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스포츠 게임사 독단 막아설 '법 테두리'

칼럼 | 장민영 기자 | 댓글: 26개 |


▲ e스포츠 산업법 일부 개정안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와 다른 면이 많다. 상대적으로 종목의 주기가 짧고, 반대로 종목의 수가 쉽게 늘어날 수도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e스포츠 대회 주최의 중심이 게임사에 있다는 것이다. 게임사가 게임-리그를 같은 방향으로 이끌어간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문제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게임사가 일방적으로 리그를 폐지하거나 개최 권한을 회수, 리그 규칙을 변경하는 등의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게임사의 독단적인 결정은 e스포츠 관련 사업자, 프로게이머 및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하기도 했다. 가까이는 이번 2021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의 4강 경기 순서와 관련해, 라이엇 게임즈가 예고 없이 대회 규정을 임의로 변경하는 사례가 나왔다. 2018년 말에는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HGC)를 갑작스럽게 중단하며 해당 소식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했다. e스포츠 종목과 관련된 선수 및 관계자들은 일방적으로 피해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오랫동안 e스포츠 리그를 운영한 대표 게임사마저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상황. 이윤 추구가 최우선인 기업에 더이상 도의적 책임만 기대할 수 없었다. 이런 시점에 e스포츠 대회 진행과 관련해 게임사의 독단적인 결정을 막는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유동수 의원이 지난 18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전문 e스포츠 대회에 대해 문화체육부 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미리 그 사실을 종목선정기관과 해당 e스포츠 선수에게 알려야 한다"며 "e스포츠 대회 종료일로부터 6개월 전까지 알리지 않으면 문화체육부장관이 과태료 부과 및 징수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런 법적인 안전망은 e스포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했다. 이는 프로게이머와 리그의 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대표 프로게이머였던 '리치' 이재원은 리그(HGC)의 폐지 당시 "눈앞이 캄캄해졌다"며 "다시는 해당 게임사와 관련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싶지 않다"는 착잡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프로게이머는 10대-20대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법적인 안전 장치가 없다면, HGC 프로들처럼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게임사의 사업적인 결정으로 자신의 꿈을 잃는 가혹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언제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선 프로 의식이 생길 리가 만무하다.




e스포츠가 지금 만큼 성장하기까지 남다른 프로 의식을 지닌 프로게이머의 역할이 컸다. 스타크래프트 임요환-이영호부터 워크래프트3 장재호, 철권 배재민, LoL 이상혁 등 해당 종목을 대표하는 이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최고의 자리를 지켜내거나 되찾으려는 모습에 많은 팬들이 열광했다. 팬과 시청자가 없이 돌아갈 수 없는 e스포츠의 특성상, 이런 프로게이머들이 더 많아져야 판이 성장할 수 있다.

담원 기아의 LoL 프로게이머 ‘쇼메이커’ 허수는 올해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질문에 “프로니까 당연히 극복해내야 한다”는 답을 남겼다. 프로 의식에 관한 확고한 생각을 하는 허수는 지금도 MSI라는 대회에서 맹활약하며 전 세계 LoL 팬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와 같은 선수들의 '프로다움'을 지켜낼 '울타리'는 앞으로 더 공고히 쌓아 올려야 한다.

그동안 e스포츠는 대회와 상금의 규모, 시청자 수 등과 같은 '양적인 성장'에 집중해왔다. 규모의 성장만을 바라보다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번 유동수 의원의 법안 발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기업의 도의적인 책임만으로 보장할 수 없는 것을 법적으로 보완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나아가, e스포츠가 전통 스포츠와 달리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고 변화가 잦은 만큼, 그 속도를 완충할 만한 제도는 앞으로도 꾸준히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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