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때, 마작은 재밌게 즐겼나?

칼럼 | 강승진 기자 | 댓글: 17개 |
와, 마작이 인기 있는 날이 올 줄이야. 그동안 주변에 마작의 재미를 어떻게든 설명하고자 했지만, 자칭 일반인들에게 마작은 뭔가 다가가기 어려운 보드 게임이었다. 점수내기의 복잡함이나 수많은 용어도 그렇고. 일단 내 또래에겐 홍콩 누아르 영화에서 돈다발에 불을 붙여 담배를 피워대는 형님들이 둘 때 말고는 마작 패를 구경하기조차 어려웠으니 말이다.




이렇게 남들에게 좀 더 일찍 마작을 권할 수 있었던 건 어릴 적 게임샵 아저씨의 영업이 컸다. 당시만 해도 게임 카트리지를 가져가면 몇천 원에 다른 게임으로 바꿔주고는 했는데 아저씨는 내가 가져간 슈퍼 동키콩을 너도 다 컸으니 해보라며 여성 캐릭터가 그려진 카트리지로 바꾸길 권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슈퍼 패미컴에 바꿔 온 카트리지를 꽂았다. 오프닝에 캐릭터들이 해변에서 뛰노는 장면과 그 여자 주인공들과 이상한 문자 그려진 패를 여러 번 주고받아 진행하는 게임은 대충 이게 어떤 상황인지, 혈기 왕성한 청소년이라면 바로 알 법한 전개였다.

그렇게 탈의 마작의 시초로 불리는 슈퍼리얼마작에 손을 댔다. 다만, 마작이란 게 대체 어떻게 점수를 내는지 그냥은 알기 어렵고 리치마작 특유의 리치 시스템 탓에 한 번에 모든 걸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걸 먼 훗날 인터넷을 통해 배우기까지 몇 날 며칠을 붙잡고 다 틀린 점수 족보를 혼자서 만들어가며 배웠으니. 순진했던 건지 아니면 일찍부터 머리가 굵어져 음흉했던 건지. 다 커서야 알게 됐는데 슈퍼 패미컴 버전은 가정용이라 게임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탈의는 없었다고 한다.



▲ 온가족의 스위치로도 출시되며 쬐~끔은 건전해진 슈퍼리얼마작

대체 게임샵 아저씨는 이런 게임을 왜 가지고 있었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마작의 참 재미를 알게 된 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청소년의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마작 입문자들에게 그런 부차적인 이유는 없다. 입소문을 타고, 여러 스트리머들이 마작을 플레이했고 게임플레이와 함께 룰을 소개하고, 혹은 그저 게임 자체를 보여줬다. 순수하게 마작이라는 게임 자체가 가진 재미가 알려졌고 많은 이들이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직접 실천으로 옮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룰을 안 마작의 무서움은 어지간한 전략 보드 게임으로는 따라올 수 없는 재미와 몰입감을 준다는 데 있다. 그게 스트리머들도 수없이 바뀌는 트렌드에서 꽤 오래 마작을 잡는 이유일 테고.

분명 마작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플레이하기 전에도 들어봤음 직하다. 하지만 실제로 즐기는 것과 보는 것의 재미는 꽤 달랐을 거다. 타인의 이야기를 눈으로, 귀로 듣는 것과 그 전략이 내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건 엄연히 다른 사고가 이루어지니 말이다.

흔히 인터랙티브 무비는 스토리 빼면 게임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고들 한다. 누군가는 게임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고 하고 스트리밍이나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보면 굳이 해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한가지가 빠졌는데 바로 별것 아닌 것 같은 선택의 주도성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든, 혹은 그렇지 않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사람은 그 선택이 가져올 반향. 그리고 내가 이야기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상황에 몰입해 그 선택의 가치를 높게 책정한다. 단순히 채팅창에 어떤 선택지를 고르라고 타이핑하는 것과는 다른 상황에 놓이는 셈이다. 그래서 개발진도 플레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선택에 대한 고민을 게임 디자인에 어떻게 녹여낼지 생각한다.



▲ 선택을 기억할 거라면서 왜 안 해? 하지만 그 선택 자체가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만 가지는 권한이다

결국 눈에 보이는 이야기, 영상이 전부처럼 보이는 게임에도 다른 이의 영상으로는 절대 대체할 수 없는 플레이어의 역할과 영역이 존재하는 셈이다. 온라인에 있는 영상만 보면 된다고 생각한 인터랙티브 무비마저 이런데 플레이 요소가 많은 게임은 어떻겠는가.

이게 단순히 유튜브 에디션으로 게임을 전부 알았다느니, 회사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게임 전체를 스트리밍해 판매량에 영향이 갔다느니 하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아니, 이번에는 오히려 그런 타인의 플레이가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게끔 만들었으니 긍정적인 요소에 더 집중해 이야기하는 바다.

그리고 그 직접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을 때로는 행동으로 옮기도록 하자. 전문가 평점, 혹은 내가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재밌다고 하거나 재미없다고 단언한 게임을 직접 해보는 것. 그리고 주관적이고 수없이 많은 게임을 즐기는 그들과 지금 글을 읽은 이들이 느끼는 즐거움의 감정은 항상 같게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전문가들의 평가와 같은, 때론 다른 재미를 알아나가며 게임을 보는 시각도, 즐기는 방법도 늘게 된다. 그리고 그건 그저 보기만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즐거움을 전할 것이다.

게임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즐겁지만, 씹어야 맛 나는 고기처럼 게임은 플레이해야 진짜 재밌다. 그리고 또 아나. 마작같이 딱 맞는 재미를 주는 새로운 게임을 찾아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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