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NFT와 블록체인, 게임사와 유저의 온도 차이

칼럼 | 윤서호 기자 | 댓글: 18개 |



"NFT에 대해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2021년 하반기부터 줄곧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으레 나오는 말이었다. 블록체인, NFT가 2018년부터 각계를 강타하기 시작했고, 게임업계에도 이는 예외가 아니었다. 아울러 NFT를 도입한 게임들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소식이 작년부터 들려왔으니, 기업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미 NFT와 블록체인 관련 게임에 대한 소식은 아직 봄이 채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도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 유비소프트, 스퀘어에닉스 등 굵직한 게임사들도 한 번쯤은 논하고 지나갔으며, 미르4 글로벌 버전에 위믹스라는 플랫폼을 선보인 위메이드는 GDC에 관련 강연을 진행하고 다이아몬드 스폰서로서 현지에서 파트너를 구하고자 부스를 내기도 했다. 심지어 업계 전설도 흥미를 보이고 있다. '울티마' 시리즈의 개발자 리처드 개리엇이 그의 오랜 파트너 중 한 명인 토드 포터와 함께 NFT 기반 MMO를 제작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저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 게임에 NFT, 블록체인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각 커뮤니티에서는 금기에 가까울 정도로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심지어 돈에 영혼을 파는 것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를 두고서 NFT와 블록체인 게임을 옹호하는 입장, 그리고 NFT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들은 "좋은 NFT 게임이 없어서"라고 이야기하는 일이 많다. NFT, 블록체인 기술이 초창기인 만큼 아직 그 퀄리티가 유저들의 눈에 차지 않는 건 당연하고 더 기술이 발전하면 자연히 NFT 게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2022년 봄에 심심치 않게 들어볼 수 있었다.



▲ 국내외 여러 게임사에서 NFT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NFT 기술 도입이 개발자들의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또다른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리처드 개리엇은 NFT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가 NFT와 블록체인이 자신이 개발한 게임 내 아이템의 가치를 보존하고, 유저와 유저 그리고 유저-개발자 사이에 투명한 거래가 일어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울티마 온라인을 개발하고 서비스했을 때 유저들이 아이템 거래를 하다가 템 사기를 당했던 사례나, 전혀 상관 없는 제 3자가 중개해서 수수료로 이득을 보는 상황에 개발팀이 의욕이 꺾인 사례를 언급했다.

일부 업계인들은 궁극적으로 NFT와 블록체인을 도입한 게임이, 게임이 즐기는 것을 넘어서 즐기면서 돈을 버는 또다른 차원의 엔터테인먼트가 되리라는 비전을 공유하고자 하고 있다. 이를 한 회사의 게임 차원을 넘어서 플랫폼으로 도약하고자 움직이고 있으며, 위메이드와 카카오게임즈의 사례처럼 파트너십과 협약으로 경제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 등과 연계해 현실의 경제와 연결되면서, 진정한 메타버스를 이룩할 수 있다는 비전도 제시되고 있다.

그런 장미빛 전망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지도 모른다. 인류의 역사는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가면서 발전해왔으니까. 그렇지만 이런 비전들이 유저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신뢰'의 문제가 크다. 믿을 수 있냐 없냐, 그리고 믿어야 하냐 말아야 하냐 이 차원이 복합적으로 섞인 문제다.

NFT는 그것이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것임을 증명해주는 수단이지만, 그걸 '누가' 발행하느냐의 문제가 최근 들어 발생하고 있다. 특히나 게임계에서는 이번에 국내에 알려진 것만 두 건이나 된다. 소울워커 아카데미아 개발사가 서비스를 종료한 뒤에 무단으로 소울워커 리소스를 활용, NFT 게임을 만든 것이나 전 라스트 오리진 해외 퍼블리셔 직원이 퇴사할 때 일러스트를 무단으로 갖고 나와서 NFT를 발행해버린 일이 벌어지지 않았나.

그외에도 방송 플랫폼에서 스트리머, BJ들이 NFT와 코인에 연루되어 물의를 빚기도 하는 등 여러 곳에서 불미스러운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원작자가 발행하지도 않은 NFT가 시장에 나오는 일이 벌어지고, 믿고 보던 스트리머들이나 BJ들이 NFT와 블록체인과 관련해서 안 좋은 말이 전해지고 있는데 유저들이 기술적 가능성과 비전만을 보고 NFT 게임과 개발사를 곧이곧대로 믿기란 어렵지 않을까. 그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취해지거나,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이야기도 아직 들려오고 있지 않으니 더더욱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치보존을 증명하던 NFT 게임들이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업데이트를 종료하면서 그 후처리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비소프트는 NFT를 적용한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 포인트의 게임 업데이트를 종료했고, 2019년 출시한 NFT 게임 F1 델타 타임은 지난 3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F1 델타 타임의 서비스 종료 후 F1과의 라이센스 계약도 종료되면서, 개발사의 호언장담과 달리 유저들이 보유한 NFT의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라이센스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NFT와 블록체인 = 가치보존, 가치불변이라는 믿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 원작자의 승인 없이 NFT가 무단으로 발행되는 사례도 있고



▲ 서비스 종료 후, 당초 발표와 달리 가치 보존이 안 되는 사례 등도 있었다

NFT와 블록체인은 개발자들의 말마따나 아직은 초창기이고, 첫 발을 내딛고 있기에 그 가능성이 미지수다. 그 말이 곧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말만은 아니다. 차트가 양봉만 있는 게 아니라 음봉도 있지 않던가. 미지수라는 건 장미빛 미래가 기다리는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NFT와 블록체인이 가져온 변화는 유저에게 긍정적인 경험만 제공한 게 아니었다. 암호화폐 채굴로 인한 그래픽카드 대란부터 무분별한 NFT 및 NFT 게임과 코인 발행 사태, '쌀먹' 합법화 논란까지. 그리고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초창기의 수준 이하의 게임이 NFT를 업고 붐업하는 과정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떠오를 법하지 않았나.

유저들 사이에 쌓인 부정적인 인식을 나몰라라하고 기업만 혼자서 새로운 길이라고, 돈도 벌고 재미도 있는 그런 길이라고만 열을 올린다면 과연 호응이 올까 회의감이 든다. '게임'의 핵심 가치는 재미이고, NFT와 블록체인 게임도 기술이 발전하고 노하우가 쌓이면 결국에는 그 재미를 줄 수 있을 테니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게임'은 룰이 필요하고, 그 룰이 지켜진다는 보장이 필요하다. 파행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안심하라고, 안전하다고만 이야기한들 이해시키기 어려운 것 아닐까. 더군다나 이전부터 쌓인 게임사에 대한 불만이나 라이브 서비스하는 게임의 운영에 대한 불만까지 겹겹이 쌓였는데, 여기에 금전 문제까지 겹치니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투자하고 관심을 가져달라는 요구를 먼저 하고 있는 것일테니, 이 이야기는 아마 닭과 달걀의 이야기처럼 돌고 도는 문제일 것이다. 그렇게 제자리를 돌고 도는 이유는 결국 신뢰가 결여되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부정적인 사례나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불안과 불만은 덮어버리고 긍정적인 미래만 이야기하는 업계에, 유저들이 쉽사리 발을 들이밀기 어렵다. 더군다나 기존에 그런 요소 없이도 잘 즐기고 있던 상황에서 그 파이까지 야금야금 잠식당한다는 인식이 있으니, 더더욱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NFT와 블록체인 게임은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만큼 이것이 앞으로의 트렌드가 될지, 혹은 일시적인 붐으로 끝날지는 아직 확신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더 크게 퍼져나가려면 업계 혼자만의 부스팅만으로는 어려울 것은 분명하다. 결국 더 많은 소비자가 참여해야 시장은 빛을 발하는 법 아니던가. 그들을 판으로 끌어들이고 싶다면, 희망찬 문구와 양봉 차트와 전망만으로 이 극명한 온도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부터 받아들이고 거리를 좁혀가기 위해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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