 떼거지로 불태워버리고 썰어제끼는 그 손맛 하나는 충실하다는 점이다. 과연 섬에서 LA까지 번진 좀비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아포칼립스 세계에 일부 감염까지 되어버린 캐릭터들이 어떻게 생존하게 될지는, 2023년 2월 3일에 직접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 멱살 잡고 초크 슬램...까지는 아니더라도 화끈하게 좀비를 두들기는 그 맛, 23년에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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