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컬쳐] LoL, 앞으로 갈 길을 오케스트라로 보여주다

칼럼 | 윤서호 기자 | 댓글: 9개 |


▲ 사진출처- 세종문화회관

리그 오브 레전드, 굳이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아도 이 한 단어만으로 많은 것이 설명되는 게임이다. PC방 점유율 등 여러 지표에서 보면 '국민 게임'이라고 불려도 될 정도다. 심지어 게임을 모르는 사람한테도 이름만, 혹은 약칭인 롤만 말해줘도 통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게임인지 확실하게는 모르더라도 "아 이게 거기서 나오는 거던가?"라는 흐릿한 인상은 있다. 혹은 '페이커' 이상혁 등 유명한 선수들은 매체를 통해서 기성세대들한테도 알려지기도 했다.

그래서 세종문화회관에서 직접 게임 음악 공연을 기획했을 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선택했을 것이다. 게이머뿐만 아니라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이었으니까.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음악에서도 활발하게 프로모션을 해온 게임이 아니었던가. 곡 퀄리티와 흥행, 모두가 보증된 셈이다. 그러니 지금은 많이 유저가 줄었지만 민속놀이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리그 오브 레전드 오케스트라가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원래는 작년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공연이 한 차례 연기됐었다. 그럼에도 공연 티켓은 금세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아왔다. 세종문화회관측은 이를 대비해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두 시간 전까지 대극장 입장이 전면 불가에, 체온측정 및 공연 출입 전 전자문진표 작성 등 여러 대책을 강구했다. 그리고 줄을 설 때 거리두기 유지 등 대책을 위해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중간중간에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이벤트는 최소화됐지만 굿즈샵 및 캐릭터 포스터, 포토존, 스킨 증정 이벤트 등 기본적인 구색은 갖춰져있었다. 특히 현장 이벤트는 공연 티켓을 구매하지 않았더라도 현장에 와서 사진을 찍고 인증만 하면 되기 때문에, 아쉽게 이번 공연을 놓친 유저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다소 아쉽긴 하지만, 공연이 다시 한 번 연기되지 않고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랄까.






▲ 이 현장감, 정말 오랜만이다

공연 프로그램을 눈으로만 훑어봤을 때는 다소 낯선 감은 있었다. 듣기 전까지는 "이런 곡들이 있었나?"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리그 오브 레전드가 10년 이상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인 만큼, 그간 발표된 음악도 많았다. 그 많은 곡을 다 일일이 기억하기는 어려웠고, 최근에 발표되거나 혹은 제일 기억에 남은 몇 개만 당장에 떠올랐다. 펜타킬 밴드나 이매진 드래곤의 '워리어', 2019 시즌 시네마틱 테마곡 '어웨이큰', 징크스 테마곡인 'Get Jinxed' 등.

그외에 캐릭터 테마곡이나 세계관 테마곡은 발표 당시엔 들어봤지만, 그게 뚜렷하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공연을 들으면서 점차적으로 기억을 일깨운 느낌이 들었다. 더군다나 각 테마곡에 맞춰서 무대 뒤편 스크린에 상영된 영상은 그 캐릭터 테마곡과 세계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한 수였다.

지금이야 리그 오브 레전드가 신규 캐릭터가 너무 많아지고 리메이크도 잦아져서 세계관 정립이 좀 엉클어졌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캐릭터 관계 및 세계관 정립, 스토리텔링을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했던 게임이었다. 그 시도는 이제 리그 오브 레전드 내에서 풀기보다는 IP를 활용한 다른 게임에서 마저 다 푸는 형식으로 변했다. 그렇게 변해온 과정을 공연과 영상을 통해서 온전히 훑고 지나갈 수 있었다.








▲ LoL의 음악/레전드 오브 룬테라 영상으로 세계관을 확장하고 정립하려는 그간의 과정을 보여줬다

그렇게 온전히 집중해나갈 수 있었던 이유라면, 게임 음악 공연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들이 크게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종종 게임 음악 공연을 듣다보면 마이크로 증폭된 음이 퉁퉁 튀는 느낌이 들고는 하는데, 이번 공연은 그런 이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1층에서 들었기 때문에 다른 층에서 어떻게 들렸는지는 확인해볼 필요가 있고, 다음 공연을 위해 그 피드백을 한 번 모아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최대한 여러 곡을 녹여내기 위해 메들리로 편곡했지만, 그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지 않은 것도 꽤나 인상깊었다. 특히 펜타킬 메들리는 펜타킬의 1집부터 2집까지의 주요 곡들을 오케스트라와 전자악기를 잘 녹여낸 좋은 케이스가 아닐까 싶었다. 메탈을 오케스트라와 밴드가 협연하는 일은 외국에선 꽤 흔하지만, 국내에선 드물기 때문에 어떤 완성도를 보일지 개인적으로 반신반의했던 파트였다. 그렇지만 그 조합을 꽤 훌륭히 녹여냈고, 2부 공연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게임 음악에서 오케스트라와 전자악기의 융합 공연을 앞으로도 기대할 법한 느낌이었다.

다만 '오케스트라'를 기대한 유저에게 2부 공연은 다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있었다. 보통 오케스트라하면 전통적으로 전자악기를 배제하고 관현악기의 합주를 기대하기 마련이니까. 사실 곡 배치를 보면 2부에는 전자악기 비중이 원래 높았던 터라 이를 다 오케스트라로만 표현하기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락, 메탈과 오케스트의 융합이라는 시도로 풀어나가고자 한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비중이 조금 높았고, 오케스트라만의 느낌을 완전히 전하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합이 중간중간 튀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더욱 아쉬웠다.









▲ 사진출처- 세종문화회관

그래도 현장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인터미션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런 테마곡도 다 준비했네"부터 "오길 잘했다", "다음 공연 안 할까?" 등. 아쉽다는 말도 있었고 "이런 곡도 있었나? 다른 곡으로 좀 해주지" 등. 다양한 반응이 오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은 굿즈샵으로 향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오케스트라는 단순히 하나의 공연으로 끝나지 않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현재 위상과 과거의 노력, 그리고 앞으로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e스포츠뿐만 아니라 IP를 구축하기 위해서 그간 발표해왔던 곡과 영상들, 굿즈를 한 자리에 모아두었고, 이를 향유하고자 하는 많은 유저들을 보면서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브랜드가 어떤 위상을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것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IP 빌드업을 위해서 설계해왔던 것들을 풀어내면서 앞으로 다른 게임으로 풀어낼 리그 오브 레전드 IP, 룬테라라는 세계의 이미지를 유저들에게 각인시켜가는 자리였다. 이미 빌지워터를 배경으로 한 턴제 RPG '몰락한 왕: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와 리그 오브 레전드 IP 기반의 MMORPG가 발표되지 않았던가. 롤을 하지만 세계관까지는 딱히 관심이 없어서 이를 잊고 있던 유저들도 "이런 게 있었구나"라고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그런 계기가 아닐까 싶다.

이런 거창한 의미풀이 없이도 리그 오브 레전드 오케스트라는 충분히 값어치를 했다. 게임을 문화로 즐긴다는 그 느낌을 피부로 바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움은 있었어도, 현장에 있는 그 순간에는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이번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지만, 코로나19가 끝난 다음엔 과연 어떤 공연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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