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Xbox 게임 패스, 참 좋다

칼럼 | 김수진 기자 | 댓글: 11개 |



Xbox 게임 패스를 구독하기 시작한 건 다들 그렇겠지만 그냥 평범한 이유였습니다. 우선 모두가 그래픽 카드를 업그레이드하던 사이버펑크 2077 타이밍을 놓쳐 가격이 치솟을 대로 치솟은 그래픽 카드를 구매할 엄두를 못 냈고, 어쩌다 보니 XSS가 생겼기 때문이죠.

사실 게임 패스를 구독할 때만 해도 머지않은 미래에 그래픽 카드를 교체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래픽 카드만 갈아 끼우면 되도록 다른 컴퓨터 부품은 싹 구매를 마친 상태였고요. 조만간 높아진 컴퓨터 사양으로 게임을 하기 전까지만 이 하얗고 귀여운 XSS로 만족해야지 싶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PC와 콘솔을 동시에 지원하는 게임 패스로 눈이 가더군요. 그 길로 게임 패스를 결제했고, 10달째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래픽 카드는 아직 업그레이드하지 못했고요.

여튼, 현재 콘솔과 PC 양쪽에서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하며 게임 패스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제공되는 얼티밋은 월 11,900원의 가격에 구독할 수 있습니다. 저렴하다고 만은 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또 그렇다고 부담스럽지도 않은 가격이죠.

패키지 게임들이 대부분 5~8만 원 사이인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고요. 스팀 세일 때 이렇게 저렴할 수가 라며 이리저리 담아서 결제하다 보면 마찬가지로 5~8만원 정도는 우습게 날아가는 걸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당장 지금 구독하고 있는 OTT들, 유튜브 프리미엄 등의 가격도 거의 비슷한 편이죠.

그렇게 철저히 한 명의 평범한 게이머의 입장에서 이 게임 패스라는 게 정말 쓰면 쓸수록, 아니지 플레이가 맞는 말이겠네요. 플레이하면 플레이할수록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단순히 이런저런 게임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어서가 아닙니다. 게임을 편안하게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어서, 그래서 좋았습니다.




먼저, 게임 구매에 대한 압박이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실제로 게임을 잠깐이라도 플레이하고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운 좋게 데모 버전을 풀어 준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심지어 게임의 규모가 커질수록 데모라는 실낱같은 희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편입니다. 그렇게 맛보기조차 못해본 게이머는 이 게임이 과연 나와 맞을 것인가, 나는 혹시 트레일러 사기를 당하는 건 아닌가 등의 생각을 하며 조마조마하게 몇만 원의 결제 버튼을 누릅니다.

네, 그렇게 구매 후 플레이 타임 2시간, 3시간에 머무르는 게임들이 제 라이브러리에 참 많습니다. 세일 때 충동구매한 게임들도 대다수가 그런 상태죠. 그중에는 기대작이라서, 남들이 다 재밌다고 해서, 여기저기서 상을 휩쓸어서, 유명해서 등등 충분히 검증되었다 생각해서 산 게임들도 꽤나 있습니다. 왜 하필 그런 게임들은 나랑 안 맞는 건지, 억지로 좀 더 플레이해봐도 결과는 항상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라이브러리에 남아있는 게임들은 또 쉽게 눈에서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최근 엘든링이 딱 그렇습니다. 남들 다 재밌다는데, 도저히 재미가 안 느껴지더군요. 그래도 구매했으니까, 당장 스팀 창을 켜면 보이니까, 심지어 XSS를 켜도 보이니까, 재미가 없는데도 조금씩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안 그러면 씁쓸해요.

사실 그렇다고 게임이 엄청 부담스럽거나 비싼 취미활동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당장 요즘은 밖에 나가서 영화 한 편을 보려 해도 그 가격이 14,000원 정도니까요. 다만 몇만 원씩, 단지 몇천 원이라도 들여서 게임을 구매해놓고 전체의 1/10도 다 못해보는 건 당연히 아깝고 아쉬운 겁니다. 그렇다고 또 기대작이 나왔는데, 유명한 게임이 세일하는데, 트레일러를 보니 재밌어 보이는데 안 사기에는 이건 또 이거대로 아쉽죠.

하지만 게임 패스는 당연히 구독형 서비스기 때문에 그런 '구매 여부'에서 오는 압박이 없습니다. 압박이라고 하면 좀 강해 보이니까 아쉬움이라고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30분 정도 해보다가, 혹은 조금만 더 해보면 재밌을까 싶은 생각에 두 시간 정도 더 해보고도 재미가 없으면 훌훌 털어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털어내 버려도 아쉬울 건 전혀 없습니다. '일단 해봤는데 안 맞네, 다른 거 하러 가야지'가 되니까요.

몇만 원씩 주고 구매한 게임이라면 아까워서라도 미련이 남겠지만, 구독 서비스는 그런 금액적 아쉬움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이제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스튜디오라면 AAA급 게임들도 출시와 동시에 게임 패스에 적용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한정이지만 최신 게임, 최신 기대작을 구독 서비스만으로 바로 플레이할 수 있는 거죠. 출시 당시 책정되는 꽤나 높은 금액에 구매 여부를 구애받을 필요가 아예 없습니다.




다음으로, 게임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게임 패스는 그냥 평범하게, 퇴근하고 와서 운동하고, 씻고, 저녁 먹고, 자러 가기 전 한 두 시간 씩 잠깐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아주 유용한 구독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한 번에 이어서 열 시간씩, 혹은 그 이상 플레이할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거나, 그렇게 오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말이죠. 그렇다고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 맞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어쨌든, 라이트 게이머들에게 게임 패스는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패키지 게임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통로입니다. 눈에 띄는 것, 해보고 싶은 것, 들어본 것, 혹은 들어본 듯한 것 등 어떤 게임이든 부담 없이 할 수 있죠. 우리가 OTT를 구독한다고 해서 그 안에 있는 모든 콘텐츠를 다 보는 게 아니듯, 게임 패스를 구독한다고 해서 몇백 개의 게임들을 모조리 다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냥 오늘은 마블 영웅이 되고 싶으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하고, 내일은 DC 영웅이 되고 싶으니 배트맨 아캄 나이트를 하는 거죠.

그리고 이러한 편리함에 한몫하는 게 바로 Xbox 클라우드 게이밍입니다. 아예 게임을 설치할 필요도 없이 일단 '찍어 먹어'볼 수 있거든요. 보고 싶은 드라마나 영화 고르듯, 그냥 수백개의 게임을 휘휘 둘러보고 일단 플레이부터 해보는 겁니다.

몇 십 기가짜리 게임을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 그리고 용량 때문에 재미없으면 또 삭제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클라우드 서비스는 싹 지워냈습니다. 이 게임 저 게임을 아무런 제한 없이, 특히 설치하는 시간과 기기의 용량에 구애받지 않고 아주 가볍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거죠.

반드시 콘솔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데스크톱과 컨트롤러만 있으면, 아니 핸드폰으로도 그 수많은 콘솔 게임들을 해볼 수 있죠. 이건 생각보다 큰 이점입니다. 당장 주위에 그래도 게임 좀 열심히 한다는 친구들조차 닌텐도 스위치를 제외하면 거치형 콘솔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국내 콘솔 시장이 1조 원을 넘어서는 시대가 왔지만, 아직 대부분의 평범한 게이머들은 데스크톱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이밍을 통하면 콘솔 없이도 콘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11월, 게임스팟과의 인터뷰에서 필 스펜서는 한국의 경우 PC나 콘솔에서 게임 패스를 플레이하는 사람보다 현 클라우드 게이밍의 전신인 엑스클라우드로 플레이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게임 패스가 무조건 다 좋다는 건 아닙니다. 분명 아쉬운 점도 존재합니다. 일단 한국어 지원 여부를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아주 큰 문제가 있죠. 심지어 게임 소개는 한국어로 해놓고, 정작 들어가면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지원 언어를 추가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그리고 생각보다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이 많은 편인 것도 꽤 아쉬운 점입니다. 트로피코6 처럼 다른 플랫폼에서는 이미 한국어를 지원하는데 게임 패스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어쨌든 게임 패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높은 접근성입니다.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작도 바로 할 수 있으며, 그 모든 걸 클라우드 게임으로 설치 없이,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죠. 아마 게임 패스의 높은 접근성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계획 중이라고 알려진 가족 요금제가 나오면 한층 더 강화될 것입니다.

여기에 다양한 OTT 및 쇼핑서비스 덕에 사람들에게 구독형 서비스는 이제 더는 낯설거나 부담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구독형 서비스를 사용해봤고, 사용하고 있죠. 게임이라고 다를 건 없습니다.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다른 게 아닙니다. 여러 가지 게임을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그렇다고 이런저런 게임을 모두 구매하기는 또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콘솔은 없지만 콘솔 게임을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게임 패스는 꽤 괜찮은 선택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더 이상 할 게 없으면, 그때는 구독을 취소하기만 하면 됩니다.



▲ 작고 귀여운 X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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