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귀' 빠진 귀멸의 칼날

칼럼 | 박광석 기자 | 댓글: 15개 |



영화, 소설, 그리고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게임의 주요 타겟은 언제나 원작 IP를 알고, 사랑하는 팬들이다. IP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춘 유저들이 먼저 게임을 선택하고, 이들이 전하는 입소문을 통해 원작 IP를 모르던 사람들까지 게임을 접하게 되는 것이 IP 활용 게임들이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전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IP를 활용하는 게임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원작 팬들이 원하는 '니즈'를 파악하는 절차를 우선시해야만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 IP의 껍질만 뒤집어쓴 게임을 출시하면, 일반 게이머들은 물론, 원작 팬들의 관심조차 받을 수 없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IP 게임들이 '양산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 와중, 국내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애니메이션 IP 게임이 공개됐다. 바로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IP를 활용하여 사이버커넥트2에서 개발 중인 대전 액션 게임 '귀멸의 칼날 히노카미 혈풍담(이하 히노카미 혈풍담)'이다. 2020년 전세계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하고, 국내에서도 200만 명이 넘는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이 공개된 후였기에, 자연스레 같은 IP를 활용한 게임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개발사인 사이버커넥트2는 이미 애니메이션 IP 액션 게임인 '나루티밋 스톰'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뛰어난 연출력으로 원작을 초월하는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유저들은 히노카미 혈풍담 역시 원작을 초월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품었지만, 그 기대는 현재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히노카미 혈풍담의 유통사인 애니플렉스는 금일(14일), 3종의 신규 캐릭터를 추가로 선보이며, 본편에 등장할 예정인 총 18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모두 공개했다. 문제는 공개된 18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혈귀'가 단둘뿐이라는 점이다. 그 둘조차도 서로 다른 두 캐릭터가 아닌, 작품의 여주인공 캐릭터의 두 가지 형태로 채워졌다. 주인공 편에서 함께 싸우는 혈귀인 '네즈코'를 제외하면, 사실상 '귀 없는 귀멸의 칼날'이 된 셈이다.




한 없이 커져만 가던 팬들의 기대가 한순간에 꺾이게 된 배경에는 유통사 애니플렉스의 게임 홍보 방식도 한몫했다. 애니플렉스는 게임 출시 전, 대전 모드에 등장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하나씩 공개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홍보했고, 원작 팬들과 게이머들은 새로운 캐릭터가 공개될 때마다 '다음엔 어떤 혈귀가 게임 캐릭터로 추가될까?'라고 궁금해하며 기대감을 키워갔다.

원작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렌고쿠 쿄주로를 기점으로 정점을 찍었던 유저들의 기대감은 스핀오프 캐릭터인 '귀멸학원' 시리즈 이후로 점점 식어갔고, 결국 혈귀 캐릭터 추가 없이 18명의 라인업이 모두 확정되자 실망으로 바뀌었다.

TV판 애니메이션에서 인상적인 연출을 보여준 '루이', 무한열차편에서 강력한 모습을 피로했던 '아카자', 원작의 최종 보스인 '키부츠지 무잔' 등 게임에 추가할 수 있을만한 매력적인 혈귀 캐릭터들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게임의 캐릭터 스킨마냥 '물의 호흡' 이펙트를 돌려쓰는 캐릭터를 6명이나 채워넣고 만 것이다. 유저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팬들의 니즈를 파악하려는 일말의 노력조차 느껴지지 않는 라인업에 유저들은 큰 실망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사회현상이 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귀멸의 칼날' IP의 명성은 주인공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감칠맛을 더해주는 매력적인 악역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히노카미 혈풍담의 또 하나의 게임 모드인 솔로 플레이에서는 몇몇 혈귀가 등장할 것으로 예고되어 유저들의 아쉬움은 더 커지고 있다. 정확한 출시일이 확정되기 전까지 가라앉은 현재의 분위기를 역전시키려면,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비장의 무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인기 있는 IP를 활용하는 게임들이 원작의 잔향이 남아있는 동안만 '반짝' 인기를 끌고 식어버리는 지금의 구조를 바꾸려면, 유저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게임 개발 단계부터 더 열렬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시 오기 힘들 만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인기 소재가 게임에 이르러 그 수명을 달리하는 불명예가 더는 이어지지 않도록, 원작에 대한 존중이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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