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삼하 교수가 말하는 'e스포츠와 입시'

인터뷰 | 서동용, 유희은 기자 | 댓글: 3개 |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20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 5순위가 프로게이머라고 한다. 축구 선수, 의사, 교사 등 장래희망계의 스테디셀러들과 비슷하게 프로게이머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10대들의 장래희망에서 프로게이머는 찾기 힘들었다. 일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닌, 재능과 특수한 환경, 그리고 약간의 행운이 있어야지 가질 수 있는 특수한 직업으로 인식됐다.

프로게이머를 선호 직업 5순위로 선택한 초등학생들이 성장해 노동 구성원으로 포함되는 순간, 프로게이머는 아주 선망받는 직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e스포츠 업계에 있어선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선호도와는 달리, 현실적인 문제는 항상 존재한다.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최삼하 교수는 간단히 핵심을 요약했다.




"대한민국 입시에 있어서, e스포츠를 하면 대학을 못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게임이나 e스포츠는 입시, 진학과 극단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윗세대의 교사들이나 부모님들에겐 e스포츠라는 이슈를 꺼내는 순간 난리가 난다."

그러나 막을 수 없다. 생에 처음으로 무언가가 되고 싶다라는 열망이 생긴 아이들의 의지를 막을 수 있는 부모님은 많지 않다. 그러면 선택하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학교를 그만 두는 것이다. 여지 없이 올인. 아이가 어느 정도의 재능을 가졌는지, 적성에 맞는지, 객관적으로 보기 쉽지도 않을 뿐더러,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빠르면 열 다섯, 열 여섯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프로게이머를 준비한다. 제도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다. 그런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프로게이머로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다른 직업을 가지기 쉬울까? 이런 케이스를 줄이거나,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e스포츠 스콜라스틱."

"e스포츠는 제도권 교육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e스포츠를 잘하면 장학생으로 대학을 갈 수 있어야 한다. 학교 안에서 e스포츠 교육을 하는 조직이 있어야하고, 선생이 있어야하며, 연구자들이 있어야 한다. e스포츠는 최고의 과외 활동이다. 비단 선수가 되기 위해 게임 연습을 하는게 아니라, e스포츠 직군 체험 등의 교육 활동이 필요하다. 입시와 e스포츠는 가까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프로의 최상위 빼고는 체계가 없다. 아마추어, 세미프로, 프로의 단계가 매우 모호하다. 북미와 영국은 e스포츠 스콜라스틱의 선두주자다. 미국은 e스포츠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는 대학이 300개가 넘었다. 고등학교 e스포츠 리그 중 가장 큰 곳의 가입자는 14만명이고 가입 팀만 3,400개다."




"3월 경에, e스포츠 스콜라스틱 국제 컨퍼런스를 했는데, 미국에 있는 교수들이, 미국의 대학 스포츠 중에 가장 큰 풋볼을 e스포츠가 넘어 설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하더라. 전미 대학에서 매우 빠르게 교육과정, 학과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들의 97%는 e스포츠를 하거나 본다. e스포츠의 파도를 막는건 불가능하다. 차라리 건강한 파도가 치도록 만드는 것이 맞다. e스포츠를 그냥 놔두면 음지화가 될 수 있으므로, 학교로 끄집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교육을 충분히 받지 않은 학생들에게 그들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 의사소통, 문제 해결 능력, 기본 수학, 외국어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어떻게 가르치냐, 어떤걸 가르치냐를 정의해야 한다."

"처음 말했던 것 처럼, 가장 많이 부딪히는게 입시다. 한국의 제도권 교육과 시스템이다. 이런걸 초월하는 선례가 있다. 미국의 오렌지 카운티, 얼바인 대학들의 e스포츠 프로그램이다. 대학 공식 운동 종목으로 채택하고, 전액 장학금을 지원한다."

미국의 대학들이 아마추어 e스포츠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의 장을 마련해준다는 뉴스는 이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해리스버그 대학의 에릭 다르 총장은 "e스포츠는 우리 캠퍼스에서 가장 큰 클럽이다. 대학 스포츠 팀을 창설하고 전액 스포츠 장학금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은 논리적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고, e스포츠 장학 프로그램의 설립자이자 로버트 모리스 대학의 e스포츠 팀 디렉터 커트 멜쳐는 "앞으로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거의 모든 학교가 e스포츠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갖추게 될 것, 선수 뿐만이 아니라, 비지니스, 개발, 프로그래밍, 공연 예술, 스포츠 매니지먼트, 마케팅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급성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말을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선수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키워내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냥이라는 단어로 발굴되고 유지된다. 태국의 콘텐츠 제작사 칸타나 그룹에서 자기 그룹의 대학에 e스포츠 학과를 만들고 싶은데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하더라. 연이 닿아 나와 얘기하게 됐는데, 내가 얘기해 줄 게 없더라. 그들은 종주국이니만큼 대단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너무 부끄러웠다. 그게 우리나라 e스포츠의 현실이다. e스포츠 교육에 힘써야 할 시기다. 선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청소년들을 아우를 수 있는 교육 형태가 만들어져야 한다."

"e스포츠 전문 마이스터학교가 필요하다. 중, 고등학교가 통합된 형태로. 선수도 키워내고, 선수가 되지 못했을 때, 다른 직군으로 전환하기 위한 최소한의 교육도 하는 학교가. 일반 학교에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을 해낼 수 있는 특수한 학교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지금은 좋은 래퍼런스를 쌓는게 목표다. 우리나라에서 e스포츠를 담당하는 단체가 한국e스포츠협회밖에 없다. 문체부 뿐만이 아니라 교육부가 인정해야 우리는 e스포츠와 입시 사이의 벽을 깨뜨리고 섞일 수 있다."




"케이팝이 전세계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15년 전을 생각하면 지금의 e스포츠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우리 나라의 연예 기획사들이 기업적인 마인드, 아주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스타들을 키우려 했다. 전 세계가 웃었다. '아티스트를 어떻게 키워내냐. 타고 나는 것이다'라는 식이었다. 지금은 그게 아니게 됐다. BTS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세계적인 선수는 만들어질수도 것이다. 학부모들은 프로게이머들이 얼마나 높은 연봉을 받는지 모른다. 축구, 야구 선수와 마찬가지로 e스포츠 선수도 성공했을 때 많은 것들이 보장된다."

"시기가 좀 늦긴 했지만, 지금부터 해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쉽지 않은 길인 건 안다. 그럼에도 진짜 값어치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 하니까. 제도권 교육 내에서 e스포츠 교육을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래픽 : 남기백(Juneau@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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