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정리] 깊이 보는 '망사용료', 배경부터 미래까지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49개 |
점점 고해상도를 추구해나가는 온라인 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720p라는 HD급 화질 제한을 선언한 트위치. 넷플릭스와 SK 브로드밴드의 망사용료 분쟁이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견됐지만, 트위치의 결정으로 일련의 분위기가 일반 이용자에게 그 여파가 직접 미치는 듯한 그림에 이용자들의 관심도, 불만도 커졌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주장이 오가고, 입장 차이가 벌어지며 여러 문제가 서로 얽히고 섥혀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망사용료'라는 오묘한 표현과 함께 망 사업자와 콘텐츠 기업간의 갈등을 꾸준히 심화되어 왔죠. 망중립성이라는 네트워크 기본 원칙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에 기업의 자유 경쟁, 고화질 영상과 대용량 게임까지 디스크 대신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며 단순히 어느 하나만 봐서는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사건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단순히 망사용료가 어쩌고가 아니라, 통신사 대 콘텐츠 제공자의 논리가 아니라, 배경부터 십년 사이 급변한 인터넷 시장, 그리고 주요 쟁점을 짚어봅니다.






배경

A. 모든 트래픽은 차별 없이, 망중립성

네트워크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기본 원칙과 규제는 망중립성을 기본으로 합니다. 오늘날 이루어지는 갈등 역시 이 망중립성 원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갈지, 아니면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바꿔나갈 것인지의 문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고요.

그래서 이 망중립성을 가장 먼저 이해해야 망사용료 논란이 왜 근래 더욱 부각되는지, 또 깔끔하게 해결되지 못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을 겁니다.

망중립성은 말 그대로 인테넷을 통해 전송되는 트래픽은 그 유형이나 이를 제공하는 사업자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기반으로 주장됐습니다. 2003년 컬럼비아대학의 팀 우 교수가 '망중립성, 광대역 차별(Network Neutrality, Broadband Discrimination)'이라는 논문을 통해 대중화한 걸로 유명하죠.

처음에는 정책도, 규제안도 아니었지만, 인터넷이 빠르게 확산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이 논리가 너무나 당연한 듯 여겨졌습니다. 미국의 전자 통신법을 관할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도 2005년 정책 성명을 통해 망중립성 유지를 주장했고요.

하지만 인터넷 공간의 트래픽 증가와 함께 망중립성 이슈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2007년 P2P 서비스인 비트토렌트가 대용량 트래픽을 발생하자 미국 통신사업자(앞으로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ISP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컴캐스트가 해당 서비스 필터링을 단행한 사건이죠.

해당 서비스의 합법 여부를 떠나 FCC는 망중립성 원칙을 들어 서비스 차단, 지연을 멈추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는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이때 법원은 컴캐스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FCC가 망중립성이라는 규제 근거 법령이 없는 상태에서 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본 거죠.

망중립성이 흔들릴 위기에 처하자 FCC는 2010년 '오픈 인터넷 정책'을 발표하며 다음과 같은 3가지 원칙을 이야기했습니다.

- 투명성(Transparency): ISP는 소비자에게 서비스 관리, 성능 등을 정확하게 공개할 것.
- 차단 금지(No Blocking): 합법적인 콘텐츠, 프로그램, 서비스, 유해하지 않은 장치를 차단해서는 안 됨.
- 이유 없는 차별 금지(No Unreasonable Discrimination): 합법적인 네트워크 트래픽을 전송하는 데 있어 부당한 차별을 해서는 안 됨.

망 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쏟고 그 비용을 회수하길 원하는 ISP 입장에서는 이러한 망중립성 원칙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2014년 다른 미국의 ISP 버라이즌은 FCC가 그러한 규제 권한이 없다며 소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법원은 FCC가 통신사업자가 아닌 ISP에 규제 권한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즉, 망중립성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결과를 받았죠.

FCC는 2014년 오픈 인터넷 정책 개정안을 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ISP를 FCC의 관할 안에 있는 통신사업자인 타이틀2로 분류해야한다며 망중립성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힙니다.




그렇게 2015년 새로운 '오픈 인터넷 정책'이 발표됩니다. FCC는 차단 금지에 트래픽 손상을 방지하는 '조절 금지(No Throttling)',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더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지불에 따른 차별 금지(No Paid Prioritization)' 원칙을 세웠습니다.

2010년보다 더욱 강력한 망중립성 규제 원칙이 자리를 잡게 된 거죠. 특히 차별 금지 원칙을 통해 ISP는 특정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매길 수 없습니다. 더 빠른 속도를 내어주면 안 된다는 거죠.

이처럼 망중립성은 인터넷을 일종의 공공자산이자 인프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망중립성에 반대하는 입장은 투자에 따른 비용 회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망 투자와 구축,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망중립성 원칙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변화를 겪습니다.


B. 인터넷 공간과 네트워크, 그리고 접속료

망중립성만큼이나 현 상황을 이해하는 데 있어 알아둬야 할 요소는 인터넷 접속 모델입니다.

인터넷 공간은 모든 정보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표현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 네트워크가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고, 그 정보들이 다른 네트워크를 오가며 교환소를 거쳐 이용자에게 전달되죠.

즉, 인터넷에는 물리적인 망 연결이 필요하죠. 여기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거대한 콘텐츠 제공자(앞으로는 CP라고 부르도록 하죠)의 서비스가 담긴 네트워크가 있는가 하면 규모는 적지만, 더 큰 네트워크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네트워크도 존재하는 거죠. 그 사이에서 서로 트래픽이 오가고요.

그리고 이런 네트워크의 규모를 대략적으로 구분하는 게 계위(티어, Tier)입니다.



(이미지: Ludovic.ferre)

티어1 네트워크는 양방향으로 이루어지는 트래픽 교환에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큰 규모를 가진 네트워크입니다. 그 아래 티어2, 티어3이 존재하죠.

티어1이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티어2, 티어3는 네트워크 트래픽 전송 과정에서 비용을 지불합니다. 망 가치가 다른 ISP가 서로 아무런 비용 정산 없이 접속이 이루어질 경우 큰 ISP는 투자 비용 회수가 어렵고, 작은 ISP는 투자 없이도 이득을 챙길 수 있어 망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다만, LoL에서 승급전 통과하면 상위 티어로 올라가는 것과 달리 네트워크의 티어는 딱 정의된 내용에 따라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수수료 산정 역시 피어링이냐 트랜짓이냐의 방식에 따라 정산 모델이 달라지지만, 법적으로 강요되는 계약 방식이 있는 건 아닙니다.

피어링은 ISP와 ISP, 혹은 ISP와 CP 등 계약을 맺은 당사자 간에만 트래픽을 전송하고 접속료는 정산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기본적으로 티어1 네트워크끼리는 서로 규모가 비슷하다고 판단, 망에 상호 접속하는 개념으로 설비 비용 정도만 각자 부담하는 식이죠.

트랜짓은 작은 ISP가 대형 ISP에 전송 대가로 양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고 트래픽이 이루어지는 방식입니다. 대형 ISP는 일종의 공급자로 소형 ISP에 트래픽을 제공하는 일방향 정산인거죠.

이외에도 페이드 피어링이 존재하는데 방식은 피어링과 같지만, 규모가 다른 ISP간, 혹은 CP와 ISP가 접속료를 계산해 정산하는 방식입니다. 말 그대로 페이드(Paid), 유료 피어링 방식인 셈으로 보통은 제3자와 연결할 의무 없이 계약 당사자 간 독점적 연결이 이루어지는 프라이빗 피어링입니다.

피어링과 트랜짓이 각자 비슷한 형태로 구현된다고 해서 네트워크가 모두 똑같은 방식의 계약을 맺는 건 아닙니다. 비슷한 규모의 ISP라 하더라도 CP가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고, 어떤 이용자가 더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지에 따라 접속 형태가 달라지니까요.

이러한 계약은 대개 비즈니스 계약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로 이루어져 그 내용을 외부에서 정확히 파악하긴 어려운데요. 상황에 따라 다른 방식의 계약이 이루어질 때도 있습니다. 다만, 같은 계위, 혹은 대가 없는 피어링 정책은 서면 계약 없이도 가능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고요.

여기서 기억해두셔야 할 건 규모가 작은 ISP가 규모가 큰 ISP와 트래픽을 교환할 경우 보통 비용을 내는 계약을 한다는 것. 그리고 트래픽 양이 아니라 용량에 따라 정산하는 비용을 접속료라고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전개

A. 저지연-고용량 시대, 트래픽 불균형과 안전성

텍스트, 이미지 중심의 네트워크 이용에 있어서는 상호 무정산 피어링이라는 계약 없는 협의, 혹은 트랜짓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당연히 앞서 설명한 망중립성 원칙 역시 잘 지켜져 온 편이었고요.




하지만 대용량 데이터와 영상 트래픽이 네트워크망을 오가며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수백 KB의 이미지가 수 GB 단위로 수직 상승한 거죠. 오늘날 고용량 게임은 100GB 이상 다운받아야 즐길 수 있는 경우도 있고요. 그것도 모바일 활성화로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 소비가 가능해졌죠.

이러한 트래픽 증가는 규모가 작은 네트워크망을 가진 ISP가 트랜짓 시 더 불리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적은 용량이 오가던 시절에는 트랜짓 비용, 즉 상위 티어에 연결해 내는 비용을 감당하면서 여기서 제공되는 콘텐츠 서비스를 받아 제공하는 게 이득이었겠죠. 한 번에 이용되는 트래픽이 높아진 만큼 트랜짓 비용은 크게 늘어났으니까요.

트래픽 증가는 단순히 제공하고 받는 관계인 트랜짓 모델 외에도 피어링 모델에서도 문제를 불러왔습니다.

규모가 비슷해 피어링이 이루어지는 트래픽 교환 관계의 ISP는 콘텐츠 제공과 콘텐츠 요청이 서로 비슷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ISP를 통해 더 많은 양의 요청이 이루어지는 콘텐츠가 제공될 경우 다른 ISP는 그에 따라 더 많은 트래픽을 수신하게 됩니다.

영상물을 시청하는 행위는 큰 트래픽이 필요하지만, 반대로 이용자는 콘텐츠를 요청하는, 아주 적은 트래픽만 발생하니까요. 트래픽의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전송 거리가 먼 대용량의 콘텐츠가 오가며 전송 비용의 증가, 서비스 품질의 저하를 가져왔습니다.


B. 먼 글로벌 CP와 가까운 CDN

잠시 이야기에서 빠져있던 콘텐츠 제공 사업자, CP가 중요해진 대목도 이 부분입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콘텐츠 사업에서 국경이 사라지는 모습으로 바뀌며 시장은 덩치를 키운 글로벌 CP 중심으로 트래픽이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측정한 2021년 10월부터 3개월 동안 발생한 트래픽 중 1% 이상을 기록한 기업은 구글, 넷플릭스, 메타(전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였습니다. 표에서 볼 수 있듯 이용자 수가 168만 명인 넷플릭스는 7.2%의 트래픽을 발생시켰고, 이용자가 가장 많은 구글은 27.1%로 전체 1/4을 넘는 트래픽을 차지했습니다.

미국의 빅테크를 중심으로 많은 트래픽이 발생하는 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다수의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입니다. 즉 한국이든 유럽이든 기본적으로는 콘텐츠를 요청하면 멀리 미국에서 데이터를 받아와야 하는 거죠. 트랜짓 모델에 따라 상위 ISP에 막대한 접속료를 내는 경우도 있을 테고 해외망의 용량이 부족한 ISP는 이용자가 만족할 품질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서비스를 요청하는 서버의 거리와 네트워크망의 중요성이 커졌고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서비스가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CDN은 일종의 대용량 콘텐츠를 분산 저장하는 네트워크 개념입니다. 여러 지역에 콘텐츠가 저장되는 캐시 서버를 설치하고 이용자가 정보를 요청하면 이를 인근의 서버가 먼저 반응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죠. 만약 캐시 서버에 요청 정보가 있으면 이용자는 물리적 거리를 단축,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테고요.

데이터가 분산 저장되어 있으니 장애에도 비교적 안전하고 여러 중계소를 거칠 필요도 없으니 트래픽 역시 줄어들게 됩니다. 조금 비약하자면 계약을 맺은 전 세계 은행의 화폐를 저장해둔 ATM쯤입니다. ATM에 내가 원하는 국가의 돈이 있다면 외국 은행까지 가지 않고도 돈을 인출할 수 있는 거죠.

아카마이, 아마존, 클라우드플레어 등이 여러 기업과 계약해 이런 이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외부 CDN을 사용하는 대신 구글은 해저 케이블로 세계를 연결하고 각국에 데이터 센터를 추가로 건설하며 자체통신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ISP에 캐시 서버를 설치해 운영하기도 하고요. 넷플릭스 역시 오픈 커넥트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라는 캐시 서버를 ISP와 협력해 설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캐시 서버와 CDN 개념은 아래 설명할 넷플릭스와 SK 브로드밴드의 갈등에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됩니다.





C. 트럼프 행정부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

글로벌 네트워크 환경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은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입니다.

2017년 1월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망중립성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아짓 파이를 FCC 위원장으로 임명합니다. 아짓 파이는 ISP를 타이틀2로 분류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결정을 뒤집고 ISP를 다시 타이틀1로 되돌리겠다 주장했죠.

[배경A]에서 2003년 팀 우 교수가 망중립성을 대중화했다고 했죠? 이때 나온 2가지 원칙이 단대단 원칙과 커먼 캐리어입니다. 단대단 원칙(End-to-end principle)은 망의 양 끝인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내용입니다. 투명한 정보 제공 같은 거죠. 커먼 캐리어(common carrier)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며 서비스 내용이나 요금 결정에 있어 합리적이고, 공정해야 할 의무를 가리킵니다.

타이틀2는 이 커먼 캐리어의 의무를 지고 있는 통신 사업자입니다. FCC는 이 타이틀2를 규제할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요. 하지만 타이틀1에 대한 관활권은 약합니다. 이 권한은 투명성 원칙 정도만을 남기고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규제로 넘어갔죠.

망중립성 원칙 폐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한 건 망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투자를 늘리는 데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기부양을 꾸준히 견지하기도 했고요. 오바마 vs 트럼프,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결이라는 정파적 그림도 한몫했습니다.



(이미지: MichaelVadon)

물론 이 같은 결정에 반대 목소리도 컸습니다. 망중립성 원칙 폐기에도 FTC를 통한 사후 규제를 통해 ISP의 불공정행위를 막을 수 있다지만, 이전의 강력한 사전 규제보다는 느슨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거든요.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조 바이든이 미국의 새 대통령이 되며 망중립성 원칙도 되살리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죠.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도 FCC의 망 중립성 관련 내용을 복원하도록 명시했었습니다. 취임 이후 망 중립성 원칙을 복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요.

하지만 망 중립성 원칙 복원은 아직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요. FCC의 의안은 5명의 위원 중 과반수가 찬성해야 이루어집니다. 홀수이니 보통이라면 무조건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현재 FCC 의원은 1석이 공석입니다. 위원장인 제시카 로젠워셀과 제프리 스탁스가 민주당. 브렌던 카와 나단 시밍턴이 공화당. 민주당과 공화당이 2대2로 의견 도출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FCC 전체 역시 공화당 쪽 입김이 더 세게 작용한다는 평이죠.

그사이 이루어진 여러 망사용료 갈등은 이 망중립성 원칙에 따라 흔들렸고, 때로는 무시하는 방향으로 주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망중립성 원칙이 느슨해져 CP의 트래픽을 제한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요.


D. 티어 1도 발신자가 정산, 상호접속고시

미국에서 판을 흔든 게 망중립성 원칙의 폐기와 복귀라면 국내에서는 상호접속고시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각국의 네트워크, ISP는 티어를 중심으로 상호 접속에서의 정산이 결정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상호접속된 상태에서 협상을 통해 연결이 이루어지는 네트워크의 본질을 티어로 나눌 수 없다는 주장도 있고,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조사업체 CAIDA의 AS 랭크 등이 중요하게 쓰이는데요.

미국의 루멘, 스웨덴의 아렐리온, 일본의 NTT, 이탈리아의 TIM, 인도의 타타 등이 높은 AS 순위를 기록하고 있고 티어1 네트워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AT&T나 T-모바일, 버라이즌 등도 여기 포함되어 있고요. 우리나라의 ISP로는 49위의 KT, 98위의 SK 브로드밴드가 티어2 네트워크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만 보면 KT, SK 브로드밴드, LG 유플러스 3대 ISP가 티어1로 상호 무정산 피어링으로 트래픽이 오갔습니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는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을 수정, 일명 상호접속고시를 이듬해 시행했습니다. 핵심은 그간 동일 티어에서는 무정산으로 이루어진 피어링을 트래픽 발신자가 정산하는 형태로 바꾼 데 있었죠. 즉, 모든 ISP가 피어링 비용을 내게 된 셈입니다.

공정한 접속 규정을 만들고 통신사의 투자 비용을 회수, 경쟁을 촉진시켜 망 증설 등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의도였습니다. 그래서 통신사의 이득을 위한 고시라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정산 방식에서의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지금까지 피어링 정산 비용을 접속료라는 형태로 설명했죠? 이는 정산이 회선용량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호접속고시를 통해 정산은 트래픽의 양에 따라 이뤄집니다. 즉,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 모델이 도입된 거죠.

그리고 상호접속 수입은 티어1 ISP 3사 합계 1,000억 원이 되지 않던 게 2016년에는 3,200억 원, 2017년에는 2,800억 원 규모가 됩니다.




트래픽을 보내는 발신자가, 회선 용량 대신 트래픽 양에 따라 비용을 내도록 바뀌며 CP들의 불만도 커졌습니다. ISP 측이 트래픽에 따른 비용을 서로 내고 있으니 유저 이용 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는 만큼 이를 콘텐츠를 제공하는 CP에 부과하는 형태가 나온다는 거죠.

그리고 이 상호접속고시는 아래 설명할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소송의 발단이 됩니다.

다만, 2020년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며 무정산 트래픽 교환 비율 범위가 1:1.8로 바뀌었습니다. 한쪽이 다른 쪽보다 1.8배 많은 트래픽을 보내지만 않으면 정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실제로 과기부는 개정 이전 해 이 비율이 1.5를 넘어선 적이 없어 사실상 무정산에 가깝다는 설명입니다.

ISP는 무정산 구간이 늘어나면 통신사가 CP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인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CP는 상호접속이 유상으로 이루어지면 ISP가 CP를 유치하지 않으려 하고 CP가 협상에서 불리하게 된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망에 좋은 콘텐츠를 유치할수록 트래픽을 많이 발신해 상호접속 정산에 불리하니 ISP가 굳이 CP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는 거죠. 트래픽 양이 더욱 늘어난 오늘날 1.8의 비율도 불안하다는 입장이고요.

즉, 개정 이후에도 서로 부족하다는 입장인 셈입니다.



이슈

A. ETNO, 발신자가 지불해라

인터넷 정산 모델에 본격적으로 새로운 목소리를 낸 건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입니다. 처음은 2012년이었는데 이때 주장한 정산 모델이 바로 SPNP(Send Party network Pay), 발신자지불 방식입니다. 즉, 인터넷 트래픽 발신자가 접속료를 트래픽이 도달하는 측에 정산하라는 거죠.

이유는 단연 [전개A]에서 설명한 트래픽 증가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OTT(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여기 포함됩니다)에게 접속료를 정산하게 되면 CP가 더 효율적으로 트래픽을 전송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는 거죠. 점점 발전하는 압축 기술 같은 것 말이죠.

물론 통신사업자협회이니만큼 더 많은 트래픽을 처리하는데 들인 망 투자 비용 수익 역시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모델의 논의는 쉽게 이루어지지 못했는데요. OECD는 시장실패의 기준을 높게 잡아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규제나 시장 개입이 없는 상태를 주장한 거죠. 그리고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인터넷에 맞는 비규제가 인터넷 시장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망의 공공 성격을 강조한 겁니다.

EU의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도 SPNP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전기세나 가스비처럼 단방향으로만 재원이 제공되는 서비스와 달리 인터넷망은 상호 자유로운 트래픽이 오갑니다. 여기서 트래픽망의 정밀한 흐름을 정확하게 구분, 측정할 수 있느냐는 거였죠. 또 패킷이 수많은 망과 경로를 거치게 되는데 서로 다른 장소에 저장된 데이터의 발신지를 확인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른 추가적인 과금이 이용자의 비용 상승을 불러일으킨다는 문제도 있고요.

물론 ETNO는 지속 가능한 망 생태계 유지와 유럽 이용자의 이익을 이유로 들며 지금까지도 트래픽을 다수 유발하는 기업이 네트워크 투자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B. 페이스북 접속 경로, KT 대신 해외로

국내에서 망사용료 이슈가 본격적으로 불붙은 건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현 메타)과 법정 공방을 펼친 소송입니다.

잠시 CDN의 역할 중 주요 데이터를 저장하는 캐시서버에 관해 이야기했죠? 페이스북은 앞서 CDN 서비스 기업이 아니라 KT에 직접 캐시서버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SKB, LGU+ 이용자의 경우 KT를 통과해 페이스북을 이용했습니다.

이 경우 SKB, LGU+ 이용자는 미국 등 먼 곳에 있는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으니 속도 면에서 유리했고, 상위 네트워크 트래픽을 이용하는 트랜짓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요. 특히 영상 콘텐츠 이용이 늘어나며 페이스북의 트래픽이 한창 늘어나는 시기기도 했고요.

그런데 상호접속고시가 도입되며 문제가 생깁니다. 캐시 서버를 운영하는 KT에서 SKB, LGU+로 이동하는 트래픽이 늘어나자 KT가 두 ISP에 낼 정산 비용이 크게 늘어난 거죠. 정산은 '발신' 측을 기준으로 하니까요.

결국 페이스북은 캐시 서버 운영 비용 등으로 KT에 비용을 내고 있었지만, 그걸 상회하는 비용이 다른 두 ISP로부터 청구되며 KT의 불만은 커졌죠. 이에 페이스북은 SKB, LGU+ 이용자의 접속 경로를 홍콩, 미국 등으로 여러 차례 변경해나갔죠.




당연히 빠른 캐시 서버를 이용하다 거리적 불리함과 용량 문제로 인한 병목현상이 겹치며 속도 저하를 겪은 이용자들의 불만은 커졌습니다. 이에 방통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4억 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의도적으로 느린 속도 경로로의 변경이 이용자의 이익을 해친다고 본 거죠. 페이스북은 고의적으로 속도를 늦출 의도가 없었다며 반발했고 행정소송이 이뤄졌습니다.

재판부는 1심과 항소심 모두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트래픽이 예고 없이 전송되는 상황에서 이용 품질 기준을 다른 사업처럼 엄격하게 규정하기 어렵다고 본 거죠.

여기에 인터넷 접속 품질의 관리, 통제는 ISP의 영역이라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CP는 ISP끼리 이루어지는 트래픽과 품질을 관리하는 주체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첫 판결 이후 상호접속고시가 ISP, CP 간의 상생을 막는 변화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방통위는 2심 판결에 불복, 상고했고 대법원 역시 이를 받아들였는데요. 항소 기각 판결이 2020년 나왔지만 대법원은 여전히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의 갈등이 불거지고 국회에서는 여러 법안까지 발의된 상황에서 대법원이 나서 섣불리 판례를 남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페이스북은 항소심 결과가 나오기 전 SKB, 아래 티어 ISP인 세종텔레콤과 캐시 서버 계약을 맺고 KT와의 계약을 연장하기도 했습니다. 승소와는 별개로 협상 테이블에 나선 거죠. 반면 방통위는 페이스북 사태를 계기로 인터넷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내놨고요.


C. 넷플릭스 vs SKB

페이스북과 방통위의 소송이 상호접속고시를 통한 망 이용과 이용자 불편으로 이어진 내용이라면 넷플릭스와 SK 브로드밴드의 소송은 '망사용료'라는 부분에 더 집중된 갈등입니다.

특히 여기서 망중립성과 망 접속 개념, 피어링 등 앞서 이야기한 논란이 꽤 깊이 있게 다뤄지니 정확히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전개B]에서 설명했듯 넷플릭스는 일종의 자체 CDN인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을 구축했고 OCA라는 캐시 서버를 구성했습니다. 넷플릭스는 OCA를 ISP에 무상 설치하며 OCA에서 데이터를 받아둔 후 이를 요청자에게 전달합니다. OCA에서 데이터를 한 번만 받으면 되니 ISP가 내는 트랜짓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강조했습니다.

캐시서버 무상 계약을 맺은 LG와 달리 SKB와 넷플릭스의 연결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중계소 개념의) IXP, SIX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트래픽이 급증하자 2018년, 연결망은 SIX 대신 일본 도쿄 BBIX로 변경됐죠.

이후 물밑협상이 오갔고 주장이 평행선을 걷자 2019년, SKB가 방통위에 갈등 중재를 요청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를 무력화하는 소를 제기했고요.

여기서부터는 대변인의 주장과 변론이 서로 다른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망중립성과 접속에 관한 논리입니다.

망 이용은 피어링과 트랜짓과 같은 '접속' 모델로 이루어진다고 했죠? 넷플릭스는 이 논리를 들었습니다. 인터넷 망에 접속하는 비용을 한 번 내면 연결된 망 위에서 이용하는 댓가를 낼 필요는 없다는 거죠. 데이터 전송은 제공자인 넷플릭스가 아니라 소비자와 연결된 SKB 몫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망사용료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여기서 우선 망사용료를 내고 국내 서비스를 한다는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를 예로 들며 넷플릭스의 주장을 반박합니다.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 TV의 경우 자체적인 캐시 서버 대신 외부 CDN을 통해 국내 중계 서버를 두고 있습니다. 이 CDN은 국내 ISP에 비용을 내고 있고요. 월트디즈니나 애플 같은 대형 CP 역시 비용을 내고 있으니 넷플릭스 역시 내는 게 맞는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CDN이 국내 ISP에 내는 접속료를 디즈니나 애플이 내는 망사용료의 의미로 내는 것인지. 아니면 CDN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를 의미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 있죠.

그런데 넷플릭스 측은 이 주장의 논거로 망중립성을 들었습니다.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는 차별 금지 원칙이 나왔죠. 앞서 [배경A]에서 나왔듯 차별 금지 원칙은 ISP가 특정 트래픽에 우선 순위를 매길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즉, 특정 CP에 돈을 더 받고 더 빠른 속도를 내어줘서는 안 된다는 거지 이용 대가를 받아선 안 된다는 건 아닙니다. 재판부 역시 망중립성 원칙과 접속료와의 관계를 지적했고요.

다음은 과연 넷플릭스의 OCA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입니다. 넷플릭스는 접속료만 낸다는 주장인데 그 접속료를 다른 ISP가 아닌 오픈 커넥트와 OCA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오픈 커넥트 구축에 막대한 비용과 투자를 이어나갔고 이를 전 세계에 두고 있습니다. 즉, 자체 네트워크만을 통해 한국에 접속하고 있으니 오픈커넥트가 ISP와 비슷한 접속 역할을 한다는 거죠.

반면 SKB의 입장은 CP인 넷플릭스가 ISP를 거치지 않고 SKB와 직접 연결, 접속하고 있다는 주장이고요.

SKB 측은 망사용에 관해서도 넷플릭스가 이미 미국에서 비용을 낸 적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정확한 계약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2014년 넷플릭스는 컴캐스트와 스트리밍에 따른 서버 연결 비용을 제공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과거 컴캐스트가 독점적 지위로 넷플릭스에게 대가를 받긴 했지만, 반대 인식이 공감대를 얻으며 계약 변경을 이끌어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지금은 그 어떤 곳에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다고도 했고요.

다음은 피어링입니다. SK는 SIX를 통해 이루어진 트래픽 교환은 여러 사업자가 연결된 퍼블릭 피어링, BBIX는 양사가 직접 연결된 프라이빗 피어링이라고 주장합니다. 돈을 낸다는 페이드 페어링이죠. 직접 연결의 경우 이용 대가를 내는 게 전제되어 있다는 주장입니다.

넷플릭스는 SK의 주장이 맞다면 BBIX에서 SIX로 변경 당시 피어링 성격의 변화를 언급하거나 망 이용대가를 달라는 요구가 있었어야 했지만, 그러한 행동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률관계가 달라지지 않았으니 전처럼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거죠. SK가 이러한 변경을 알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고요.

또한, 넷플릭스와 SK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사 자료를 들어 이 피어링 관계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국회가 망사용료에 탄력을 받은 부분은 국내 CP와의 차별 주장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1%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다른 국내 CP는 비용을 ISP에 내고 있는데 넷플릭스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죠. 국내 기업이 국내 ISP에 연결할 때는 각 ISP에, 해외 이용의 경우 필요에 따라 CDN을 통해 비용을 내고 있다는 겁니다.

넷플릭스가 자체 CDN을 통해 ISP에 접속한다면 프라이빗 페어링을 통해 한 번 ISP와 접속할 때 비용을 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게 망접속료니 이미 접속의 접속을 거친 넷플릭스는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게 반대측 주장이고 전용 회선을 통한 별개의 서비스라는 게 찬성하는 쪽의 주장입니다.

여기에 OCA의 효과에 대해서도 평이 갈리는데요. 넷플릭스는 OCA를 통해 과도한 트랜짓 비용을 줄여주니 ISP에도 좋고, 빠른 데이터 이동을 통해 이용자도 이득을 본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SK와 주장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OCA를 통해 얻는 소비자 유치, 트랜짓 비용 감소가 늘어난 트래픽과 그에 따른 비용을 상회한다고 볼 수 있느냐고 되묻습니다.

여러 주장과 변론에서 보듯 같은 주제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이야기가 섞이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원은 1심에서 SK의

아마 주요 계약서와 관련 자료를 가지고 여긴 이렇다, 저긴 이렇다 확실하게 비교할 내용이 있다면 훨씬 편하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 내용은 비밀에 부쳐져 쉽게 공유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법원이 합리적 판단을 내길 기대하는 거겠죠.

그리고 그 이전에 양사의 적극적이면서도, 이용자 중심의 협의가 이루어지는 게 가장 좋은 해결법이었을 겁니다.


D. 트위치 화질, 720p로

게이머들에게 망사용료에 관한 관심을 가장 크게 불러모은 건 역시 트위치의 화질 제한입니다.

지난 28일 트위치는 원본 화질 제공을 위한 P2P 사용을 테스트했지만, 효과적인 서비스가 어려워 한국 내 화질 조정을 단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최대 해상도는 720p. 여기에 초당 비트수인 비트레이트 역시 심각하게 낮아져 일부 영상의 경우 때때로 화면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열화되죠.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와는 다른 1020 팬덤 중심에 출발도 게임 방송 플랫폼이었던 만큼 이번 사태에 게임 이용자들을 반발 심리가 특히 커졌습니다. 망사용료 입법에 대한 반대 여론도 커졌고 정치권에서도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강해졌고요.




다만, 트위치가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망사용료 입법안과 이번 사건을 직접 엮는 게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오히려 입법안보다 망 이용대가에 대한 인식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거죠.

CP의 비용 정산에 있어 트래픽 양을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한다면 높은 트래픽이 유발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트위치 자체 수익과 이어지는 구독보다는 외부에서 수수료가 발생하는 서드파티 후원 문화를 낮은 수익성의 이유로 꼽기도 했고요.

물론 트위치가 망사용료 인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전까지는 입법을 이유로 꼽을 수 없다는 이야기지 입법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국회에 입안된 개정안이 ISP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형태로 공포된다면 협상력을 잃은 트위치, 혹은 연계된 CDN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회사 수익성 하락 가능성도 높아지니 투자, 지원 역시 줄어들 수 있고요.

다만, 이번 사태가 이용자에게 불이익이 가는 만큼 페이스북에게 그랬던 것처럼 방통위가 움직일 여지는 있습니다. 이번 국감에서도 방통위는 트위치에 시정명령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망중립성 보호를 주장하며 망사용료 반대 청원을 함께해달라고 한 유튜브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일일 이용자 100만 명, 트래픽 1% 이상 발생 시 기업에 서비스 안정성 의무가 부과되는 데 현재 국내에는 구글,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카카오가 이에 부합합니다. 그중에서도 구글은 1/4 이상의 트래픽을 혼자 발생시키고 있죠.

발의된 7개의 법안 중 여럿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타깃으로 한 만큼 가장 큰 불이익을 보는 게 구글과 유튜브라 보는 시각이 많기도 합니다. 이에 구글은 이러한 입법이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와 유튜브 운영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앞서 살펴봤듯 거대 기업의 트래픽 양은 이미 여타 기업들을 아득히 뛰어넘었고 그에 따른 트래픽 편중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망이 얽힌 네트워크망의 공공성 역시 중요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안에서 무엇이 부족하고, 또 무엇이 이득이 될지는 당사자간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거고요. 트래픽의 방향, 전송 과정, 데이터의 발/착신지 변화 등 단순화하기 어려운 자료를 일반화하는 규정을 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트래픽 양이 아니라 용량에 따른 비용 정산이 이루어졌고요.

넷플릭스와 SK와의 법원 결정은 판례가 되어 다른 갈등에 불씨를 키울 수 있겠지만,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 망사용료와 관련된 개정안은 대안반영폐기된 안을 제외하더라도 7개가 발의되어 있으며 여야 가릴 것 없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규모를 제한하는 입법안도 있지만, 그저 계약 체결 자체를 강제하는 경우도 있고 규모와 트래픽 양에 따른 이용 대가를 적어놓은 것도 있습니다.

트래픽 양에 따른 계약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용 규모를 산정한 계약 체결을 강조하며 ISP의 힘을 키우고, 망사용료의 합당함을 인정하리라는 법안 반대 측의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망 생태계가 국가 주도로 운영될 수 없는 상황에서 규제 방향의 법안을 꺼내든 게 국가적 소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컴퓨터및통신산업협회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제공자에 새로운 네트워크 사용 요금 부과 의무가 한미자유무역협정 위기에 처하도록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양국이 지키는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되고 국제 관행에서도 이탈하는 행위로 봤습니다.

한편으로는 법안 반대 여론이 고개를 들자 빅테크에 반발한 미국과 유럽 내 비용 부담 반응 역시 다시 사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 주장만이 아니라 주변 상황 역시 함께 봐야한다는 목소리도 있고요.

유럽의 경우 [사례A]의 ETNO, 대형 통신사 대표들이 트래픽 증가에 따른 비용을 빅테크가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ISP 입장으로서 투자 비용 회수 목적의 주장은 세간의 시선이 쏠린 넷플릭스와 SK의 갈등, 국회의 입법 예고와 관계 없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여기에 EU 집행위원회가 거든 게 더 주목받았는데요. 다만, 집행위는 트래픽 증가 외에도 독과점 방지, 불공정 거래 방지 등 빅테크 규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트래픽 양에 따른 대가를 통한 손익보다 빅테크 견제 수단으로 이를 활용한다는 견해도 있죠. 즉, EU가 망사용료라는 논제에 합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FCC는 앞서 말했듯 공화당 입김이 세 바이든 행정부가 주장하는 망 중립성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이용자들의 주장에 손바닥 뒤집듯 의견을 뒤바꾸는 국회가 여론전에 밀려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법안 찬성 쪽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반대 여론에 쉽게 흔들릴 정도로 명확한 미래 가치 없이 법안을 입안했다는 비판 역시 가능합니다. '정쟁에 민생 법안은 뒷전인 국회가 이용자의 이득 하나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이럴 때만 합심했다'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늦게 꼬리를 내렸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고요.

다양한 잇속이 상충하며 어떤 해결책이 옳고, 어떤 계약이 바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도 있습니다.

ISP의 인터넷 망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 CP. CP의 콘텐츠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ISP. CP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른 CP와. ISP는 피어링과 트랜짓을 통해 ISP와 경쟁합니다. CP와 ISP가 같은 시장을 두고 협상의 펜 대신 칼을 들고 싸우는 시장이 아니란 이야기죠.

ISP는 기간 산업인 통신망 구축을 이유로 오랜 기간 국내 경쟁자가 적은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국외로 시선을 돌리면 티어 1 사업자는 없는 상황이죠. 사업자에게 이익을 전가하기 이전에 여전히 부족하기만 한 해저 케이블 투자나 컨소시움 참여 등으로 ISP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합니다.

또 콘텐츠 제작자, 이용자 이익과 ISP와 계약을 통한 투자 비용을 마치 총합을 정해 두고 떼어다 메우는 식의 계산 역시 지양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ISP와의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혹은 유튜브처럼 강력한 점유율을 지닌 CP가 손해본 내용을 크리에이터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태도도 개선되어야 할 테고요.

그리고 아마 많은 사례에서 봤듯 망접속, 이용, 사용이라는 시시때때로 바뀌고, 편한 대로 사용하는 용어의 합의 역시 함께 이루어져야 할 테고요.



▲ 해외 트래픽 대부분이 해저 케이블을 통해 오가지만 국내 보유, 참여 케이블은 연결된 것 중 몇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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