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콜라보, 예쁜 캐릭터 넣는 게 다가 아니다

칼럼 | 윤서호 기자 | 댓글: 24개 |



최근 게임계에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에 따라 콜라보에 대한 유저들의 여러 불평불만도 커뮤니티에 돌고 있기도 하다. 공동출연, 합작, 협력 등으로 풀이되는 이 단어는 그 뜻만큼이나 쓰임새도 다양하지만, 게임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활용되고 있다. 하나는 요식업계 등 게임과 크게 연관이 없어보이는 다른 업계와 협력해서 이벤트 상품을 파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 IP와 계약을 체결해 해당 캐릭터를 자사의 게임에 출연시키는 방식이다. 그 중 최근에 자주 언급되는 것은 후자쪽이다. 겉만 봐서는 솔직히 흠잡을 데 없이 캐릭터들을 뽑아냈지만, 정작 그 내실이 부실하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도 상품의 구성이나 이벤트의 기획, 혹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회사의 이슈에 따라 유저들에게 비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은 이왕 배달시키거나 외식하는 김에 한 번 골라볼까?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게 된다. 해당 콜라보로 얻는 것들은 게임 내에 부수적인 아이템이고, 게임 경험에 아주 큰 영향을 줄 만한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후자는 다르다. 유저가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만큼, 그러면서 게임 내에 녹아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작품에 속한 이들이 왜 그곳에 오게 됐나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부터 기존 캐릭터와 어떤 식으로 융화시켜야 할지, 다방면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왜 이 캐릭터가 이 게임에 들어왔을까? 하는 의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 나아가서 이런 콜라보를 할 거면, 차라리 그간 쌓인 게임 내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업데이트에 신경을 쓰라는 핀잔까지 듣기 마련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그간 많은 유저들이 게임의 스토리, 세계관, 설정 같은 것보다 캐릭터의 성능, 레벨 디자인, 밸런스, 시스템 같은 부문에 신경을 많이 써온 편이다. 흔히들 스킵이 국룰이라고 하지 않나. 연출이 멋지고 화려해도, 혹은 스토리가 정말 메마른 눈물샘의 저 끝까지 파고들어서 오랜만에 물방울을 고이게 만들었어도 일단 스킵 후 유튜브 에디션으로 확인하는 게 어느 덧 주된 플레이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국내 게임에서 콜라보가 진행될 때마다 항상 먼저 언급되는 건 콜라보 캐릭터들의 '성능'이었다. 일반적으로 콜라보 캐릭터들은 그 기간에 한해서 얻을 수 있다. 그런 만큼 그 짧은 시간 내로 이 캐릭터를 뽑았을 때 앞으로 편해질지, PVP나 PVE 등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써먹을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얼마나 캐릭터의 모습을 잘 뽑아냈나 등, 눈에 당장 보이는 부분이 먼저 평가를 받게 된다.

그렇게 1차적으로 평가가 끝난 뒤에는 콜라보 이벤트의 스토리나 진행 방식, 설정에 대한 평가가 주가 된다. 콜라보로 나온 캐릭터 성능이 아무리 OP라고 해도 몇 번의 밸런스 패치나 신규 캐릭터의 추가로 메타가 바뀌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게 되고, 캐릭터가 예쁘게 잘 나온 건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보일 수도 있고 안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사실 콜라보 캐릭터가 그렇게 장기집권하는 상황은 누구도 원치는 않는다. 마치 외래종이 국내 생태계를 파괴하는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게 길어지길 누가 바랄까. 그 캐릭터를 운 나쁘게 못 뽑은 유저들의 박탈감뿐만 아니라, 그간 게임을 하면서 기존 캐릭터에 쌓인 애정이나 캐릭터를 쓰면서 흐뭇했던 기억까지도 외부 캐릭터의 개입으로 부정당하는 건 썩 기분좋은 경험이 아니다. 다른 게임에서 온 캐릭터가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그런 실수가 예전에는 콜라보 초기 몇 번 있긴 했지만, 그 심각성은 빠르게 인지해서인지 어떤 식으로든 개발사에서 처리하곤 했다. 그 과정이 매끄럽건, 매끄럽지 않건 말이다.

그런 만큼 그 뒤에 콜라보를 평가하는 기준은 캐릭터가 이 게임에 녹아들어가는 과정을 그려낸 스토리나 해당 기간 어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나 하는 이벤트 진행 방식으로 가게 된다. 애석하게도 최근에 진행한 국내 서브컬쳐 게임들의 콜라보는 그렇지 못했다. 차라리 스토리 요소를 빼버리고, 캐릭터 뽑기나 출석 체크로 캐릭터를 주는 식으로 끝나버렸던 몇몇 콜라보가 떠오를 정도였다. 스토리도 맞춰서 작성하고 이것저것 오랜 시간 준비하고 광고도 여러 가지로 하면서 대대적으로 예고했는데, 그렇게 어정쩡하게 끝나버렸으니 말이다.



▲ 프로모션이나 캐릭터만 보면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 겉도는 스토리와 짧은 볼륨 등 내실이 문제였지

어느 작품의 팬이라면 그 작품의 캐릭터가 다른 작품의 캐릭터와 서로 만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을 하기 마련이다. 콜라보는 그런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이벤트다. 자연히 다른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으로 흘러가는 스토리 역시도 알게 모르게 콜라보를 평가할 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콜라보로 참전하게 된 캐릭터의 팬들에게는 과연 이 캐릭터가 이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다. 그냥 시뮬레이션으로 설정해두면서 얼렁뚱땅 짧게 지나가버린 점이나, 카오스게이트에 휩쓸려서 잠깐 와서는 몇 번 투닥거리고는 아 빨리 가자 그 전에 밥이나 먹죠 이런 식으로 소모될 IP였나 싶었기 때문이다.

캐릭터 아트라도 못 뽑았으면 모를까, 캐릭터 아트는 또 멋지게 뽑아냈기 때문에 그런 아쉬운 점이 부분들이 더 눈에 띈다.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게임 내에 녹여내기 위해서 시도를 안 한 것도 아닌데, 다른 한쪽이 못미쳐서 결국엔 평가를 깎아먹었으니 말이다. 진행 방식 역시도 이전에 해왔던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이벤트 진행이 획기적이었다거나 흔히 말하는 파밍 효율이 엄청 높다거나 하지 않고 애매하니 유저에겐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콜라보는 한 게임사에서 일방적으로 준비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업체끼리 협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때로는 서로 합이 안 맞아서 원하는 대로 잘 안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된 부분은 계약과도 연결되어있으니, 업체 입장에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어 답답할 것이다.

더군다나 깜짝 콜라보로 유저들을 놀래키기에는, 요즘 유저들은 국내 게임에 로드맵을 요구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물론 이건 국내 게임업계와 유저 사이에 쌓인 불신이 폭발한 결과물인 만큼, 불신이 걷힐 때까지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는 콜라보를 넘어서 게임 운영 및 개발의 전반적인 분야와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지금 몇 문단으로 끄적일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기껏 정성스럽게 준비했는데도 평가가 좋지 않은, 그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그 정성을 어디에 쏟아부어야 할지 방향을 잘 잡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캐릭터를 예쁘게 뽑아내는 건 이미 인정을 받았으니, 콜라보 이벤트나 스테이지 그리고 스토리를 어떻게 기획해야 기존 게임과 잘 녹여내면서도 유저가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러한 것들이 강박관념이 되어서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금 콜라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의 대다수의 원인은, 몇 달 전부터 무언가 거창하게 이야기해서 유저들의 기대치를 높인 상태였는데 그에 미치지 못한 퀄리티로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게임 내 사용될 캐릭터를 업데이트한다는 측면에선 상당히 만족스러웠지만, 그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다른 부분을 미처 훑어 보지 못했다고 할까.

콜라보 이벤트는 말 그대로 이벤트다. 한정 캐릭터 업데이트가 아닌, 유저가 콜라보 캐릭터와 스토리를 보고 색다르게 즐겨보면서 파밍도 하는, 다시 말해서 조금 쉬어가는 시기다. 그러니 거창한 무언가를 선보인다거나 신캐를 업데이트한다는 관점보다는, 팬서비스라는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어떨까. 그나마 로비 화면이나 화려한 컷신 같은 특전 요소 등, 이러한 맥락을 아예 놓치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만일 스토리 검수에서 통과하지 못해서 급하게 낼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면, 이런 쪽에 좀 더 집중해서 유저들에게 팬서비스를 선보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하겠다. 다음 번에는 이번의 실수를 타산지석 삼아서 비슷한 노력으로 더 유저들에게 와닿는 콜라보를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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