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울류와 CRPG의 엇갈린 만남, '더 라스트 오리크루'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2개 |

고전적인 두 장르를 섞어 자아낸 멋과 풍미, 그러나 몇 배가 된 불편함


어느 덧 고전이 되어버린 소울라이크 장르지만, 그 단어가 새로 나왔을 무렵부터 고전이라는 말은 늘 따라붙곤 했다. 적의 난이도뿐만 아니라 죽기 전에 세이브 포인트 안 찍고 왔으면 여지 없이 한참 전 데이터부터 시작하는 것이나, 맵이고 설명이고 없이 그저 플레이어를 낯선 곳에 던져두고 알아서 해보라는 식의 구성은 그 옛날 저장 공간 문제로 여러 리소스를 최대한 아껴쓰던 고전 게임들의 향취가 남아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더 라스트 오리크루는 여기에 고전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장르 하나를 더한 작품이다. 그 옛날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 테이블에서 서로 모여서 즐기던 TRPG를 컴퓨터로 옮기고자 시도한 CRPG를 가미한 것이다. 이제는 RPG를 컴퓨터를 비롯해 콘솔로 즐기는 게 일상화되었으니 굳이 'C'를 붙일 필요는 없겠지만, TRPG 그리고 CRPG로 구분되던 시절 RPG의 묘미 중 하나가 플레이어가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 어떤 아이템을 들고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아니던가.

실제로 이번 게임스컴에서 개발자와 만났을 때에도 4대 CRPG 중 하나로 손꼽히는 '위저드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짧은 시연 시간에도 선택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리는 이야기 그리고 서브스토리에 따라 달라지는 분기점을 체험할 수 있었다. 거기에 소울라이크 액션이 더해져서 긴장감도 더해진 터라 기대감이 차오르기엔 충분했지만, 당시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암초가 이미 그때부터 자리잡고 있었다.



게임명: 더 라스트 오리크루(The Last Oricru)
장르명: RPG
출시일: 2022. 10.13
리뷰판: 1.0.1
개발사: Goldknights
서비스: 프라임 매터
플랫폼: PC, Xbox, PS
플레이: PC



SF+중세, 그리고 CRPG와 소울류가 합친 개성과 몰입감 있는 스타일




트레일러나 소개 문구를 보면 '더 라스트 오리크루'는 SF와 중세가 섞였다고 하는데, 단면만 볼 때는 가끔 보이는 오버 테크놀로지를 제외하고 중세의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SF하면 아무래도 총기 혹은 광선 무기나 우주선을 떠올리게 될 텐데, 더 라스트 오리크루의 트레일러에 나오는 것들은 거진 냉병기 위주였으니 말이다. 중간중간 중세에는 없을 기묘한 엔진을 단 여러 도구들이나 에너지 방패 같은 것이 슬쩍 모습을 비추긴 해도, 복식이나 구조는 중세 같은 느낌에 치우쳐져있어 언밸런스한 느낌도 든다.

시연 버전에서도 그런 느낌이 채 가시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CRPG인 만큼 상황 설명이나 스토리 그리고 등장 인물 간의 대화도 굉장히 중요하지 않던가. 그걸 처음부터 차근차근 블록 쌓듯이 이끌어가는 구조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연 때 생략된 초반에 대해 설명하자면, 주인공 '실버'는 지구에서 어떤 임무를 받고 우주선에 탑승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외계 행성에 불시착하게 된 인간이다. 그곳에서 눈을 뜬 그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기습을 받지만 어찌저찌 살아남고, 마치 아바타의 나비족 비슷하게 생긴 외계 종족 '나보루'의 사제에게 '불멸자'가 됐다는 말을 전해듣는다.



▲ 갑자기 뭐에 찔리고 이런 게 보일 때만 해도 SF 풍미였는데



▲ 나비족 비스무리한 코큰 외계인의 복식이냐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 묘하다

실제로 여러 차례 훈련에서 죽음에 이르는 공격을 받아도 다시 부활하는 실버는 '나보루'와 쥐 같은 종족 '랫킨'의 분쟁에 엉겁결에 휘말리게 된다. 그 분쟁에서 자신을 처음 공격했던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개입한 걸 본 실버는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배후의 존재 그리고 행성의 비밀과 우주선이 이곳에 불시착하게 된 이유 등 여러 가지 비밀을 파헤쳐나가게 된다는 것이 '더 라스트 오리크루'의 이야기다.

전체적인 맥락은 간단하게 풀었지만, 플레이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게임 속 이야기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어떤 상황에 무슨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혹은 누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느냐에 따라 성향이나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는 TRPG의 흐름을 게임 내에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요소는 프롤로그부터 바로 이어졌다. 무기고 노예인 랫킨을 도와주느나 마느냐, 황제에게 전격봉에 대해 이야기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가고, 심지어 일부 캐릭터에게는 질문을 많이 하면 나중에는 귀찮다는 식으로 태도가 바뀌기까지 했다.



▲ 일반 몬스터가 아니라, '랫킨'이라는 또다른 외계 종족이고






▲ 선택에 따라 우호 진영도, 스토리도 다 바뀌게 된다

물론 몇몇 게임들이 초반만 그럴싸하게 구성하고 중후반에는 다수의 NPC들이 오르골 태엽 감듯이 똑같은 소리만 하는 식으로 엉성하게 구성하지만, 더 라스트 오리크루는 후반까지 그 거미줄 같은 치밀한 구성을 놓치지 않았다. 물론 오픈월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분산시키는 구도가 아니라 랫킨, 나보루라는 두 진영의 갈등을 그린 일직선상의 이야기에서 어떤 선택에 따라 분기점이 나뉘는 시뮬레이션식 구도에 가까워서 가능한 일이긴 했다.

그래서 필드 탐색이나 모험의 자유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단점은 있어도, 이야기가 산만해지거나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고 얼개가 쭉 이어졌다. 중간중간 낯선 설정, 그리고 여러 정보가 쏟아지는 것 같아도 하나하나 차근히 단계를 밟고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SF와 중세가 뒤죽박죽 섞인 이 낯선 세계관과 영문을 알 수 없던 내막들이 한 겹씩 풀려간다고 할까.






▲ 뭔가 이리저리 꼬여도 단단히 꼬인 것 같은 느낌이지만



▲ 넉살 좋게 비꼬아대면서 맞받아치는 주인공 실버의 입담이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다만 RPG의 또다른 요소인 탐색, 모험의 요소가 뒤쳐진다 말했으니 또다른 재미 요소를 보충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찾은 해법이 소울라이크식 액션을 가미하는 것이었고, 그 효과는 생각보다 뛰어났다. 통상 소울라이크는 주변에 아군이 거의 없이, 주인공 혼자 고고하게 세상에 들끓고 있는 적대적 존재들과 맞서는 구도가 그려지는데, 두 진영 간의 전쟁이라는 설정 속에서 소울라이크가 가미되니 색다른 양상이 펼쳐진 것이다.

전쟁 상황이다보니 여타 소울라이크보다 뒤나 옆에서 기습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난전 구도가 더 잦았고, 공성전이나 진영 간 대치 상황에서 화포와 화살을 뚫고 나가거나, 미로처럼 엉킨 적진에서 아군과 함께 돌파해나가는 과정은 좀 낯설고 빡빡했다. 그 대신 체력회복제를 좀 더 많이 들고 갈 수 있고, 아군 NPC쪽으로 유도해서 어그로를 끄는 사이 빠르게 마법 보조 무기로 바꿔서 스킬로 다수의 적을 제압하는 전술적인 플레이의 묘미도 있었다. 그렇게 원거리에서 재미 없게 스킬 난사만 지속하는 현상을 막고자 마나 흡수기로 직접 적을 타격해야만 마나를 충전할 수 있게 하면서 어떤 테크트리를 타든 적과 긴장감 있는 대치 상황은 겪게끔 했다.



▲ 마법 테크타서 아군에 어그로 끌렸을 때 뒤에서 얍삽하게 쏘기 간다



▲ 그런데 마나가 떨어지면 자연회복이 안 되고, 물약도 따로 없어서



▲ 마법 테크를 타도 마나흡수기로 때려줘야 하니 근접 전투에 익숙해질 필요는 있다

후반으로 가면서 세트 아이템을 얻고 업그레이드하거나, 반복 플레이로 스탯을 올리면서 다소 소울라이크식 플레이의 긴장감이 흐트러지는 구간이 있긴 하다. 그 구간이 가면 액션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결말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만큼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실제로 컨트롤이 미숙한 유저를 위해 난이도를 낮추는 설정도 갖춰놓았는데, 어디까지나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그려가느냐 선택하는 과정이 중심이 되는 CRPG이라 그런 선택이 가능했을 것이다.



안 그래도 불친절한 장르 둘이 만나서 발생한 불편함의 무저갱




스토리와 설정을 읽고 자기 선택에 따라 풀어가는 맛의 CRPG와 손맛의 소울라이크, 두 가지 장점이 결합됐다는 말은 얼핏 듣기엔 솔깃하긴 하다. 그렇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어딘가 엇나갈 요소들이 내재해있다.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부터 그렇지 않던가. 스토리와 설정을 풀어가면서 다른 여러 인물과 관계를 구축하고, 여러 차례 다른 엔딩을 보고 다른 경로로 가거나 다른 테크트리로 이야기를 즐겨보는 CRPG와 스토리는 큰 얼개만 놔두고 나머지는 유저들의 추측에 맡긴 뒤 줄을 타듯 아슬아슬하게 헤쳐가는 액션의 코어를 더 중시하는 소울라이크는 그 전개방식이 너무도 다르다.

이것은 단순히 스토리 전개 방식의 차이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그 차이점은 깊이 있게 플레이하면 플레이할수록 짙게 느껴진다. 스토리를 다 훑어보기 위해 분기점을 매번 짚어나가게 되는 게 CRPG인데, 소울라이크는 스토리의 분기점에 대한 어떤 배려가 없다. 물론 '엘든링' 같은 사례는 있지만, 장르의 본가가 그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만든 걸작이니 예외로 쳐야 할 듯하다. 그렇게 본가급으로 소울라이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태에서 변주해나간다면 모를까, 그게 아닌 상태에서 풀어나가기엔 리스크가 상당히 컸다.



▲ 수다쟁이 사제를 보내버리려고 선택했는데 다른 사람을 보내버리게 될 줄은...다음엔 다른 선택을 해볼까

그렇게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 장르 모두 다 불편하고 불친절하기로는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소울라이크의 불편함은 더 말할 것도 없고, CRPG도 별다른 단서 없이 유저가 직접 이리저리 탐사하면서 얻은 것들을 조합해 선택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는 장르니 그 하나하나를 일일이 다 찾아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도 SF를 가미했으니까 조금은 편하게 해줄 기능이 있을까 싶겠지만, 애석하게도 SF는 일부 무기, 그리고 우주선 및 여러 배후 설정과 관련된 부분에서 나올 뿐이다. 대부분의 플레이는 중세풍 외계행성에서 벌어지는 냉병기 그리고 스킬 싸움으로 구현한 또다른 정통 RPG식 구성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다 찾아보고 단서를 짜깁기해야 이야기가 풀리고 자신이 원하는 선택지에 근접할 수 있는 장르가 CRPG인데 대다수 소울라이크의 단점인 '맵이 없고 꼬여있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속이 터지는 답답함이 연출된다. 그나마 좀 개방된 적진에서 싸우면 낫지만 소울라이크식으로 좁고 뱅뱅 꼬인 고성과 요새, 동굴 등 어둑한 곳에서 이리저리 퍼져있는 서브퀘스트 단서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 구하면 어떻게 될까 싶어서 약을 찾아 나서는데



▲ 여긴 어디여



▲ 이런 곳을 미니맵도 없이 계속 몇 번 오르락내리락하며 서브퀘스트 단서 찾기를 하다보면...후우

더군다나 CRPG는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서 단계를 밟아가는 구성이 많지 않았나. 그래서 맵이 있어도 그걸 보면서 차근차근 찾아나서다보면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맵도 없고 배경도 어두운 데다가 통로 폭도 좁아서 불안하니,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소울라이크식의,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나락가는 구도도 도입해버렸으니 산 넘어 산이다.

거기에 마그마 폴암을 든 병사 두 명과 궁병이 그 앞을 지키고 있으면 저걸 어떻게 뚫고 지나갈까 한숨부터 나온다. 마그마 폴암의 화염 속성을 일깨워서 때리면 패링도 안 되니 피해야 하는데, 자칫 잘못 피하면 그대로 나락이니까. 거기다 세이브 포인트 들렸다오면 적이 부활해있으니 더더욱 골이 때리고 허탕을 치면 갑갑해진다. 그냥 스토리는 냅다 집어치우고 적을 한 땀 한 땀 죽이면서 가는 거라면 속이라도 편하지, 스토리상 필요한 것들을 구하다가 길을 헤매서 불필요한 교전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건 썩 기분이 좋은 경험은 아니다. 게다가 스토리는 스킵도 잘 안 되니, 성격이 급한 사람이면 참기도 어려울 거다. 엘든링뿐만 아니라 스틸라이징 같이 무대가 좀 더 넓어진 소울라이크는 맵을 채택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런 유연함을 발휘하면 어땠나 싶은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었다.



▲ 나오자마자 바로 포격 떨어지는 전장에 배치라니, 큰일났다



▲ 아군이 엄호하는 동안 돌격 앞으로 하다가 장렬히 전사. 거 너무한 거 아니요

여기에 정말 힌트를 짜게 주는 고전 그대로의 CRPG가 더해지면서 갑갑함이 몇 배로 중첩된다.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스킵이 안 되는 이유는 그 대사를 들은 뒤에 힌트를 찾으란 것인지, 그 퀘스트 한 줄만 있고 나머지 정보는 일절 없다. 어떤 퀘스트를 진행했고 어떤 퀘스트가 결국 미수로 끝나서 랫킨이나 나보루 두 진영 중 한 진영에 적대감이 쌓이거나 하는 정보는 있지만, 정작 받아들여서 바로 진행하고자 하는 퀘스트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그 한 줄만 보고서 계속 배배 꼬인 던전 같은 맵을 와리가리하며 힌트를 몸소 일일이 다 뒤지는 게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게다가 조작감도 쾌적하지 않아서 더욱 갑갑한 느낌이 든다. 소울라이크는 버튼을 눌러도 바로 반응하기보단 딜레이가 있고, 공격이나 회피 방어 모두 스태미나도 소모되기 때문에 적의 패턴을 예측해서 신중하게 행동하는 장르다. 그래서 조작감이 빠릿빠릿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무방한데, 단순히 길을 찾고 보스를 찾아 돌아다니며 싸우는 구도가 아니라 단서를 찾아서 탐사하는 과정까지도 무언가 한 발 늦게 반응하는 조작감이니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어눌하다는 느낌이 든다. 장르를 떠나서 이 게임 자체의 모션도 썩 좋은 편이 아니라서 그 어색함은 계속 눈에 밟히고, 자연히 그 느릿한 템포에 익숙해지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 퀘스트 관련 세부 정보라도 좀 있으면 편할 텐데



▲ 보스전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히 크고 엉성한 공격 위주로 남발해서



▲ 방패들고 넌 못 지나간다 하는 잡졸들이 더 무섭다






▲ 출시 전 게임스컴 시연에서는 화면 분할 모드로 개발자와 함께 플레이했었다

더 라스트 오리크루를 하면서 종종 '라떼는', '그땐 그랬지' 이런 생각이 맴돌았다. 게임스컴 시연을 할 때는 게임 개발자와 함께 화면 분할로 멀티플레이를 했는데, 그가 자신이 재미있게 하던 '위저드리' 같은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던 기억들이 떠올랐으니까. 또 이 부분에선 이렇게 해야 한다고 앞장서다가 불의의 기습을 받고 세이브포인트로 먼저 전송된 뒤 멋쩍게 "돈 두 라이크 디스"라고 하는 사이에 몸을 비틀면서 적을 어찌저찌 물리치던 그 추억(?)도 종종 생각났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개발진은 그렇게 서로 이야기하고 차분히 즐기다가 전장에서는 서로 등을 맞대고 돌파하는 그런 구도, 혹은 친구네 집에서 같이 패드를 잡고 아둥바둥 클리어하던 그런 추억을 떠올리며 만든 것이 아닌가 싶었다. 더 라스트 오리크루를 개발진과 웃고 떠들면서 시연했을 때와, 혼자서 집에서 꾸역꾸역 클리어해나갈 때의 온도 차이가 좀 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더 라스트 오리크루가 혼자서 할 수 없는 게임이라는 건 아니다. 차분히 스토리를 보면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또 소울라이크식 플레이에 맞춰서 자신이 어떤 무기로 극복해나가야 할지 테크를 짜고 빌드를 맞춰가는 재미는 충실하다. 그게 어렵다면 스토리 모드로 쭉 무쌍찍듯 나아가도 되고, 어느 정도 스펙을 쌓았다 싶으면 다시 난이도를 올려서 도전할 수 있는 유연함도 갖췄다.



▲ 소울라이크에 친숙하지 않은 유저들을 위해 업그레이드 및 레벨업 시스템도 클래식하게 갖췄고



▲ 난이도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너무도 고전적인 요소에 충실한 나머지 이제는 기본적인 편의성이 거의 없다는 점은 상당히 뼈아픈 문제다. 가뜩이나 불편함으로 악명 높은 두 장르인데, 그걸 개선된 버전이 아닌 오소독스에 가까운 버전으로 서로 결합해둔 탓에 성급하게 접근하면 얽히고 설킨 실타래 안에서 헤어나오기 쉽지가 않다.

더 라스트 오리크루는 운명의 장난 속에서 상황을 차분히 읽고 추론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방침을 정하면서 신중하게 전투하는 주인공의 입장을 성공적으로 그려내긴 했다. 그게 과연 지금 우리가 원하는 내러티브의 양상일지,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고구마처럼 든든할 수도 있지만, 답답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 SF와 중세가 묘하게 섞인 매력적인 세계관
  • 퀘스트와 선택, 행동에 따라 바뀌는 이야기
  • 언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전장의 소울류
  • 성장 및 난이도 조절 옵션의 유연함
  • 둘이 모여 협동하는 화면 분할 모드
  • 반 박자 늦은 조작감, 불편한 인터페이스
  • 스토리퀘 해야 하는데 단서는 없는 소울류
  • 허점이 보이는 큰 공격만 남발하는 보스전
  • 후반의 급전개와 극도로 제한된 필드

리뷰 플랫폼: PC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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