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던파 모바일의 모범적인 성공

칼럼 | 윤홍만 기자 | 댓글: 67개 |



지난 2018년 첫 공개 당시 '던파 모바일'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넥슨이 가진 인기 있는 IP를 트렌드인 모바일로 부활시키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넥슨 역시 이러한 우려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무려 4년에 걸쳐 '던파 모바일'은 변신을 거듭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추억의 게임에서 PC 원작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모바일 게임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누구도 '던파 모바일'이 이 같은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IP가 가진 파급력과 앞선 테스트에서 호평받은 점은 모두가 인정했지만, 지금까지 매출 최상위권에 오른 게임과는 여러모로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 24일 출시한 '던파 모바일'은 출시 후 약 1주일 만에 구글과 애플 양대마켓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했다.

기존의 모바일 게임 매출 최상위권에 위치한 게임들을 보면 자동전투는 기본에 BM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으로 대표되는 P2W으로 점철된 구조였다. 극소수의 고래, 이른바 핵과금러라 불리는 게이머들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강해지기 위해선 과금이 필수다.

그러나 '던파 모바일'은 달랐다. 모바일에선 성공하기 힘들다던 수동전투 위주에 BM 또한 여러모로 합리적으로 설계됐다. 확률형 아이템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강해지기 위해선 무작정 수백에서 수천만 원을 들여야 하는, 그럼에도 운에 의존해야 했던 다른 모바일 게임과 비교하면 과금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무난하게 몇만 원만 과금해도 게임을 즐기는데 전혀 문제 될 게 없고 레어 아바타를 노린다고 해도 수십만 원에 그친다. 과금력 = 전투력 = 랭킹이던 기존의 모바일 게임과는 여러모로 다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건 BM만이 아니다. 수동전투 역시 마찬가지다. 원작 PC 게임을 모바일로 구현한 사례 가운데 원작의 감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혹평 받은 게임은 한둘이 아니다. 개중에는 이른바 '손맛'이라고 불리는 조작에 대한 감성을 살라지 못한 게임도 더러 있었다. 원작 IP의 파워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정작 가장 중요한 원작의 어떠한 점이 그러한 감성을 불러일으켰는지 간과한 결과다. 그런 점에서 볼때 '던파 모바일'은 유저들이 원하는 원작의 감성이 뭔지 정확히 파악한 모습이다. 원작 특유의 손맛, 콤보 플레이를 고스란히 구현했다.




물론, 수동전투라고 해서 무조건 먹힌다는 건 아니다. 실제로 모바일 게임에서의 수동전투라고 하면 원하는 유저도 많지만, 피로를 호소하는 유저는 적지 않다. 모바일이란 플랫폼의 태생적 한계랄 수도 있는 이런 단점을 '던파 모바일'은 PC 버전과 피로도 시스템을 통해 해결했다.

그 결과가 바로 양대마켓 매출 순위 1위다. 이러한 '던파 모바일'의 성과는 여러모로 예의주시할만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기록한 게임들을 보면 당연한 것처럼 자동전투와 P2W 기반의 확률형 아이템으로 점철된 모습이었다. 간혹 수동전투를 내건 게임이 나오거나 합리적인, 시쳇말로 BM이 혜자로운 게임이 나와서 매출 1위를 기록한 사례가 없던 건 아니었으나 이마저도 완벽하진 않았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결과들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모바일 게임 매출 1위에 오르기 위해선 자동전투에 P2W 기반의 BM을 넣어야 한다는 공식이 생겨났다.

그랬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던파 모바일'의 성공은 여러모로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명문대 합격의 비결이 뭐냐는 물음에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했을 뿐이라는 모범적인 대답을 떠올리게 한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당연한 사실을 결과로 증명한 모습이다.

'던파 모바일'은 끝이 아닌 시작을 알리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넥슨은 수많은 신작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 안에는 모바일 게임도 적지 않다. 자동전투에 P2W 기반의 BM이 아니더라도 매출 1위를 달성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게임들이 매출이 아닌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에 집중하길 바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매출은 따라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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