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발전한 기술력, 퇴보한 내러티브 '모던 워페어2'

리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12개 |
최고의 흥행을 보여주며 다시 한 번 성공적인 콜 오브 듀티 시리즈로 떠오른 모던 워페어. 그리고 10월 28일, 모던 워페어 넘버링의 찬란한 부활을 알리는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2 2022(이하 모던 워페어2)'가 28일 정식 출시됐다.

액티비전은 모던 워페어2의 정식 출시에 앞서 사전 구매자에게 캠페인을 먼저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새로운 스토리 라인이 현실적인 전투와 진지한 분위기 등으로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되는 점이 있었다. 전작이 출시되고 흐른 시간이 언 3년. 과연 모던 워페어2는 비판받은 부분을 개선하고 확장된 스케일을 완벽하게 소화한 캠페인이 되었을까.




게임명: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2 2022
장르명: FPS
출시일: 2022.10.28
리뷰판: 1.0.0
개발사: 인피니티 워드
서비스: 액티비전
플랫폼: PC, PS, Xbox
플레이: PC



개연성을 잃어버린 채 중심을 잡지 못하는 스토리

콜 오브 듀티의 아이덴티티가 싱글 캠페인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그래도 시리즈를 통틀어 절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콘텐츠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역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흥행에서 캠페인의 재미에 따라 좌우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모던 워페어에서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도 이러한 캠페인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 미래전이나 할리우드식 영웅 놀이와 같은 스토리보다 진지하고 또 현실적인 느낌을 잘 살린 모던 워페어 캠페인에 게이머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한 이유가 다 있는 셈이다.

이번 작품은 전작에서 3년 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태스크 포스 141팀이 주축이 되어 더욱 커진 스케일의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출시 전 인터뷰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스테이지의 진행이 조금씩 달라지는 등 전작에서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예고했으니 우려보단 기대감이 커진 상태였다.



▲ 전작보다 크고 멋있어진 스케일을 기대했지만...

그러나 실제로 해본 싱글 캠페인은 적어도 스토리에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운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디테일하게 언급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직접적인 언급보다는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과 왜 아쉽게 느꼈는지에 대한 설명 위주로 언급하고자 한다.

모던 워페어2 스토리를 정리한다면 막장 드라마 악역보다도 매력적이지 못한 빌런과 이를 보조해주기 위해 억지로 꼬아버린 캐릭터들의 서사. 그리고 부족한 개연성 탓에 중심을 잃고 몰입을 방해하는 지뢰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캠페인의 초입부까지는 괜찮았다. 알 마즈라에서 이란의 고르브라니 장군을 유도 미사일로 공습하는 미션은 프롤로그에 불과했지만 은밀하게 잠입하는 고스트와 그의 시크한 대사, 직접 미사일을 움직여서 한 방에 터트렸을 때의 쾌감은 "앞으로 어떤 스토리로 이어지려고 이런 연출을 준비했어?"라는 감탄마저 자아냈다.



▲ 아직도 의문으로 남는 장군의 죽음과 법적인 문제

그러나 이후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점차 들기 시작했고 중반부터는 스토리에 제대로 몰입할 수 없었다. 빌런의 범죄 행위는 그저 상사의 복수라는 단순함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서사를 끝까지 끌어갈 힘이 부족했고 이러한 빈틈을 메꿔줄 조연들이 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해버리니 스토리의 매력이 떨어지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분명 하나의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준비된 미션일텐데 미션마다 전달하는 내용이 맞물리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스토리가 어긋날 때마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개연성이 정작 제 역할을 못한 셈이다. 앞뒤 다 자르고 게임 내에서만 돼! 안돼! 라는 느낌으로 스토리를 진행하니 정작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가 됐다. 모든 사건에 대해 세세한 해명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 원문과 의미가 달라진 번역도 아쉬운 점 중 하나



슈팅 본연의 재미를 120% 충족시켜주는 슈팅 액션

아쉬운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싱글 캠페인을 끝까지 플레이할 수 있던 이유는 게임 플레이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중반부터 반쯤 놔버린 스토리와 달리 게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슈팅은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줬다.

총기 액션과 사운드는 확실히 전작보다 개선된 모습이었다. 발포할 때마다 흔들리는 반동과 격발음, 눈앞에 보이는 총알의 궤적 등 복합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격투 게임 못지않은 타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계속 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더욱 사실적인 액션을 위해 추가된 다양한 동작도 빼놓을 수 없다. 전작에서도 사실적인 액션을 위한 동작은 꽤 많았다. 달리는 도중 슬라이딩을 하거나 상자에 올라서기, 담벼락 넘기 등의 간단한 파크루는 액션의 맛을 더해주는 일등공신이었다.



▲ 쏘는 맛은 여전히 끝내준다

본작에서는 전작의 파크루에서 한발 더 나아간 동작이 추가됐다. 달리는 도중 슬라이딩은 여전하지만, 동작이 커지면서 더욱 역동적인 느낌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달리는 도중 눕기 키를 눌러서 아예 온몸을 던지는 액션도 생겼다. 또한, 벽에 매달리는 액션도 추가됐는데 이를 활용해 벽에 매달린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총을 쏴 적을 처리하는 게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중 액션이다. 액체를 표현하는 그래픽 품질이 크게 향상되면서 물에서 하는 액션이 개선됐는데 물속으로 잠수하는 것부터 빠르게 수영하기,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총 쏘기 등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특히, 개선된 물 그래픽 덕분에 잠수한 상태에서도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는 게 가장 긍정적인 변화가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부드러워지면서 액션의 맛이 더욱 살아난 것이 느껴졌다. 내가 조작하는 그대로 캐릭터가 움직여주니 싸울 맛도 난다고 해야 할까. 적어도 이러한 액션에 대해서는 확실한 발전이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수중 잠입 미션은 개선된 물 그래픽을 체험하기 딱 좋았다



▲ 온몸을 던지는 다이빙 액션



다채로운 미션 방식 대비 아쉬운 레벨 디자인

모던 워페어2의 싱글 캠페인은 스토리에 맞춰 다양한 방식의 미션이 준비되어 있다. 단순히 목표 지점을 향해 총격전을 벌이는 것부터 은밀하게 잠입하는 미션, 건쉽을 타고 아군을 지원해주거나 여러 차량을 오가면서 목표물에 다가가는 등의 다채로운 경험을 즐겨볼 수 있었다.

다만, 스토리 때문인지 적 몰래 잠입하는 미션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정 잠입 미션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 도입된 가방 및 조합 시스템을 활용해 색다른 플레이를 제공하기도 했다. 잠입 미션은 일반적인 미션과 달리 템포를 길게 가져가는 게 많아서 미션 방식에 따른 호불호는 꽤 있으리라 생각한다.

본작의 미션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근접 공중 지원'과 '폭력과 타이밍'이었다. 근접 공중 지원은 건쉽을 타고 지상팀을 화력 지원으로 도와주는 방식이었다. 현대전에서 가장 강력한 화력을 가진 건쉽을 미션을 진행하는 내내 타고 다니면서 지상팀을 보조해줄 때의 충족감과 건물에 숨은 적들을 무차별 포격으로 싹 쓸어버렸을 때의 쾌감은 확실히 타 게임에서는 쉽게 느껴볼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해줬다.



▲ 화끈한 화력 지원과 아군의 칭찬은 게이머도 춤추게 한다

폭력과 타이밍은 이전 작품에서는 느껴볼 수 없던 본작만의 색다른 미션이었다. 차량을 타고 달리면서 목표 지점까지 가야 하는 비교적 단순한 목표였지만 차량의 내구도가 달면 다른 차량으로 점프해서 하이잭을 해야 하는 대단히 위험한 방식으로 미션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전하는 틈틈이 창문으로 몸을 내밀고 총까지 쏴야 해서 꽤 정신없는 플레이가 이어졌다.

이처럼 다양한 미션을 통해 다채로운 재미를 준 것은 좋았지만,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본작의 난이도는 가장 최근에 출시된 다른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어려운 난이도를 보여줬다.

난이도를 파괴한 주범은 앞서 언급했던 색다른 진행 방식의 미션과 더불어 장갑병이라는 적의 등장 때문이다. 장갑벽은 쉽게 말해 저거넛의 하위 호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튼튼한 장갑을 머리와 몸에 두른 장갑병을 쓰러트리기 위해선 머리를 노리고 쏴야 했다. 그러나 소총 한 탄창을 전부 쏟아부어야 깨질 정도로 튼튼한 헬멧과 위협적인 샷건을 가진 장갑병을 제압하기란 쉽지 않았다.



▲ 어서와, 장갑병은 처음이지?

게다가 이렇게 위협적인 장갑병은 혼자 등장하지 않고 다른 적들과 함께 나와 더욱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현실적인 액션을 기본 바탕으로 삼은 모던 워페어2이기에 플레이어라고 해도 총 몇 발 맞으면 죽을 수 있는데 상대는 총알을 무시하면서 되려 반격을 해버리니 난이도를 기하급수적으로 올리는 데 큰 공헌을 해버렸다.

미션마다 재미가 들쑥날쑥하다는 점도 레벨 디자인의 아쉬운 점 중 하나이다. 아무래도 진행 방식에 차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데 이는 앞서 언급했던 잠입 미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생긴 문제로 보인다.

사실 잠입 미션도 구성만 알차게 만든다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이미 모던 워페어에서 대청소 미션을 통해 이러한 재미를 입증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본작의 잠입 미션은 대부분이 엉성한 퍼즐 요소로 괜히 번거롭게 만드는 상황도 있었고 총격전과 잠입이 뒤섞여 잠입 아닌 잠입이 돼버리기도 했다.

총탄이 난무하는 대규모 총격전도 기대해봤지만, 이번 스토리 자체가 아무래도 대규모 총격전과 어울리지 않는 흐름으로 진행되었기에 많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앞으로 등장할 DLC 캠페인을 기대해봐야 할 듯싶다.



▲ 차량 추격전은 박진감 넘치긴 해도 꽤 어려웠다





기대했던 작품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느껴진 모던 워페어2 캠페인이었다. 고품질의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수준급 총기 액션 등은 확실히 전작보다 발전했지만, 캠페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는 뒤죽박죽 전개와 떨어지는 개연성 탓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이번 작품은 번역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전작에서도 번역 문제는 있었으나 원문의 내용을 왜곡해서 번역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원문의 내용을 입맛에 따라 바꾼 탓에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가 다르게 표현되거나 무의미한 욕설을 많이 넣은 탓에 간혹 대사의 흐름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어 지원과 더 나아가 더빙까지 신경 써서 진행해준 것은 한국 게이머로서 고마운 일이지만, 원문의 뜻을 훼손해 게임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

액티비전은 향후 DLC를 통해 모던 워페어2의 캠페인을 추가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즉, 현재 스토리에서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은 추후 추가될 캠페인을 통해 얼마든지 메꿀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미래를 책임질 작품으로서 앞으로 무엇이 되었든 지금보다 더 여운에 남는 스토리를 보여주길 바란다.



▲ 잊고 싶은 핫산과의 추억
  • 수준급 총기 액션과 사실적인 움직임
  • 영화를 보는 듯한 고퀄리티 애니메이션
  • 실사 그래픽 대비 우수한 최적화
  • 부족한 개연성 탓에 몰입할 수 없는 스토리
  • 게임의 목표인 악당의 빈약한 비중과 매력
  • 단순하고 강력한 장갑병 탓에 높아진 난이도

리뷰 플랫폼: PC (1.0.0)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