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룰인가

칼럼 | 신연재 기자 | 댓글: 114개 |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갈리는 스포츠에서 '공정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당연히 경기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는 평등한 상황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하며, 모든 스포츠 대회에 방대한 양의 규정과 이를 바탕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심판이 존재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그룹 스테이지와 럼블 스테이지를 마치고 본격적인 4강에 돌입한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서녈(이하 MSI)'서 때아닌 논란이 발생했다. 럼블 스테이지 1위를 차지한 담원 기아가 4강 1경기가 아닌 2경기에 배정되었기 때문이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MSI는 지금까지 럼블 스테이지(이전까지는 그룹 스테이지) 1위 팀이 먼저 4강전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예외는 없었다. 실제로 2021 MSI 규정집에서도 이를 기본적인 룰로 설명하고 있다. 4강 일정이 중요한 이유는, MSI가 굉장히 빠듯한 일정 속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3일 간 4강과 결승이 연달아 진행되는 만큼, 먼저 경기를 치르면 결승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이 주어진다.



▲ 2021 MSI 규정집 발췌

하지만, 라이엇 게임즈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4강 일정은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담원 기아는 매드 라이온즈와 함께 한국 시간으로 22일 오후 10시에 진행되는 4강 2경기 대진에 이름을 올렸다. RNG-PSG 탈론의 경기가 앞경기로 배정됐다. 이로 인해 담원 기아는 만약 4강에서 승리한다면, 24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결승에 임해야 한다.

당연히 담원 기아에게는 굉장히 불합리한 상황이다. 지난 5번의 대회에서 유지되어 오던 1위 팀의 특권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으니 말이다. 이같은 결정은 현지 상황을 조율하는 라이엇 게임즈 센트럴 측에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센트럴의 결정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으로, 센트럴에 강력하게 항의 중이라고 전했다.

2021 MSI 규정집 7.1항을 보면, 라이엇 게임즈는 주최측의 재량으로 경기 일정을 수정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규정에 따라 주최측의 재량으로 일정을 변경했다면, 이제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 차례다. LoL e스포츠 관계자를 통해 알려진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내린 결정이라는 센트럴의 답변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팬들의 추측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특정 팀을 편애해 일정을 바꿨다는 항간의 소문은 대회를 주최하는 입장으로서 공정함을 추구해야 하는 라이엇 게임즈에게는 굉장히 치명적인 이슈다. 사실이 아니라면, 빠른 시일 내에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이미 피해를 보는 팀이 발생한 만큼,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아니라면 커다란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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