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슈퍼로봇대전 때문에 DLC가 기대될 줄이야

칼럼 | 강승진 기자 | 댓글: 14개 |
지금에야 플레이어들의 비판 방향이 랜덤 박스로, 또 마땅한 비전 없이 따라가는 기술 위주로 옮겨간 모양새지만, 먼 옛날에는 DLC가 그 비판을 홀로 받았다.

풀프라이스 개념의 비용을 온전히 지불했음에도 추가적인 콘텐츠 이용에 돈을 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전작에 등장한 캐릭터가 빠진 격투 게임, 혹은 핵심 엔딩이 빠진 채 출시된 RPG 등 그 추가 콘텐츠가 기본으로 포함되어야 할 요소들을 DLC로 쪼개서 판다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업데이트와 추가적인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DLC는 게임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역할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 공개된 ‘슈퍼로봇대전30’의 DLC는 시리즈가 그동안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었던 단점을 꽤 긍정적으로 풀어낼 가능성을 열었다.



▲ DLC 비판의 대표 밈인 모나리자. 본편에 주는 게 거의 없다(@toythatkills)

13일 공개된 ‘슈퍼로봇대전30’의 DLC는 전작인 슈퍼로봇대전T에서 처음 도입된 확장팩 개념이다. 무료 미션과 기체 및 파일럿 추가, 그리고 유료 콘텐츠에 포함되는 추가 기체 10종과 무장, 미션, 신규 난이도 등이 더해진다.

물론 새로운 확장팩 반응이 좋기만 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비판적인 목소리도 꽤 많이 흘러나왔고 그 비판 역시 수긍할 만하다는 분위기다. 호불호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전투 연출은 차치하더라도 시즌 패스에 확장팩이 포함되지 않아 플레이어는 별도로 35,000원 정도의 비용을 또 지불해야 한다. 신규 난이도인 초 숙련자+ 모드나 추가 미션이 줄 스토리 요소에 대한 부분도 상세한 내용은 20일 출시 후에서야 확인할 수 있다.

시리즈 첫 참전인 겟타 데볼루션이나 메인 시리즈에 처음 등장한 신카리온. 팬이 많은 다이젠가 등의 추가가 있긴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인 아쉬운 발표였다.

그럼에도 이번 확장팩이 주는 가능성은 아쉬움과는 별개로 다뤄볼 만하다. 단순히 이번 확장팩이 아니라 앞으로의 슈퍼로봇대전에 있어서 말이다.




F 시리즈까지 함께해 온 윙키소프트와 결별을 선언한 반프레스토는 개발 스튜디오인 반프레소프트를 통해 슈퍼로봇대전 알파를 선보이며 전성기로 불릴 큰 흥행을 맛봤다. 이후 게임보이 어드밴스부터 닌텐도 DS, 3DS로 이어지는 휴대용 게임기기는 주식회사 에이아이에 하청을 맡겼다. 여기에 토세가 외전격 작품을 맡았고 알파 시리즈와 OG, Z 시리즈를 반프레소프트가 동시에 개발해나갔다.

덕분에 꽤 촘촘한 간격으로 다양한 시리즈가 출시됐음에도 몇몇 특이작을 빼면 연출이나 각각의 이야기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했다. 다만, 안팎으로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 대한 위기론이 떠오르며 이런 분위기도 바뀌기 시작했다.

3D에 대한 반감이 큰 시리즈 팬덤과 연출력 부족으로 2D 기반의 작품이 줄곧 이어졌지만, 고해상도에 따른 2D 작업의 난이도는 높아졌고 메카닉 게임의 수가 줄며 로봇 연출 능력을 갖춘 개발자는 점점 부족해졌다. 일본 내수용 게임 이미지가 강한 시리즈의 판매량도 슈퍼로봇대전 알파 시기를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반다이의 벡과 합쳐 B.B. 스튜디오로 재탄생한 반프레소프트는 다플랫폼 독점작 대신 멀티플랫폼 위주로 노선을 옮겼다. 수익성이 날 수 있는 하나의 타이틀에 집중했고 그것도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참전작을 꾸렸다. 덕분에 해외 유저까지 끌어들이며 판매량은 회복되어갔고 글로벌 판권 3부작으로 불리는 슈퍼로봇대전 V, X, T는 1년에 한 작품 출시가 이루어졌다.

토세 정도가 슈퍼로봇대전 X에 참여하긴 했지만, B.B. 스튜디오 혼자서 1년 간격으로 출시하는 게임의 퀄리티는 기존 시리즈 팬들의 눈높이를 채우기 어려웠다. 능력 있는 로봇 연출가의 수가 줄며 한 작품 안에서도 연출 수준은 들쑥날쑥했고 새로운 무언가 없이 비슷한 작품이 이어졌다. 흥행과 만듦새가 따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도 이시기 슈퍼로봇대전의 모습이었다.

슈퍼로봇대전30은 3년간 세 작품이 나왔던 슈퍼로봇대전치고는 오랜만에 2년의 텀을 두고 선보였다. 30주년에 맞추겠다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시나리오 분량은 시리즈 최다로 꼽히는 임팩트 이상이었고 새롭게 추가된 미션 선택 요소는 기존의 단방향 진행과는 다른 재미를 줬다.

결국 슈퍼로봇대전30은 가혹한 일정이 아니라면 새로운 무언가. 재활용을 더 줄인 전투 연출을 선보일 여지가 B.B. 스튜디오에 아직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DLC는 매년 출시에 적응한 시리즈 팬. 그리고 딱히 대체할 게임이 없는 애니메이션 로봇의 크로스오버라는 작품의 생명을 연장시킬 가능성을 가진 셈이다.




물론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 DLC가 처음 도입된 건 아니다. 2013년 3DS로 출시된 UX에 일찌감치 DLC가 도입됐고 최근 출시된 글로벌 판권 3부작에도 다양한 DLC를 판매했다. 다만, 추가 시나리오가 포함된 맵과 강화 파츠, 자금 등을 주는 방식의 DLC가 주를 이뤘고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로봇의 추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1년 간격으로 출시되는 빡빡한 일정에 로봇의 DLC를 판매하는 데는 추가적인 인력 분배보다는 이미 포함된 로봇을 DLC로 파는 일명 '쪼개팔기'가 아니고서야 어려웠을 거다. 그리고 슈퍼로봇대전 DLC가 보여준 가능성도 여기에 있다.

슈퍼로봇대전의 참전작 결정은 개발진의 의중도 중요하지만, 판권과 관련 완구 생산이 얽혀 꽤 복잡하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미리 결정된 참전작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섞어내는 작업에 미리 상정해두지 않은 로봇의 이야기를 새로 더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미션 선택에 자율성을 더하며 추가적인 로봇 연출 제작에 여유가 생기고 굳이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기존의 게스트 참전 형태로의 새 로봇 참전이 가능해졌다.

디자인 만족도를 떠나 장갑기병 보톰즈, 초수기신 단쿠가처럼 게임만을 위한 무장과 기체의 참전은 이미 오래전 완결된 원작이라는 한계가 게임 전개에 걸림돌이 아님을 보여주기도 했다.







즉, 전체적인 시리즈 개발 일정에는 여유가 생겨 보다 만듦새 높은 작품을 만들 여지가 생겼고, 대체제 없는 게임의 수명은 늘려 플레이어가 가지고 놀 요소는 더해진다. 시나리오 추가와 함께 이루어지는 추가 로봇의 경우 새 시나리오에 맞춰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칠 가능성도 남아있다.

슈퍼로봇대전30의 확장팩은 그 자체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앞으로 시리즈가 겪었던 단점과 아쉬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정체되어 있던 시리즈. 그리고 한때는 비판의 대상이기만 했던 DLC가 프랜차이즈에 새로운 확장 방식을 그렸다는 건 꽤 이색적이다. 그리고 이번 확장팩이 아직 보여주지 않은 부분이 기존의 우려와 달리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낼 수만 있다면 보다 체계화된, 또 더 나은 DLC로의 성장도 가능하다.

물론 이번 확장팩의 성공으로 회사가 본편보다 추가 콘텐츠에 더 집중한다면 지금의 희망과 기대는 그저 앞을 잘못 내다본 헛된 기대 정도로 기억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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