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게임 내 NFT, 법원 판단에만 맡기나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3개 |



법원이 게임 내 NFT를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23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는 스카이피플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를 상대로 낸 행정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게임위는 스카이피플이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 내 NFT가 사행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등급분류를 취소했다. 등급분류 취소는 서비스 중지 명령과 같은 조치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값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 업계는 물건-블록체인-NFT 관계를 부동산-등기부-등기권리증 관계와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이때 게임에서는 유저 아이템 기록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게임위는 게임 내 NFT를 사행행위 요소인 점수보관증으로 본다. 상품으로 받은 점수보관증을 현물로 교환하듯, 게임 내 NFT를 통해 현금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번 법원 판단이 게임 내 NFT를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법원은 가처분신청 인용 이유를 "처분으로 신청인 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거나 본안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스스로 NFT 이슈를 더 논의해보라는 뜻에 가깝다. 실제로 스카이피플과 게임위 재판을 지켜본 결과, 게임업계가 진지하게 논의할 거리가 많았다. 우선적으로 아이템 소유권 문제다. 현행 게임산업법에 의하면 유저에게 아이템 소유권은 없다. 모든 아이템은 유저가 게임사로부터 빌리는 개념이다. 사행행위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면서도 아이템 현거래는 대놓고 이루어진다. 게임위가 NFT를 막는 이유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아이템 현거래 양성화를 막겠다는 의지다.

게임위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게임위는 공공기관인 이상, 법에 근거해 행정을 처리할 수 밖에 없다. 합리적으로 우려할 사항이 있고 문제가 예상된다면,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다. 신기술이 가져올 순기능과 역기능을 정확히 구분할 수 없을 때, 기관은 점진적 예방 차원에서 신기술을 대할 수 있다. NFT를 사행행위의 경품보관증에 비교한 게임위 판단은 점진적 예방 면에서 일리가 있다.

다만, 게임위가 NFT에 대응한 준비엔 아쉬움이 남는다. 대표적으로 자동모험=채굴 논리다. 게임위는 법원에 일반 게임 내 자동모험과 NFT 게임의 자동모험 차이를 구분해 설명하지 않았다. 게임위는 이용자가 직접 플레이하지 않고 획득한 아이템이 사행행위의 우연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자동모험은 이미 '검은사막 모바일' 흑정령 모드, '리니지M' 무접속 플레이, '제2의 나라' AI 모드처럼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스카이피플 측은 게임 밖에서 이루어지는 NFT 전송 책임에 대해 선을 그었다. 스카이피플 주장처럼 NFT가 유저 아이템 기록을 위한 장치더라도, NFT 전송 과정에 현금 거래가 오간다면 아이템 현거래와 다를 바 없다. 현실적으로 유저 간 아이템 현거래를 막기는 힘들다. 그러나 "전자지갑 기능은 게임과 별개 서비스이며, 그나마 전송 기능만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고 선을 긋는 건 눈을 감는 행동으로 보인다. 아이템 현거래 양성화 문제는 대비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게임 내 NFT에 대해 개념 정립이 안 되어 있다. 게임위는 공공기관 특성상 신기술을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반면, 민간은 진보적으로 대하기 마련이다. 둘 사이를 범정부가 정책 방향을 잡아줘야 하지만, 소식이 없다. 게임위는 자체적으로 게임과 블록체인에 대해 연구 용역을 실시했지만, 3년간 2개에 불과하다.

어느새 재판까지 갔다. 걱정스러운 것은 재판부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는 게임산업 미래에 있어 NFT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리니지M'과 '피파 온라인'이 게임으로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확히 구분 짓지 못했다. NFT 개념에 대한 재판부 질문도 여러 차례 있었다. 게임산업과 블록체인에 정통한 재판부를 기대하는 건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설득력이 강한 쪽으로 판단이 기울지 우려됐다.

이런 재판부가 게임 내 NFT에 대해 판단하는 게 맞을까. 최후의 방법이 최초의 수단이 됐다. 기관이 규제할 때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현재 게임위의 NFT에 대한 근거는 막연한 추정에 그친다. 민간도 신사업을 할 때에는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둘 다 부족했다. 앞으로도 게임산업에는 새로운 기술들이 나타나 적용될 것이다. 그때마다 법원 판단에 기댈 수는 없다. 보고서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관과 민간이 게임산업 신기술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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